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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염치로 또 난자를 달라 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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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염치로 또 난자를 달라 하십니까"

[이형기 교수의 참담한 심정 토로] 황우석 '거짓말'의 끝은?

"대마초는 피웠지만, 연기는 들이 마시지 않았습니다." (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
"술 마시고 운전했지만, 음주 운전은 아닙니다." (익명의 음주 운전자)
"앞뒤가 안 맞는 얘기는 했지만, 거짓말은 안 했습니다." (황우석, 이병천 교수)

***황우석 '거짓말'의 끝은 어디인가**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진위 논쟁이 점입가경이다. 사실 이러한 논쟁이 엄정한 검증 절차를 생략한 채 한 쪽의 일방적인 주장만을 양산하는 기자회견이라는 형식을 빌려 이뤄지고 있는 현실 자체가 몹시 못마땅하다.

노성일 이사장의 급작스러운 기자회견도 그러려니와, 지금까지는 들끓는 국민의 의혹에도 아랑곳없이 편 가르기로 헤진 상처가 벌어질 대로 벌어질 때까지 소 닭 보듯 하며 일절 언급도 없던 황 교수가 다시 언론을 상대로 '믿어주십사' 읍소를 하는 것은 더욱 희극적이다.

먼저 분명히 짚고 넘어갈 게 있다. 본인이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황우석 교수는 이미 여러 차례 거짓말을 하고 이를 나중에 번복한 분이다.

'연구원 난자 제공은 없었다'고 1년 반을 버티다 결국 사실을 실토한 것도 그렇고, 줄기세포 논란이 불거지던 와중에도 '줄기세포는 있다(현재형)'고 하다가, 이제는 기자회견에서 '줄기세포는 있었지만(과거형), 지금은 다 죽었다'라고 식언을 일삼는 것을 도대체 어떤 식으로 이해해야 할까?

***줄기세포 '유무'는 문제의 핵심 아니다**

더 우스운 것은, 과학자로서는 절대 용납이 안 되는 연구결과의 조작 사실 앞에서도 '봐, 있었대잖아?'라며 짐짓 황우석 교수를 옹호하고 나서는 이들이다. 이해하기 힘든 이러한 거짓 조장 또는 관용의 정서는, '원천기술이 있으니 기회를 주면 보여 주겠다'는 황 교수의 기자회견문 마지막 문장에 진하게 배어 있다.

도대체 이분들은 이 사태의 본질과 심각성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나 계신 걸까? 황우석 교수의 일성이다. "저희가 이미 2004년 논문이 있는데, 2005년 논문에 11개가 아니고 1개면 어떻습니까? 3개면 어떻겠습니까? 그리고 1년 뒤에 논문이 나오면 또 어떻습니까?"

누군가 둔기로 머리를 심하게 내려치는 통증을 느낀 것은 필자만일까? 11개 중에 단 하나만 거짓으로 보고했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로 이미 과학자로서는 회복 불가능한 신뢰성의 손상을 입었다는 사실을 얼마나 더 말해 주어야 이분들이 들은 척이라도 할까?

황우석 교수가 거짓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한다는 이 부끄러운 사실은, 주요 연구자 중의 1명인 이병천 교수의 말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모 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이 교수는 "올 초 오염된 6개의 줄기세포 대신 6개를 다시 만들고 3월 전까지 3개를 더 만들어 총 9개를 만들었는데, 논문 게재 후 2개가 더 만들어져 총 11개의 줄기세포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해명했단다. 다시 말해, 논문을 〈사이언스〉에 제출한 2005년 3월 15일에는 9개의 줄기세포밖에 없었으면서도, 버젓이 논문에는 11개라고 속였다는 것이다.

명색이 한국 최고 명문대학의 교수요 첨단 과학자라는 사람이 어떻게 이런 말을 해명이라고 늘어놓으면서 자신들의 조작 또는 거짓 방조 행위를 정당화하려고 할 수 있는가? 어수룩한 일반인들이야 '그런가 봐' 하며 넘어갈지 모르나, 이런 거짓말이 과학계에서도 통할 것이라고 언감생심 기대한다면 정말 오산이다.

***황우석 '부정행위'는 용서 받을 수 없어**

더욱이 올 초부터 3월 15일 논문 제출 시점까지 다시 만들었다던 줄기세포가 진짜 분화 기능이 있는지 테라토마를 통해 살폈다고 돼 있는데, 과연 이것이 물리적으로 가능한 시간인가? 과학 논문을 한번이라도 써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초고부터 최종 원고 작성까지 검토에 재검토를 거쳐야 하고, 이 과정에서 족히 수 개월이 걸린다는 것은 기본인데 말이다. 그뿐만 아니라, 황우석 교수팀은 영어가 안 돼 제럴드 섀튼 교수가 대필해 주었다는데, 어떻게 영어도 잘 안되는 사람이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그 내용을 일일이 설명하면서 최종 논문을 그야말로 순식간에 쓸 수 있었을까?

필자가 〈프레시안〉 기고문에서 밝힌 것처럼, 이미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황우석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는 부인을 할 수 없다. 미국의 경우 이런 연구자에게 다시 연구비를 주는 단체는 어느 곳도 없다. 심한 경우는 지금까지 거짓 논문 만드는 데 사용한 연구비도 도로 내 놓아야 할 판이다.

원천기술이 있으니 줄기세포 생산을 재현할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구요? 그러면 그 난자는 도대체 어디에서 구하시렵니까? 한 걸음 양보해 어렵사리 난자를 구해 드렸다고 하더라도, 그 결과는 어디에다 발표도 못할 텐데요? 황우석 교수님 한 분의 명예를 회복하자고, 또 다시 많은 성녀(聖女)들을 위험에 빠뜨리라고요?

황우석 교수님 말고도 이 일 할 수 있는 사람 많이 있습니다. 이제 좀 그만하십시오. 무슨 염치로 또 난자를 달라고 하십니까?

추신 : 필자는 이전 〈프레시안〉 기고문에서 역할이 끝났다고 밝혔다. 그런데, 아닌 것 같다. 이것도 필자로서는 분명 식언이었다. 필자의 체면이 구겨지는 것을 알지만, 이거는 정말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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