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회 초청 연구간담회
주제 : 1. 신문 및 방송제작의 현황과 문제
2. 광고 및 판매시장 질서의 문제
일시 : 1997년 4월 28일(월) 12시-13시 50분
장소 : 한국프레스센터 20층 동백실
초청인사 : 전 육 중앙일보 편집국장
▲ 정범모 : 그동안 여러 사람으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청취했다. 이제 한국 언론의 문제에 대해서 일선 편집국장의 이야기를 듣고자 자리를 마련했다.
▲ 전 육 : 편집국장 취임 3개월째다. 그전에 일본 총국장으로 3년간 있었다. 그 기간이 한국 언론을 떨어져 볼 수 있는 기간이었다. 일본 신문을 보면서 한국 언론이 갖고 있는 문제를 늘 생각했는데, 우선 일본 언론에 비해 밖에서 본 한국 언론의 두드러진 특징이자 문제점은 한국 언론이 너무 세다는 점이다. 한국 사회에서 언론기관은 준 권력기관화하는 현상마저 있다. 한국 사회를 이끌어가는 언론의 기능과 역할이 지금처럼 균형을 잃고 권력기관화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가졌다. 언론의 영향력이 공정보도를 통한 영향력이 아니라 언론의 임팩트를 가진 의도적 영향력이 많다고 생각한다. 한국 언론은 이와 같은 힘을 자랑하는 경향마저 있다. 이런 힘은 내부적으로는 언론 종사자들의 엘리트 의식을 잔뜩 부풀리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발상 내지 착각까지 하게 한다. 힘에 걸맞는 책임의식은 상당히 결여되어 있다는 것이 솔직한 느낌이다.
한국 신문이 갖는 임팩트는 날카로운 논리적 비판보다는 근거 없는 감정적 비난이 많다. 이른바 세계적 퀄리티 페이퍼와 비교해 볼 때 더욱 그러하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한국 언론이 후회하지 않고 반성하지 않으며 되풀이하는 오류는 취재 당사자의 인권과 반론권에 대단히 인색한 점이다. 뉴욕타임스, 니혼게이자이 신문의 영향력과 우리 언론의 힘은 다르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그런 신문들이 객관적 사실에 근거해서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신문으로 독자를 확보하는데 비해 한국 언론은 그런 점이 취약하다. 한국 언론의 힘은 이렇게 균형이 다소 결여된 엘리트 의식에서 비롯되고 있는데 비해 선진국의 퀼리티 페이퍼의 힘은 자신이 갖고 있는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는 권위에 대한 프라이드에서 나온다.
최근 신문사 밖에서 온통 신문사 욕하는 것을 많이 듣는다. 검찰과 언론이 가장 욕을 많이 먹는 직종이다. 이는 국민의 상식에 근거하지 않고 뭔가 비정상적 요소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식의 비난을 받는다는 것은 언론에 매우 위험한 조짐이라고 생각한다. 3공에서 지금까지 이른바 권력을 보면, 3공 때는 중앙정보부가 상식을 초월할 정도로 셌고, 5.6공을 통해서도 마찬가지였는데 그것이 쌓여 결국 문민정부에서 최소한의 직분과 힘을 상실하고 국민으로부터 버림받게 됐다. 오늘날 한국 신문의 위기 역시 그러하다. 위기의 원인과 문제점이 여러 가지 있는데 일선 제작 책임자로서 볼 때 검증되지 않는 주관에 입각해 기사를 특정한 방향으로 몰고 가는 것이 특히 문제이다. 한보사태, 김현철 문제에 있어서도 예외가 아니다. 다소 근거는 있지만 검증하려는 노력보다는 주관을 앞세운다. 모르는 독자한테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신문이 힘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언론 본래의 기능으로 볼 때는 온당치 못하다. 잘 모르는 독자한테는 오도의 책임을 면치 못한다.
우리 문화의 전통이나 해방 후 정치사의 굴곡에서 오는 여파인데, 프로 앤드 콘(pro and cons)이 있다는 것을 인정 안한다. 두 그룹에 대해 판단할 때 선악을 놓고 판단하는 경향이 강하다. 농경사회 가치관의 연속선상에서 판을 가른다. 자본주의를 존중하는 선진 언론은 선악의 기준이 아니라 득실을 따진다. 선진 언론일수록 그런 기준이 작용한다.
또다른 한국 언론의 약점은 너무 흥분을 잘하는 것이다. 책임지지 못하면서 먼저 흥분하는 냄비식 언론의 행태가 지나치다. 한국 언론이 이런 식의 약점을 해소하며 바뀌기 위해서는 한국 언론의 힘을 지나치게 과대평가하고 스스로 힘이 있다고 맹종하는 비뚤어진 엘리트 의식이 먼저 변해야 한다. 한국 언론은 이상한 편견이 많다. 감춰진 비밀을 폭로하는 것이 최선의 가치라고 생각하는 기간이 너무 길었다. 해방 이후 격동기의 상황을 생각하면 그런 식으로 언론이 존재한 것이 긍정적이긴 하지만 21세기 한국 언론은 국제사회 체제 안정기에서 보면 지금까지의 가치관이 수정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변해야 하나? 이제는 지식산업도 시장원리에 의해 움직여야 한다. 권위있는 고급신문은 성숙한 시민사회의 건전한 여론형성에 기여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런 의식을 근거로 중앙일보 편집국장의 입장에서 말하고자 한다. 중앙일보도 30년 넘는 세월동안 욕도 많이 먹고 칭찬도 들었다. 좋은 축적은 살리고 나쁜 것만 버리면서 바꾸고자 한다. 21세기가 초일류 신문이 되고자 한다. 꿈일지 희망일지 모르겠으나, 세계 정보시장에서 차지하는 한국의 위상도 높아질 것이고, 한국의 역할도 경쟁의 포인트도 국내용에서 국제사회로 나가야 할 때이다. 일본에서의 경험에 의하면 아사히나 니혼게이자이는 일본 사회문제를 다룰 때 로이터 AP와 같이 경쟁한다는 인식이 있었다. 우리도 빨리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초일류신문은 퀼리티 페이퍼를 의미한다. 한국에서 퀼리티 페이퍼의 개념은 희박하다.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퀄리티 페이퍼의 요체는 시대의 흐름을 앞서서 읽고 정확한 판단자료를 제공하는 능력이다. 신문의 영향력이 부수보다 질의 우수성에 의해 결정될 때가 올 것이다. 일본이나 미국은 그렇게 되고 있다. 요미우리가 발행부수 1등이지만 아사히나 니혼게이자이가 더 고급지다. 미국도 발행부수에서 뉴욕타임스나 워싱턴타임스를 USA투데이가 못 따라간다는 것을 알고 있다.
질 향상의 방법은 기자들이 빨리 고정관념을 버리고 세상의 변화에 신속하게 변화하는 유연한 사고를 가지는 것이다. 기자들도 사고의 유연성의 폭이 넓지 않다. 80년대 언론사에 입사한 친구는 무조건 반미, 반군부가 신념이고, 그 이후 세대는 좀 다른데, 시대의 열병이 기자들의 의식을 너무 지배해서 사고의 유연성을 잃고 있다. 이제는 신문이 이념성보다는 변화를 포착, 리드하는 능력에 의해 우열이 가려질 것이다. 반정부적인 것은 삐딱한 것을 키우고, 정부의 변명을 깔아뭉개는 식의 패턴은 존재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선진국일수록 주관보다는 객관, 이데올로기보다는 프래그머티즘이 언론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막상 편집국장을 해보니까 한국 사회가 주는 제약과 한계가 많다. 위에 있는 사람 신경 써야 하고, 정치권력도 신경 써야 하고, 내부적으로 운동권 의식을 벗어나지 못한 젊은 기자, 잡 트레이닝이 되지 못한 중견간부도 컨트롤해야 하는 등 어떤 포지션을 취해야 할 지 고민할 때가 많다. 그때 좌우명으로 삼는 것은 원로 언론인으로부터 들은 내용이다. 편집국장이 위를 향해 서 있으면 밑이 안보이고, 아래를 보고 있으면 앞이 안 보인다는 것을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 편집국장은 위, 아래, 앞을 다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권영성 : 우리 언론의 경우 편집권이 어느정도 독립성을 유지하고 있는가. 위로부터의 독립성, 외부나 밑으로부터 영향받지 않는 독자성을 어느정도 유지하고 있는가. 독립성 내지 독자성이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유지되지 못한다면 그것을 법의 차원에서 규제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윤리강력 차원에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 전 육 : 편집권 독립은 기준을 어디다 두는가의 문제이다. 편집권은 천부의 권리이고 누구도 간섭할 수 없는 신성한 것이라고 기준을 두게 되면 우리 현실은 편집권 독립이 됐다고 말하기 어렵다. 그걸 떠나서 어느 시대나 신문사 경영, 국가, 기자가 존재할 때 그 기능을 인정하는 바탕에서 말한다면 20-30년 전에 비해 편집권 독립은 괄목할 만한 신장을 이뤘다고 생각한다. 절대적으로 편집권 독립이 됐다고 말하기 어렵지만 상대적으로 많이 향상됐다. 편집권을 법의 차원에서 보장하기는 한국 현실에서 어렵다. 일본과 한국의 차이 중 가장 큰 것은 법을 지키는 자세가 천양지차인 점이다. 정해진 법을 철저히 지키는 사회가 일본이라면 만들 때 뿐 안 지키는 사회가 한국이다. 한국 사회에서 법으로 규제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어렵다. 윤리강령은 사실 외부에서 요구할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 진짜 지킬 수 있는 윤리강령이 만들어져야 한다.
▲ 김정기 : 중앙일보는 삼성의 영향 하에 있는데, 삼성의 이해에 관한 한 이익은 크게, 흠은 작게 나고 있다. 이것이 중앙일보의 특이한 문제만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이런 것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방안은 무엇인지.
▲ 전 육 : 현실적으로 편집국에서 회사의 이익을 위한 광고판매측의 요구를 쉽게 받아들이는가의 문제이다. 신문사도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신문의 큰 기조를 흔들지 않는 범위 내에서 수용한다. 국제면이 확보되어 있는데 8,000만원짜리 광고가 들어왔다고 하면 양보하기도 한다. 지방판에 어느 지역에 판촉해야 할 경우 그 지방 숙원사업일 경우 기사로 취급하면 판매에 도움이 되겠다 싶으면 그 경우도 들어준다. 언론의 독립성이나 양심과 관계없이 비즈니스로서 신문사를 고려해서 해주고 있고, 양심의 가책을 받거나 잘못하는 일로 생각하지 않고 하고 있다. 그 도가 지나치면 신문의 품위를 저해한다는 것은 동감한다. 어느 신문이 자기 신문의 사익을 위해 행하면, 독자 수준이 높아져서 설득력을 상식하고 오히려 화가 되어 돌아온다.
삼성그룹의 영향력 문제는 창립자가 삼성 오너이다. 자본주의가 조금씩 정착해가는 단계에서 재벌이나 돈 많은 사람에 의해 설립되었다는 것이 시류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옳게 보지 못한 면이 있을 수도 있다. 우리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 자유민주주의가 정책되어 있는 일본에서 보면 기업이 사회를 구성해서 이끌어가는 사회가 되면 먼 장래로 볼 때 문제가 안 된다. 어느 시기에 미움의 대상에 권력자, 재벌이 있었고 상식을 일탈한 점도 없지 않아 국민들 사이에 부정적 인식을 키워온 것도 사실이다.
요 근래 중앙일보 입장에서 삼성과의 관계는 원죄라고 생각한다. 좋게 태어났지만 결과적으로 그런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우리도 알고 있다.
몇년전과 비교하면 중앙일보가 유독 삼성이 잘한다고 쓴다고 해서 독자가 믿어주지 않는다. 삼성이 기업할 때 중앙일보 끼고 하면 덕본다는 식으로 세계와 경쟁하지 않는다. 중앙일보나 삼성이나 피차 그런 시대가 지나가고 있고,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룹으로부터 독립하는 방안이 진행 중이다. 앞으로 5년 정도 걸릴 것이다. 주식 이동 등 중앙일보와 삼성이 서로 덕을 보기보다 그렇지 않은 점이 많다는 것이 밝혀지면 서로 선을 그을 수밖에 없다.
▲ 최정호 : 중앙일보가 지향하는 이상적인 신문의 모습은 21세기 초일류신문이라고 했는데, 늦게 신문시장에 뛰어들어 불과 10년만에 4대지에 오른 것도 정상에의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21세기 초일류 신문 만들기 위해서 인내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그 이상으로 결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부수냐 질이냐 했을 때 질을 위해서 부수를 희생할 수도 있다는 결단이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절대 최고 부수의 신문이 아니다. 30만-50만부 발행수가 대부분이다. 중앙일보가 그런 권위지를 바란다면 우리 신문 판매양상에 혁명적 변화가 오리라 생각한다. 중앙일보 발행인도 전국장과 같은 질의 신문을 추구하겠다는 합의가 이루어졌는지 궁금하다.
▲ 전 육 : 우리의 경우 출판에서 블랙 이븐 포인트(black even point)가 5,000부인데, 일본에서는 7만부로 본다. 고급지 초일류 신문으로 가기 위해서는 신문만 먼저 간다고 되지 않는다. 독자층이 따라가야 한다. 필자를 구하다 보면 총론 전문가는 있는데 각론에서 전문가가 없다. 우리나라는 각론에 약하다. 독자층이 아직 형성되어 있지 않다. 인내가 필요하다는 것은 독자층을 넓히며 같이 가는 것을 의미한다. 신문도 최소한의 비즈니스다. 일본에서 고급지가 가능한 것은 니혼게이자이 광고에는 벤트나 고급주택이 들어간다. 라면광고 같은 것이 실리는 요미우리 광고와 다르다. 발행부수는 물론 적다. 21세기라는 기간을 설정한 것은 20세기 후반에 와서 사회변화 속도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기 때문에 우리도 고급을 선호해줄 수 있는 독자층이 커가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루아침에 결단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신문사나 독자가 인내를 가지고 같이 가야 한다.
▲ 최정호 : 우리나라의 경우 신문에 있어서 손익 분기점은 어느 정도인가?
▲ 전 육 : 고도의 경영기밀 사항이다. 편집국장은 그런 쪽 잘 모른다. 기자협회보 내용을 보면 작년 흑자 낸 신문이 몇 손가락 안이다. 전국 종합지의 경우 실유가부수가 150만부가 넘어야 한다. 지방지의 경우 부산일보가 흑자인데 실유가부수가 40만 부수는 돼야 흑자를 내는 것 같다.
▲ 박성용 : 한겨레신문은 어떻게 평가하나?
▲전 육 : 한겨레는 양심적으로 잘 만든다고 생각한다. 논조가 다른 것은 우리가 자극받지만 우리가 그런 쪽을 따라가기는 어렵다. 굳이 나누자면 한겨레는 진보, 왼쪽이고, 중앙일보는 가운데다. 왼쪽 신문이 필요하듯이 가운데도 필요한 것이다. 신문의 제작 프로 입장에서 볼 때 저임금, 저인력으로는 굉장히 잘 만드는 것이다. 이념적 동지의식으로 뭉쳐있기 때문이다. 그런 포션이 점점 소수화된다. 경영적 측면에서 어렵다. 한겨레는 늦더라도 정확한 기사를 쓴다.
▲ 이성춘 : 덧붙이자면 언론에서 처음에는 운동권이고 재야의 대변지라고 경계했지만 역시 민주사회, 폭을 넓혀가는 마당에 다양한 여론매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겨레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수는 적지만 그것을 찾는 사람이 뚜렷이 있는 것은 주장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한국처럼 혼돈이 연속되는 상황에서 후련하게 해주는 기능을 한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균형 감각이 결여되어 있다. 한겨레는 생존을 위해 노선이나 색채를 분명히 하고 있다. 초창기보다 한겨레 인식이 안 좋지만 고생 많이 하고 있고 요즘은 쓰러져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언론계에 많다.
▲ 최정호 : 세계적 초일류 신문 지향과 관련해서, 그것에 대한 규범적 개념보다는 경험적 데이터들이 있다. 초일류 권위지는 절대 부수 면에서 많지 않다. 부수는 적더라도 광고 단가가 높아서 영업 면에서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 부수를 무작정 확장하지 않더라도 사회 엘리트가 보는 신문이어야 한다. 면수가 많은 것이 절대 권위지가 아니다. 유럽 권위지는 불과 10여 페이지짜리도 많다. 우리는 언론 탄압이 심했던 12페이지가 48면으로 증면해서 양적 증가가 질의 저하를 가져왔다. 면수가 는 만큼 변화하는 세계에 대한 정보 제공이 늘기보다는 저질 잡지처럼 스포츠면이 많이 늘고 연예 오락, 관광면이 많이 늘었다. 중앙일보가 진정 세계 초일류의 권위지를 지향한다면 지금의 면수를 유지해야 하는지 아니면 무리하면서 증면 경쟁을 유지해야 하는지 묻고 싶다.
▲ 전 육 : 좋은 지적이다. 한국 언론계가 가장 해결하지 못하며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는 점이다. 탄압받던 5.6공 때 기사가, 엘리트 기자들이 정성껏 만들어낸 문장이나 안목이 지금보다 나았다. 신문의 양적 폭증은 문제다. 일본은 조․석간 합쳐 48면이다. 니혼게이자이 기자가 1,200명, 아사히는 1,500명이다. 우리는 중앙일보가 중앙경제와 통폐합해서 400명, 다른 신문은 200-300명으로 중앙일보가 다른 경쟁 신문보다 100명 정도 많다. 그러나 일본에 비해서는 형편없다. 3분의 1의 인원으로 같은 지면을 만드는 것이다.
한국 신문의 가장 큰 병폐는 일본 신문기자는 10을 쓰기 위해 100을 취재하는데 한국 기자는 10을 취재해서 100을 쓴다. 질 관리가 안 된다. 부끄럽고 심각한 문제다. 대학을 갓 졸업한 기자가 바이 라인으로 뭐라고 써도 위에서 체크를 못한다. 한국에 무슨 뉴스가 그렇게 많다고, 판매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안 써도 되고, 알아서 득도 안 되는 기사를 많이 만들어내는 수준이 위험수위에 도달했다. 누군가가 고리를 깨야 하는데, 그것을 못 깨고 있다. 밖에서 언론이 욕먹는 이유 중의 하나는 힘 있는 체하는 것과 형편없는 것 만들면서 대단한 것 하는 체하는 것이다. 구조적으로 한국의 신문은 질 높은 기사가 나오기 어렵게 되어 있다.
▲ 최정호 : 언론매체, 신문․ 방송은 사람이 만드는데 언론인을 어떻게 선발하고 교육, 재교육하는가. 중앙일보 나름대로 충원과 교육에 대한 복안이 있는가?
▲ 전 육 : 한국 언론계 누구에게 묻더라도 시비 안 될 정도로 오너 사장이 오면서 3년째 중앙이 압도적으로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 회사 돈으로 밖에서 연수중인 기자가 10여명, 전체 30여명이 해외연수 중이다. 자체 재교육에도 돈을 많이 쓴다. 내가 일본 총국장으로 간 것도 그렇다. 중앙일보는 동경 특파원이 3명인데, 국장급 총국장 1명과 특파원 3명으로 증원했다. 일본에서 뉴스가 많아서라기보다는 일본을 아는 인력을 늘리기 위함이었다. 거기 있는 동안 2억을 썼다. 사장이 갈 무렵부터 차기 국장이니까 가서 일본 신문 보고 오라는 내밀한 지시를 했다. 이런 것도 투자다.
▲ 최정호 : 언론사 대우가 너무 좋아서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중앙일보 수습기자 때면 초봉이 어느 정도인가?
▲ 문정극: 잘못 알려졌다. 하후상박이다. 90-100 정도이다.
▲ 전 육 : 우리의 대우가 지나치게 좋은 것은 사실이다. 대우 좋고 힘이 있다고 해서 좋은 사람들이 몰린다.
▲ 최정호 : 어느 시험에나 붙을 수 있는 시험 도사들이 우연히 언론사가 대우 좋다니까 그리로 몰린 것이다. 그러다보니까 언론인으로서의 모티베이션이 약하다. 요즘 기자들이 거짓말 기사, 창작 기사를 많이 쓰고, 아닌 얘기를 신문에 쓴다. 신문사 대우가 너무 좋은 것이 좋은 신문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 정범모 : 부수과다, 면수과다가 고민이라고 했는데, 대안이 있다면 무엇인가?
▲ 전 육 : 시장경제원리에 의해 망하는 신문이 많이 나와야 한다. 장사도 안 되고 수입도 없는데 망하는 신문이 안 나온다는 것은 엉뚱한 짓 하고 다닌다는 얘기가 된다. 박테리아도 공기 먼지만 먹고 사는 경우도 있다. 자양분이 아닌 것을 먹고 사는 언론은 망해야 한다.
한국은 그동안 광고단가가 너무 높아서 상대적으로 신문 값이 너무 쌌다. 실제 광고효과에 비해 광고료가 비쌌다. 지금부터는 광고주나 기업 쪽에서 언론에 대등한 관계에서 요구하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 편집 쪽에서는 엉터리 기사를 써서 손배로 망하고 구속되는 기자가 나와야 한다.
▲ 박성용 : 공정거래법으로 해야 한다.
▲ 전 육 : 이제는 시장경제에 입각한 정상적 경쟁이 이뤄져야 한다. 내부적으로는 원시적 경쟁, 이상한 담합을 하고 있는데 하루 속히 깨져야 한다.
▲ 김정기 : 일본 기자 클럽의 경우 옛날과 달리 상당히 개선하고 있다고 들었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구태의연하다. 촌지의 제도적 수수는 달라졌다. 일본 기자클럽에서 개선된 점은 무엇인가?
▲ 전 육 : 우리 기자클럽이 일본 것을 모방한 것인데, 일본도 아직 폐쇄적이다. 요 근래 많이 개방됐는데 아직 우리 청와대 출입기자는 개방이 안됐다. 기사의 양이나 취재 영역으로 볼 때 한 사에 3-4명 나가야 하는데 엄격한 신원조회를 요구하며 1사 1인만 인정하고 정치부에서 나간다. 정치부 시니어가 돼야 나가고, 그들의 취재방식은 정치 오리엔트된 것이다. 그런데 실제 정치부 기자 하나가 나가 경제수석 등 진짜 필요한 것을 취재하기 어렵다. 정치부만 너무 과잉 취급한다. 영역이 개방되어야 균형된 취재가 가능하다. 부패문제는 한국 사회가 해방 후 지금까지 부패의 고리 속에서 성장해왔기 때문에 아직도 곳곳에 있고, 조금씩 나아지고 있기 때문에 언론계도 옛날 기준으로 볼 때 많이 나아졌다. 한보가 정계, 관계, 학계, 언론계(40명) 해서 300명 정도 관리대상으로 삼았다는 말이 있다.
▲ 최정호 : 일본은 10을 쓰기 위해 100을 취재한다고 했는데, 심한 곳이 방송이다. 방송 제작에 참여해 봤는데, 1,000분을 찍어 100분을 만든다.
▲ 정범모 : 변화하려면 변화 에이전트가 있어야 한다. 교육계가 될지 모르는데, 언론을 바꾸는 데 관건적인 요소, 직책, 중요한 체인지 에이전트가 있다면, 누구인가. 시민단체가 떠들면 되는지, 키 퍼슨이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 전 육 : 신문 제작하는 데 힘 있고 영향력 많이 가진 사람부터 변하는 것이 중요하다. 첫째 유수 일간지가 모두 오너 시스템이니까 오너 시스템이 어떤 퍼스펙티브를 갖고 있는가가 중요하다. 그 밑에서 제작을 책임지는 자리로서 편집국장, 주필이 중요하며, 일선 제작 핵심부장인 즉 정치, 경제, 사회 부장이 중요하다.
▲ 정범모 : 신문사 내부에 압력을 넣을 수 있는 에이전트는 누구인가?
▲ 전 육 : 독자이다. 독자는 불특정 다수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시민단체가 잘못 압력을 넣으면 역효과가 난다. 시민단체로는 어렵다. 어느 의미에서 국민이 공권력을 신뢰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권력이 제대로 자리 잡지 않으면 민간이 한다는 것은 한계가 있다. 결국 법을 지켜야 한다.
▲ 최정호 : 한국 언론 개선방안으로 얘기한 광고단가가 비싸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포인트다. 앞으로 신문 개혁을 위해 중요한 인스트루먼트가 될 듯하다. 광고단가를 내리지 못하더라도 광고주 협회가 더 이상 올리지 못하게 하고, 구독료 낮은 것은 신문사가 하면 된다. 오너, 발행인, 언론노조, 광고주협회, 독자 등이 에이전트가 될 수 있다. 80년대 말 시청료 거부 운동은 시민단체의 힘이었다. KBS에 큰 압력을 넣었다.
▲ 전 육 : 독자들이 안 사보면 결국 그 신문은 망한다. 니혼게이자이가 제일 비싸고, 아사히와 요미우리가 같고, 산케이는 값이 싸다.
▲ 이상옥 : 노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 전 육 : 신문사 노조는 독재권력 밑에서 언론투쟁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인데, 인사권 개입이 문제다. 회사 경영진에서 편집국장을 임명하려면 노조원의 임명 동의를 거쳐야 한다. 사실은 명백한 노조 업무 위반이다. 내부에서 개인이 혼자 맞서면 어렵기 때문에 한 것인데 환경이 바뀌어도 계속되고 있다. 일본도 노조가 있는데 임투 중심이지 경영에는 관여 안한다.
▲ 최창봉 : 일본 방송과 비교해서 말해 달라.
▲ 전 육 : 방송에 문외한이다. 일본에서 방송은 공영방송의 역할에 대한 확신이 방송사와 국민 사이에 강하다. 일본에서는 큰 뉴스가 터지면 NHK를 본다. NHK는 90% 틀림없어도 나머지가 확인 안 되면 안 쓴다. 뉴스의 신뢰성 때문에 기자의 리포트가 없고 아나운서가 읽는 것이 많다. 뉴스에 관한 한 NHK는 일본 국민으로부터 전폭적 신뢰를 받는다. 국민의 교양 다큐, 토론도 공영방송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고, 드라마도 NHK 대하드라마는 일본 국민에 대한 역사 교육장 역할을 한다. 현재 일본인에게 필요한 사항, 대외지향적 인물을 등장시킨다. 히데요시를 작년 1년 했는데, 일본 거품이 깨진 후 국민에게 꿈을 주는 차원에서 나라를 생각하고 한 것이다. 반대로 상업방송은 철저히 돈벌이 위주로 유치하게 벗기고 한다. 우리 방송이 그것을 그대로 베낀다.
▲ 김정기 : 중앙일보에 사시는 있는가. 어느 근거로 중간이라고 하는지...
▲ 전 육 : 일본 신문은 니혼게이자이를 가운데 놓고, 제일 오른쪽에 산케이, 그 다음에 요미우리, 제일 왼쪽에 아사히, 그 다음에 마이니치다. 이렇게 보는 데 일본 언론인들이 모두 동의한다. 냉전붕괴 이후 일본 저널리스트 만나 얘기할 때 누구나 상식화되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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