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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만드는 법을 알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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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만드는 법을 알아냈다

유재원의 코드읽기<2> E세대와 바람

지난 대선에서 5060의 캠페인 세대, 즉 C세대는 황당한 결과에 당황했다. 그리고 60년대 유행가 가사처럼 '너무도 빨리 온 인생의 종점'이 왔다고 생각하고는 망연자실했다. 자신들이 온 청춘을 바쳐 이룩했던 모든 것들이 무너지는 듯한 자괴감마저 느꼈다. 한창 때에 갑작스레 일선에서 내몰리는 처참한 기분이었다.

오죽하면 그토록 좋아하던 신문도 안 보고 저녁 뉴스마저 외면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겠는가? 5060세대에 속하는 각 신문들의 칼럼니스트들은 이 나라의 현재의 번영을 일군 5060세대의 공로를 무시하면 안 된다는 다분히 위협적인 충고와 당부를 했다. 그리고 경험 없는 2030의 이벤트 세대, 즉 E세대가 국가와 민족의 앞날을 위험하게 하지 않을까 저으기 우려를 드러냈다.

그러나 대선 결과만 가지고 5060세대가 사회의 중심에서 밀려나고 2030세대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조금 성급하다. 이는 디지털 세대의 특성을 잘 알지 못한 까닭으로 일어나는 공연한 불안이다.

인터넷과 휴대 전화로 상징되는 E세대는 조직적이고 지속적인 목표를 위해 일관성 있게 움직이는 캠페인 세대가 아니다. 이들은 한 이벤트를 위해 일시적으로, 그리고 즉흥적으로 모였다가 그 이벤트가 끝나면 그대로 흩어지는 세대이다. 이들은 또 어떤 한 중심을 축으로 하여 일사불란하게 움직이지도 않는다. 각자가 자신 나름대로의 철학과 판단에 따라 행동한다.

따라서 이들에게는 좌파니 우파니 하는 이념이 있을 수 없다. 이들에게는 장기적 목표도 없다. 장기적 목표가 없으니 장기적 계획도 가지고 있지 않다. 특별한 이슈가 없을 때에는 이들은 자신들의 개인적 문제를 풀기 위해 열심히 고민하고 최선을 다하는 평범한 생활인들이다.

그러나 어떤 관심사가 생겼을 때에는 이들은 순간적으로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뀐다. 이 문제에 집중하고 적극적으로 행동한다. 뜻을 같이하는 다른 이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밝히고 함께 행동해 줄 것을 요구한다. 이런 각자의 뜻이 모이면 한 날 한 곳에 모여 자신들의 주장을 강력하게 표현한다. 그리고 소기의 목적을 이루면 언제 그랬느냐 싶게 한 순간에 사라진다.

디지털 세대의 이런 특성은 바람을 닮았다. 바람은 기압의 차이에서 생겨난다. 기압의 차이가 없는 곳에는 바람이 없다. 이럴 때 우리는 바람이란 존재가 있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그러나 한번 기압골이 생기면 이 골을 따라 바람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한번 모여들기 시작한 바람은 미풍에서 강풍으로, 강풍에서 폭풍으로 순식간에 몰아친다.

폭풍이 되면 이미 아무것도 이를 이길 수 없다. 자연의 힘 가운데 가장 무서운 것이 폭풍이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지 않기에 평소에는 있는지 없는지도 불확실하다가 한번 몰아치면 가장 무서운 존재로 변하는 바람이란 존재는 참으로 신비하다. 바로 그런 바람이 지구 위에 계절풍과 편서풍을 만들어 해류를 움직이는 등 가장 지속적으로 지구의 기후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지금 이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과 같은 존재인 디지털 세대의 시대로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바람이 힘을 얻기 위해서는 바람골을 이루어야 한다. 지금까지 일반 평민들은 이 바람골을 만들어내는 방법을 갖고 있지 못했었다. 그래서 눌릴 대로 눌린 다음에야 폭발하듯 민심이 터져 나오곤 했다. 흔히 말하는 민중 봉기나 혁명은 바람길이 막혀 기압이 높아질 대로 높아진 다음에 폭발한 태풍이었다.

그러나 정보 통신 시대를 맞아 일반인들 역시 자신들의 의사를 표현하고 뜻을 모으는 방법을 발견했다. 인터넷과 휴대 전화를 통한 의사소통 방법이다. 이제 바람 몰이를 어떻게 하는지 알게 된 대중은 결코 조용히 바라보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다. 정보 통신 시대에 더 이상 조용한 다수는 없다. 이미 전자직접민주주의는 시작되었다. 지난 대선은 그 시작일 뿐이다.

선거 결과는 기성 세대의 뜻대로 되지 않았지만 아직 5060세대가 사회의 중심에서 밀려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들의 경륜과 노련함은 사회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능력이기에 앞으로도 오랫동안 우리 사회에 이바지할 것이다.

다만 예전에는 수동적이고 자신들의 의견을 제대로 표현하거나 관철하지 못했던 조용한 다수가 인터넷과 휴대 전화라는 강력한 무기를 지니고 있으면서 언제라도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다시 나서 자신들의 뜻을 이루기 위해 이벤트를 벌일 여지가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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