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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우리 결혼했어요"?…이 언론들, 우리 삶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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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우리 결혼했어요"?…이 언론들, 우리 삶이 보인다!

[프레시안-부산 민언련 토론회] 진정한 대안언론이란…

언론협동조합 프레시안(이하 프레시안(협))이 주식회사 체제를 마감하고 협동조합으로 전환한 지 석 달 가까이 지났다. 그간 프레시안(협)은 창간 당시 가졌던 '한국 언론의 위기를 극복할 대안적 모델이 되겠다'는 초심으로 돌아가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협동조합 체제는 기존 프레시안의 지향점에 '독자의 참여가 보장되는 공공적 매체가 진정한 대안'이라는 새로운 목적을 더해줬다. 신문은 기자의 존재만으로 굴러가지 않는다. 신문이 만드는 콘텐츠에 귀를 기울여 줄 독자가 있어야 하고, 최소한의 생존을 위해 필요한 자원이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많은 독자가 이 신문에 지지와 비판을 함께 보내야만 공공의 이익에 복무하는 언론으로서 살아남을 수 있다. 프레시안이 협동조합 체제로 변신한 이유는 이들 목적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선지자가 없는 길을 걸어간다는 건 힘든 일이다. 독자와 기자가 함께 만드는 신문이라는, 생소한 체제를 안착시키기 위해 넘어야 할 고비가 많았다. 독자의 참여를 어떻게 이끌어낼 수 있느냐는 질문에 완벽한 답을 찾지 못했다. 형식적 참여의 틀만 보장한다고 진정한 공동 경영이 이뤄지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그간 프레시안(협)은 다양한 기구에 몸담은 관계자들과 만났으나, 뚜렷한 해답을 얻진 못했다. 지역에서 독자와 함께 오랜 시간 숨 쉬어 온 선배 언론을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지난 4일 오후 6시, 부산광역시 부산일보사 소강당에서 열린 심포지엄 '우리 지역의 미래, 튼튼한 대안언론이 밝힌다'는 신문이 왜 독자와 함께 발전해야 하는지, 독자의 진정한 참여는 어떤 방식으로 이뤄져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는 자리였다. 이날 심포지엄은 프레시안(협)과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이 공동 주최한 행사로, <프레시안>의 전홍기혜 편집국장과 <경남도민일보>의 김주완 편집국장, <옥천신문>의 정순영 편집국장이 발제자로 참여했다. 정희준 동아대 교수는 사회자로 참여했다.

ⓒ프레시안(이대희)

평범한 이웃의 이야기를 전한다

<경남도민일보>는 1999년, 5800여 명(지금은 6200여 명)의 도민주주가 만든 지역언론이다. '약한 자의 힘'이라는 사시를 바탕으로 '지역밀착보도/독자밀착보도/독자참여보도'를 중요한 보도 원칙으로 갖고 있다. 이 신문은 독자의 지면 참여 기회를 다양한 방식으로 열어뒀다.

기본적으로 지역에 거주하는 보통 사람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코너 3개가 운영된다. '독자와 톡톡'은 신문 독자 아무에게나 기자가 전화를 걸어 독자의 이야기를 싣는 코너다. 적잖은 주간지도 운영하는 코너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우리 이렇게 결혼했어요'는 매주 월요일 실리는 코너로, 독자가 자신의 결혼 스토리를 다른 이들에게 전한다. '동네사람'이라는 코너도 인기다. 평범한 우리 이웃의 소소한 이야기가 기사화돼, 지면으로 경남도 내 전역에 알려진다. 평범한 독자 한 사람의 부음기사가 상세한 내용으로 전해지기도 한다. 말 그대로 우리 이웃의 이야기가 중요한 신문 콘텐츠가 되는 셈이다.

파급력도 강하다. 저렴한 가격에 손님에게 음식을 더 주려는 '호호국수' 점주 송미영 씨의 이야기를 담은 기사는 온라인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급기야 누리꾼들이 송 씨의 가게에서 번개(급작스러운 모임)를 하는 일이 벌어졌고, 송 씨는 지역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서기까지 했다.

김주완 편집국장은 "의외로 우리의 이런 보도 태도에 지역 독자들이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다"며 "우리가 평범한 사람에 주목하는 이유는 '민중의 구체적인 삶 속에 우리 사회의 모순과 해결해야 할 과제가 숨어 있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말했다.

'안티조선운동'의 고장이자 굵직한 언론인을 낳은 지역 옥천에서 5만 군민을 상대로 하는 주간지 <옥천신문> 역시 지역의 삶을 다루고, 지역민의 이야기를 오랜 기간 실어왔다. 정순영 편집국장은 미리 배포한 발제문에서 "매주 금요일이면 <옥천신문>을 사기 위해 오전 9시가 되기 전부터 신문사 문이 열리기 기다리는 주민을 만난다"며 "기자들은 그 자리에서 신문을 펴드는 독자의 얼굴을 본다"고 했다.

기자와 독자가 자연스럽게 깊숙한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지역 이장님의 불평을 기반으로 생색내기용 일손 돕기의 실태를 고발하는 기사가 나오고, 그 기사 내용을 독자가 기자 바로 곁에서 지켜본 후 기자에게 때로 날선 비판을 하기도 한다.

갈수록 인구가 줄어드는 옥천에는 <교차로>와 같은 지역 소식지도 발행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옥천신문이 지역 소식지의 역할까지 한다. 주민들의 부동산 거래가 광고면에 소개되고, 어느 마을 누구의 이야기가 중요하게 보도된다. 5만여 명의 일상 하나하나가 모두 이 신문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셈이다.

정순영 편집국장은 "우리는 그저 지역의 움직임을 충실히 듣고, 보도할 뿐"이라며 "그게 바로 지역신문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대안언론은 없다, 대안적 실천이 있을 뿐

형식보다 중요한 건 내용이다. 신문이 독자와 함께 숨 쉬기 위해서는 겉으로 드러난 '제도'보다 정성이 필요하다.

<경남도민일보>는 지난 2003년 결성한 독자모임 행사를 제도화해 독자가 직·간접적으로 신문을 살찌우는데 기여하도록 했다. 1년에 한 번 개최하는 독자한마당 코너를 통해 독자와 기자의 거리를 좁히고, 일일주점 행사를 열어 그 수입금은 신문보내기 운동에 사용한다. 독자위원회가 활발히 운영되는 이유는 제도와 그 제도를 제대로 운영하고자 하는 의지가 잘 맞물려 돌아갔기 때문이다. 이런 노력이 독자참여지면의 증편을 고민하게 하고, 독자가 찍은 '셀카'로 1면 톱 기사를 만드는 결과를 낳게 했다. 올해 <경남도민일보>는 '맛있는 경남'이라는 새 코너를 기획했고, 이런 기획을 통해 지역민이 발 딛고 사는 땅의 이야기를 창조한다.

김주완 편집국장은 "우리는 '이웃과 이웃을 연결하는 소통망과 같은 신문'을 추구한다"며 "이를 통해 지역공동체를 구축하고, 이 공동체가 지역 민주주의를 활성화시키는 계기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옥천신문>도 마찬가지다. '옥천이 만난 사람'이라는 코너를 지역민을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풀뿌리 언론으로서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다 충실히 듣기 위해 고민한다. 이 같은 고민이 지역 거주민이 1만 명이나 줄어드는 와중에도 유료독자가 오히려 늘어나는 계기를 만들었다. 옥천군민의 약 10퍼센트가 <옥천신문>의 구독자다. 의미있는 유료부수를 내기 힘든 지경이 된 한국 언론 환경에 비춰보면, 놀라운 수치다. 정순영 편집국장은 "우리 기자들은 '신문'이라는 단어보다 '옥천'이라는 단어를 더 고민한다"며 "우리를 '대안'으로 부를 수 있다면, 신문 구독료로 직원들의 월급을 맞출 수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 기반은 독자와 기자의 거리가 없는, 이 신문 특유의 취재방식이었다.

▲<경남도민일보>가 보도한 지역민의 부음 기사. 평범한 이웃의 생애가 기사화됐다. 이들의 이야기를 중요한 콘텐츠로 다루면서 우리 이웃의 이야기가 만들어져 역사로 기록된다. ⓒ경남도민일보

독자와의 거리를 좁히면 대안이 보인다

프레시안은 체제를 변화시킴으로써 독자와의 거리를 급진적으로 줄이는 전략을 취했다. 그러나 독자는 물론 기자들도 이 줄어든 거리에 어떻게 소통의 가교를 놓아야 하는지는 구체적으로 고민하지 못했다.

전홍기혜 편집국장은 "사실 협동조합 전환 초기 적잖은 <프레시안> 구성원은 기존에 고마운 후원을 해주시던 분과 소비자 조합원이 큰 차이가 없으리라는 생각을 막연하게 한 것 같다"며 "그러나 이번 토론회에 참석해 다시금 큰 차이를 느꼈다. 조합 일을 '내 일'처럼 여겨주시는 조합원들을 믿고 열심히 따라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심포지엄은 <프레시안>이 지역에서 처음 연 행사다. 그러나 부산 뿐 아니라 서울에서, 포항에서, 창원에서 많은 조합원이 제 일처럼 행사장을 찾았다.

독자가 거주하는 지역에 더 밀착하라. 독자의 생활에 더 큰 관심을 기울여라. 신문의 대안은 여기에 있다는 점을 확인한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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