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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띠 염기훈 "2년차 징크스, 오른발로 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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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돼지띠 염기훈 "2년차 징크스, 오른발로 넘겠다"

신인왕의 소망…"진짜 열심히 뛴다는 얘기 듣고 싶다"

정해(丁亥)년인 2007년은 600년 만에 찾아오는 황금돼지 해다.

황금돼지 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2007년의 주인공은 돼지띠. 특히 1983년생들 중에는 장차 한국 축구를 이끌어갈 인재들이 많이 있다.

그 가능성 있는 선수들 가운데 지난해 K리그 신인왕에 오른 염기훈(23, 전북)을 만나봤다.

염기훈은 프로 데뷔 첫 해에 신인왕을 차지한 것은 물론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맛봤다. 또 아시안게임 대표팀에도 승선했다. 말 그대로 '잘 나갔던' 2006년이었다.

하지만 막상 인터뷰를 시작하자 아직은 본인 스스로 '스타'라고 생각하지 않는 때묻지 않은 순수한 청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축구에 대한 얘기에서는 시종일관 진지했다. 좀 더 큰 선수가 되기 위해 보완해야 할 단점을 알고 있었고, 벌써부터 2년차 징크스에 대한 부담감도 갖고 있었다.

또 부모님과 누나에 대한 얘기를 나눌때는 힘겨웠던 시기가 떠오르는지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다음은 염기훈과의 일문일답.

-먼저 지난해 K리그 최고의 신인에 오른 것을 축하한다. 예상했던 일인가?

"데뷔했을 때 받고 싶다는 생각은 했다. 하지만 프로에서 한 경기 한 경기 할 때마다 오히려 자신감이 떨어졌다. 전기리그에는 1골에 그쳤다. 그때는 신인상에 대한 생각을 못했고 교통사고까지 겹쳐 더욱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복귀 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잘 하면서 신인상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됐다."

-호남대 4학년 때 이름이 알려지기는 했지만 전북에 입단한 후 기량이 더욱 성장한 것 같다. 이유가 있다면?

"대학교 때는 볼이 오면 움직였다. 수비도 거의 못했다. 공격 위주로 플레이를 했다. 프로에 오면서 수비를 알게 됐다. 최강희 감독님이 수비에 대해 많이 지적하셨다. 많이 움직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공간도 많이 생기고 기회가 많이 온 것 같다."

-최강희 감독님은 어떤 분인가?

"신인상을 받기까지 가장 큰 도움을 주신 분이다. 동계훈련을 하면서는 첫 해 경기에 나서기 힘들 것이라 생각했다. 예상외로 울산 현대와의 슈퍼컵에서 선발에 넣어주셔서 더 열심히 했다. 힘들 때마다 나를 더 믿어주셨다."

-K리그 한 시즌을 뛰어봤다. 경기 중 개인적으로 '저 선수 참 뛰어나다'고 느낀 선수가 있는가?

"(김)두현이 형이다. 슈팅과 컨트롤, 패스 등 모든 부문이 뛰어나다. 성남과 경기를 하다보면 '저 형 진짜 잘한다'는 생각이 든다. 두현이 형과 얘기를 했는데 형도 수원 시절 당시 최강희 코치님에게 수비에 대해 많이 혼났다고 했다."
▲ 염기훈. ⓒ 조이뉴스24

-프로와 아마의 가장 큰 차이는?

"힘도 다르고 경기 스피드도 다르다. 처음에는 드리블이 안 통했다. 드리블을 하면 더 다쳤다. 미드필드에서는 패스 위주로 하라는 주문을 많이 받았다. 확실히 차이를 느낀다."

-클럽 월드컵에 나가는 대신에 아시안게임에 출전했다. 금메달을 따냈으면 정말 최고의 한 해가 됐을 텐데?

"미팅 시마다 금메달을 따자고 선수들끼리 약속했다. 인기 종목임에도 금메달을 따지 못해 팬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많다. 클럽 월드컵도 사실 나서고 싶었다. 평생에 한 번 올까말까한 기회인데…. 금메달을 못 딴 것도 아쉽고 클럽 월드컵에서 못 뛴 것도 아쉽다."

-아시안게임 얘기를 한 가지만 더 해보자. 결정적으로 무엇이 부족했던 것 같은가?

"집중력이 부족했던 것 같다. 이길 때는 모든 게 잘 되는데, 지고 있을 때 서두르다 보니 집중력이 좀 떨어진 것 같다."

-개인적인 얘기로 돌아와서, 경기를 지켜보면 왼발은 자신감도 넘치고 잘 사용하는 것 같다. 부족한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제일 부족한 점은 역시 오른발이다. 이제는 어느 팀이든 내 왼발을 막는 데 주력할 것이다. 동계훈련에서 오른발을 집중적으로 연습하겠다. 그것이 내년 2년차 징크스를 넘는 성공의 열쇠가 될 것 같다."

-2년차 징크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신인상을 수상한 선수들은 2년차 징크스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최강희 감독님도 농담으로 그런 얘기를 했다. 동계훈련의 결과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축구선수로서 목표와 신조가 있다면?

"잘 하려고 하기보다는 팀을 위해 한 발 더 뛴다는 생각으로 그라운드에 나간다. '염기훈 저 선수 진짜 열심히 뛴다'라는 얘기를 듣고 싶다. 대표팀에 계속 이름을 올릴 수 있도록 하겠다. 그리고 안 다치는 것도 중요하다."

-선수생활 중 그만두고 싶었을 때가 있었나. 있었다면 어떻게 극복했나?

"강경상고 2학년 때 생각이 난다. 그때 빈혈로 경기장에서 제대로 뛰지 못했다. 그때는 빈혈인지도 모르고 체력이 약한 줄로만 알았다. 병원에 가서야 빈혈임을 알았다. 약 먹고 6개월 정도 지나니 몸이 회복됐다. 그때 병원에 안 갔다면 아마 체력이 약한 줄 알고 축구를 그만뒀을 것이다."

-아시안게임 대표팀에서 베어벡 감독과 홍명보 코치에게 어떤 느낌을 받았나?

"(이)호와 얘기를 많이 했는데 전술적으로 정말 잘 가르쳐 주신다. 홍명보 코치님은 TV로 보다 처음 만나봤는데 맏형처럼 잘해주셨다. 경기 전 긴장도 많이 풀어주시고 끝난 후에는 따끔한 지적도 아끼지 않으셨다."

-도하에서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없었나?

"한 방에 3명씩 사용했는데 특별히 할 것이 없어 방에서만 지냈다. 이종민, 최성국과 한 방을 썼다. 덕분에 많이 친해졌다."

-당연히 2010년 월드컵에 나서고 싶어 할 것 같다.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대표팀에서는 공간 위주로 축구를 한다. 베어벡 감독님의 전술을 얼마나 빨리 이해하느냐에 달린 것 같다."

-축구 얘기는 하나만 더 하자. 우상으로 여기고 있는 선수는 있는가?

"우상이라기보다는 닮고 싶은 선수는 (박)지성 형이다. 누가 봐도 열심히 뛰어다닌다. 아직 만나보지 못했지만 빨리 만나보고 같이 뛰어보고 싶다."

-이제 편한 얘기를 하자. 무슨 음식을 좋아하는가?

"음식은 다 잘 먹는데 순두부와 육개장을 좋아한다. 보양식으로는 겨울에 뱀을 먹는다. 내 몸에 맞는 거 같다(웃음). 고등학교 때 허리가 아파 주변 어른의 권유로 뱀술을 먹은 적이 있는데 그때 뱀이 내 몸에 맞는다는 것을 알았다."
▲ 염기훈의 새해 인사. ⓒ 조이뉴스24

-20대 초반인데, 쉬는 시간에는 주로 무엇을 하는가? 아니, 시간이 좀 주어진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

"숙소에서는 주로 컴퓨터 게임을 한다. 시간이 좀 여유가 있으면 가족과 여행을 가고 싶다. 올 겨울에는 꼭 갈 생각이다."

-좋아하는 여자 연예인이 있나?

"TV를 많이 보는데 드라마 주몽을 아주 재미있게 보고 있다. 월요일과 화요일은 꼭 본다. 특별히 좋아하는 여자 연예인은 없다."

-주량은?

"취할 정도로 마신 적은 없다. 주변에서는 잘 마신다고 한다. 호남대학교 신입생 환영회 때 딱 한번 취해봤다."

-프로는 돈이라는 말이 있다. 본인에게 돈은 어떤 의미인가?

"여유 있는 집이 아니기에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돈을 벌어 내가 쓰기보다는 부모님과 가족을 위해 쓰고 싶다. 결혼 전까지는 수입을 부모님께 모두 맡기고 용돈을 받아 쓸 생각이다. 한 달 용돈은 70만 원 정도다."

-올해가 정해(丁亥)년이다. 본인도 돼지띠인데, 각오가 있다면?

"돼지 해이기 때문에 더 좋은 일이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2년차 징크스를 꼭 극복하고 싶다. 다치지 않고 경기장에서 열심히 뛰는 모습을 팬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다. 부모님이 땅을 팔아 나와 누나를 뒷바라지하셨다. 항상 건강하셨으면 좋겠다. 대학 때는 누나가 용돈을 챙겨줬다. 고맙단 말을 못했는데 이 자리를 빌려 고맙단 말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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