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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生死에 관한 아주 유별난 보고서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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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生死에 관한 아주 유별난 보고서 <27>

저승은 공정했다-2


<제27화> 저승은 공정했다-2

공정한 심판을 위해 저승에서 등장하는 도구는 이집트의 ‘정의의 저울’
외에도 조약돌, 거울(業鏡臺라고도 한다), 강에 놓인 다리, 기록 장부, 심지어 발(足)까지 등장한다.

‘티벳 사자의 서’의 심판 장면부터 보자.

“...에 대해 그대가 명상할 줄 모른다면, 그대와 동시에 태어난 선한 수호령이 흰 조약돌로, 그대와 동시에 태어난 악한 수호령이 검은 조약돌로 그대 생전의 선행과 악행을 각각 헤아릴 것이다. 그대는 두려워하며 ‘나는 어떤 악행도 저지르지 않았습니다’며 거짓말을 하게 되면 죽음의 왕이 ‘카르마의 거울에 물어 보리라’ 할 것이다. 그가 들고 있던 거울 속에는 그대가 행한 모든 선행과 악행이 선명하게 비칠 것이다. 거짓말은 소용이 없다. ”

티벳 불교에서는 이처럼 희고 검은 조약돌의 수와 거울을 통해 공정한 심판을 행한다.

같은 49재를 올리게 되는 중국 한국 일본 등 동북 아시아쪽 불교나 도교에서 심판관은 10명이다.

죽은 지 7일만에 부동명왕의 화신인 진광왕 앞에서 생전에 저지른 선악의 결산이 기록된다. 14일째는 석가여래의 화신인 초강왕이 죽은 사람으로 하여금 강을 건너게 한다.

강폭이 엄청난 저승의 강 기슭에서 귀신들에 의해 벌거숭이가 되어 강 위에 걸린 다리를 건너게 되는데 악행을 많이 저지른 사람에게는
다리의 폭이 실처럼 가늘어져 도저히 건널 수 없다. 물론 선행이 많은 사람에겐 다리폭이 고속도로 폭만큼 넓어 쉽게 건너게 된다. 천신만고, 7일만에 겨우 다리를 건너고 나면 21일째다. 이번에는 문수보살의 화신인 송제왕이 고양이와 뱀을 시켜 생전의 사음죄를 조사케 한다.

28일째는 보현보살의 화신인 오궁왕이 저울로 거짓말의 근수를 달아낸다. 35일째, 지장보살의 화신인 염마왕이 거울앞에 영혼을 세운다. 생전의 악업이 드러나는 이 거울을 업경대라 부른다.

42일째는 미륵보살 화신인 변생왕이 저울과 거울을 가지고 지금까지의 심판 결과를 다시한번 꼼꼼이 챙겨 본다.

49일째, 약사여래의 화신인 태산왕이 최종판결을 내린다. 이 판결에 따라 이른바 육도(六道), 즉 천상 인간 아수라 축생 아귀 지옥도 가운데 하나로 가게 되는 것이다.

종교사 속에서 중국의 시왕신앙이 상당히 늦게 생긴 탓인지 심판의 도구도 다양하고 절차도 까다롭다. 서류심사에, 다리 건너기에, 저울달기, 그리고 거울이며 고양이 뱀이 행하는 조사 등 세계적 종교, 신화에 등장하는 심판도구가 고루 섞여 있음을 보게 된다.

이슬람에서는 ‘한권의 책’이 심판의 자료가 된다. 이슬람의 꾸란에는 이렇게 나온다.

“하느님은 모든 인간의 행위를 그 자신의 목에 달아 놓았으니 부활의 날,
한권의 책으로 그에게 제시되리라. 그때 그들은 활짝 열린 채로 그들의 업적을 보리라. 그리고 말씀이 있을 것이다. ‘너의 기록을 읽으라. 너의 영혼은 이날 너에 대한 응보자로서 충분하리라.’”

기독교 요한계시록에도 ‘책’이 나온다.

“...나는 또 죽은 자들이 큰 자나 작은 자나 다 그 보좌 앞에 서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많은 책이 펴졌고 또 다른책 하나가 펴졌습니다. 그것은 생명의 책이었습니다. 죽은 자들은 그 책들 안에 기록돼 있는 대로 자기들의 행위에 따라 심판을 받았습니다.”

인도 시크교에는 장부가 이를 대신한다.

“그대가 이승을 떠날 때 신은 그대의 행업을 헤아려 셈하리니, 이 모두가 그의 장부에 낱낱이 적혀 있도다. 뜻을 거역한 자들은 소환되리니, 죽음의 사자인 아즈라엘이 그들의 머리위를 배회하리라.”

아프리카의 전통종교 가운데는 심판 때 두발을 본다는 것이 있어 흥미롭다. 퐁족의 노래라는 것의 한 구절을 보자.

“죽음의 세상 문턱에서 너는 심판관이 보는 앞을 통과할 것이다. 그의 심
판은 진실되어 너의 두 발을 보게 된다. 비록 가죽에 덮여 보이지 않는다 해도 그는 모든 추함을 알 것이라. 네가 타락한 적이 있다면 그는 알아 볼 것이니...심판관이 너의 발에서 아무런 얼룩을 보지 못한다면.....”

두발에 얼룩이 있으면 악행을 많이 했을 것이고 얼룩이 없다면 선하게 살았다는 증거가 된다고나 할까. 하기야 발도 선악의 행을 기록할 수 있을런지 모르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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