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년지교(忘年之交)**
성공한 은행가의 사무실에 놀려 간 일이 있었다.
남산의 케이블카가 보이는 소파에 앉아
행복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행복은 연습을 통해 얻어 지더군요”
연배가 훨씬 많은 숙부 같은 새 친구가
인생의 지혜를 전해 주려고
아들 같은 나를 앉혀 놓고 말씀을 꺼내신다.
“ 선생님! 나이 드셔 가는 기분이 어떻습니까?
불안하신가요? 아니면 행복하신가요? “
그 분에 직함은 관심이 없다.
은행에서 돈 빌려 달라 할 일도 없고
이해관계가 얽힐 일도 없어서
네겐 좋은 이야기를 나누고
밑도 끝도 없는 질문을 해도
부담이 없는 사이가 되었다.
“ 모든 것이 연습입니다.
행복도 사랑도 연습을 해야 됩니다.
자녀에게 결혼기념일이 되면 돈을 줘서라도
엄마 아빠 선물을 사도록 연습 시키세요.
효도도 연습입니다.” 라고 말씀 하시며
스물여덟 먹은 아들이 당신들 결혼기념일이면
일주일 전부터 선물을 고르고 다닌다며
은근한 자랑이시다.
“저는 나이 들어가는 것을 기다립니다.
궁금하거든요.
내가 더 여유롭고 세상에 관념에 치우침 없이
살아 갈 수 있는 시기가 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 질문은 조금 앞질러 갔다.
“내 인생을 이십년 단위로 잘라서
계절에 끼워 맞추면 나는 지금 늦가을에 와 있습니다.
거두고 정리 하는 시기입니다.
처지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면 모든 것이 행복입니다.
아이들이 행복해 지길 바란다면
감사하는 마음을 연습 시켜야 합니다.
세상사는 덕목이 전부다 연습에서 옵니다.
조용조용한 그 분에 말씀에 덧붙일 말이 없다.
“ 맞습니다. 그런 것 같습니다”
우리들 이야기 하는 뒤편으로 케이블카 한대가
남산 위에서 내려오는 모습이 보인다.
하산 하는 인생 앞에서 보여주는
평범한 교훈 이야기가
가슴 속에 뜨끔거리는 것을 보면
이제야 철이 들어가나 하는 생각이 든다.
평소 보던 불교 경전을 주시기에
선물로 받아 와서 집에 앉아 펼쳐 보았다.
佛設善生子經(불설선생자경)에서 四結行(사결행)부분을
밑줄을 그어 놓은 것이 보인다.
살생을 하지 말고, 도둑질 하지 말고,
음탕하지 말고 거짓말 하지 말라는
어머니에게서나 배울 듯한 지극히 평범한 가르침이
가장 위대한 진리로 느끼셨나 보다.
통속이나 평범에서
진리를 보지 못하는 사람은
자연 속으로 걸어 들어가도
역시 진리를 만나지 못한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는 만남이었다.
*추신*
저의 개인 홈페이지가 주소를 바꾸고 새로 단장했습니다.
새로운 주소는 www.kimseungho.net 입니다.
이메일 주소도 jk959@naver.com으로 바뀌었습니다.
많이 들려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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