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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국민의 저주는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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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아직 국민의 저주는 끝나지 않았다"

['이명박 시대'를 맞으며] 새로운 출발을 위하여

이미 예견된 결과다. 개인은 마음 준비를 하고 있어서 별로 놀라지 않았다. 놀랐다면 정동영이 26%를 득표한 사실이다. 그들은 20%가 마지노선이었다. 선거막판 동영상이 나와 이회창, 문국현 일부 지지자가 흔들리며 정동영이 득을 보았다. 그 26% 득표율이 내겐 기적처럼 놀라운 일이다.
  
  이번 대선은 시종일관 노무현에서 시작해 노무현으로 끝났다. 정동영은 어떤 수사와 요령을 내세워도 그냥 노무현의 연장이었다. 그 자신 당의장 두 번, 통일부 장관을 지낸 사람으로 아무리 차별화해도 책임을 벗을 수 없다.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이미 국민에게 지난 5ㆍ31지방선거에서 판단이 끝났다.
  
  기절초풍할 일은 국민에게 사망선고를 받고도 그들이 무사태평했던 일 아닐까? 지방선거 결과에 국민 자신마저도 깜짝 놀랐다. 그런데 집권 세력만큼은 대체 무슨 심오한 생각이 있었는지 어떤 반성과 혁신도 없었다. 그것이 그들이 회생할 마지막 기회가 아니었을까?
  
  왜 국민들은 그들에게 사망선고를 내렸을까? 처음부터 노무현 정부가 싫었던 국민들은 끝까지 싫었고, 노무현 정부를 탄생시키고 탄핵에서 지켜준 국민들은 그들의 배신과 실정에 치를 떨며 떠나갔다.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조폭 정치, 사디즘 정치를 5년 동안 계속했다. 조폭들이 후배를 둘러싸고 무자비하게 두들겨 팬 뒤에 담배를 내밀며 말한다. "니가 미워서 때렸겠냐? 너 잘 되라 그런 거지."
  
  사디즘 정치인이 5년 동안 자기 지지층을 짓밟고 발길질하고 침 뱉고 뺨을 때린 뒤 말한다. "앞으로 잘해줄 테니 표를 주시오." 조폭이건 사디스트건 자신들이 한 행동으로 상처받는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없다. 세계 정치사에 어떤 정치 세력이 자기 지지층을 이토록 무참하게 짓밟고 고문해대는 역사가 있다던가? 어느 노정치인이 말했다. 자기 지지층을 '금쪽' 같이 여기라고. 이들은 멸망할 때까지 노정치인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리라.
  
  5년 실정이 무엇일까? 형식에선 국민의 소리에 귀를 틀어막고 오직 자기 말만 들으라 소리 질렀다. 불평을 말하면 조ㆍ중ㆍ동 보수언론에 물들었다 윽박질렀다. 경제가 너무 나빠 살기 어렵다면 경제지표가 다 좋다고 답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자살률이 보여주는 것처럼 살기 너무 빠듯한데도 이들은 수출이 잘되고 있고 주가지수도 너무 좋고 외환보유고도 아주 높다고 들이댔다. 이들에게 '참여'란 말뜻이 대체 무엇일까?
  
  내용에선 이들은 보수 한나라당과 다름없는 정책을 추진하며 자기 정체성을 배반했다. 참여정부와 우리당의 정체성은? 개혁 정당,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당이라고 자신들은 주장한다. 개혁 정당이 실용운운하며 개혁을 포기했다면, 서민과 중산층을 더욱 나락으로 몰아가며 못살게 굴 때, 대체 이 정치 세력이 존재 이유, 존재 가치가 뭐란 말인가? 결국 5년 동안 개혁의 적대자, 서민의 적이 되었다. 아마 스스로도 이 사실을 알고는 있었나 보다. '대연정'을 제안하며 한나라당과 별로 정책적 차별성이 없다던 고백이 증명하는 게 아닐까?
  
  대선이 임박했다. 5년 실정에 대한 치열한 반성도 없다. 뼈를 깎는 자기 혁신도 없다. 있다면 정치공학으로 이합집산만 있었다. 네거티브 '한 방'에 운명을 걸었다. 세력을 아무리 많이 모은들, 한방이 터진들 이들의 행태에 진저리치고 넌덜머리가 난 국민들이 이들을 지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가치다. 정치 세력이 존재하는 가치와 이유가 중요하다. 이들은 대선에서 평화 이외엔 어떤 가치도 내놓지 못했다. 왜 이들을 지지해야 하나? 평화의 가치는 우주개발만큼 먼 일이다. 당장 국민은 여유가 없다. 당장 시급한 먹고사는 문제에 이들이 보여준 가치는 거의 없다. 이명박 경제와 별로 다를 바 없는 정동영 경제를 차별화하자니 고생 좀 해겠다. 안 되는 걸 억지로 하다 보니 문국현 정책을 뽑아다 쓰고 워낙 급하니 핀란드까지 들먹인다. 입으론 무엇을 못할까? 결국 이들에겐 한나라당과 다른 경제적 가치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게 문제였다.
  
  이들이 새롭게 거듭날 수 있을까? 새로운 가치로 자기 혁신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다. 새로운 가치란 다름 아닌 복지체제를 지향하는 가치일 것이다. 이명박 당선자가 경제를 살리겠다고 한다. 지켜보겠지만 의심이 된다. 역으로 양극화를 더욱 더 심화시킬까봐 겁부터 난다. 이명박 당선자가 복지의 가치에서 너무 멀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이제 새롭게 태어나야 할 진보 정치 세력은 복지체제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유능해야 한다. 실천하지 않는 가치란 가치가 아니다. 지금까지 복지는 하위층만을 위한 땜질식이었다. 시혜성 복지, 국가가 베푸는 은혜였다. 앞으로 복지는 국가 시스템 전부를 뜯어고치는 수십 년의 대장정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신념이 없는 세력이 진보를 자처하는 희극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신자유주의를 무지막지하게 강요하며 자신을 진보라 말하는 해괴망측한 일은 없어야 한다.
  
  대장정은 단기 목표에 흔들리고 이합집산할 정치 세력은 가당찮은 일이다. 확신컨대 복지국가를 위한 정치세력의 등장을 역사는 목마르게 기다려 왔다. 온건 보수 세력인 열린우리당의 몰락은 어쩌면 역사의 불가피한 과정이다. 이미 열정어린 수만 수십만의 국민은 기꺼이 헌신할 준비가 되어 있다. 문제는 지도자다. 우리는 개혁 정당의 짧았던 역사를 기억한다. 진보적 가치로 무장하고 수만 수십만의 열정어린 국민들이 있는 한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통합신당이 어떻게 될까? 아직 국민의 저주는 끝나지 않았고 4월 총선이 기다린다. 지금까지 보여준 행태를 계속한다면, 뼈를 깎는 자기 혁신이 없다면, 적당한 타협과 봉합으로 넘어간다면, 4월 총선은 최종적인 확인사살, 한 정치 세력이 멸종하는 비극의 완성판이다. 멸종을 피하길 원한다면 새로운 가치로 자기를 혁신하라. 새로운 가치로 우리 사회 비전을 제시하고 헌신하는 세력이 되라. 다른 길은 없다. 설령 일시적으로 멸종을 피해도 역사상 의미 있는 세력이 되는 건 불가능하다.
  
  그리고 덧붙이고자 한다. 자칭 민주화 세력 원로 분들은 제발 명심하길 바란다. 국민이 지금 형식적, 절차적 초보 수준의 민주주의를 원하는 줄 아시는가? 아니다. 보다 진전된 경제민주주의를 원한다. 후보 단일화를 윽박지르던 당신들을 보면 1987년에 멈춰버린 사고의 화석을 보는 것만 같아서 부아가 끌었다. 그런 화석은 누구 말대로 잘 포장해 박물관으로 보내야 한다. 역사는 여러분들을 기다리지 않는다. 여러분이 이해하고 알아 줄 때까지 기다려 주지 않는다. 그냥 팽개치고 지나쳐 간다. 그러면 여러분은 의지와 달리 역사에 뒤쳐져 헐떡거리게 된다. 역사는 전진하는 도구로 인간을 선택하고 또 냉정하게 버리고 마는 간지(奸智)를 지녔다. 무서운 일이다.
  
  모두가 행복하게 잘 사는 복지국가를 향해 다함께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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