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이 지난 해 4월 발표한 '전력산업 민영화 정책에 대한 비판과 제안'중 '미국 캘리포니아주 전력산업 구조조정에 관한 연구' 부분을 옮긴 것이다.
필자는 이 연구에서 경쟁 촉진을 통한 전력요금 인하라는 목표 아래 급속하게 진행된 전력산업 민영화가 실상은 업자들의 담합에 의한 안정적 전력공급의 실패, 전력요금의 기록적 인상, 이에 따른 주정부의 개입 등을 낳았다며 현 DJ정부의 졸속적인 전력산업 민영화 정책을 경계하고 있다.
민영화 반대를 요구하며 37일째 계속됐던 발전노조의 파업이 2일 타결되긴 했으나 전력산업의 민영화 문제는 한국경제의 장래에 매우 중대한 의미를 가진다는 판단에서 이 글을 전재한다. 편의상 원문에 있던 각주는 삭제했다. 편집자
***1. 들어가며**
미국의 전력산업은 80년대까지는 정부에 의해 강력하게 규제와 관리를 받는 사적인 독점체제였으나, 90년대 이후 기술변화와 시장이데올로기의 대두를 배경으로 정책의 변화가 나타나게 된다. 특히 캘리포니아에서는 1996년 발전ㆍ송전ㆍ배전 각 부문을 분할하고 발전부문의 경쟁을 확대하며, 발전업자와 배전사업자를 연결하는 전력경매시장을 만들어내는 급속한 구조재편이 이루어졌다.
이러한 규제완화는 전력산업에서의 경쟁 촉진이 가격의 하락과 소비자 이득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에 기초한 것이었으나, 구조재편 이후 경쟁 촉진의 확대는 한계가 많았고 전기요금도 정부의 규제가 없는 곳에서는 오히려 급등하는 결과를 낳았다.
특히, 2000년 여름과 2001년 겨울에는 심각한 전력부족으로 인해서 일부 지역에서 정전사태까지 발생하여 전력 긴급조치가 계속적으로 실시되었고, 일부 전력회사들의 파산에 직면하여 결국 주정부는 송전망을 국유화시키는 극적인 조치를 취하고 말았다. 즉 캘리포니아의 경우, 급진적인 전력산업의 규제완화가 전력부족과 전기료 급등을 낳아, 이전보다 더 강력한 정부개입으로 이어지는 극적인 정책의 선회가 나타난 것이다.
이 글은 이러한 캘리포니아 전력산업 구조조정의 경험을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2장에서 전반적인 미국 전력산업의 역사와 구조에 대해서 살펴본 후, 3장에서는 1990년대 이후 급속히 진행된 캘리포니아 전력산업의 구조조정에 대해 분석한다. 4장에서는 이러한 급진적인 규제완화 조치가 어떠한 악영향을 가져왔는지, 2000년 여름과 2001년 겨울의 전력난을 중심으로 구체적으로 분석할 것이다. 끝으로 캘리포니아의 구조조정 실패의 경험이 현재 민영화와 규제완화를 추진하고 있는 한국의 전력산업에 어떤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는지 살펴볼 것이다.
***2. 미국의 전력산업구조변화**
***(1) 미국의 전력산업 : 독점과 규제에서 경쟁의 확대로**
미국의 전력산업은 1990년대 이전까지 각 지역에 기초한 투자자 소유의 민영사업자(IOU: Investor-Owned Utility)가 발전, 송전 그리고 배전을 모두 관리하는 독점체제였고 동시에 가격이나 전력용량 등 모든 부문에서 정부의 강력한 규제를 받아왔다. 사실 발전, 송전 그리고 배전 모든 부문에 걸쳐 규모의 경제가 특징적이었으며 저장이 불가능하다는 전기의 특성상 수요공급의 일치라는 제약조건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급속한 전력수요의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대규모 전력설비와 자본의 필요와 이를 위한 기술의 발달을 배경으로 대규모 전력회사들이 전력사업의 모든 부문을 수직통합한 독점기업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미국의 경우, 2차대전 이후 1970년대 이전까지 연료가격의 안정과 수요의 꾸준한 증대에 기초하여 전력회사들은 안정적인 이윤을 얻었고 신규시설투자를 계속하였다. 이러한 투자증대와 발전효율의 상승에 힘입어 전력요금은 꾸준히 하락하였고, 요금규제체제도 사업자의 총비용에 적정보수를 더한 단순한 체제였으며 이 요금이 공정하고 합리적인 공급비용을 반영해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하면 되었다.
1970년대에는 유가인상 등 원료가격의 인상이 이로 인한 요금인상으로 이어졌고 80년대에는 이자율 상승으로 인해서 대규모 자본을 필요로 하는 전력회사들에게 어려움이 가중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1978년 에너지위기를 극복하고 고효율과 재생가능한 에너지 사용을 촉진하기 위한 공익사업규제정책법(Public Utility Regulation Policy Act)을 제정하였다. 이 법에 따라 전력회사 소유가 아니고 전력회사가 받는 많은 규제를 받지 않는 재생가능한 에너지원을 사용하거나 효율이 높은 열병합발전을 사용하는 발전사업자가 등장하였다.
이러한 정책을 통해 정부는 전력회사의 독립발전사업자로부터 전력구입과 수요측에 의한 부하관리 등을 촉진하여 기존발전소에 대한 의존도를 축소하고자 하였다. 한편 이 시기 정부는 전력요금에 대한 규제도 엄격한 심사과정의 도입 등을 통해 더욱 강화하였고 전력의 공급비용의 차이의 반영, 시간대별, 계절별 요금설정, 부하관리 기술의 사용 등 다양한 가격규제를 실시하였다. 이러한 정책변화에 대하여 기존의 전력회사들은 불필요한 전력의무구입조치, 복잡한 전력설비 접속 등을 이유로 강하게 반대하였지만 결국 미국최고재판소는 연방의 손을 들어주었으며 이들 인증설비 발전회사도 꾸준히 성장하게 되었다.
원래 공익사업규제정책법은 전력산업의 구조변화나 경쟁의 도입과는 무관하였지만, 전기사업자들의 인증설비로부터의 전력구입과 재판매 그리고 이들의 독립적 전력판매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전력거래방식이 다양화되었고 전력산업의 자유화 논의가 고조되었다. 특히 인증설비가 아닌 도매전력 전문의 독립계발전사업자(IPP)들의 출현 등 비전기사업자(NUG: Non Utility Generator)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1988년 연방규제제정안은 비전기사업자로부터의 전력구입 과정에서 경쟁입찰방식을 추인하였다.
***(2) 1992년 이후 경쟁촉진**
한편 영국 등 국가의 전력산업 민영화와 경쟁확대 그리고 시장이데올로기의 득세를 배경으로 1992년에는 부시 행정부하에서, 전력산업에서의 경쟁확대를 위하여 국가에너지 정책법(National Energy Policy Act)이 제정되었다. 물론 복합가스터빈의 등장과 같은 발전부문에서의 기술진보로 인한 고에너지효율과 발전소건설기간의 단축, 발전소의 최소효율규모의 축소 그리고 독점으로 인한 효율경영유인의 부족도 이러한 변화의 한 배경이 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 법은 도매전력시장에서의 진입장벽을 철폐하고 송전선 접속의 개방 등을 보장하였다. 독립발전사업자(IPP: Independent Power Producer)는 적용제외 도매전기사업자(Exempted Wholesale Generator: EWG)로서 복수의 주에 걸쳐 도매발전사업을 할 수 있게 되었고 당국의 허가를 얻으면 전기사업자가 특정 발전설비를 요금규제에서 제외하여 EWG설비로 전환하는 것도 가능하게 하였다.
사실 QF(Qualifying Facilities)로 인정을 받지 못한 독립발전사업자들은 공익사업지주회사법(Public Utility Holding Company Act of 1935, 이하 PUHCA)에 의한 증권거래위원회(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 : SEC)의 등록의무가 부과되는 등 진입장벽이 존재해 왔지만, 이 법은 적용제외발전사업자(Exempt Wholesale Generators, 이하 EWG)라는 발전카테고리를 설정하여 EWG를 PUHCA의 적용제외로 함으로써 도매시장의 경쟁을 촉진하였던 것이다.
또한 전기사업자(Utility)가 새로 구매할 때에는 비전기사업자(Nonutility)로부터 경쟁입찰 방식을 통해 구매하도록 규제하여 발전시장에서 경쟁을 더욱 촉진하고자 하였다. 전기사업자들도 이러한 변화에 대해 사업분할이나(divestiture) 스스로 독립적인 계열발전회사(APPs: Affiliated Power Producers)를 소유하여 이들을 경쟁입찰에 참가하게 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송전부문과 관련해서도, 연방동력법 개정이라는 형태로 전기사업자, 연방동력국 외에 도매용으로 전기 에너지를 발전하는 자는 모두 연방 에너지 규제위원회(FERC: Federal Energy Regulation Commission)에 일정한 규제 하에서 기존 송전선과의 접속연계 명령을 신청할 수 있게 되었다. 소매탁송(retail transmission)의 경우는 주정부가 송전선접속 개방을 요구할 권한이 없다고 명시되었지만, 캘리포니아 등 몇몇 주에서는 이를 추진하고 있다.
즉 발전부문 외에도 송전선 개방을 통해서 탁송부문의 경쟁도 나타날 전망이다. 이제 전통적으로 IOU들이 투자보수율에 기초한 가격규제를 받으며 자기들의 독점공급지역에 전력을 공급하던 방식에서, 송전업자들이 다양한 발전업자로부터 경쟁적으로 발전전력을 구입하여 송전 또는 배전하거나 발전업자가 직접 전력을 사용자에게 판매하는 방식으로 전력공급체계가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미국 전력산업 발전부문의 현황을 살펴보면, 아직 투자자 소유의 민영전기사업자(IOU)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몇몇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1990년대 초반 이후 성장이 정체되고 있지만, 공익사업규제정책법 이후 1980년대에는 인증설비를 갖춘 비전기사업자(NUGs: Non Utility Generators)들이 크게 성장하였다. 1985년의 경우 73%의 설비가 민영전기사업자, 그리고 4%가 비전기사업자에 의해 소유되었고, 1991년에는 75%의 설비가 이들에 의해 소유되었으며, 약 6%의 발전설비는 비전기사업자로 불리우는 독립계 발전업자가 소유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연방이나 주, 그리고 지역정부나 협동조합의 소유로 되어 있었다.
한편 1990년대에는 국가에너지정책법의 실행과 함께 다시 독립계발전업자들의 비중이 꾸준히 증대하여, 1998년에는 IOU의 몫이 66.1%, 그리고 비전기사업자의 비중이 11.8%로 증대하였다. 즉 1990년대 이후 독립계 발전사업자의 성장으로 인한 발전사업의 경쟁이 활성화되고 있는 것이다.(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 1999) 이러한 변화를 배경으로 미국 국내에서의 전력사업자간의 인수합병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데 이는 미국전체의 전기사업자 시장에서의 시장집중도를 더욱 상승시키고 있다.
나아가 각국의 전력산업의 민영화, 구조재편 등을 배경으로 영국이나 호주 등 외국으로의 해외진출도 크게 증가되고 있다.
***3. 캘리포니아의 전력산업구조변화**
***(1) 전력산업의 구조와 변화**
캘리포니아의 경우도 미국의 다른 주와 같이, 1996년의 급속한 구조재편 이전 몇십년 동안 발전, 배전, 송전 등 전력산업의 모든 분야가 IOU(investor-owned utilities)라 불리는 3개의 주요한 독점적인 민영전기사업자들에 의해 소유, 관리되었다.
즉 캘리포니아에서는 기본적으로 이윤을 목표로 하는 사적인 기업들이 발전소의 건설과 운영, 송전망의 관리 그리고 배전사업까지 도맡아 운영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이들은 모두 PUC(Public Utilities Commission)에 의해 전력요금, 발전용량 등 운영의 모든 부문에서 강력한 규제와 관리를 받았다.
즉 정부의 강력한 규제기관인 PUC가 발전비용에 기초하여 전력요금을 책정하였고 전력의 안정적인 공급을 관리하였으며 IOU들은 이러한 규제시스템 하에서 오랫동안 사업을 운영하였다. 1980년대에 들어서는 정부의 통합자원계획(Integrated Resource Planning)에 맞추어 필요한 새로운 발전설비의 확충과 에너지사용의 효율화와 자원보전을 위한 여러 정책들이 실시되었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대로, 1990년대 초반 이후 전력요금의 상승과 정부의 경제개입 축소를 지향하는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의 대두에 따라 전력산업에서 규제완화와 경쟁촉진으로의 정책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PUC의 전력부문 정책의 주안점이 전력공급에서 경쟁의 촉진으로 바뀌었고, 통합자원계획의 중요성도 약화되었다.
1994년 PUC는 근본적인 전력산업의 구조재편을 건의한 Blue Book을 발표하였는데, 이는 규제완화와 시장원리의 도입 하에서 특히 1996년부터 단계적으로 소매탁송을 도입하여 2002년에는 모든 사용자에게 적용한다는 내용이었다. 1995년에는 민영사업자에 의해 통합되어 운영되던 캘리포니아의 전력산업을 분할(unbundle)할 것을 공식화하여 결국 1996년 급진적인 산업의 구조재편이 이루어지게 된다.
***(2) 1996년의 구조조정**
1996년, AB 1890(California Assembly Bill 1890)이라고 불리우는 법안이 통과되어 캘리포니아 전력산업의 구조재편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이 법안은 종래의 투자자-소유의 발전, 송전, 배전을 분할하고 특히 발전 부문에서 경쟁을 도입하여 효율성을 증진시키고 전력요금을 인하할 것을 그 목표로 하는 것이었다.
이 법안에 따라, IOU 는 그들의 발전설비를 매각하거나 새로운 독립적인 사업자로 이전해야 했고, 전력이 도매로 거래되는 PX(Power Exchange)라 불리우는 도매시장이 개설되었다. 또한 송전부문에서는, 담당하는 ISO(Independent System Operator)라 불리는 독립적 서비스공급자를 설립하여 전력생산자로부터 소비자까지의 안정적이고 공평한 송전을 담당하게 하였다. 비록 송전 라인은 여전히 IOU에 의해 소유되었지만, 이들은 그들의 라인이 사용될 때 사용료를 받도록 하였고 이 사용료는 라인설비의 유지비용에 기초하여 FERC(Federal Energy Regulatory Commission)가 설정하도록 하였다.
원래 IOU들이 사적인 사업자들이었기 때문에 캘리포니아의 구조재편은 민영화와는 관련이 없지만, 전력산업에서 정부의 역할을 획기적으로 축소하고 시장경쟁을 촉진하는 급속한 규제완화로 파악될 수 있을 것이다.
AB 1890에 의해 도입된 전력산업 구조재편 조치들
- 가격결정 : FERC에 의한 가격결정 → 민간의 비영리조직인 PX(California Power Exchange)의 설립과 이에 의한 도매 전력요금의 결정
- 발전부문의 경쟁촉진 : 새로운 사적기업으로의 민영사업자의 전력설비 매각촉진
- 송전 관리 : ISO의 설립, 민영사업자가 담당하던 송전망 관리 역할 이월
- 소유와 통제 : 기존 민영사업자가 계속 송전망을 소유하고, 이들에 의한 배전망의 소유 통제도 지속
- 가격규제 : 민영사업자의 기존의 발전설비확충에 대한 비용지불을 보상하기 위한 Competition Transistion Charge를 추가적으로 전력고지서에 부과, 그러나 동시에 전력요금에 대해서는 총요금에 대한 10% 가격할인(rate freeze)을 실시, 단 SDG&E는 1999년 중반 이 가격규제를 폐지.
이러한 조치에 따라 발전부문에서는 PG&E, SCE가 반 이상의 발전설비를 매각하는 등 기존독점사업자의 발전설비 매각과 민간사업자의 진출이 이루어졌다. 또한 비영리기구인 PX(Power Exchange), ISO(Indepent System Operator)에 의해 전력도매시장과 송전시스템이 관리되었다. 실제로 도매전력 거래의 약 80%가 PX에 의해 이루어지며 모든 전력은 ISO에 의해 기존의 전기사업자들이 운영하는 배전망에 송전되고 있다.
사실 새롭게 나타난 전력거래와 가격결정 시스템은 아주 복잡하다. 우선 도매전력경매 시장인 전일시장(day ahead market)에서는 매시간 발전업자와 구매업자가 전력수요를 고려하여 그들이 지불받고 지불할 가격을 비드하고, PX가 가장 높이 비드된 가격에 기초하여 전력 가격을 설정한다. 만약 PX시장에 의해 공급된 전력이 부족하면 ISO가 예비전력을 포함한 그 차이분을 보조시장(ancillary service)에서 경매에 의해서 구매하도록 한다. 또한 전력공급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ISO는 그들의 발전계획이 조정가능한 스케줄 조정사업자(schedule coordinator)를 활용하기도 하며, ISO는 일부 발전업자와 RMR(Reliability-Must-Run)계약을 체결하기도 한다.
즉 이러한 시스템 하에서 도매(wholesale) 전력요금은 정부나 민영사업자(utility)가 아니라, spot market의 경매시스템 이는 발전비용이나 또는 소비자가 지불하고자 하는 가격과는 무관하다.
전반적으로 캘리포니아의 전력시장은 PX에 의해 운영되는 day ahead 시장과 ISO에 의해 운영되는 실시간(real time)시장으로 분할되어 있어서 발전업자들이 실시간 시장에서 전력요금의 상승을 기대하며 PX의 day ahead market에서 전력공급을 보류(withhold)하여 시장을 농락(gaming)할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한편, 대규모의 개별사용자들은 PX를 통하지 않고 발전업자와 전력요금과 서비스조건이 사적으로 결정되는 쌍무적(bilateral) 계약을 체결하거나 사적 기업(Autated Power Exchange)에 의해 운영되는 경매시장을 통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도 ISO에 의해 관리되는 중앙집중화된 송전시스템이 전력을 송전한다.
***4. 캘리포니아 전력산업 구조조정의 결과와 문제점**
***(1) 전력산업의 경쟁확대**
1996년의 구조재편 이후, 초기의 결과는 새로운 시스템이 어느 정도 작동하는 것으로 인식되었다. 무엇보다도 발전부문의 경우 기존 독점사업자들의 설비매각과 새로운 민간발전업자들의 진출로 인해 구조재편 이전에는 송배전망을 소유한 민영사업자의 발전시장에서의 비중이 50%가 넘었으나, 구조재편 이후 그 비중은 15%로 급속히 하락하였고, 독립계발전사업자를 중심으로 하는 비전기사업자(nonutility owner)의 비중이 40%로 증가하였다.
그러나 아직도 몇몇 사업자는 10%에 가까운 시장지배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독과점의 우려가 없을 것이라 말하기는 어려우며 발전업자들간의 담합가능성도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소매시장에서도 98년 말 현재, 10만이 넘는 사용자가 새로운 배전회사를 선택하여 경쟁도 어느 정도 진전되고 있다고 평가되었다. 실제로 전력산업에서 경쟁은 특히 대규모 기업사용자시장에 있어서 활발하게 전개되었고, 1999년 11월 현재 피크시 500kW 이상의 전력을 사용하는 사용자의 약 20.1%(전력사용량의 31%), 20-500kW의 전력을 사용하는 사용자는 6.5%(전력사용량 14.6%)가 공급자를 교체하였다.
그러나 전력산업의 가정사용자를 포함한 소규모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소매시장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다. 99년 11월 현재 전력공급자를 교체한 가정용 사용자는 오직 1.6%(전략사용량의 1.9%)에 그쳤고, 전체적으로 보면 총 사용자의 1.9%만(전력사용량 13.7%)이 공급자를 교체하였던 것이다.
사실 이렇게 경쟁촉진이 미약한 것은 소매전기요금 자체가 10%의 할인과 정부규제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공급자의 교체가 가정 등 소규모 사용자에게 그다지 큰 편익을 가져다주지 않는 것에 기인하는 것이다. 개인사용자들이 실시간(real time) 혹은 구간제(interval) 계량기에 기초하여 전력요금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인가 하는 것은 불명확하다.
Edison이 제공하는 미터기의 사용요금도 설치료 포함 약 6백30불에 달하며, 이조차 실시간 요금을 알려주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들이 전력요금을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PX 인터넷 사이트와 같은 곳에 접속하여 정보를 얻어야 하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가격에 대한 반응이 민감할 지는 의문스러운 것이다. 실제로 최근의 연구들은 구조재편 이후 캘리포니아 전력산업의 경쟁촉진이 미약한 수준이며 아직 대규모 사업자들에 의한 시장경쟁의 억압이 온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구조재편이후 전력요금은 PG&E와 SCE의 경우 점진적으로 하락하고 있는데, 이는 경쟁의 촉진 뿐 아니라 AB 1890이 주정부가 IOU가 1997년 말 이후 전력요금을 10% 인하하도록 한 요금규제에(rate freeze)도 의한 것이었다. 실제로 요금규제가 끝난 SDG&E의 경우 2000년 전력요금이 급상승하여 우려를 던져주고 있다.
***(2) 구조재편의 폐해**
***1) 2000년 여름의 전기료 급등과 정전사태**
이미 2000년 5월과 6월에는 전력의 수요와 공급의 조정실패문제, 그로 인한 대규모의 정전사태 등이 발생하였다. 5월 22일 ISO는 에는 2단계 긴급사태(State 2 emregency)를 선언하여 일부의 전력수요자들이 자발적으로 전력사용을 중단하였으나, 이는 1500메가와트에 달하는 ISO의 계산 실수에 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후 6월 14일, PG&E가 관할하는 10만에 이르는 사용자들에게 정전사태가 발생하였다. 이 날의 정전사태는 전반적으로는 이 지역의 9개의 발전소들이 수리 등으로 인하여 가동되지 못하였을 뿐 아니라, 낙후된 송전설비로 인해 전력을 다른 지역으로부터 수입하지 못한 데에 기인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이는 부분적으로는 Bay 지역의 발전회사들이 ISO에 발전결정을 공지하지 않는 등, 전력 수급조정 자체의 불안정과도 관련이 있다.
결국 전력수입의 부족과 기록적인 더위는 이 지역 9만7천여 사용자의 약 420메가와트의 전력사용 중단을 낳고 만 것이다. 사실, 대규모사용자의 자발적 전력사용축소의 촉진 등 ISO의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했으며, 정전결정 과정에 대한 공적인 감시노력이 부족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표 1> 6월 14일 캘리포니아 지역의 정전사태
나아가 6월에는 샌디에이고 지역의 전기요금이 급상승하여 대중의 커다란 불만을 낳았다. 6월 11일에서 15일까지 5일동안 샌디에이고 지역의 소매전기요금이 무려 270%나 상승하였다. PG&E와 SCE의 전력사용자들이 2002년까지 일시적인 소매가격상승규제의 혜택을 받고 있던 반면, SDG&E의 소매가격규제는 1999년에 끝나 있었기 때문에 샌디에이고 시민들의 6월 전기료는 평소 때의 두배로 급등하였고, SDE&E의 6월 요금수입도 전국평균의 두배에 달하였다. 이러한 전기료 급등은 저소득가계에 큰 타격을 미쳐, PUC는 저소득층을 위한 15%의 특별 할인요금을 설정하기도 했으며, FERC는 2000년 메가와트당 750$로 확대되었던 ISO 시장의 가격규제의 상한을 8월 1일 다시 250$로 하향조정하였다.
이러한 소매전기요금의 급등은 당연히 도매요금의 상승에 기인한 것이었는데, 2000년의 경우 5월과 6월의 피크 기간 동안 도매요금은 1999년 요금의 몇 배에 달하였다. 한편, 이는 비용증대, 고온으로 인한 수용증대 등의 요인만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것이라 보고되고 있다. 실제로 1999년 6월 29일 총 전력 사용량은 76만3천 메가와트였고 요금은 4천5백만 달러였던 반면 2000년 당일의 사용량은 79만5천메가와트에 요금은 무려 3억 4천만 달러였던 것이다.
사실 2000년 여름 대부분의 경우 피크시의 전력사용량은 1999년에 비해 높지 않았으며, 천연가스의 가격상승이 2배였던 것을 고려할 때, 피크가 아니었던 시간의 전기요금조차 1999년 피크시보다 4배 이상이 뛴 것은 발전회사들의 담합적 행위 등 다른 설명이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전기요금상승은 당연하게 캘리포니아 지역의 대부분 발전회사들의 이윤급등으로 이어졌다.
<표 2> SDG&E의 전력요금 급상승, Residential 요금(cents/kWh)
***2) 2001년 겨울 전력난과 부분적 공기업화**
2000년 6월의 이러한 사태에도 불구하고, 전력산업을 관리하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은 거의 부재하였으며, 결국 캘리포니아에서는 2001년 1월 중순 이후 지난 여름보다 훨씬 더 심각한 전력난이 발생하고 말았다. 1월 18일 실리콘 밸리의 중심지인 새너제이, 프리몬트에서는 단전으로 인해 공장과 사무실이 멈췄으며. 그리고 샌프란시스코, 새크라멘토 등에서도 정전사태가 발생했다. 이미 16일 이 지역의 전력수급 총괄기관인 캘리포니아 독립시스템 운영국(ISO : Independent System Operator)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전력예비율이 1.5% 이하로 떨어지면 발령하는 3단계 비상사태 조치를 2주째 시행하였다.
<표 3> 2001년 1월 캘리포니아 지역의 도매 전기요금 ($/MW)
자료 : California Energy Commission. 2000. Wholesale Electricity Price Review.
2001년 1월의 사태는, 심각한 전력공급의 부족과 전기요금의 급등이 나타난, 기본적으로 2000년 6월과 비슷한 사건이었다. 2001년 1월의 도매요금은 2000년 1월에 비해 평균요금 약 10배, 피크시 순간 최대요금이 약 30배의 급등을 기록하였다.
이미 지난 여름에도 도매요금이 폭등하여 배전업자들은 심각한 고통을 겪은 바 있으며 소매요금 규제를 받고 있지 않던 SDG&E의 겨우 소매요금 폭등으로 소비자에게 그 부담을 전가시켰다. 이번 겨울 PG&E와 SCE의 경우, 아직 2002년까지 소매가격의 규제를 받고 있었으므로, 다시 나타난 도매요금의 급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소매가격에 전가시킬 수 없었으며 이에 따라 이들은 파산 일보직전에 이르렀다.
특히 PG&E와 SCE는 지난 7개월 동안 120억 달러의 손실을 입어 총 127억달러의 채무를 안게 되었고, 채무불이행에 따라 스탠다드 앤 푸어스(Standard & Poor's)는 SCE와 PG&E의 신용등급을 투자부적격등급인 정크본드(junk-bond status)로 낮췄다. 에디슨 인터내셔널(Edison International)과 SCE 자회사는 채권자에게 5억 9천6백만 달러의 채무를 실제로 이행하지 못하였으며, PG&E는 2월중에 10억 달러의 채무를 갚아야 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른 주의 전력회사들이 이들에게 전력공급을 중지하자, 급기야 단전사태로까지 이르게 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긴박한 상황에서 캘리포니아 주 의회는 주 정부가 다른 주의 전기 공급회사로부터 직접 전기를 구매해 PG&E와 SCE에 저가에 판매하도록 하는 법안을 1월 16일 가결했다. 캘리포니아주 수자원국은 4억 달러를 긴급하게 투입해 다른 주로부터 전기를 사들이고 있으나 하루에 사들이는 비용이 4천만 달러를 넘어 다 소진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데이비스 주지사는 주정부가 부도직전의 전기회사를 구제하기 위해 최고 1백억 달러 규모의 공채발행을 골자로 하는 법안을 2월 1일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주정부가 신용하락 및 현금부족으로 타주로부터 전기를 사지 못하고 있는 전기회사를 대신해 최장 10년간 장기 전기구매계약을 맺고 전기회사의 부채상환을 돕기 위해 최고 1백억 달러의 수익채권을 발행하는 것을 주내용으로 하고 있다.
나아가 캘리포니아주 정부는 2월 23일 부도위기에 직면한 3개 민영 전기소매회사중 하나인 SCE의 송전선을 인수하기로 극적인 합의를 보았다. 주 정부가 SCE의 송전선 약 1만9천2백㎞을 약 27억달러에 인수하였고 대신 SCE는 매각대금으로 부채를 일정 부분 갚고 전기료인상요구 소송을 철회하기로 잠정합의를 본 것이다.
주의회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잠정합의안에 따르면 SCE의 모회사인 에디슨 인터내셔널이 SCE의 부채 상환을 위해 4억2천만달러를 지원하며 SCE는 채무상환전용 특별요금부과를 통해 채권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 SCE는 향후 10년간 자체 생산한 전력의 경우 코스트에 적절한 이윤마진을 더한 가격을 기준으로 공급하게 된다. 주정부는, 이 경우 공급가가 현재 현물시장 가격보다 월등히 낮아지게 되고 특별요금 부과분도 상쇄돼 소비자들의 추가부담은 없을 것이라 주장했다.
이와 동시에 주정부는 제1 전기소매사인 PG&E의 송전선 약 1만9천마일(3만400㎞)과 6억달러의 부채가 있는 SDGE의 송전선 약1천800마일(2천880㎞)을 인수하기 위한 협상을 계속하고 있다.
한편 ISO는 전력예비율이 7%이상으로 상승함에 따라 23일, 거의 40일만에 처음으로 전력비상단계를 해제했다. 결국 규제완화와 이후의 전력난이 낳은 것은, 주정부가 송전시스템을 직접 소유, 관리하는 시스템, 공적 자금의 투입에 기초한 송전망사업의 공기업화였다.
따라서 지난 96년부터 실시돼온 전력산업의 규제완화는 전력가격 폭등과 송전회사의 파산으로 인해서 완전히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고, 규제완화 이전 시기보다 더욱 정부의 개입이 강화된 부분적 공기업화가 등장하고 나타나고 만 것이다.
***(3) 캘리포니아 전력산업의 문제점**
그렇다면 무엇이 캘리포니아의 전력산업을 규제완화 이후, 전기요금의 급등 그리고 정전사태, 급기야는 공기업화로 이어지게 만들었을까. 이에 대한 상세한 분석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우리는 몇몇 근본적인 문제점들을 지적할 수 있다.
우선 무엇보다도, 경쟁을 촉진하는 데 실패한 급진적인 규제완화 정책과 시장 자체의 실패의 문제를 지적할 수 있다. 자체의 급진적인 규제완화 이후 나타난 복잡하고 조정되지 않는 시장구조가 발전업자의 담합 그리고 전력요금의 상승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었다.
규제완화 이후의 전력시장에서 전기요금은 가격규제를 받던 이전 시기와는 달리, 발전비용과는 무관하게 시장상황에 따라 결정될 수 있으며, 이 경우 높은 이윤을 얻기 위한 발전회사들의 시장조작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실제로 구조재편 이후 캘리포니아의 전력시장은 쌍무적 시장(bilateral market), PX(California Power Exchange) 시장, 그리고 APX(Automated Power Exchange) 와 같은 독립적인 시장 등, 여러 분할된 시장으로 구성되었다.
ISO는 소비자와 연결되는 최후의 시장인, 일종의 판매자(seller)시장인 실시간(real time) 시장에서 모든 수요가 반드시 충족되도록 수급과 가격설정을 관할한다. 그러나 이러한 시스템에서는, 판매자들이 공급이 부족하면 반드시 수요가 충족되어야 하는 최종시장에서, 그리고 따라서 모든 시장에서 전력의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 하에서 전력의 공급을 의도적으로 줄일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최종구매자(buyer of last resort)로서 ISO는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어떠한 높은 가격에서도 전력을 구매해야 했으며, 송전망을 통제하는 사업자가 발전까지 담당하는 상황에서는 이들이 시장에서 불공정한 이득을 얻을 가능성이 컸던 것이다. 따라서 시장상황을 잘 알고 있던 발전업자들이 비용이 아니라 비탄력적이며 높은 수요에 기초하여 높은 가격을 비드(bid)한다면 결과적으로 전력요금은 급등하게 되는 것이다.
ISO도 "우리는 캘리포니아의 에너지와 보조 서비스시장이 지난 여름 고수요시기에 경쟁적이었다고 말할 수 없다"며 캘리포니아의 전력산업 시장구조가 경쟁적이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ISO와 PX의 정보공개거부에도 불구하고, 버클리대 교수인 Kahn은 여름의 전력난 직후 캘리포니아 주지사에 대한 보고서에서 이러한 가격상승을 위한 공급자들의 담합가능성을 강력하게 제시하고 있으며 강력한 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우선 가장 근본적으로는 전력공급이 증대하는 전력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우선 최근 발전설비에 대한 투자가 정체하여 1996년에서 1999년까지 총 발전설비의 오직 2%, 672MW의 발전설비가 증대되는데 그쳤다. 반면, 1996년 이후 이른바 신경제 현상과 더불어 나타난 이 지역의 경제성장은, 실리콘 밸리 등의 지역의 전력수요를 급증하게 만들어, 1996년에서 1999년까지 피크시의 전력수요량 증대는 5500MW에 달하였다.
<표 4> 캘리포니아 지역의 발전설비와 수요증대 비교
자료 : California Energy Commission
실제로 보수언론을 포함한 몇몇 이들은 전력난이 규제완화의 실패나 시장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수급의 문제이며 규제가 더욱 완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러한 전력공급의 부족도 정부의 정책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이다. 역사적으로 캘리포니아는 1974년의 Warren-Alquist 법 이후 에너지수요와 자원에 대한 통합적인 관리를 지속해 왔고 80년대에는 가장 다양한 에너지원에 기초한 발전과 효율적인 에너지관리를 자랑하였다.
그러나 90년대에는 전력산업의 구조재편과 함께, 정부의 역할을 축소하는 시장지향적인 정책들이 대거 도입되었다. 1990년대에는 포괄적인 전력공급의 조정을 추구하던 자원통합계획(Integrated Resource Planning)이 폐지되어 발전의 위험을 민간부문이 떠맡게 되었고 이는 발전설비에 대한 투자를 저해하였다.
또한 1995년에는 utility 사업자들이 환경친화적인 발전사업을 할 수 있게 한 Biennial Resource Plan Update 정책을 중지하였고 재생가능한 자원에 기초한 발전에 대한 세금지원도 중단되었던 것이다. 게다가 PUC의 performance-based 가격설정은 설비업자들이 장기투자를 외면하고 단기비용의 감축을 추구하게 만들었다.
또한 전력산업의 경쟁을 지향하는 AB 1890의 도입과 함께 고효율 에너지와 재생가능한(renewable) 에너지 프로그램에 대한 투자는 1980년대에 비해 70%나 감소하였다. 즉 이전시기에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책임지던 정부 역할의 급속한 축소가 전력공급의 심각한 불안정을 낳았던 것이다.
또한 캘리포니아 지역의 발전설비가 이미 노후화되고 수리(maintenance)가 필요하다는 것이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이미 55%의 발전설비가 30년 이상의 낡은 설비이며, 10년 미만의 발전설비는 오직 7%에 불과한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나타난 규제완화는 발전설비를 더욱 장기간 사용하게 만들어 안정성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으며, 특히 노후화된 설비의 유지보수가 전력공급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유지보수 기간은 발전업자에 의해 결정되며 PUC의 조사에 따르면 2000년의 경우 6월달 그리고 2001년의 경우 1월에 주로 나타났는데, 이는 유지보수 과정에서 발전업자의 담합 가능성이 아주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전력수요의 급속한 증대와 공급의 부족 등 캘리포니아 전력산업이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구조조정이후 나타난 복잡한 전력시장의 구조와 잘못 설계된 경매시스템의 가격설정구조가 필연적인 폐해를 나은 것이다. 전력 도매시장이 PX와 ISO에 의해 조정되는 경매에 의해 독자적으로 가격이 결정되는 여러 부분으로 분할되어 있는 시장구조가 발전업자들간의 시장 농락(gaming)행위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캘리포니아의 경험은, 경쟁적이지 않은 전력시장에서 적절한 보완장치 없이 전개된 정부규제와 조정의 급속한 철폐는 시장지배력의 강화, 전력수급의 불안정 그리고 소비자에 대한 악영향을 낳는다는 것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즉 캘리포니아의 경험은 전력의 안정적이고 저렴한 공급을 위해서 적절한 사적부문과 시장논리에 대한 적절한 통제 그리고 효율적이고 공평한 시장구조의 설계가 필수적임을 웅변하는 것이다.
***5. 맺음말 : 한국에 주는 교훈**
지금까지 우리는 캘리포니아 전력산업의 급진적 구조재편의 실패사례에 대해 분석하였다. 경쟁이 제대로 나타나지 않는 전력산업에서 정부의 역할을 급속히 축소하고 규제완화를 실시한 것은 경쟁 촉진과 소비자의 이득 대신, 발전업자들의 담합으로 인해 전력수급의 심각한 불균형, 나아가 정전사태로까지 이어졌던 것이다.
이러한 긴박한 상황의 결과로 결국 주 정부가 송전망을 인수하는 부분적인 공기업화가 이루어졌던 것이다. 결국 이러한 캘리포니아의 경험은 공적인 성격을 크게 띠고 있는 전력산업에서 안정적인 전력공급 등 정부의 적절한 역할이 언제나 필수적이며, 잘 설계되지 않은 시장의 성급한 도입은 치명적인 결과를 나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캘리포니아 사태 이후, 이미 네바다주는 캘리포니아 사태에 충격을 받고 전력 시장 경쟁체제 도입 법안의 실시를 연기하였고, 아칸소주도 전력 시장의 경쟁 도입을 최소 12년 연기하기로 하는 등 캘리포니아 사태는 전력산업의 규제완화에 대해 진지한 재고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떠한가? 이미 한국전력의 민영화와 발전설비의 분할매각 등 전력산업의 급속한 규제완화에 관한 법안이 지난(2001년) 겨울 국회에서 통과되었으며 이제 정부는 캘리포니아에서 나타난 것과 유사한 방식의 전력산업 구조재편을 급속히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전력은 1996년 에디슨 상을 수상할 정도로 경영의 효율성이 전세계적으로도 상위권에 속하는 회사이다. 정부가 주장하는 것과는 달리 부채도 그리 심각한 수준이 아니며, 투자보수율의 감소도, 역시 1982년 이후 오히려 전력요금이 감소할 정도로 오래 지속되었던 전력요금의 규제와 정부의 과도한 간섭에 기인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대규모의 발전회사들은 외국자본에 매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들에게 높은 투자보수율을 보장한다면 전기요금의 상승이 명확하며, 국부유출이라는 비판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경쟁 촉진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한전의 분할매각과 전력산업의 규제완화는, 외국자본에 매각된 발전회사간의 담합 그리고 전력요금 인상과 공급의 불안정 등 캘리포니아와 같은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다른 나라에서 전기를 사오기 힘든 한국의 경우, 이러한 문제는 미국의 경우보다 훨씬 더 심각하게 나타날 것이다.
물론 공공부문의 비효율성과 한전의 문제점도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공기업 체제를 유지하면서 내부적으로 더욱 민주적이고 효율적인 기업지배구조의 개선 그리고 전력요금의 점진적인 현실화 등을 추구하는 것이 더욱 합리적인 방안일 것이다. 캘리포니아 사태가 극명하게 보여주는 교훈은 정부개입의 축소와 시장의 확대가 결코 능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러한 사례를 무시하는 무리한 민영화와 규제완화로 인한 부담은 결국 국민 모두에게 돌아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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