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대적인 공공 기관장 인사 개편을 앞두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공공 기관장의 임기는 법으로 보장돼 있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첫 국무회의에서 "국정 철학을 공유하는 사람으로 공공 기관장을 인선하도록 노력해달라"고 하면서 낙하산 인사를 예고했다.
따라서 이번 인사에서도 관료와 대선 공신 간에 '자리 전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부처도 '제 식구 챙기기'로 분주하다. 어느 쪽이 선임되든지 간에 이 과정에서 부적격한 인사들이 대거 공공 기관장으로 들어서거나 재임용될까 우려된다.
철도시설공단, 부당 해고 소송 비용 등으로 세금 4.5억 날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연맹은 지난 6월 24일 국회 정론관에서 민주당 김현미 의원, 진보정의당 박원석 의원과 함께 "민영화 추진, 회전문 관료, 노동 탄압 등 공공 기관 부적격 낙하산 감시 운동을 펼치겠다"는 기자회견을 했다.
또 이명박 정부 시절 공공 기관장으로서 부적격한 인사 10명도 선정해 발표했다. 공공성 파괴, 민영화 찬성, 노조 탄압이 부적격 기준이었다. 철도공사 허준영 전 사장, 인천국제공항공사 정창수 사장, 철도시설공단 김광재 이사장, 건설기술연구원 조용주 전 원장 등 10명이 박근혜 정부에서 새로 뽑히거나 연임하지 말아야 할 공공 기관장으로 선정됐다.
기자회견을 한 후 감사원이 부적격 공공 기관장 10명 중 철도시설공단 현 이사장 및 건설기술연구원 전 원장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내용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철도시설공단은 부당 징계가 주요 내용이고, 건설기술연구원은 4대강 사업과 관련된 내용이다.
감사원은 공공운수노조·연맹이 기자회견을 한 바로 다음 날에 철도시설공단의 임금 체불 등 노사 문제와 관련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은 김광재 철도시설공단 이사장에 대해 절차를 어기고 무리한 징계를 남발해 소송 비용 등 거액을 낭비했다며 주의를 줬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따르면 김광재 철도시설공단 현 이사장이 2011년 8월 취임한 후 모두 69건의 직원들을 징계했다. 지난해에만 무려 58건을 징계했다. 이 중 18건에서 노동위원회 구제 신청 등 다툼이 있었다.
| ▲ 김광재 철도시설공단 이사장. ⓒ연합뉴스 |
감사원은 적법 절차를 거치지 않고 중징계한 사실도 지적했다. 공단은 자체 감사실이 아닌 이사장 직속 경영지원처와 품질안전평가처를 통해 직원들의 징계 절차를 진행했다. 징계 종류를 구체화하지 않고 인사위원회를 열어 이사장의 판단으로 법적 근거도 없이 파면·해임 등 중징계를 내렸다.
김광재 이사장은 부당한 징계만 남발한 것이 아니다. 임금 체불, 부당 노동 행위, 단체협약 해지 통보 등 노사 관계 전체를 파국으로 내몰았다. 공단은 법원의 판결에도 체불 임금(임금 인상분 약 18억 원)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공단은 올해 단체교섭에서도 노조를 벼랑으로 내몰고 있다. 지난 3월 8일에는 단체협약을 해지하겠다고 노조에 통보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단체교섭에서는 단체협약 134개 조항 중 32항 삭제, 33항 수정을 요구하며 무더기 개악을 시도하고 있다. 이 밖에도 지난해 전 직원에게 '노동조합은 개미 옆에서 놀기만 하다 얼어 죽는 베짱이'라는 전자우편을 발송해 부당 노동 행위라는 판결도 받았다. (☞ 관련 기사 : 철도시설공단, 18억 임금 체불하며 '노조 길들이기'?)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나왔지만 김 이사장은 노조와 직원들에게 사과하기는커녕 감사 결과조차 인정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노사 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감사원 감사 결과가 발표된 이후 열린 6월 28일 노사 교섭에서 철도시설공단의 한 임원은 "노동위원회는 근로자 밥그릇 보호하는 곳"이라며 노동 문제를 중재하고 조절하는 행정 기관을 폄하하는 발언을 했다. 또 김 이사장은 "감사원 보고서는 신이냐"며 감사 결과조차 전혀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공단은 지난 7월 11일 사내 전산망에 '노사 상생 토론방'을 만들었다. 일부 언론에서 이 사실을 기사로 썼다. 하지만 노조와 토론방 개설에 대해 이해를 구하거나 사전 협의한 사실이 없었다. 노조는 토론방 개설 사실을 언론 보도를 통해 알았다. '상생'이 아닌 일방적인 토론방 개설이었다. 그러다보니 토론방이 만들어진지 한 달 가까이 됐지만 현재까지 올라간 글은 하나도 없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지역 언론인 <충청투데이>가 지난 7월 29일 철도시설공단의 '노사 상생 토론방' 개설의 문제점을 짚은 '철도공단, 상생을 말하려면 진정성부터'라는 제목의 기사를 싣기도 했다. 철도시설공단이 사내 전산망에 있는 '노사 상생 토론방'을 개설하면서 사전에 노조와 전혀 협의가 없었던 점을 지적하며 진정성 있는 공단 측의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는 내용이었다.
공단은 <충청투데이>의 보도에 항의해 보도 참고 자료를 보냈지만, 그 내용은 해당 기사에 대한 논리적 반박이나 합리적인 설명 대신 엉뚱하게도 노조에 대한 음해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노조의 음해와 억지 주장', '비열한 노조', '뒤에서 온갖 이상한 짓이나 하고', '일부 친소 관계의 언론사나 기자들에게 편들어 달라고 보채는 일부 노조 관계자', '공공 기관 노조의 도덕적 해이' 등 공공 기관의 보도 자료라고 보기에는 민망한 문구들로 가득 찼다. 특히 철도시설공단은 보도 참고 자료에는 "현 이사장 취임 후 건설 현장 안전사고도 50% 감소시켰다가 금년 상반기 이사장의 퇴진만을 추구하는 노조의 악의적 음해성 대외선전 활동 등으로 인한 영향 때문인지 80%나 사고가 늘어났다"는 등 건설 현장 안전사고를 근거도 없이 노조의 탓으로 돌리는 듯한 내용도 있었다. 상생이 아닌 노사 사생결단을 내고 말겠다는 식이다.
최근에는 공단이 홍보성 기사를 게재한 언론사에 돈을 지급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8일 자 <오마이뉴스> 기사에 따르면 공단이 6월과 7월에 6000만 원에 이르는 돈을 홍보성 기사 경비로 언론사에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광재 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은 노조를 부정하는 권위주의 시절의 사고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김 이사장은 국토교통부 관료 출신이다. 국토교통부 관료 출신이 철도시설공단은 물론 인천국제공항공사, LH 등을 차지하고 있다. 철도공사에도 민영화를 추진하기 위해 국토교통부 관료 출신이 내려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토교통부 관료들이 낙하산으로 내려와서 공공 기관의 공공성을 파괴하고, 노조를 탄압하는 등 막무가내로 나가고 있다. '국피아(국토교통부+마피아)'란 말이 그냥 생긴 것이 아니다.
건설기술연구원, '4대강 사업은 대운하' 양심선언한 연구원 중징계
건설기술연구원의 경우는 어떤가. 많은 언론에서 보도했듯이 감사원은 지난 7월 10일 "4대강 사업은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추진됐다"는 결론을 내린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자 공공운수노조·연맹 소속인 공공연구노조는 12일 성명을 내고 "결국 4대강 사업은 대운하 사업이었고, 이 사실을 세상에 알린 김이태 박사는 연구자로서 용기 있는 선언을 했다"고 평가했다.
4대강 사업이 시작되었던 지난 2008년 건설기술연구원의 김이태 박사(공공운수노조·연맹 공공연구노조 조합원)는 4대강 사업은 대운하 사업이라는 양심선언을 했다. 김이태 박사는 양심선언을 했다는 이유로 3개월 정직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연구에서도 배제됐다. 김이태 박사의 양심선언을 지키려 했던 건설기술연구원의 노동조합은 혹독한 탄압을 받았다.
양심을 짓밟고 노조를 탄압한 이 모든 일을 한 사람이 2008년에 취임한 건설교통부 관료 출신 조용주 전 원장이다. 조 원장은 논문 표절 의혹을 받기도 했다. 본인의 논문 표절 의혹을 제기한 노조 간부들에게 해고, 정직 등의 징계를 내렸으며, 단체협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했다. 조합원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거나 연구 과제를 주지 않는 등 다양한 탄압으로 노조 탈퇴를 유도했다. 이로 인해 2010년 조합원이 420여 명에서 60명으로 줄었다. 현재는 조합원이 110명으로 다시 늘었으나 원상회복은 되지 않았다.
| ▲ 2011년 낙동강 준설 현장 ⓒ프레시안(최형락) |
다행히 노동조합이 건설기술연구원과 조용주 전 원장을 대상으로 한 부당 노동 행위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노조에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판결이 났다. 서울고등법원(제2민사부)은 지난 1월 25일 "피고들(건설기술연구원 사측)의 조합 탈퇴 종용·유도 행위는 원고의 자주적인 단결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원고의 존립 자체를 위태롭게 하는 것이므로 피고는 무형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라고 판시하고 2000만 원의 위자료와 조합비 손해액 1100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사측이 항고를 포기하면서 서울고법의 판결은 확정됐다.
이번 판결은 사용자의 부당 노동 행위에 그 책임을 분명히 물었다는 측면에서 그 의의가 크다. 사용자가 노조법을 위반할 시 형법에 따라 처벌한 적은 있었지만, 헌법에 보장된 노동조합의 단결권을 침해할 때 입은 무형의 손해를 실제로 배상하라는 판결은 전례가 없다. 게다가 이번 판결은 노조 탄압을 자행한 조용주 전 원장 개인도 함께 손해배상을 하라고 판결했는데, 이 역시 기관장 임기가 끝난 사람에게 그 책임을 물은 전례가 없다. 하지만 지난 7월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발표됐음에도 김이태 박사에 대한 징계는 취소되지 않았으며, 명예 회복이 이뤄지지 않았다.
295개 달하는 공공 기관은 국민에게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됐다. 따라서 자격과 전문성을 갖췄으며 민주적인 노사 관계를 만들 수 있는 인물을 기관장 등 임원에 임명해야 한다. 철도시설공단과 건설기술연구원 두 곳의 사례만 보더라도 부적격 인사를 공공 기관장으로 임명해서는 안 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이들로 인해 생기는 국민 혈세 낭비, 공공성 파괴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지기 때문이다.
이번 공공 기관장 인사 개편 과정에서 국민 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공공 기관장이 논공행상 대상이 되거나 관료들의 회전문 인사 자리가 되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미 부적격 인사로 판명된 이들이 계속 공공 기관장으로 있거나, 새로이 공공 기관장으로 임명되는 일은 최소한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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