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초청 연구간담회
주제 : 대변인/홍보담당자 시각에서 본 한국 언론의 문제와 제언
일시 : 1997년 3월 8일(토) 12시-13시 50분
장소 : 한국프레스센터 20층 무궁화실
초청인사 : 김철(신한국당 대변인), 심인(전국경제인연합회 홍보이사), 안택수(자유민주연합 대변인), 정동영 (새정치국민회의 대변인)
▲ 정범모 : 언론에 대한 각계각층의 허심탄회한 논의와 제언을 듣고 싶어 이러한 간담회를 갖게 되었다. 중심 문제는 한국 언론의 현안 분석과 개선방안 모색이다. 이를 전제로 시민의 입장에서나 정당대변인 혹은 기업대변인, 홍보담당자 입장에서 느끼는 고민이나 제언을 말씀해 주기 바란다.
▲ 심인: 언론에 몸담은 적도, 공부한 적도 없다. 다만 정주영 회장 때 홍보실장을 했고, 2년전 최종현 회장 땐 YS비판 발언이 물의를 빚으면서 다시 관계하게 됐다. 현재 정부가 들어선 후 기업과 언론과의 관계가 바뀌었다. 우선 가십이 없어졌다. 각 신문마다 일주일에 2-3번 기업에 대한 가십이 있었고, 이를 막기 위해 엄청난 인원과 경비가 들어갔다. 오너들은 본인의 사생활과 관련된 언행과 가십이 나올 때는 가차 없이 책임을 묻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었다.
그런데 새 정부 출범 후 이를 없애겠다고 해서 큰 짐을 덜게 된 것이다. 그리고 신문 지면과 TV 채널이 늘어나면서 각 신문이 기업을 정보 공급자로 예우해 주기 시작했다. 기업에서 정보를 제공해 주어야만 신문이 존재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기업관련 보도를 종래에는 자의적, 감정적으로만 쓰던 것을 지금은 많은 지면을 채우기 위해 정보공급자들의 요구가 반영되도록 쓰고 있다.
또 하나 주목할 사실은 정부가 가진 것(자금, 재벌 규제 등)이 없기 때문에 정부에서 나오는 기사는 일반 국민들이 별로 관심을 안두고, 기업에서 나온 기사가 국민들의 실생활과 관련되기 때문에 신문의 관심이 완전히 기업 쪽으로 바뀌었다. 과거에는 올챙이 기자가 나와 말을 험하게 하면서 위세를 부렸는데 지금은 부장, 차장들이 나온다. 따라서 이제는 여유가 생겨 기업에서 2가지 방향으로 홍보를 하고 있다.
하나는 해외 홍보로의 방향전환이다. 영상을 통한 방향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산업영화를 통해 세계적으로 홍보하자는 의도다. 둘째는 대국민 홍보다. 지금과 같은 반기업적 사고가 존재하는 한 우리는 선진국 진입이 어렵다.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인정해주는 것이 자유주의임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에 대해서 이렇게 반감을 갖는 것은 선진국 진입을 어렵게 만든다. 따라서 언론을 통해서가 아니라 국민에게 직접 홍보해야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 정동영 : 대변인이라고 하지만 역할도 잘 모르고 정치도 잘 모른다. 언론인 출신으로 야당 대변인을 맡아 11개월째인데 2가지를 느낀다. 하나는 자부심이다. 전문가는 못되지만 제너럴리스트로서 다양한 상황에 대해 편벽감을 갖지 않는 것이 언론에서 배운 것이었는데, 대변인 역할도 그 상식을 생각하며 한다. 대변인이 미디어를 상대하는 창구이기 때문에 언론인 경험이 도움이 된다.
또 하나는 자괴심을 느낀다. 최근 정치에 대한 광범위한 불신, 정치혐오에 일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다. 개인적으로는 대변인 무용론 찬성론자이다. 대변인 역할을 정리해 보면 비상시 야당은 총재와 대변인만 있으면 된다는 말이 설명해준다. 실무적으로는 언론을 상대하면서 당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개진해서 이슈를 유리한 쪽으로 만드는 것이다.
예컨대 한보 관심이 시들어졌을 때 어떻게 하면 불씨를 꺼뜨리지 않을까 하는 차원에서 논평이나 성명을 생산한다. 또 하나는 당 또는 총재에 비우호적이거나 부정적인 기사에 대해 해명하거나 설득하거나 인간적 관계를 가지는 역할을 한다. 기자 입장에서 보면 기자 취재를 도와준다. 취재는 기자들이 해야 하지만 일상 속에서 대변인이 취재해서 가져다주는 것이 많다. 각종 회의에 대변인이 들어가서 기록한 후 기자들에게 가져다주는 식이다.
야당 대변인으로서 언론에 대해 느끼는 것은 언론이 지나치게 양비론적이라는 것이다. 97년 대통령 기자회견 이후 나아졌다. 그전까지는 언론이 시시비비를 가리는 언론의 본질을 행하지 못했다. 또 하나 고통스럽게 느낀 것은 정치기사에 동원되는 언어가 권력투쟁에 집중되어 전투적이라는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정치혐오를 부추기는 보도가 주를 이룬다. 언론이 정치를 바라보는 시각이 정치는 당파적, 이중적, 위선적, 수준 이하라는 인식에서 출발하고 있다. 정치 초년병으로서 볼 때 299명 국회의원이 모두 부지런하다(반드시 좋은 쪽으로만 그런 것은 아니지만).
야당 입장에서는 언론에 대한 피해의식이 있다. 특히 방송 통신 매체에 대해 그렇다. 오늘 내각제 보도가 동아일보 톱으로 났다. 내가 그것을 부인했는데 그걸 부인한 것은 안 나고 신한국당 반박 보도만 나갔다. 과거 1996년 봄 보라매공원 연설 때도 풀샷이 1초도 안나갔다. 한보 이후 언론이 야당에 흠집을 낸다는 피해의식에서 조금 풀려났다.
언론의 탐사보도(investigative reporting) 기능이 절실하다. 증거를 찾고 몸체의 실체를 찾아 증명해야 한다. 기본적으로는 검찰이 수사권을 가지고 할 일이지만 언론도 부정행위를 파헤치는 데 총력을 다해야 한다. 91년 수서 때 검찰 내부 제보자로부터 정보가 나왔는데, 야당이 이를 근거로 증거를 제시해도 정부나 여당이 부인하면 더 이상 파헤치지 않고 그것을 그대로 보도한다. 파고드는 추적탐사보도를 해야 한다.
언론은 야당이 정치투쟁만 하지 대안이 없다고 많이 공격하는데. 실제 언론이 관심을 갖는 것은 부정적 측면(뉴스성이 강하기 때문에)이지만. 야당이 정책을 내놓고 성명을 내도 기사 1단에도 들어가기가 힘들다. 야당이 문제를 제기했을 때 언론이 뒷받침해주면 논점 형성이 될 텐데, 여당이 반대하면 소용없다고 생각하는지 안 한다.
끝으로 정확성 결여이다. 우리 언론의 최대 문제의 핵심은 부정확한 기사가 너무 많고 그로 인한 피해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오늘 아침 15대 국회에서 내각제한다고 DJ가 JP에게 전달했다는 것이 지금 시점에서는 사실이 아닌데도, 그것이 신문에 나갔기 때문에 기정사실화된다.
▲ 안택수 : 금년이 대통령 선거해이기 때문에 언론의 사명과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 언론의 총체적 문제와 대변인으로서 겪는 출입기자 사회의 문제, 이 2가지를 말하겠다.
김영삼 대통령이 4년전 대선 출마 때부터 우리 언론은 여당 후보의 홍보 도구로 전락했다. 언론사가 자발적으로 지지 홍보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언론의 자주성, 독자성과 같은 언론가치보다는 부화뇌동한 결과이다. 언론사 내의 정치기사 관련 상층부 기자들과 인사들의 소위 김영삼 언론 장학생화로 인해 언론이 부패했다.
그로 인해 김영삼씨가 무난히 대통령이 됐지만 그 여파로 작년 말까지 우리 언론은 김영삼씨의 배가본드에 불과했다. 그것이 신기하게도 금년 초부터 이상한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서서히 비판하기 시작했는데 그 비판의 강도는 약한 편이다. 금년에 와서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데 정권 말의 자연적 현상이고, 또 언론이 김영삼씨에게 기대했던 것이 오지 않는 데 대한 반발심도 작용한 것으로 안다. 금년부터 여당 비판 기사가 고개를 들고 있는데 그 수준은 매우 낮다.
결과적으로 지난 4년간 언론이 정권의 일방적 홍보지로 전락하였으므로 여러 방면에서 당면하고 있는 국가적 위기의 책임을 언론이 져야 한다. 그때그때 정론지로서의 역할을 했다면 이 지경은 안 되었을 것이다. 언론이 편집과 보도의 자세를 정립해주는 것이 시급하다. 이 나라가 이런 위기를 더 이상 지속해서는 안 된다.
대변인으로서 느끼는 것은, 한국일보 기자 출신이고 17년 이상 기자생활 했는데, 요즘 기자들은 취재를 열심히 안한다는 점이다. 옛날에는 국회 상임위가 있으면 밤에 기사가 판갈이 때마다 바꾸어 들어갔는데 요즘은 새벽 5시에 기사 마감해도 귀찮아서 중요한 기사 내용을 바꾸지 않는다. 매너리즘인지 편의주의인지 이해가 안 간다.
기사를 보면 요즘 기자들은 재미있게 쓰는 기사에만 관심이 많고, 구시대적 기사로 쓰면 3줄 쓸 것을 요즘은 만화적 표현을 써서 문장을 2배 이상으로 늘린다. 기사가 이런 식으로 가기 시작하면 사실을 전달하는 보도 기능이 변질된다는 우려를 금할 길이 없다.
셋째로는 젊은 기자들이 정치권 전체의 흐름을 보지 못한다. 전체 숲을 보지 못한다. 일선 기자가 그런 시각으로 써도 데스크에서 선배 기자들이 다 봐주는데도 잘 안 되고 있다.
요즘 언론의 좋은 점은 과거 우리 시대와 달리 매너가 좋아졌다는 점이다. 예의 바르고 말하는 태도 등이 옛날과 다르다. 구시대 기자 사회에서 볼 수 있던 촌지나 향응 제공은 거의 없다. 그 점은 대단히 좋아졌다. 아직도 일부 지방지 기자, 연령 높은 층의 기자는 옛날 모습이 남아 있기는 하다.
마지막으로 기자가 게으르다 보니까 적당히 추측 기사를 써서 오보가 적지 않다. 결론적으로 언론 전체에 대한 주문은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키는 정론지로서의 위상을 지키는 것, 독자를 위해 풀 서비스하는 체제로 돌아가서 국회에서 야간에 일어나는 신선한 기사를 독자에게 제공하는 것, 일부 권력과 유착되어 있는 언론계 인사는 자기 정화에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 김 철 : 27년간 언론사에 있다가 94년 청와대로 간 뒤 다시 이 자리에 왔는데, 여당 대변인 입장에서 보면 억울한 기사가 참 많다. 정부에 있을 때 여자와 언론과는 싸우지 말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었다. 야당의 주장은 크게 보도되고, 여당의 주장은 그 반대다. 정확한지 모르지만 정부 여당 입장에서 보면 언론사 노조가 강해져 지면이나 영상에서 손해본다는 의견도 있다.
요즘 기자들을 사실 확인을 잘 안한다. 취재를 철저히 안한다. 예를 들면 지난번 김현철이 애틀랜타에서 정태수 아들과 같은 호텔에서 지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출입국 관리소에 가서 확인해보면 다 아는데 기자들이 그것을 안했다. 김현철 쪽에서 반증했는데도 신문들이 확인을 안 하고 양쪽 주장을 다 썼다. 옛날에 일어난 큰 사건이 있으면 기자들이 직접 확인해보면 될 것을 그것을 안 하고 뭐냐고 물어본다. 기자들이 조사부에 가서 알아볼 생각은 안하고 맨날 물어본다.
정치 기사를 중계 방송하듯이 하는 것도 문제이다. 하루종일 스케치형으로 보도하는 것이 국민이나 정치에 도움이 될는지‥‥ 정책 기사에 관심을 많이 가졌으면 좋은데 가십성 기사에 지금도 관심이 많다. 전두환 정권 때는 석간이 큰 기사를 많이 썼다. 전정권은 결정을 빨리 해주었기 때문에 그것이 가능했다. 반대로 노정권 때는 밤새 의논해서 뜸들여 결정하기 때문에 조간들이 큰 기사를 많이 썼다. 기자들이 연출가와 평론가를 겸하는 경향이 있는 것도 문제다. 기자들이 대권 주자의 프로필을 들쑤셔 멋대로 쓰고 난도질한다.
또 하나 인문지식이 매우 부족하다. 입시제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경악할 정도이다. 상식적으로 알아야 할 것을 모른다. 특정 세대는 한문을 너무 모른다. 언젠가는 내가 낸 성명의 요점이 둘째 줄에 있었는데 그게 보도가 안돼서 물어보니 거기에 한문이 있어서 아예 빼고 불렀다는 것이다.
요즘은 2-3개의 신문을 빼고 가십이 없다. 스트레이트 기사의 특징이 표정이 없다는 것인데, 가십의 폐해는 있지만 스트레이트 기사에 표정이 없는 상태에서 가십마저 없어지니까 그것도 문제다
과거 지면이 적을 때는 어디서 기사가 절단될지 모르니까 리드가 과격해지는 경향이 있었는데, 습관 때문인지 지금도 제목이 왜곡되는 경우가 많다. 조간인 경우 전날 4-5시에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전산화 이후 기사 바꾸는 것이 더 빨라져야 할 텐데 오히려 고정되어 저녁 몇시 이후 상황은 전혀 보도되지 않고 있다.
신문사 위계질서상 컴퓨터를 제일 못 다루는 것이 편집국장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전화해보면 과거에는 부장이 무슨 기사를 넘겼다는 것을 다 파악하고 있었는데 요즘은 그렇지 못하다.
▲ 김정기 : 92년 대선 과정에서 나온 현상이고 이유도 짐작하겠는데. 각 당 출입기자들이 어떤 당을 출입하다 보면 그 당을 선호하게 되는데. 지지도 몇 % 등의 보도는 유착관계로만 보기는 어려운 면도 있다. 대변인 입장에서 볼 때 그런 보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김 철 : 이제는 정당이 자체 조사해봤자 효과가 없다. 오히려 좋지 않은 것이 나오면 발표를 안 한다. 투표율이 지나치게 낮을 때는 예측이 어렵다.
▲ 박권상 : 정치하는 데 돈이 많이 필요할 텐데 어느 정도나 필요하고, 돈을 주면 효과는 어떤가?
▲ 김 철 : 촌지는 제도적으로는 없어졌다. 300명이 우리 당에 출입하고 있는데 그 많은 사람에게 촌지 주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기자들과 대화는 해야 하기 때문에 점심, 저녁, 술 등은 한다. 출장 가고, 외국 갈 때는 당이 부담해준다 이론상으로는 그래서는 안 되는데 실제로는 그렇게 밖에 안 된다.
▲ 정동영 : 지방 행사 때 총재가 움직이면 걱정이다. 예산은 없는데 기자는 많고, 공식적으로 칠판에 게시해서 항공료를 징수하기도 하는데 57명 중 40명은 안낸다. 그래서 중앙지 1진, 말진, 지방지, TV 등 4집단으로 나누어 재력 있는 국회의원을 동원해 그룹별로 맡긴다.
▲ 정범모: 외국의 경우는 어떤가?
▲ 박권상 : 그런 것 없다. 비행기 삯을 다 지불해야 한다. 우리는 고약한 관습이다. 신문사가 월급 많이 주는데 촌지는 또 다른 언론통제의 수단이다.
▲ 김 철 : 옛날보다 깨끗해졌지만 지방 출장 때는 좀 어렵다.
▲ 박권상 ; 신문사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출입처도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 최정호 : 대통령 해외 출장의 경우 비행기 값이나 숙박비는?
▲ 대변인 모두 : 청와대에서 모두 부담한다.
▲ 김 철 : 미국에 있을 때 79년 선거에서 케네디가 전용기 식사 값을 받았다는 기사가 난 적이 있다.
▲ 정동영 : 87년 선거에서는 취재 기자 매수행위가 있었다. 여당 출입기자가 출장갔을 때 1천만원을 받았다.
▲ 김 철 : 87년 선거 때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은 후문으로 나도 들었다.
▲ 박권상 : 97년 1월 기자회견 때 보니 기자들이 중요한 이슈를 질문 안한다. 대통령이 잘못 인식한 사실에 대해서도 지적을 안했다. 사전 각본에 입각해서 하다 보니 YS가 언론 컨트롤의 앞장에 있다. 노동법 날치기도 언론에서 아무 비판도 없었다. 대통령 자체도 인식이 없다. 언론이 좀더 일찍 지적해주었으면 이렇게는 안 되었을 것이다. 지난번 한약업소 분쟁 보도도 그랬다. 언론이 제구실을 못하니까 이런 일이 생긴다.
▲ 김 철 : 신문이 워낙 많다 보니까 기사를 새겨 쓰지 않고, 들은 대로 쓴다. 정제된 기사가 아닌데 상호간 공포심 때문에 듣자마자 쓴다. 그러다 보니까 쓸데없는 기사의 양산이 이루어진다. 과거에는 출입처에서 회사 구별 없이 선배가 들어오면 자리 내주는데 지금은 젊은 기자들이 장유유서에 대한 개념이 달라지고. 그것을 지키다보면 자기 취재가 안 되니까 그렇게 안하는 것 같다.
▲ 안택수 : 작년 12월 26일 국회 날치기 사건은 국회의 존립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큰 사건이었다. 자기들끼리 모여 야당이나 기자한테 연락도 안하고 방망이 치고 합법적으로 했다는 것인데, 과거의 날치기는 그래도 합법적인데, 이번은 완전 불법이다. 이번 경우로 볼 때 우리 언론은 죽었다고 할 수 있다. 그날 새벽에 11개 불법 날치기를 했다. 이번에 다시 논의된 노동법을 여당은 개정, 야당은 재심의라고 했는데, 언론보도는 취재권을 박탈당하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개정이라고 쓰고 있다.
▲ 정동영 : 분명 날치기인데 계속 기습변칙이라고만 썼다.
▲ 김 철 : 새벽에 그런 식으로 처리하는 것을 잘했다고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봉쇄당하는 상항이 오래 계속되니까, 지도부가 방법이 없다고 느끼는 데서 그런 문제가 발생했다. 야당이 의장을 둘러싸고 있는데 그것을 카메라가 계속 잡고 있으니까 다칠까봐 빼낼 방도가 없었다. 매번 일어나는 이런 문제에 대해 국민과 언론이 판별을 해주었으면 좋겠다.
▲ 권영성 : 그 문제에 대해 여당도 야당도 합리적으로 해결할 기회가 있었는데 여당이 놓친 것이다. 의장이 감금되었다고 했는데, 김수한 의장이 경호권을 발동하든 야당이 감금해서 의장 못하겠다고 사의 표명하면 어쩔 수 없이 여야가 절충을 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여야가 서로 상처를 안 입는다. 의장이 자격 없는 것이다.
▲ 정범모 : 대기업 홍보실장들을 같이 모시려고 했는데, 어제까지 온다고 한 사람이 갑자기 안온다고 해서 담합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기업 입장에서 언론을 꺼린다면 어떤 문제에 꺼리는가?
▲ 심 인 : 회의석상에서 언론문제를 거론하면 상당한 피해를 입는다. 어느 기업 회장이 CBS를 언급했다가 당장 박살이 났다. 기업은 그런 피해의식 때문에 가능하면 언론에 대해 안 나선다.
▲ 박권상 : 전반적으로 반기업적 사회분위기가 있다고 하지만, 자본주의 정치문화 속에서 재벌의 부정적 측면을 견제할 장치가 있어야 한다. 지금 보면 대기업 관련 기사가 1판에 나간 뒤 2-3판에서 다 없어지고, 없어진 기사를 광고로 때우는 식이다. 반기업적 정서는 기업 소유 운영자들이 자초한 결과이다. 성수대교 책임 소재를 묻는 언론이 하나도 없다. 그것은 대기업이 얼마나 언론 컨트롤을 잘하고 있는가의 반증이다.
▲ 이세중 : 일선 기자의 말을 들어보면 신문사 내에서 기업관련 기사를 쓰면 데스크나 경영주 쪽에서 광고주 압력을 받고 기사를 막거나 다른 방향으로 쓰도록 한다고 들었다. 그런 것을 보면 기업이 일방적으로 신문에 매도당한다고 볼 수는 없지 않은가?
▲ 심 인 : 기업이 정보도 주고 광고도 주면서 매도당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서 요즘은 광고를 이용하자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 정범모 : 그렇다면 이와 같은 문제들을 어떻게 했으면 좋을지, 이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 말씀해 주기 바란다.
▲ 안택수 : 내가 65년 1월 언론사에 입사했는데, 언론사가 이틀이나 사흘, 오전 오후 4시간씩 교육시키고 바로 부려먹기 바빴다. 사내 교육을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 기자들의 인격, 사회성, 능력, 사회를 보는 시각이 다 다르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사내 교육과 훈련을 통해 선배 기자들이 안내해 주어야 한다.
그런 것을 통해 언론인으로서의 사명감 또는 취재 방법, 언론자유의 개념, 언론과 권력과의 바람직한 관계 등 기자로서의 소양을 키워주는 교육을 철저히 해야 한다.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재교육시키는 장치도 있어야 한다. 언론사의 경쟁력이 높기 때문에 지금 기자들은 옛날 기자보다 지적 수준이 높다고 보는데 실제 일하는 것을 보면 우리보다 못한 것 같은 생각이 든다.
▲ 최정호 : 정당 대변인 제도의 필요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 안택수 : 정 대변인과 달리 대변인 기능을 제한, 축소시키되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대변인 일이 너무 많다. 모든 회의에 참석해야 하고, 타당의 공격을 막아야 하고. 연합통신에 신경 써야 하는 등 잠을 못잘 정도로 혹사당한다. 최소한 남 공격하는 것은 하지 말고(그것은 의원이 각자 하고), 소속 정당의 공식적 입장만 표명(그것은 총재가 다 할 수 없다)했으면 좋겠다.
▲ 김 철 : 지금 식의 대변인제는 없어져야 한다. 지금은 대리 싸움꾼이다. 야당 대변인보다는 덜 고단하겠지만. 우리 대변인제의 연혁은 이데올로기 대립 때, 일종의 동원 정당 체제 때 필요했을 것이다. 지금은 생활정당 차원이기 때문에 관련자가 직접 표현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 최정호 : 92년 대선 때 언론계 내부에 YS 장학생이 있었다는 말은 사실인가? 여야는 각자 언론이 타당에 후하다고 보는데, 특정 신문이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고 겉으로 중립을 지키고 있지만 독자 입장에서 보면 특정 후보를 지지하고 있는 듯한데, 이는 국민을 속이는 것 아닌가? 이런 문제와 관련해서 앞으로 대선에서도 음성적으로 하는 지지가 바람직한지, 신문사 내부의 개인적 지지를 밝히는 것이 좋을지 말씀해 달라.
▲ 안택수 : 당시 언론사 내부적으로 돌아다닌 명단이 있었다. 당시 언론 보도도 많이 되었고, YS 장학생으로 일을 잘못하여 신문 보도도 되었고, 쫓겨나기도 했다. YS는 얼마나 언론을 잘 컨트롤하는지 10단 정도는 된다. 이렇게 국가를 잘못 이끌어 왔는데도 언론이 대통령을 잘 비판하지 못한다. 대통령 후보 당시에는 YS 장학생은 과거 야당 시절부터 인간관계가 돈독했던 기자들, 언론인들을 중심으로 시작, 확산된 것이다. 거기에 신진 영입 세력들이 있는데 결국 대통령 당선을 이루었고, 지난 4년간 언론의 중요한 지위를 학보·유지하면서 성향이 같은 사람에게 자리를 이어주거나, 특정신문사의 경우 편집국장도 PK나 대통령의 고교 후배 등을 밀어주었다.
언론사의 세무관계 등 기타 비리를 적절히 포착하여 채찍으로 삼는 등 말 잘 듣는 언론으로 끌고 오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는 비극이다. 신한국당은 9마리의 용마다 출입기자가 정해져 있다. 전담기자가 정해져서 인간적으로 친해지다 보면 지금까지 YS가 해왔던 대로 장학생의 길로 들어서는 것이다.
대선을 치르는 데 언론 의존도가 너무 높다. 김 대통령이 주관하는 이번 선거도 권력, 금력, 언론 중 언론 의존도가 제일 높다. 이것은 대단한 비극이다. 이를 언론 스스로 탈피하고 제자리로 돌아가야 하는데 오히려 권력의 비위를 맞추며 안주해오고 있다. 경영 차원에만 관심이 있지, 언론의 자유에는 관심 없다. 편집 간부는 대부분 경영주 말에 예스맨이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벗어날 수 없는 결함이 있다. 특정 신문이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고 미국처럼 밝히는 것이 오히려 낫다. 객관성을 가장해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문제다.
▲ 김 철 : 임기 끝나는 마당에 장학생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게 보도 방향을 잡는 것은 겉으로 객관성을 유지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혼란을 가져올 것이다. 기자들도 출신 지역 의존적이다. 그것이 집단화되는 경우 신문사에 따라 기사 방향이 편향적이 된다. 특정 후보를 공개 지지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 정동영 : 우리 사회의 유일한 이데올로기는 지역주의인데 이를 정면으로 다룰 기관은 언론 밖에 없다. 이제는 언론이 이를 정면으로 다뤄 터뜨려야 한다. 언론과 관련해서 제기되는 문제의 핵심은 시민운동단체가 제기하듯이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법제화하는 것이다. 오너십이 신문 편집에 개입하는 것을 줄여나가야 한다. 지난 선거에서도 특정 언론사가 선거에 개입해서 정권을 창출하고 실제 지분을 나눴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는 국회에서 여당만 동의해주면 가능하다.
국회 내에 언론을 다루는 상설 특위가 있어야 한다. 꾸준히 문제를 제기하고 다루는 특별위원회가 있어야 한다. 최근 신문 방송이 여론조사를 많이 하는데, 긍정적으로 보지만 그 수준에 문제가 있다. 작년 9월 서베이에서 야권이 단일 후보 되면 무조건 이긴다고 결과를 제시했는데, 3개월 뒤 DJP 연합하면 무조건 진다는 서베이가 같은 신문에서 또 나왔다. 그런 데 그에 대한 설명이 없다. 최근 그와 관련, 신빙성 있는 중언에 따르면 신문사가 조사기관의 샘플링을 조작하고 있다는 것이다.
▲ 안택수 : 4.11 총선에서 여론조사 결과를 밝히지 못하는 마지막 시한에 대구 11개 선거구에서 9군데가 신한국당 압도적 우세라고 여론조사를 빙자하여 배포했다. 나는 꼴찌로 되어 있었다.
▲ 최정호 : 언론에 대한 문제는 공통적으로 인식하고 있는데, 언론의 무제한적인 힘을 누가, 어떤 힘이 컨트롤하는 것이 좋은지, 국회에서 특별위원회가 구성되고 법제화하는 것이 현실적 전망이 있는 것인지?
▲ 정동영 : 정치 입문 초기에 문공위 위원들이 모여 언론을 고민하는 모임으로서 ‘바른 언론을 위한 의원 연구 모임’이라는 것을 결성하려다가 잘 안됐다. 어려움이 있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
다른 분야는 모르지만 방송에 대해서는 18년간 고민하면서 현장에서 대안이 없는가, 많은 생각을 했다. 방송이 바로 서면 정치도 바로 설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한보와 관련해서 방송은 검찰 수사에 대해 스트레이트 기사 말고 다른 서비스를 한 적이 없다. 방송이 언론이기를 포기한 것이다. 프로그램의 77% 이상이 오락이다. 4천5백만이 보는 방송을 매일 저녁 전국민의 오락관으로 만드는 것은 어리석다.
영국 BBC에서 1년간 공부한 느낌은 시민들이 시사문제에 대단히 정통하고, 정치적 견해가 다양했는데 그것이 BBC 덕분이었다. 24시간 정치방송을 내며 정치계몽을 한 덕택이다. 우리는 방송을 우민화 정책으로 간주하고 있다. 방송의 근본을 검토해서 프라임타임 때 지식인들이 볼 수 있는 여론형성 가능한 프로그램을 방송사들이 만들어야 한다. 당장 가능하지는 않지만 방송을 정치에 관한 식견을 갖도록 하는 도구로 만들면 정치도 변혁되고, 방송도 이 시대의 기능을 할 것이다. 그런데도 방송법에 대한 현재의 논의는 이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
▲ 김 철 : 외국과 비교해서 우리는 전국민이 다 같이 정치를 하는 것 같다. 그에 비하면 선진국은 정치인이 분리되어 있는 듯하다. 언론은 정치와 거리를 두는 객관적 입장을 가져야 한다. 언론이 정치를 같이 하고, 중요한 정치 액터 노릇을 하는 것은 문제다. 정치부는 정쟁 유발보다. 언론이 정치를 계도하고 객관적 입장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언론문제 해결은 현재 언론노조가 주도하고 있는 듯하고 긍정적 측면도 있다. 현재 우리 사회가 어른 부재의 시대이긴 하지만, 어른들이 강력하고 중립적인 모임을 결성하여 언론을 감독하면 좋을 듯하다.
방송은 오락이 프라임타임을 너무 점한다. 국민이 소양, 균형감각이 있어야 민주주의를 한다. 사회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를 위해 방송이 역할을 다해야 한다.
▲ 심 인 : 언론이 사실을 알면서도 국민 여론을 의식해서 사실대로 쓰지 않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 안택수 : 전체 언론에 건의하고 싶은 것은 언론사 경영주가 제정신을 차려야 한다는 점이다. 영리나 체면을 즐기는 수준으로, 사업에 도움이 되는 차원에서 신문사를 경영하면 안 된다. 언론인 스스로 각성해서 자기 정립을 해줘야 한다. 정치권이 용기를 가지고 언론관련 상설 특위를 구성해서 건의, 충고할 수 있어야 한다. 고뇌하는 언론이 필요하다.
▲ 김정기 : 언론사에 사표 내기 전에 국회의원 공천을 받는 것은 언론인의 이해와 개인의 이해가 충돌되는 것이다. 지난번 선거 때 그런 일이 있었다. 정치하기 전에 언론인의 진입 제한 장치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 정동영 : 내 경우를 지칭하는 것인데, 맞는 말이다. 자연스러운 건 아니었다. 개인적으로 유감으로 생각한다.
▲ 박권상 : 국회가 힘이 있어야 하는데 서로 약점이 있어서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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