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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生死에 관한 아주 유별난 보고서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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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生死에 관한 아주 유별난 보고서 <28>

구생신은 도플갱어인가

필립 풀먼의 환타지 소설 ‘황금 나침판(원제 Nothern Lights)’에는 데몬
(Demon)이란 존재가 나온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하나씩의 데몬이 있는데, 예를 들어 개 사자 원숭이 각종 새 등등의 동물들 모습을 하고 있으며 늘 그 사람 가까이 있는, 눈에 보이는 영혼, 또는 수호령에 해당한다.

만약 데몬이 죽으면 그 사람은 마치 영혼없는 존재처럼 살게 된다. 사람과 데몬은 보이지 않는 그 무엇으로 연결돼 있다.

이해를 돕자면 소설에 나오는 ‘데몬을 가진 인류’는 이 지구 위에 우리와
는 중층(重層)으로 같은 공간 위에 살고 있으나 어떤 신비한 막으로 차단되어 서로 부딪치지도 않을 뿐더러 전혀 교섭이 없다.

데몬이라면 우리에게 악마나 악령이다. 그러나 원래 그리스에서는 수호신이란 의미로 쓰였다 한다. 하지만 어쩌다 기독교 문화 안으로 편입되면서 악마가 되고 만 것이라는데, 그러고 보니 인간이 데몬과 함께 살아가는 세계를 그린 이 소설은 그 데몬의 원래적 의미를 택한 것 같다. 내용은 하느님과 일전을 겨뤄 승리하는 것이니....

데몬이 온갖 동물의 모습으로 나오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인간 영혼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 문명에 따라서는 영혼이 동물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보기도 하지 않는가.

마하바라타에서는 야마신이 사람 몸에서 엄지손가락 크기의 영혼을 꺼냈다는 묘사가 나온다. 그럼 영혼은 엄지만한 크기의 것일까. 더러는 영혼이 티끌만하다기도 하고....

우리가 환생을 믿는다면 영혼의 크기가 엄지나 티끌만하다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인다. 전생의 모습 그대로 새로운 모태에 들어간다는 것은 부자연스러우니까. 하기야 영혼문제를 연구하는 사람 가운데 사람이 죽기 전과 죽음 직후의 체중을 재어 보고 영혼의 무게가 38g이라느니 60g이라느니 하기도 하니 말이다.

그렇다 해도 가장 그럴듯한 것은 영혼을 자신과 똑같은 모습으로 보는 것이다.

우리가 더러 접하게 되는 수술 받을 때의 유체이탈 경험, 예를 들어 어쩌다 천정으로 붕 떠올라 아래를 내려다 보니 의사들이 열심히 수술을 하고 있고, 환자는 다름아닌 그 자신이었다는 등의 이야기를 들으면 영혼은 역시 자신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구나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동서양 저승 이야기에도 영혼들은 이승의 모습 그대로 서로 만나기도 하고 천당이나 극락 가기도 하고 심판받고 벌받기도 하고 그러는 것이 아닌가.

일지 스님(경학회 회주)이 쓴 어느 글을 보니 불교경전에 나오는 구생신(俱生神)이 서양에서 말하는 도플갱어(Doppelganger)와 같은 것이라 설명하고 있다.

구생신은 어느 인간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그 사람과 함께 하며 그가 살아있는 동안의 행위를 감시하고 기록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도교에서는 비록 신은 아니라 해도 삼시(三尸)라는 것이 구생신 비슷한 역할을 한다. 벌레라기도 하고 소인이라고도 하는 이들은 사람의 몸 안에서 그 사람의 과실(過失)을 살피다가 경신(庚申)날 밤 사람이 잠들었을 때 살짝 빠져나가 하늘의 천제(天帝)에게 이를 일러바친다 한다.

그러면 도플갱어는 무엇인가. 일지 스님은 구생신, 즉 도플갱어에 해당하는 이야기는 세계 여러 곳에서 전한다고 쓰고 있다. 몽고와 북미 인디언들에게는 자신의 구생신을 한번 본 사람은 곧 죽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서양에서의 도플갱어 역시 죽음에 임박해서 그 사람 앞에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플갱어는 독일어이지만 이를 분신이란 의미로 그냥 더블(Double)이라 부르기도 한다.

거울을 보면 누구나 자신과 똑같은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겠지만 거울도 아닌 현실 속 눈앞에 똑같은 자신 하나가 나타난다면 놀랄 것은 당연한 일. 비록 환영이라 할지라도 그 ‘놀람’이 죽음을 불러들이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유일신을 믿는 기독교에서 처음 ‘다른 신’인 그리스 로마적 수호신을 악
마에 편입시켰다. 그러나 뒤에 필요에 따라 수호천사란 개념을 도입하게 되는데 아마 로마인들의 수호신을 수호천사로 이름을 바꾸었을 것이라 한다.

로마인들은 남자는 게니우스(genius), 여자는 유노(juno)라는 수호신을 누구나 갖고 있다고 믿었으며, 게니우스는 남성적 에너지와 활력을 말하고 유노는 로마신화의 최고 여신으로 여성적 에너지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데몬, 구생신, 삼시, 도플갱어 등등. 그러고 보면 우리 몸에 출입이 잦은 존재들이 적지 않은것 같은데 ‘나’ 역시 그 출입자 가운데 하나일까 어떨까. 참말로 내 몸이 내 몸 아닐세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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