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남북경협으로 북한에 고기잡는 법 가르쳐야"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남북경협으로 북한에 고기잡는 법 가르쳐야"

구해우의 '한반도 워치' <5> 남북경협은 북한 개혁개방 촉진제

현재 한반도 문제의 최대 이슈인 북핵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핵심 두축은 미국과 북한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두 나라 정책의 향방을 정확히 분석하는 것이 향후 북핵문제 해결의 방향을 예측하는 관건이라 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두 당사자중 하나인 북한의 최근 정책결정 방향의 흐름과 그 배경을 분석해보고자 한다.

필자는 남북통신협상과정에서 남북경협에 관여하는 북한 노동당의 핵심간부를 몇 차례 만난 적이 있다. 그는 2001년 처음 만났을 때 상당히 긴장되고 약간은 경계하는 듯한 태도로 "중국은 개혁개방과정에서 자본주의의 부정부패한 요소들, 예를 들어 빈부격차, 매춘 등까지도 받아들이게 되어 그 후유증이 심각해서 중국공산당의 대표적인 보수이론가인 진운은 '새장경제론'을 주장한 바 있다. 북조선은 이런 교훈을 잘 새겨서 '새장경제'보다 더 철저히 자본주의의 부정부패한 요소들을 막기 위해 '모기장경제론'을 펼칠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었다.

그런데 불과 1년 정도 뒤인 2002년에 다시 만났을 때는 대단히 유연하고 개방적인 태도로 "북조선의 경제가 발전하고 개혁개방으로 가기 위해서는 외자유치가 핵심관건이라고 보고 있다. 투자와 관련해 어려운 일이 있으면 얼마든지 협의하겠다"라는 식으로 가히 괄목상대할 정도로 변화되어 있었다.

***"중국 개혁개방을 이끌어낸 것은 화교자본의 본토 투자"**

중국의 개혁개방과정을 돌이켜볼 때 유소기, 등소평 등이 수정주의라는 비판, 숙청 등의 고난을 겪으면서 시장경제요소의 도입과 나아가 개혁개방의 필요성에 대한 주장과 논쟁을 60년대부터 시작하여 수십년에 걸쳐 전개한 바 있다. 그런데 실제 개혁개방에 불을 붙인 것은 화교자본의 중국 본토에 대한 투자였다. 시기적으로 91-96년 사이에 서방자본 대부분이 중국 시장이 리스크가 많다 하여 투자를 망설이고 있을 때 화교자본들의 적극적인 투자는 결국 중국의 개혁개방을 가속화시켰고 그 이후 서방자본의 대대적인 투자유치로까지 확대, 발전되었다. 수십년동안의 논쟁보다 단 수년동안의 화교자본 투자가 거대한 중국 사회주의체제의 개혁개방을, 소위 한알의 불씨가 광야를 불사르듯 확산시켰던 것이다.

현재 북한도 기존의 사회주의 경제시스템으로는 더 이상 현재의 세계경제 조건에서 생존조차 힘들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소위 '7.1 경제관리개선조치'를 통해 시장경제 요소, 즉 인센티브시스템과 경쟁원리 도입, 기업별 독립채산제 확대, 시장기능의 확대 등을 도입하였다. 뿐만 아니라 파격적인 '신의주 특구'의 발표, 일본 외자도입을 핵심적인 목표로 한 북일수교협상 등을 추진해왔던 것이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미국 켈리 특사의 방북 이후 제기된 소위 '북핵문제' 때문에 이같은 흐름은 중단되거나 곤경에 처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은 북경의 북미중 3자회담 이후 북한이 제시한 '포괄적 합의' 방식을 수용하지 않고 한국과 일본의 대북 경제 지원 차단, 북한의 무기수출 봉쇄, 외교적 고립 강화라는 방향을 설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현 단계에서는 상당 기간 동안 소위 매파와 비둘기파가 공통의 견해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같은 견해는 다음주 열리는 한미정상회담과 오는 23일부터 열리는 미일정상회담에서 미국의 입장으로 표명될 것이다. 이와 관련, 일본은 대북송금중단, 북일무역중지, 만경봉호 입항 규제 등의 제재조치에 대한 구체적 검토작업에 착수했다고 한다.

이같은 미국 일본 한국의 경제 제재는 결국 북한내에서 개혁개방을 추구하는 실용주의 흐름을 꺽게 되고 핵무기 카드를 빅딜로 활용하려는 군사주의적 흐름의 입지를 강화시킬 것이다. 이는 향후 북한강경파와 미국 매파의 충돌 가능성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한국 정부가 이같은 조건에서 택할 수 있는 정책은 무엇인가?

***"남북경협으로 북한에 고기잡는 법 가르쳐야"**

핵심은 선경후정(先經後政)이다. 남북경협을 활성화시켜 그것을 지렛대로 하여 북한의 개혁개방파의 입지를 확대, 강화시키고 이를 기반으로 북한의 변화와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도모해야 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가능하지만 남북경협은 북핵문제 해결 이후에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런데 인도적 지원이라는 것은 북한주민의 생존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에 분명히 고려해야 하지만 구조적으로 보면 '밑빠진 독에 물 붇기'인 측면도 있다. 배고픈 사람에게 당장 먹을 것도 줘야겠지만 근본적으로는 고기잡는 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인도적 지원사업이 당장 먹을 것을 주는 것이라면 남북경협은 고기잡는 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고 나아가 경제시스템을 개선, 발전시키는 것과 연관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남북경협은 이를 기반으로 북한개혁개방의 가장 중요한 촉진제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런데 지난 5월 6일 정보통신부는 '북한의 핵문제가 미해결된 상황에서 남북한간 통신협력사업을 진전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게 관계부처의 생각'이라고 밝혔다. 필자는 이같은 인식과 정책결정이 지속된다면 향후 남북경협은 더욱 위축될것이고 북한의 개혁개방도 어렵게 되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결론적으로 당국자들이 남북경협의 확대, 강화와 북한의 개혁개방, 그리고 한반도의 평화는 상호 비례해서 나선형적으로 발전해 나간다는 것을 분명히 구조적으로 인식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