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민화협 주관으로 열린 6.15 남북공동선언 세돌 기념 국제학술회의에서 <두개의 한국> 저자이며 미국의 대표적인 한반도문제 전문가인 돈 오버도퍼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한미동맹 50년째 되는 해에 미국과 한국의 관계는 표류하고 있다. 지난 반세기 동안 한반도에서 벌어지는 변화무쌍한 사건들을 죽 지켜봐 왔지만 최근 북핵문제로 빚어진 갈등만큼 우려를 가진 적은 없었다”라고 말했다.
한편 보도에 의하면 한 조찬 간담회에서 윤영관 외교부 장관은 김대중 정부때의 한미관계를 비판 또는 대단히 악화된 상태로 평가했다고 하며, 청와대의 고위관계자 역시 이에 동조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이같은 한미관계 위기의 배경에는 북핵문제에 대한 대응정책의 차이와 더불어 한미관계의 중심주체가 변화되고 있는 시대적 상황과 결합되어있다. 한국사회는 올해 노무현정부의 등장과 함께 소위 386세대가 사회중심세력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는 한국사회 대내적 변화 뿐만 아니라 대외적 관계의 변화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새로운 미래를 위한 진통은 불가피한 것**
386세대는 제3세계 민주화의 모범적인 모델로 꼽힐 만한 80년대 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성장한 세대로서 민족자주의식, 민주주의에 관한 의식이 어떤 세대보다 강렬하게 형성되어 왔다. 또한 제3세계국가들중 가장 모범적인 경제성장을 이루어낸 성과를 생활적으로 수혜를 입으면서 성장한 세대이다. 뿐만 아니라 88년 올림픽개최, 2002년 월드컵 4강신화의 성취 등을 통해 사회문화적으로도 상당한 자부심을 형성하여 왔다.
그리고 386세대는2000년 6.15 남북정상의 공동선언을 통해 이루어진 남북간의 화해와 협력의 분위기를 가장 앞장서서 확산시켜 왔다. 사실 이들은 80년대부터 냉전시대의 분단구조를 깨뜨리기 위한 평화와 통일운동을 가장 정력적으로 전개해오기도 했었다.
그런데 미국 부시정부의 등장과 9.11테러사태로 인한 세계질서의 변화는 한반도의 이같은 흐름과 정면으로 충돌하게 되었다. 9.11테러사태 이후 미국 부시정부는 일방주의ㆍ군사주의에 기반하여 새롭게 세계질서를 구축하고 있으며 이에 반대하는 세력, 국가에 대해서는 힘에 의한 문제해결을 추구하고 있다.
이는 한미동맹 50주년을 맞이하여 한국의 정치적ㆍ경제적ㆍ사회문화적 성장과 함께 등장한 386세대가 한미관계의 새로운 변화ㆍ발전을 점진적으로 도모할 수 있는 기회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한미관계의 새로운 변화ㆍ발전에 대한 요구가 북핵문제에 대한 대응정책의 차이와 착종, 결합되어 모순을 심화시키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모순에 대한 해결책은 현 노무현정부의 외교안보팀이 취하고 있는 태도처럼 미국 부시정부 외교안보팀의 정책에 장단을 맞추어 준다고 해결될 수는 없다. 일시적으로는 한미관계가 평온한 듯이 보일지 모르지만 이는 그야말로 현상적인 미봉책에 불과한 것이고 언제 화약고가 터질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김대중정부때 한미관계가 일정한 긴장상태에 놓였던 것은 북핵문제, 북한문제를 제대로 풀어내고 한미관계의 새로운 변화, 발전으로 가기 위한 불가피한 진통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를 놓고 한미관계가 문제가 있었다느니, 최악의 상황이었느니라고 평가하는 것은 그야말로 문제의 본질을 놓치고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가치의 공유에 기반한 정책논쟁**
현재 한국사회에는 양극단의 세력이 현실적으로 존재하고 있다. 한편의 급진주의 좌파는 분명히 친북적이며 반미의 성격을 띠고 있으며, 또다른 한편의 극우세력은 북한폭격을 통해서라도 북한체제를 붕괴시키고 통일을 추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한국사회 80%를 차지하는 전후세대의 중심에 서있는 386세대의 다수는 합리적이고 실용주의적인 한미관계의 미래에 대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된다.
합리적인 한미관계의 기초에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가 핵심이며 이의 확장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판단한다. 이는 미국과 함께 충분히 공유할 수 있는 가치라고 생각한다. 다만 현 부시정부의 일방주의적ㆍ군사주의적 세계질서의 구축이라는 정책입장과 차이가 있을 뿐이다.
따라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를 공유하는 것을 기반으로 정책적인 차이에 대해 논쟁을 하면서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추진해야 한다. 그래야 소모적인 반미감정, 반한감정 논쟁도 불식하면서 훨씬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대미외교를 전개할 수 있을 것이다.
***대미외교의 다변화ㆍ전문화 필요**
대미외교는 미 국무부와 국방부뿐만 아니라 대통령에 버금갈만큼 미국의 대외정책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다는 상원 외교위원장을 포함한 대 의원외교 등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정책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싱크탱크 등에도 다양한 외교활동을 전개해야 한다. 그리고 이같은 외교활동은 공화당의 강경파와 온건파, 민주당의 강경파와 온건파를 나누어서 그에 맞는 적절한 활동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이번 북핵문제에 대한 정책대응을 계기로 2백만에 이르는 재미 한인들의 정치적 활동력을 높여서 민간외교의 중요한 한 축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또한 한미관계의 중요성을 고려하여 정치, 경제, 문화등 각 분야별로 민간 외교전문가들을 육성하고 그 역할을 높여야 할 것이다.
이같은 과정을 통해 북핵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된다면 한미관계는‘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에 대한 공유를 기반으로 더욱 변화, 발전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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