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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生死에 관한 아주 유별난 보고서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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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生死에 관한 아주 유별난 보고서 <32>

<제32화>죽음 전후

"지금 내 두 다리가 죽었다. 이를 잘라낸다 해도 아무것도 느끼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아직 여기에 있다...두 팔이 뒤틀린다. 나의 팔도 죽어 간다. 아, 나는 이 팔을 얼마나 나 자신과 동일시했던가. 그러나 나는 아직 여기에 있다..."

플라톤이 쓴 ‘파이돈’에 나오는 소크라테스의 최후 광경으로, 그는 독약을 마시고 죽어가는 과정을 제자들에게 이처럼 상세히 생중계했던 모양이다.

이 대목은 마치 불교경전 ‘미란타 왕문경’에서 나가세나 비구가 “이 팔이 나입니까? 이 다리가 나입니까?...“라며 그리스왕 미란타에게 질문하는 것을 연상케 해준다. 무아(無我)를 설명하는 장면이었던가.

어쨌거나 그가 죽으면서 제자들에게 가르쳤던 죽음의 철학적 의미는 여기서 접어두고, 독약을 마신 후 죽어가는 그 생리적 과정만을 인용해 보기로 하자.

사형집행인이 만들어 준 독약을 마신 그는 먼저 그의 두 다리가 마비되어 죽고, 또 두 팔이 죽고 천천히 모든 것이 온화해지다가 마지막에 혀까지 굳어 최후를 맞게 된다.

누구에게나 죽음 직전에는 온화함이 온다고 누군가 말했지...

그런 다음 우리는 죽음의 판정을 어떻게 내리고 있을까. 상식적으로 우리는 호흡이 끝나면 죽음으로 본다. 호흡이 끊어지고 1,2분만 지나면 뇌에 산소 공급이 되지 않아 죽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심장 고동이 멎었다고 죽은 것으로 보지 않는다. 멎었던 심장도 인공호흡이나 전기충격, 심장 마사지 등으로 회복하기도 하는 거니까.

심장이 멈추었다가 10시간 후에 되살아나는 예도 드물기는 하나 적지 않다고 한다. 아니 사흘만에 살아 나오는 사람 이야기도 더러 듣고 있지 않는가.

체온도 죽음에 영향이 깊다. 체온이 섭씨 30도 이하로 내려가면 의식이 몽롱해지고, 29도에 머물면 1시간 안에 죽는단다. 25도 이하면 아무리 강한 자라도 견디지 못한다.

인도처럼 더운 지방에서도 영상의 온도에서 동사자가 나오는데 그 이유는 바로 이 체온 25도의 벽 때문이라 한다.

체온은 높아도 탈이다. 평상보다 5도만 올라가도 죽음과 마주하며 41도 5부만 되면 잘 해야 15시간 살아 견딜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여러 경우들을 참작, 의사들이 사망진단을 내릴 때 우선 심장이 멎었는가, 호흡이 멎었는가, 동공은 확대되었는가, 이 세가지 진단에 뇌파까지 멎으면 어김없이 죽음으로 판정한다.

보통 사람이라면 이렇게 죽어 정상적으로 매장, 화장 등의 경건한 장례절차가 이루어지겠지만 불행하게도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많았다.

이전에 크리미아 전쟁에서 죽은 러시아 전사자들의 백골이 비료로 팔렸었다는 이야기를 쓴 적이 있지만 서양 중세 전후 사형수들의 신체는 어떻게 되었을까.

더러는 산하에 그냥 버려지기도 하고 학습용으로 해부되기도 했겠으나 호사가들에 의해 말린 껍질로 책 장정에 쓰이기도 했던 모양이다. 책이 귀했던 시절, 책 표지의 호사가 이 정도까지 갈 수 있었을런지 모르는 일이다.

프랑스 앙리 2세의 왕비 까트린 드 메디치는 불명예스럽게도 어떤 신비경을 위해 죽은 어린아이의 껍질을 말려 옷 만드는데 재료로 썼다고도 하는데...

어쩌면 그녀를 싫어했던 사람들의 지어낸 이야기는 아니었을까 싶다.이밖에도 내장 혈관 등등 쓰임새가 적지 않았다고 하니...

그러면 죽은 이가 들판에 버려지면 어떻게 될까. 베르나르의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에는 이렇게 나온다.

-우리가 한데서 죽음을 맞으면, 죽는 순간부터 파리와 구더기와 빈대 따위가 우리 시체 위로 차례차례 몰려와서 변함없는 안무법에 따라 한바탕 춤판을 벌인다. 일반적으로 가장 먼저 등장하는 배우는 청파리(calyphora)다. 그것들은 썩지 않은 싱싱한 살을 먹고 시신 조직 사이에 쉬를 슨다. 그러다가 시체에 썩는 냄새가 난다 싶으면 날아가버린다. 부패한 것은 뭐든 싫어하기 때문이다. 금파리(muscina)가 그 뒤를 잇는다. 금파리는 약간 부패한 살을 좋아한다. 그것들이 살을 먹고 쉬를 슬고 나면, 이번에는 쉬파리(sarcophaga)다. 다음이 딱정벌레목의 곤충인 검은 수시렁이 등이 출현, 재순환을 위한 본격적인 청소에 착수한다. 그것들이 일을 끝내면 치즈파리...-

이런 정연한 순서가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시신에 있는 벌레를 보고 그가 죽은지 얼마나 됐나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베르나르 왈 "따지고 보면 우리 사람도 그리 대단한 존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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