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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술 컬렉션, 어떻게 시작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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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고미술 컬렉션, 어떻게 시작할까?

[오래된 아름다움을 찾아서]<12>

컬렉션의 속성, 또 그것이 추구하는 아름다움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우리는 아름다움을 아는 것과 그것을 사랑하는 것이 다르다는 말을 자주 한다. 아는 것은 지식이고 사랑하는 것은 감정이어서 그럴까? 어느 심리학자의 말에 따르면, 전자는 지성의 영역이고 후자는 감성의 영역이어서 뇌의 인지구조가 다르다고 한다. 하기야 그 복잡하고 섬세한 뇌세포에 그런 인지기능의 차별적 구조가 없다는 게 오히려 이상한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 둘은 원래 같은 것이며 단지 동일한 본성의 상이한 인지형태로 이해한다. 알면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면 알게 되듯이 두 개념은 동전의 양면처럼 서로 맞물려 있는 것이다. 알면서 사랑하고 사랑하면서 아는 것. 세상일이 그렇고 남녀 간의 연정이 그렇듯 그건 선후나 인과를 따질 수도 없는 그런 관계가 아닐까?

그런 의미라면 우리 고미술의 아름다움, 또 거기에 녹아 있는 미학적 특질이나 전통을 아는 것과 그것을 아끼고 사랑하는 것도 결국 같은 것이다.

아무튼 아름다운 물건이나 작품을 수집하는 컬렉션의 의미에는 아름다움 그 자체에 대한 분리될 수 없는 인간의 지적, 감성적 인지와는 또 다른 차원의 판단과 행태적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컬렉션은 물건의 구입이라는 경제적 행위를 통해 실천되기 때문이다. 귀에 익은 물음이지만, 작품에 구현되어 있는 아름다움과 그것을 만든 작가나 장인의 마음을 사랑하지 않고 알지 못하면서 그 작품을 구입할 수 있을까? 한 때 호기심에서 충동적으로 그럴 수는 있겠으나, 그런 것을 컬렉션으로 볼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작품에 대한 이해와 사랑만으로 컬렉션은 실천될 수 있는가? 그것도 아닌 것 같다. 컬렉션은 금전적 대가를 치르고 소유하는 것이기에 당연히 거기에는 경제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런 이유로 이 두 물음은 컬렉션으로 가는 길목에 늘 화두처럼 따라 다니며 컬렉터를 번뇌에 빠뜨리기도 하고 갈등하게 하기도 한다.

이처럼 아름다움에 대한 사랑을 넘어 그것을 독점적으로 소유하는 실천의 영역인 컬렉션의 세계에서는 그것에 대한 이해나 사랑의 감정은 기본이고 거기에 더해 자신의 경제적 능력을 감안하고 그것의 효용(utility), 경우에 따라서는 미래가치도 따져봐야 하는 이성적이고 때로는 대단히 세속적인 판단이 요구되는 부분이 많다. 수집대상 물건을 선택하고 구입하는 일은 머릿속의 관념이 아닌 실행이기 때문이다. 뭐라 해도 분명한 것은 컬렉션은 누구에게나 한정되어 있는 경제적 자원을 들여 물건을 사서 독점하는 경제행위이다. 머리로 마음으로 이루어지는 연구, 관심, 사랑, 상상과는 다른 것이다. 그 유혹과 매력에 빠지면 주머니 사정을 생각지 않고 덜컥 물건을 사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컬렉터들은 생각하고 또 생각해서 물건을 한 점 두 점 사 모으는 것이다. 그만큼 마음에 드는 물건 고르는 것이 어렵고, 다른 한편으로는 예산제약에서 벗어나기 힘든 것이 컬렉션이다.

고미술 컬렉션에 왕도는 없다

세상일을 가늠하고 실행하는 최선의 방법과 도리를 우리는 왕도(王度)라고 부른다. 고미술 컬렉션에서도 그런 왕도가 있을까?

화두삼아 현재 고미술품을 컬렉션 하고 있거나 관심을 두고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애호가들에게 던져보는 물음이다. 왕도가 있느냐 없느냐를 떠나 정작 이 물음의 속뜻은 이미 컬렉션 세계에 몸담고 있는 이들로부터는 그동안에 체득한 지혜를 듣고 싶고, 시작하려고 하는 이들에게는 뭔가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미술품 컬렉션의 매력과 그 가치를 이야기하고 실행 방법을 조언한다. 컬렉션의 사례나 경험을 담은 여러 책에서도 그런 이야기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화랑 관계자들이나 업계 사람들은 물론 심지어 초보 컬렉터도 한 마디씩 할 수 있는 분야가 미술품 컬렉션이다. 그렇듯 컬렉션으로 가는 길을 묻는 질문에는 정답도 없고 오답도 없는 것 같다.

사정이 그렇긴 하나 고미술과 현대미술 구분 없이 미술품이라는 큰 틀에서 흔히 세간에 오가는 컬렉션의 지침이랄까 기준 또는 지향점은 있는 것 같고, 그것을 참고 삼아 몇 줄로 적어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될 것이다.

▲ 컬렉터는 시장을 떠나서 컬렉션의 꿈을 실현할 수 없다. 꿈과 가치는 대단히 형이상학적이지만 그 실현은 시장이라는 형이하학적인 메커니즘을 통해야 한다. 고미술품 가게가 밀집한 답십리 고미술 상가. ⓒ한길아트

"많이 보고 공부하고, 작품에 대해 자신만의 느낌을 가지도록 노력하라. 일상생활에 부담이 가지 않을 정도의 예산 범위 내에서 한두 점 사보면서 미술시장과 교감을 유지하라. 처음부터 사 놓고 값 오르기를 기대하지 말고, 즐기며 자신의 숨겨진 미술적 감성을 계발하는 데 관심을 집중하라."

어디선가 들었음직한 말일 것이다. 밋밋하고 원론적인 이야기 같이 들리지만 곰곰이 살피면 대부분 고개가 끄덕여지는 내용이다. 그러나 의견을 달리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구체적인 실행 단계에 들어가면 생각이 다르고 방법도 달라지는 것이 컬렉션이다. 그만큼 컬렉션은 그 과정과 행태가 다양하고 판단도 주관적이다. 이런저런 의견과 방법이 많고 사람과 상황에 따라 그것이 다르다는 것은 결국 왕도가 없다는 것이다.

※ 고미술 컬렉션을 위한 5 Tips

고미술 컬렉션으로 가는 길. 많은 사람들이 정확한 실체는 잘 모르지만 그 느낌은 매력적인 것으로 다가온다고 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우아한데다 품위 있어 보이고, 삶의 여유가 묻어난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그런지 누구나 한 번쯤 해보고 싶어 한다. 아마 컬렉션에 대한 그런 정서와 인식의 배경에는 역사적으로 미술품 컬렉션이 소수의 가진 자들의 전유물이다시피 했고 지금도 그런 지적은 어느 정도 유효하다는 점에서 상류층 문화에 대한 선망과 동경이 자리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런 겉모습과는 달리 실상은 여느 밑바닥 삶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도처에서 물건을 두고 다투는 소리가 들리고 가짜(위작)가 보내는 유혹의 눈길도 은근하다. 때로는 출처가 분명치 않은 물건이 파놓은 함정도 살펴 건너야 한다. 세속적인 타산에 냉정하고 또 그것에 충실한 시장 생리는 그렇다 치더라도 시장 사정과 물건에 대한 상인의 계산과 정보력을 뛰어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 컬렉션 욕망이 분출하고 있는 경매 현장. 이처럼 컬렉션 욕망은 세속적인 타산에 충실한 시장을 통해 실현되기도 좌절되기도 한다. ⓒ한길아트

그처럼 어렵고 위험으로 유혹으로 가득한 길이기에 그 길을 헤치고 자신의 영혼을 몰입시키는 물건을 손에 넣었을 때 느끼는 희열과 성취의 보람은 특별한 데가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를 담아 나는 컬렉션의 상징성과 이미지를 연꽃에 비유하곤 한다. 그 뿌리는 깊이와 탁도(濁度)를 알 수 없는 진흙탕에 담그고 있으면서 세상사람 그 누구에게나 순수한 아름다움으로 자신을 형상화하여 드러내는 연꽃처럼 컬렉터는 온갖 술수와 타산이 가득한 밑바닥 시장을 헤쳐가며 아름다움을 찾아내 독점하고 그것을 통해 자신의 영혼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특별함의 성취로 가는 길을 헤쳐나가는 데 왕도는 없다. 그렇다고 머뭇거리거나 그만둘 수 없는 길이다. 그래서 그 길은 컬렉터의 운명의 길이기도 하고 비원(悲願)의 길이기도 하는 것이다.

참고로 내 개인적인 이야기 하나. 지난해 1월, 모 경제신문에서 <고미술의 유혹>(한길아트) 책과 관련하여 인터뷰한 적이 있다. 당시 취재기자가 인터뷰 기사에 곁들여 소개하고 싶다며, 고미술 컬렉션에 관심을 두고 있는 사람들에게 참고가 될 만한 사항 몇 가지를 언급해달라기에 별 깊은 생각 없이 메모를 해서 건네준 적이 있는데, 바로 아래 내용이다.

고미술 컬렉션을 위한 5 Tips

1. 한번 쓰고 버리는 생필품이 아니다. 서두르지 말고 긴 안목으로 판단하라.
2. 예술적 보편성을 바탕으로 한국적 미감이 구현된 작품을 선택하라.
3.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되 계통성을 추구하라.
4. 양식 있는 상인, 딜러와 장기적 신뢰관계를 유지하라.
5. 가격보다 작품성에 주목하라. 가격에 너무 집착하면 마가 낀다.


저자 김치호

1954년 경남 밀양에서 태어나 1977년 연세대학교상경대학 응용통계학과를 졸업했다. 미국 아이오와 주립대학교에서 통계학 석사(1983), 경제학 박사(1987) 학위를 받은 뒤 20여 년 동안 한국은행, 예금보험공사 등에서 한국의 거시경제, 통화정책, 금융위기를 연구했다. 정리금융공사 사장을 역임했고, 연세대학교, 서강대학교 등에 출강하고 있다. <한국의 거시경제 패러다임>(2000, 한길사) , <고미술의 유혹>(2009, 한길아트) 등을 저술하고 논문 50여 편을 국내외 학술지에 발표했으며, '유망 미술작가 해외진출 후원모임'을 창립하고 초대 회장을 맡는 등 우리 미술시장 저변 확대를 위한 운동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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