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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生死에 관한 아주 유별난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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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生死에 관한 아주 유별난 보고서

<제35화.끝> 지옥갑시다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란 세속적 표현으로 본다면 천국이나 천상 세계, 극락에 가 있는 사람들은 지옥에 떨어져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구
원받은 자신에 대한 안도감을 느끼고 기쁨에 잠기게 될까.

만약 그렇다면 그런 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과연 천국이나 천상세계에 갈 자격이 있는 것일까.

불교의 지장보살은 지옥에 있기를 원한다. 지옥에서 고통받는 중생이 단 한 사람이라도 남아있다면 결코 성불하지도 않을 것이고 지옥을 떠나지도 않을 것이라는 원을 세운 것이다.

지옥에 가야 지옥 중생을 구제할 수 있다는 불교의 대승적 판단이 여기서 돋보인다.

‘지옥에 머물기를 원한 지장보살’은 석가모니의 직제자 신통제일, 목련존
자라기도 하고, 중국 구화산에서 법을 편 신라왕자 김교각이라고도 한다.

목련존자의 경우 처음으로 우란분회(盂蘭盆會)를 열어 아라한들에게 공양함으로써 아귀지옥에서 고통받고 있던 자신의 어머니를 구한 인물이며, 김교각 스님은 중국 당나라때 구화산에 은거, 많은 기이한 행적을 남겼는데 99세에 대중을 모아 작별을 고하고는 가부좌를 틀고 함(函)안에 들어가 죽었다.

3년 후 함을 열고 보니 안색이 갖태어난 아기와 같았고 골절이 원할히 움직여 마치 금으로 된 사슬처럼 흔들렸다 한다. 그가 지옥왕으로서의 김지장(金地藏)이란 이름을 따로 얻은 연유이기도 한다.

지장보살은 이불(二佛), 즉 석가모니 부처님과 미래에 출세할 미륵부처님 사이, 바로 우리가 사는 현세에 지옥중생을 모두 구하겠다는 서원을 세운 분이다.

지옥에서는 지옥 시왕이 아침마다 그에게 예배한다고도 하고 염라대왕을 지장보살의 화신으로 보기도 한다. 지장보살이 지옥중생을 구한 예를 하나 들어 보자.

중국 송나라때 연수(延壽)선사가 편집하여 만든 종경록(宗鏡錄)에는 찬령기(纂靈記)를 인용한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행동이 올바르지 못한 왕씨성을 가진 어느 사람이 병으로 죽게 되었는데 그는 지옥 사자 두 사람에게 끌려서 지옥으로 가게 되었다. 다행히도 그는 지옥문 앞에서 한 스님을 만났다. 그 스님이 바로 지장보살이었다.

그를 측은히 여긴 지장보살은 그에게 하나의 게송(偈頌)을 알려주며 이를
암송하도록 했다. 내용은 이렇다.

세상에 계시는 모든 부처를
중생이 분명히 알고자 하면
법계의 성품을 관해야 한다
모두 다 마음이 만들었음을.

지장보살은 왕씨에게 이 게송을 외울 수만 있으면 지옥의 고통을 타파할 수 있다고 했다. 왕씨는 이를 열심히 외워 지옥에서 염라대왕 앞에 나가게 되었다.

염라대왕이 “이 사람에게는 무슨 공덕이 있는가”고 지옥 사자에게 물었다. 사자는 “오직 하나의 사구게송(四句偈頌)만을 받아 지녔을 뿐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염라대왕은 그가 암송하는 이 게송을 듣고 지장보살에 대한 설명을 들은 다음 그에게 지옥에서 나가도록 지시했다. 이때 게송을 암송한 왕씨만이 아니라 그 게송을 암송할 때 이를 들은 고통받던 지옥중생들도 모두 함께 해탈했다는 것이다.

왕씨는 죽은 지 사흘만에 소생했으나 신기하게도 이 게송을 기억했고 가족과 친지 이웃에게 지옥에서 있었던 일을 설명해 주었다. 가족 친지 이웃에게 이 게송을 가르쳐주고 선행의 공덕을 알고 실천했음은 물론이다.

왕씨는 그 뒤 이 게송이 화엄경 야마천궁에서 한량없는 보살들이 운집하였을 때 설해진 각림보살의 게송이라는 것을 알았고 그 뜻은 ‘지옥도 마음이 만들어 낸 것임을 밝혀서 마음이 만들어낸 부처나 지옥이 본래 공함’을 일러주는 것임도 알았다.

이야기를 인용한 종경록은 “그러므로 만약 이 마음을 관한다면 곧바로 지
옥의 고통을 벗어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지옥을 타파할 뿐만 아니라 십법계(十法界)를 일시에 타파하는 것이다“라는 해설을 붙이고 있다.

불교의 저승, 지옥관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극락과 지옥도 마음이 만드는 것’이란 불교적 지옥관을 또 하나의 이야
기를 들어 마감하고자 한다.

한 무사가 큰스님을 찾아 “극락과 지옥이 어디에 있느냐”고 물었다. 큰스
님 답하시되, “그것들이 어디 있느냐는 걱정을 하다니 참으로 미숙한 무사로군”이라 했다.

이 말에 화가 난 무사가 칼을 빼 휘두르자 큰스님은 칼을 피하면서 “바
로 그곳이 지옥이니라“ 했다. 무사는 이 말에 깨달은 바 있어 스님에게 용서를 비니 스님 이르시기를 “그래 바로 그곳이 극락이니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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