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사례를 중심으로 전자 산업에 종사하는 하청 노동자들의 건강과 인권 실태를 점검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원청 사업자들의 '위험의 외주화'가 하청 노동권을 사각지대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삼성전자에서는 사내 하청 노동자뿐 아니라 납품 업체 노동자들도 백혈병 등 암에 걸린 사례가 제보되는 실정이다.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인도 등의 삼성전자 외국 공장에서도 젊은 여성 노동자들이 폐 질환을 앓거나 열악한 노동 조건에서 일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금속노조, 국제민주연대, 사회진보연대 부설 노동자운동연구소,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은 7일 오후 서울시 중구 정동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삼성전자 사례로 본 전자 산업 하청 노동권 실태' 토론회를 열었다.
삼성전자 납품 업체 QTS 노동자 5명이 암
발제를 맡은 반올림의 공유정옥 산업의학과 전문의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납품 업체인 QTS에서 일하던 노동자 김 모(여·50) 씨 등 5명의 암 피해 사례를 발표했다. 이 가운데 2010-2012년에 발병한 유방암 환자가 4명, 2010년 폐암 사망자가 1명이다.
QTS의 상시 노동자는 20-25명 정도였으며 대부분 40-50대 여성 노동자로 구성됐다. 공유 전문의는 "너무 열악하다 보니 그만두는 사람이 많아 근속 연수가 몇 년씩 되는 사람은 10명 정도였다"며 "몇 년씩 일한 노동자 10명 가운데 5명이 암에 걸렸으니 적지 않은 숫자"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납땜이 잘못된 반도체의 납을 제거한 뒤 다시 납땜하고, 반도체를 화학물질로 세척하며 고온에 건조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QTS에서 일했다가 유방암에 걸린 김 씨는 "역겨운 냄새가 났지만, '삼성 제품의 보안을 위해' 창문 여는 것이 금지됐다"고 증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 ⓒ프레시안(최형락) |
백혈병 등 희귀병에 걸린 사내 하청 노동자 5명의 사례도 발표됐다. 피해 제보자는 삼성전자 화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했던 김 모(남·28·백혈병) 씨, 고(故) 손 모(남·54·백혈병), 삼성전자와 LG전자 반도체 및 LCD 공장에서 일했던 ㄱ(남·39·폐암) 씨, 삼성전자 온양 공장에서 일했던 ㄴ(남·20대·골수이형성증) 씨, 삼성전자 기흥 공장에서 일했던 오 모(여·56·유방암) 씨 등이다.
공유정옥 전문의는 "협력(사내 하청) 업체가 화학물질 공급 장치, 배관, 화학물질 처리 시설 관리를 하고, 삼성이 업무 지시를 했다"며 "가장 위험한 작업은 2차 협력 업체가 하는데, 소규모 업체라서 화학물질의 위험성을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공유 전문의는 "불산 누출 사고 이후 삼성전자는 협력 업체에 보호구 착용을 지시했지만, 노동자들은 보호구를 착용하면서 생산은 빨라야 한다니 안전 규정을 지키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불산 사고 이후 바뀐 것이라고는 '협력 업체 노동자들이 안전 보호구를 착용하지 않거나 안전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모든 책임을 본인이 진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강요받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외국 공장에서도 하청 노동자 건강권·인권 실태 심각"
삼성전자 중국 공장에서는 '아동 노동' 사용 공방이 일어났다.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비영리단체인 '중국 노동 감시(CLW : China Labor Watch)'는 지난해 9월 '중국 내 삼성 조사 보고서 : 삼성은 노동자를 괴롭히는 애플의 특허까지 침해하나?'라는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아동 노동 논란의 불을 댕겼다. (관련 기사 : "삼성, 애플의 '노동자 학대' 특허 침해하나?")
나현필 국제민주연대 활동가는 "삼성전자는 조사단을 파견해 아동 노동 사례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발표했지만, 돈을 벌기 위해 신분을 속여서 입사한 18세 이하 노동자들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노동자들은 20만 원 미만의 임금을 받고 주 66시간을 일했으며, 화학약품을 사용함에도 별다른 안전 교육과 조치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홍콩에 본사를 둔 아시아노동정보센터에 따르면, 삼성은 최근 인도네시아에서 노동자 2800명을 고용했다. 주로 20-25세 사이의 여성 노동자인 이들 가운데 800명은 파견 노동자이고 800명은 계약직 노동자였다. 특히 학교에서 모집된 실습생들은 17-19세이고, 한 달에 30달러를 받으며 일했다.
아시아노동정보센터는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PCB 플라크 세척 구역에서 파견 노동자 3명이 폐렴으로 숨졌고, 납땜 구역의 많은 노동자들이 폐렴을 앓고 있다"면서 "하지만 폐렴이 납땜 연기를 들이마신 결과인지, 노동자들이 사용하는 알코올이 폐 질환의 원인인지를 결정하는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무노조 경영'도 문제시됐다. 지난해 10월 21일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파견직과 계약직 노동자 200명이 노동조합을 결정했지만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나현필 활동가는 "노조 가입자는 위협, 전환 배치, 해고 등 공격을 받았고, 상당수가 노조를 탈퇴했다"고 말했다. 그는 "노조가 있는 17개 삼성 공급 업체에서 최저임금 위반 등의 노동권 침해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나 활동가는 "베트남 삼성전자 공장에서는 2012년 초 휴대전화를 조립하는 일을 하던 여성 노동자들이 유산했고, 음식과 작업 환경에 문제가 있다는 소문이 퍼져 5000여 명이 일을 포기하고 고향으로 가는 사태가 벌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인도 공장에서는 노동자들이 이온화 방사능, 유기 용매제, 중금속 등에 노출됐고, 두통과 열을 호소했다"며 "2009년 11월 17일 정체불명의 가스 누출 사고로 노동자 69명이 입원하고, 15명이 중태에 처했다는 증언이 있다"고 밝혔다.
"안전 보건에 대한 원청 책임 강화해야"
이유미 노동자운동연구소 조사통계국장은 "폭스콘과 같은 전자 제품 생산 전문 기업들은 노동자의 권리가 취약하거나 여성에 대한 차별이 심한 지역에 선택적으로 진출한다. 한국의 전자 기업들도 이와 다르지 않다"며 "삼성전자의 경영 성과가 하청 노동자를 착취한 결과임을 폭로하고, 노동자들의 집단적 움직임을 조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유 전문의는 "수백 가지 물질을 일일이 모니터링하고, 원청사에 그 내역을 알려달라고 요구하는 하청 업체는 없다"면서 "하청 업체는 노동자 건강을 보호할 수 없는 구조인 만큼 안전 보건 문제는 원청 사업주가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공장 내 아동 노동 논란과 관련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중국 협력사를 조사한 결과 16세 미만 아동공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삼성전자 제품은 대부분 자체 생산하며, 위탁 생산은 극히 일부"라면서도 "중국 이외의 나머지 해외 공장에 대한 사항은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 본지는 지난 7일 있었던 '삼성전자 사례로 본 전자 산업 하청 노동권 실태' 토론회 취재 이후 토론회 내용과 관련해 삼성전자 측에 사실 확인 및 해명을 요청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중국 공장 내 아동 노동 논란에 대한 확인을 해주면서 다른 내용에 대해선 "해외 사례라 알아보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답했습니다. 삼성전자 측은 추후 토론회에서 지적된 내용과 관련해 다음과 같은 입장을 전달해왔습니다. <편집자주> (1) "불산 누출 사고 이후 삼성전자는 협력 업체에 보호구 착용을 지시했지만 … 불산 사고 이후 바뀐 것이라고는 … 서약서를 강요받은 것"이라는 기사에 대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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