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20대 실업의 원인으로 수출부진, 투자감소 등 경기침체를 들고 있으나 단순히 경기불황만으로 설명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LG노동연구원의 지난해 11월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의 20대 취업난은 경기불황으로 인한 채용규모의 축소 때문만이 아니라고 한다.
대졸 취업난은 구조적인 측면이 강하다. 우선 기업의 채용형태의 변화를 들 수 있다. 과거에는 높은 경제성장률을 바탕으로 기업들은 대규모 공채를 통해 인력을 충원하였다. IMF 외환위기 이후 이와 같은 정기적인 일괄 공채가 사라졌다.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재벌기업과 공기업·금융기업 등 주요 기업의 채용 비율은 96년 9월 당시 신입과 경력자의 비율이 7:3이었다. 그러나 2001년 4월 조사에서는 3:7로 바뀌었다. 한국노동연구원 금재호 연구위원은 “현재 경력직이 75%, 신입직이 25%로 채용형태가 변했다” 며 기업은 “재교육과정이 필요 없는 경력자를 중심으로 인력충원을 하고 있다”고 한다.
삼성, LG, SK등 대기업의 경우, 대규모 그룹공채를 폐지하고 각 계열사별로 필요한 인원을 수시로 충원하고 있다. 중소기업이나 외국계 기업은 이미 경력자 중심의 인력충원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인턴제를 통해 신입사원을 충원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 수가 적다. 이들 기업은 따로 재교육을 할 여력이 없기 때문에 바로 써먹을 수 있고 또한 리스크를 최소화 할 수 있는 검증된 사람을 선호한다. 신입사원이라도 경력자 같은 신입사원을 원하고 있다.
인쿠르트의 이민희 매체분석팀장은 “올해도 역시 기업의 채용방식은 경력직 선호, 비정규직 확대 그리고 수시 소수채용형태일 것”이라며 “종전의 상·하반기 대규모 공채는 거의 없다”고 한다. 인턴제도 역시 “현행 제도는 5인 이상 3백인 미만 사업자를 대상으로 하고, 인턴인원의 50% 이상을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인센티브를 제공하기 때문에 일반 기업들은 꺼리고 있다”며 신규인력 채용이 계속적으로 줄어들 것을 전망했다.
이러한 채용패턴의 변화에 대해 공급자인 대학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어 문제이다. 대학의 취업담당자들은 “현재의 대학시스템으로는 기업현장에 필요한 인력을 바로 공급하기 어렵다”고 한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작년 12월에 발표한 ‘최근 노동시장의 행태변화와 체감실업률’에 따르면 기업은 현장에서 즉시 활용 가능한 인력을 기대하지만, 대학 및 교육훈련 기관은 기업의 요구와 괴리된 부실한 교육훈련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대학과 산업현장간의 불일치는 신규 대졸자의 취업을 어렵게 한다.
대학 졸업자 수의 증가도 그 원인이다. 교육인적자원부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대학으로의 진학률이 92년에는 35% 정도였음에 반해, 93년부터 급상승하여 2001년에는 70.5%(재수생 포함시 88.9%)에 이른다. 대졸자수가 급격히 증가한 것도 현재의 취업난을 가중시킨 원인이다.
질적인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 대학졸업자가 양적으로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기업에서는 인력난을 호소한다. 전체적인 수요의 측면에서 볼 때 상대적으로 인문사회계열보다는 이공계열에 대한 수요가 많다. 하지만 공급은 이를 따라주지 못하고 있다. 90년대 초 대학 정원관리가 대학 자율로 바뀌면서, 많은 투자가 필요한 이공계열보다 인문사회계열 위주로 정원이 확대되었다. 이러한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가 현재의 취업난을 구조적인 문제로 만들었다
취업을 준비하는 K모씨(27)는 “기업들이 경력자들을 선호하는데, 경력을 쌓을 곳을 찾기 어렵다”고 한다. 대부분의 취업관련 사이트나 전문가들은 눈높이를 낮추어 취업을 한 뒤 경력을 쌓으라고 하지만 취업희망자들은 “눈높이를 낮춰 경력 쌓을 일자리도 구하기 어렵고 그러기에도 주위에서 보는 눈도 부담스럽다 ”고 한다. 정부에서 추진 중인 인턴제도에 대해서도 “인턴 역시 취업하는 것만큼 어렵다”고 한다. 작년에 노동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인턴과정을 통해 정규직으로 채용된 경우도 41%에 불과하다.
IMF 외환위기 이후 경기가 회복하면서 전체 실업률은 감소하였다. 그러나 대졸실업률은 이와 관계없이 증가하였다. 이러한 현상은 기업들이 신규졸업자 중심의 채용관행에서 경력자중심의 채용으로의 전환이라는 구조적인 측면이 강하다. 또한 이제 대체하지 못했던 대학도 대졸취업난을 증폭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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