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지구가 심상치 않다. 최근 발표된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간 협의체(IPCC)'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금과 같은 에너지소비가 계속 된다면 평균기온이 2020년까지 3℃이상 상승하게 될 것이다. 이런 기후변화의 충격은 생태 경제 사회의 전 영역에 걸쳐 파괴적인 결과를 낳을 것이다. 기후변화만 아니라도, 인류는 산업발전과 경제성장을 추구하면서 공기, 땅, 강, 바다, 음식 등 모든 것을 황폐화시켜 왔다. 이것은 한반도의 생태계와 한국사회에 벌이지고 있는 일이기도 하다.
악화되고 있는 환경오염과 생태계 파괴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한국의 경제성장은 확실히 놀라운 일이다. 비록 10년전 'IMF사태'를 겪으면서 큰 고통을 겪으며 주춤했지만, 지금 외형상의 경제성장은 지속되고 있고 국가 차원의 경제적인 부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부자는 더욱 부자가 되었지만 민중의 삶의 수준은 낮아지거나 악화되고 있다. 게다가 경제성장을 추구하면서 발생하는 비용과 피해들은 모두 노동자 농민 서민 그리고 미래세대의 부담으로 떠넘겨졌다.
에너지 위기, 환경 파괴의 근본적인 책임은 자본에게 있다.
경제성장에 대한 갈망의 근원에는 자본의 이윤 욕망이 자리잡고 있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악순환을 멈추길 원치 않는 자본에게 지구가 버텨 낼 수 있는 '성장의 한계'란 애초에 안중에도 없다. 석유 중독증에 빠진 기업들은 값비싼 비용을 지불하며 생산방식을 변화시키기보다는 기후변화 위기를 외면하면서 입에 발린 환경보전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심지어는 전쟁까지 불사하며 석유 확보에 나서는가 하면 대량 파괴와 소비를 통해서 자본순환을 가속화하며 인류의 생존까지 파괴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사회에서도 자본은 환경위기의 근원을 형성하고 있다. 과잉된 건설자본은 전국 각지에 골프장과 도로를 건설하고 기업도시와 연안을 개발하면서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으며, 자동차와 석유사업 자본들은 도로 위를 가득 메운 자동차와 석유를 대량생산ㆍ소비하도록 부추기고 있다. 또한 농식품산업의 자본들은 농약과 화학비료를 판매하고 멀리서부터 수입해온 값싼 외국산 농산물으로 이득을 챙기고 있다. 이윤을 위한 무한 성장을 추구하는 자본을 통제하지 않고 환경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2. 녹색정치의 성찰과 반성
주류 사회운동은 녹색정치의 전면화에 실패했다.
이러한 생태적 후퇴와 위기 상황에 대하여 진보진영의 대응은 무척 미진했던 것이 사실이다. 1980년대 이래 한국 사회운동의 주류를 형성해왔던 민주화운동은 일반민주주의라는 성과물에 안주하며, 보다 근본적인 과제인 생태계와 재생산의 위기 해결을 도외시하였다. 가장 큰 조직력과 활동력을 자랑해오는 노동운동 역시 기업 수준의 노동권 문제 해결에만 매달린 나머지, 자본의 전반적인 운동이 낳는 위협과 세계적 수준의 절멸 위험에 대해서는 충분히 관심을 쏟지 못했다.
이는 안타깝게도 환경ㆍ생태운동 진영마저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이후 민주화운동과 함께 활동공간을 크게 넓혀온 환경운동이지만, 일부는 중산충 중심의 자기만족적 환경관리 운동으로 머물렀고 다른 일부는 국가제도나 자원에 대한 고려를 간과하는 무력한 근본생태주의로 경도되었다. 게다가 종종 단일 환경이슈 해결 중심의 운동으로 진행되면서 환경위기에 대한 총체적 대응 프로그램으로 발전하지 못했고, 다른 운동진영과 분리된 하나의 주제 영역쯤으로 치부되게 되었다.
민주노동당도 비판의 대상에서 예외가 아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진보운동의 정치적 대표조직인 민주노동당이 해야 할 역할은 막중하지만 심각한 무능력과 무기력에 빠져 있다. 시민사회운동 일부에 존재하는 무당파적이고 몰정치적인 흐름에 대해서는 비판의 시각을 접을 수 없지만, 그것은 민주노동당이 환경-생태주의의 과제를 제대로 받아안고 개척할 때만 가능한 비판일 것이다. 그러나 창당 7년을 맞은 민주노동당의 녹색정치 역시 매우 불충분한 것이었음을 냉정히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당이 때로는 주도하거나 참여한 환경-생태 정책과 사업들도 대개 단편적이고 일회적인 것으로 그쳤다.
길게 보아 국민승리21 이후 10년동안 민주노동당은 녹색정치의 과제를 해태해왔으며, 녹색정치의 주장 역시 변명거리나 사족에 불과했다. 민주노동당은 민주화운동에서 성장해온 기존 사회운동의 관성을 극복하지 못했다. 이는 곧 당을 구성하는 주요 세력의 한계이기도 했다. 제도정치적 진출과 민중의 권리쟁취라는 과제를 우선 해결하라는 요구 속에서 생태적 고려는 자리를 찾기 어려웠고, 발전주의 시대의 노동 관념도 벗어나지 못했다. 또한 대중성을 외면할 수 없는 현실정치-선거정치상의 압박을 벗어나기 힘들었다. 역대 어느 선거에서도 생태적 문제는 득표에 매력적인 이슈가 아니었다.
녹색정치의 길은 민주노동당 자체의 혁신의 길이다.
한나라당 후보들의 시대착오적인 개발주의와 신자유주의 성장 집착증에 빠져 있는 노무현과 범여권 세력을 비난하기는 쉽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이 이러한 현실에 대해 정면으로 문제제기하지 않고 기존의 정치지형을 타파하지 않는다면, 민주노동당의 녹색정치는 또 한번의 입에 발린 소리에 불과할 뿐이다. 민주노동당이 녹색정치를 소홀히 해왔던 이유가 명확하다면, 그 극복의 길 또한 이러저러한 생태적 이슈를 당의 활동에 덧붙이는 것이 되어서는 안된다. 당의 철학과 활동방식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것을 우리는 이번 기회를 빌어 민주노동당의 '녹색정치'라고 천명하고자 한다.
녹색정치의 길은 세상을 바꾸는 총체적 대안을 요구한다. 당 강령에서 제시된 생산수단의 사회적 소유와 민주적 통제의 원칙은 맹목적 성장중독을 벗고 지구의 지속성과 보편적 권리 향유를 위한 새로운 사회적 발전의 기획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는 현재의 자원낭비적이고 환경파괴적인 생산방식을 탈피하고, 이윤과 소비의 극대화 대신 미래세대의 필요까지 고려한 적절한 소비를 위해서 생산방식을 변화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당 강령이 천명하는 좌파이념에 진정으로 충실하고자 한다면 정치적 좌파는 녹색이지 않으면 안되고 녹색이지 않을 이유가 없다.
3. 민주노동당의 녹색정치
민주노동당의 녹색정치는 '환경정의'다.
무엇보다 녹색정치는 환경 불의(不義)을 바라잡고 환경의 공공성을 되찾는 것이어야 한다. 환경정의는 환경적 피해에 가장 민감하면서도 자신을 대변하기 힘든 어린아이와 노인, 모든 사회적 약자들, 그리고 미래세대의 환경과 건강을 보호하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의 녹색정치는 '적록동맹'이다.
녹색정치는 소비의 영역에 국한되지 않고 생산의 영역으로 나아가야 하며, 노동 농민운동과 함께 녹색 파트너십을 형성하고 강화해나야 한다. 민주노동당은 노동운동과 함께 기후변화협약 등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정의로운 방식으로 생태친화적인 경제사회적 전환을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록동맹'의 정치프로그램을 가동해야 한다.
민주노동당의 녹색정치는 지역에서 일구는 '생활정치'다.
지역은 노동의 생산과 재생산이 이루어지는 공간이고, 시민들이 공동체를 이루고 연대하는 공간이자 자연 생태계와 만나는 공간이기도 하다. 민주노동당 녹색정치는 지역에 주목하고 강조하는 지역정치이자 생활정치이다. 환경, 교통, 에너지, 식량 등의 생활의제를 중심으로, 지역을 진보적으로 재구성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민주노동당의 녹색정치는 '농업의 재인식'이다.
또한 민주노동당은 생태사회로의 전환에서 농업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인식한다. 한국사회를 지탱하는 기반인 생태계는 농민과 농업의 보살핌 없이는 불가능하며, 농업의 생태 문화 식량 등의 다기능성으로 인해서 다른 산업과 대체되거나 교환될 수 없다. 민주노동당은 도시의 소비자 및 노동자들과 농민들이 연대하며,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지역 안에서 농수산물을 생산-소비하기 위한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
민주노동당의 녹색정치는 '사회적 다양성'의 정치다.
녹색정치의 생태적 다양성에 대한 감수성과 엄호 노력은 사회적 다양성으로 연장되어야 한다. 효율성과 경쟁력에 대한 맹목적 추구는 생태의 파괴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소수자들을 낳고 있다. 자본과 국가는 자국의 이성애자 비장애 남성만을 '정상'으로 규정하고 그 이외의 다양한 시민들을 '비정상'으로 치부하여 차별하고 배제하는 '정상 이데올로기'를 생산 강화하고 있다. 우리는 여성 아동, 청소년, 노인, 장애인, 성소수자, 이주노동자, 결혼이민자, 혼혈인 등 다양한 사회적 소수자들에 대한 사회구조적인 차별을 반대하며, 그들 스스로 저항 주체로 세력화하는 녹색정치를 지향한다.
민주노동당의 녹색정치는 비타협적 '반전ㆍ반핵ㆍ평화'의 정치다.
반전, 반핵, 평화의 가치는 분리될 수 없는 상호연관된 것으로,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의 기본 정체성을 구성하는 것이다. 민주노동당 녹색정치는 반전, 반핵, 평화의 가치를 훼손하는 당내외의 어떤 시도에도 비타협적인 투쟁할 것이다. 특히 어떤 국적의 핵이라도, 어떤 목적의 핵이라도, 어디에 설치되는 핵이라도 명백한 반대를 표명한다.
민주노동당의 녹색정치는 '지구적 차원'을 지향한다.
신자유주의 지구화의 광풍 속에서 한국 진보진영의 국제연대는 국내 현안에 밀려 부차적 문제로 치부되었고, IMF사태나 한미FTA와 같이 한국 사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후에야 대응하는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또한 한국의 진보진영은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역할은 도외시 한 채, 지구화에 따른 한국의 피해에만 집중해 온 것이 사실이다. 녹색정치는 국제연대를 통해 우리가 무엇을 얻을 것인가를 고민하기 이전에, 지구적 차원의 환경문제, 빈곤문제에 우리가 어떻게 함께하고 나눌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4. 녹색희망을 위한 결의
민주노동당의 녹색 씨앗들을 싹틔우자.
살펴보면 민주노동당은 녹색의 씨앗들은 곳곳에서 싹을 틔우고 있다. 학교급식조례제정운동. 2035년 탈핵선언. 방사성폐기물처리장과 천성산 터널공사 저지투쟁. 태양에너지조례와 자전기조례 제정. 반환미군기지의 환경오염에 대한 문제제기, 골프장 저지투쟁. 아토피 스탑 프로젝트. 황우석 사태 규명노력 등. 모두 민주노동당이 스스로 혹은 여러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일궈낸 일이다. 하지만 이런 녹색 씨앗들은 당의 중심적인 의제와 활동으로 성장하지 못한 채 고립되어 왔다. 이제 우리는 이 흐름에 대해서 '녹색정치'라는 이름을 붙이고, 당의 미래를 개척하기 위한 잠재력으로서의 의미를 부여하고자 한다. 이 선언은 그 첫걸음이다.
적록동맹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서 나서자.
민주노동당의 녹색정치는 노동 농민운동과 환경운동 진영 사이의 적록대화를 시작하는데 적극 노력할 것이며, 민주노동당 스스로가 적록동맹을 위한 전략적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민주노동당 녹색정치는 2007년 대선에서 당과 대선후보들이 정의롭고 지속가능한 생태적 전환을 천명하고, 이를 지지하는 '녹색시민'들과 함께 국민들을 설득하는데 앞장서도록 노력할 것이다.
민주노동당 녹색정치선언 참가자들은 우리의 선언이 한국사회에 새로운 희망의 싹을 틔우며 민주노동당이 한국정치에 새로운 활력과 방향을 제시하기를 희망한다. 2007년 대통령 선거를 맞아, 우리는 녹색희망을 만들기 위해서 용감하게 그리고 즐겁게 나설 것이다. 국민 여러분, 무엇보다도 당원 동지 여러분들이 이 길에 함께 동참해줄 것으로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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