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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난 북핵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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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난 북핵정책

구해우의 '한반도 워치' <1>

북한은 베이징 북ㆍ미ㆍ중 3자회담에서 핵무기 보유를 시인하면서 핵실험이나 핵물질 수출문제는 미국의 행동에 달려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CNN 등 미국언론들이 보도했다. 이는 한반도 북핵문제 해법에 대한 심각한 혼란을 가져올수 있는 대형사건이라 할 수 있는데 이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역사적, 구조적 접근을 통한 정확한 분석이 요구된다.

지난 4월 10일 미국 하버드대 한국학연구소에서는 ‘RESOLVING THE KOREAN CRISIS' 라는 주제로 최근 동북아정세의 핵심이슈로 등장한 북핵문제의 해결책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 토론회에는 북핵문제의 당사자인 북한의 유엔 차석대사 한성렬을 포함하여 도날드 그레그 전 주한 미 대사, 돈 오버도퍼 존스홉킨스대 교수, 에즈라 보겔 하버드대 교수등 저명한 한반도문제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하루 종일 밀도있는 토론을 전개했다.

조금은 시간이 흘러간 토론회인데 이 토론회 이야기를 꺼낸 것은 이날 북핵문제와 관련한 대단히 중요한 언급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당국, 언론, 전문가들 속에서 충분히 공유되고 있지 못하고 있다라는 문제의식이 있기 때문이다.

이날 북한 한성렬 대사의 가장 중요한 언급은 다자대화 수용 가능성과 함께 북핵에 대한 북한 정부의 미묘한 입장변화에 대한 것이다. 이날 다자대화 수용가능성에 대한 입장은 이틀 뒤 북한 외무성의 공식 발표로 이어졌고 나아가 베이징 3자회담 성사로 이어졌다. 물론 그 이면에는 미국, 북한, 중국간의 치열한 외교전과 협상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날 북한측의 다자대화 수용가능성에 대한 발언 못지 않게, 아니 어찌보면 더 중요했던 발언은 ’북한핵 보유의 사실성‘ 에 대한 질문에 대해 한성렬 대사의 ’우리의 핵보유에 대한 정책은 NCND라고 할 수 있다‘라는 언급이었다. 그것도 미리 그 질문을 예상했었다라는 태도로 대단히 진지하게 입장표명을 한 것이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남북경협과 관련한 남북통신 협상을 직접 기획하고 진행하면서 평양에 4차례 다녀온 바 있고 베이징에서 수차례에 걸쳐 북한측 인사들과 협상을 했던 적이 있다. 북한 사회주의체제 입장에서 통신문제는 체제안전과 관련되기 때문에 남북 통신협상은 북한의 노동당과 군부에서 직접 관리하면서 진행한다. 따라서 필자는 개인적으로 북한측 인사들의 협상방식, 대화전술 등에 대해 나름대로 실천적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날 한성렬 대사의 발언은 분명히 준비되고 계산된 발언이었다고 판단한다.

그런데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나라들의 핵보유 과정에서의 대외 정책은 대개 3단계를 거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1단계는 전략적 모호성의 단계이고 2단계는 NCND이며 3단계에서 핵보유를 공식적으로 선언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북한은 첫 번째 단계인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태도를 취해왔던 것인데, 필자의 기억으로는 이번 하버드대 토론회에서 처음으로 NCND라는 정책으로 핵보유에 관한 입장을 한단계 발전시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나아가 이번 베이징회담에서 핵무기 보유사실에 대해 시인했다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사실 필자가 이 글을 기고한 시점은 지난 23일이었다. 이번 회담에서 북한의 핵보유 선언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이는 북핵문제의 해결과 관련하여 중대한 의미가 있다. 현 노무현 정부의 북핵문제와 관련한 원칙은 첫째 북한의 핵보유는 절대 용납 못한다는 것, 둘째 북핵문제는 반드시 평화적으로 해결한다는 것 두 가지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북한은 현재 핵보유에 관한 대외정책을 전략적 모호성의 단계에서 NCND단계를 지나 이번 베이징회담에서는 핵무기 보유사실 시인단계로 급속도로 진행시키고 있다.

북한과 미국은 작년 10월 핵무기프로그램과 관련한 미묘한 외교전을 전개한 바 있다. 미국의 제임스 켈리 특사가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관련한 증거를 들이대자 북한측이 이를 시인했다는 것이다. 당시 북한측은 미국이 계속 적대정책을 취하고 압박을 가한다면 핵무기 그 이상의 것도 가지게 되어 있다라는 애매모호한 표현과 입장을 취한 바 있다.

현재 북한이 핵무기 개발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는 것이 기정사실화된 상태에서 베이징 3자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사실과 진행과정을 주의깊게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이번 회담에서 북한의 핵무기보유 시인에 대한 미국언론의 보도에 대해 북한은 또 다시 모호한 표현단계를 거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북한은 핵보유에 관한 정책을 계속해서 단계적으로 발전시킬 것이라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북한은 핵무기보유 문제에 대해 상황에 따라 핵무기 보유선언을 할 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북한은 중국의 반대 으로 인해 쉽게 핵무기 보유선언을 하지 못할 도 있고, 안할 도 있다. 그러나 상황에 따라서는, 예를 들어 3자회담이 결국 무산되고 미국과 북한내의 강경파들이 득세한다면 핵무기보유를 공식 선언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북핵문제 나아가 한반도문제는 단순한 산수로는 그 해법을 찾기 힘들며 대단히 복잡한 고등수학적인 차원에서 그 해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현재 남한, 북한, 그리고 미, 일, 중, 러 등의 상황변화에 대해 예의 주시해야 하고 발생할수 있는 상황도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대입해가면서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북한이 핵무기보유선언을 한다면 현 노무현정부의 북핵문제의 첫 번째 원칙인 '북한 핵은 절대 용납못한다'라는 입장과 정면 충돌하게 될 것이다. 이같은 상황이 발생할 경우 노무현정부는 미국 부시정부의 강경파들과 함께 북폭을 추진해야 하는 곤혹스런 처지에 빠질 수도 있다. 과연 이같은 문제에 대해 노무현정부의 외교안보팀은 해법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대한 해법이 없다면 현 외교안보팀의 북핵문제와 관련한 정책은 구멍나 있다라고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된다.

지난 22일 저녁 김대중 전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북핵문제는 반드시 평화적으로 풀어야 하며, 어떤 경우에도 전쟁은 막아야 한다. 한미관계와 남북관계는 병행해서 잘 풀어가야 하며 그래야 우리의 자주적 입장이 강화될 것이다’ 라고 말했다고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세계 4대 강국에 둘러싸여있는 한반도라는 지정학적인 조건, 약소국의 조건에서 우리나라 역사상 참으로 보기 드물게 자주적인 외교를 펼친 인물로서 깊은 고민이 담긴 조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외교안보팀, 전문가, 언론 등 각 영역에서 깊은 사색과 창조적 지혜를 모으는 것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생각된다.

필자 구해우는 고려대 법대 출신으로 학생운동, 통일운동에 몸담아 왔으며 현재 미래전략연구원 부이사장을 맡고 있다. 또한 지난 3월부터 미 하버드대 한국학연구소 객원 연구원으로 있다. 지난 2001년부터 남북통신 협상을 기획, 추진해 왔으며 이를 위해 4차례 방북했다. 앞으로 '한반도 워치'를 통해 남북관계와 한미관계 등 한반도와 관련된 주제들을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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