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속적이고 굴욕적으로 추진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의 결과로 마침내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하지 않은 미국산 쇠고기가 밥상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다른 나라는 자국민의 안전을 이유로 수입을 금지하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를 우리나라는 협상이 시작하기도 전에 수입을 허용하고 말았습니다.
정부는 국민 건강과 식품 안전에 대한 아무런 고려와 대책도 없이 광우병 위험으로부터 안전하지 않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을 '한미 FTA 4대 선결 조건'으로 양보했습니다. 또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유전자 조작된 식품, 이른바 GMO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기까지 했습니다.
특히 한미 FTA 최종 연장 협상 마지막 날 밤 노무현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2007년 5월 국제수역사무국(OIE) 총회 이후 미국산 쇠고기의 전면적인 수입개방을 약속한 것은 국민 건강과 식품 안전을 한미 FTA 협상 타결과 맞바꾼 매우 부적절하고 굴욕적인 거래였다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미국 눈치만 보는 한국 정부
이런 와중에 미국산 쇠고기에서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인 등뼈가 발견돼 온 국민을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올해 6월 한 달간 수입된 미국산 쇠고기 65건 중 갈비 및 뼛조각 발견, 가짜 검역증 부착, 다이옥신 검출 등 수입 위생 조건을 위반한 사례가 무려 30건에 달합니다. 즉각적인 수입 중단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미국의 허술한 검역 시스템을 염두에 두면 앞으로도 이와 같은 사태는 계속 반복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우리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는 거짓말로 국민을 기만해 왔습니다. 특히 광우병 감염 위험 물질이 발견되면 쇠고기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공언해 왔습니다. 그러던 우리 정부가 이제 와서는 갑자기 말을 바꿔 '30개월 미만의 소의 척추는 안전하다'는 미국 측의 억지주장을 똑같이 내세우며 즉각적인 수입 중단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미국의 눈치만을 보고 있습니다.
'인간광우병'은 정상인의 뇌 기능을 상실케 해 종국에는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이하게 하는 무서운 질병입니다. 최초 발견된 지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특별한 치료법이 없습니다. 다만 광우병을 유발하는 변형 프리온이 인간광우병도 유발하는 것으로 짐작되고 있을 뿐입니다.
변형 프리온은 고온, 저온 등의 처리를 가해도 없어지지 않습니다. 또 후추 한 알의 1000분의 1에 불과한 0.001g만으로도 전염이 가능해, 도축용 톱이나 조리를 했던 칼과 도마 등을 통해서도 감염될 수 있는 위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산 쇠고기, 안전하지 않다
이러한 위험에도 광우병 쇠고기에 대한 미국의 검역 체계는 엉망입니다. 2006년 2월 발표된 미국 농무부 검사 보고서에 따르면 주저 않는 소처럼 광우병 위험성이 높은 소에 대해서도 광우병 검사를 하지 않고 넘어갔다고 정부 스스로 문제점을 지적할 정도로 허술한 검역 체계를 갖고 있으며, 의도적으로 광우병 발병 사실을 은폐하려는 시도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특히 자국에서 사육하는 모든 소를 도축할 때 광우병 검사를 실시하는 일본이나 영국과는 달리, 미국은 1000마리 중 1마리로 0.1%만 검사하고 있기 때문에, 나머지 99.9%의 미국산 쇠고기는 광우병이 걸려 있는지 아닌지 조차 모르는 실정입니다.
이 때문에 유럽연합(EU)에서는 겉으로는 멀쩡한 소 860만 마리를 대상으로 광우병 검사를 실시해 113마리의 광우병 발병 소를 발견한데 반해, EU보다 1년에 5~6배 더 많은 소를 도축하는 미국은 허술한 검역 체계로 광우병 소가 있다고 해도 찾아낼 수 가 없는 것입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미국 정부는 소비자 신뢰를 얻기 위해 자체적으로라도 모든 도축 소에 대해 광우병 검사를 실시하겠다고 나서는 개별 업체에게마저도 광우병 검사를 못하도록 하고 광우병 발병 사실을 숨기는 것에만 급급해 있는 실정입니다.
뿐만 아니라 미국 사회에서 급격히 증가한 알츠하이머병(치매)이 사실은 광우병의 증가에 따른 결과라는 켈러허 박사의 충격적인 연구 결과도 주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 질병관리본부의 통계를 보면, 1979년 653명에 불과하던 치매 환자는 1991년 1만3800여 명, 2002년 5만8800여 명으로 증가했습니다.
전염성도 없는 이 질병에 걸린 환자가 24년 동안 무려 90배가 증가하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한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이 알츠하이머로 사망한 환자의 5~13%는 바로 인간광우병에 전염된 것이라는 연구결과는 우리를 더욱 공포에 떨게 하고 있습니다.
일단 들어오면 피할 수 없는 미국산 쇠고기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허용한 우리 정부 측은 뼈가 없는 살코기는 안전하다고 강변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살코기도 안전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통뼈가 그대로 든 쇠고기를 수출하는 등 미국은 우리의 통관ㆍ검역 절차를 노골적으로 무시하고 있으며 뼈있는 쇠고기 수입 허용을 위한 외교적 압력을 가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처럼 국민의 건강과 주권이 무참하게 유린당하고 있음에도 별다른 조치 없이 미국에 질질 끌려 다니고 있는 우리 정부의 태도에 큰 분노를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국내에서는 1~5% 미만의 한우에서만 이력추적제(Traceability)를 시범적으로 실시되고 있습니다. 음식점의 원산지 표시 제도는 2007년부터 연면적 300㎡(약 90평) 이상의 음식점에서만 시범적으로 실시하고 있으나 농림부가 계획하고 있는 이력추적제와 원산지 표시제도는 부실하기 짝이 없습니다.
현재 상태에서는 국내산 쇠고기조차도 95% 이상에서 이력을 추적할 수 없으며, 미국에서 기르고 있는 소도 90% 이상 이력 추적이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300㎡ 이하의 중ㆍ소규모 음식점은 원산지 표시가 전혀 시행되지 않아 사각지대입니다.
실제로 300㎡ 이상의 대형 음식점은 1% 남짓에 불과할 뿐이기 때문에 99%의 음식점은 원산지 표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유명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조차 명절 때만 되면 외국산 쇠고기나 젖소 고기를 한우로 둔갑시켜 판매하다가 적발되는 일이 비일비재한 것이 현실임을 감안한다면 더욱 위험하다 할 것입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정부가 광우병 위험으로부터 안전하지 않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강행함으로써, 소비자들은 자신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최소한 미국산 쇠고기를 선택하지 않을 권리조차도 박탈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되어 소비자에게 팔리면 극소수 부유층은 한우 쇠고기만 먹을 수 있겠지만 대다수 서민들과 우리의 아이들은 알면서도, 또 알지도 못한 채로 광우병 쇠고기를 먹어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위험하다
이번 한미 FTA 협상을 통해 위생검역 사안인 GMO와 상품분야의 하나인 섬유의 원산지 규정을 부적절한 '빅딜'이라는 방법을 통해 맞교환함으로써 국민 건강과 식품 안전이 더욱 위협받게 되었으며, '바이오안전성의정서(BSP)' 비준에 따른 LMO(유전자변형생물체)관련 법들의 시행에 과한 입법주권까지 포기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습니다.
특히 유럽의 대부분의 국가들은 GMO의 위험성 때문에 강력한 규제와 엄격한 표시제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는 한미 FTA로 인해 이에 대한 규제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었으며, 안정성에 대한 평가마저도 미국 측이 제출한 자료만을 근거로 평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위생검역 상설위원회' 설치를 합의함으로써 미국 측이 위생검역 현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통상 압력을 행사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쇠고기와 돼지고기의 원산지 기준을 도축국 기준으로 양보해 줌에 따라 광우병 발병 위험이 더욱 높은 캐나다산 쇠고기마저도 미국산으로 둔갑하여 국내에 들어오는 등 국민 건강에 대한 위험성이 더욱 커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저렴한 가격으로 인해 학교급식과 같은 집단급식의 경로로 광우병 쇠고기와 GMO 농산물이 더욱 많이 유통되고 소비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어른들은 자신이 먹는 음식을 가릴 수 있지만 아이들은 스스로 급식재료를 선택할 수가 없습니다. 자칫 우리 아이들의 건강과 이 나라의 미래가 풍전등화에 놓일 수 있는 상황으로 우리 어른들의 책임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국민 건강과 맞바꾼 한미 FTA는 무효다
이런 문제의식 때문에 이미 많은 지역에서 시민사회단체와 참교육 학부모회, 학교급식 조리사회 등이 주축이 되어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국민감시단'이 만들어져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만, 이러한 활동만으로는 광우병 쇠고기와 GMO의 위험으로부터 우리 아이들의 건강을 지켜내기 어렵습니다.
한미 FTA가 체결되면 '투자자-정부제소 제도'도 도입되는데, 이 제도로 인해 지방자치단체나 지방의회는 미국산 쇠고기나 GMO 식품의 학교급식을 막는 조례를 제정하거나 행정처분을 실시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 더욱 심각한 문제입니다. 한마디로 한미 FTA는 우리 국민들의 건강과 식품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규제마저도 어렵게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정부는 국익을 위해 한미 FTA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지만,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보장하는 문제,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지키는 문제와 바꿀 수 있는 국익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국민건강과 식품안전을 내팽개치고 입법주권까지 포기하는 한미 FTA는 반드시 무효화되어야 합니다. 그 것만이 '얼굴 없는 공포, 광우병의 위험'으로부터 국민 건강을 지키고, 우리 아이들을 GMO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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