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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흑묘백묘론을 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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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흑묘백묘론을 배워라

구해우의 '한반도 워치' <12> 보다 과감한 개혁을

지난 9-12일 열린 제11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는 북핵문제에 대해 “적절한 대화로 해결”하기로 했다고 한다. 한편 박길연 유엔주재 북한대사는 지난 8일 뉴욕에서 잭 프리처드 미 국무부 대북교섭 담당대사에게 북한은 폐연료봉 재처리를 지난 6월 30일 완료했다면서 핵억지력 확보를 위해 이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며칠전 일본을 방문했던 린다 하와이 주지사는 “북한 등 테러리스트의 위협에 대비해 항공모함과 C-17수송기를 포함한 타격여단의 하와이 전진배치가 추진되고 있다”고 밝혔다고 한다.

필자가 앞선 칼럼들에서 지적했던 대로 북한의 강경파는 소위‘핵무기 카드’를 단계적으로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것이며 미국 부시정부의 강경파 역시 북핵문제, 북한문제의 해결과 관련한 자신들의 소위 ‘로드맵’을 단계적으로 높여 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같은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국면에서 남북장관급 회담에서는 북한의 정책변화의 지렛대 역할을 하게 될 남북경협에 대해서는 아무런 진전없이‘별다른 의미가 없는’‘너무나 안이한’수준의‘적절한 대화로 해결한다’는 식의 결론만 내놓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북한은 오직 ‘핵무기 카드’로 일괄타결 할 수밖에 없다는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겠지만 이 길은 결국 전쟁의 가능성을 높여 한민족의 생존과 번영에 돌이킬 수 없는 심대한 타격을 줄 수 있음을 명심하여 보다 과감한 정책전환을 촉구하고자 한다.

***중국의 천안문사태와 흑묘백묘론**

1979년부터 시작된 중국의 개혁개방정책은 개혁개방과정의 필연적인 부산물이라 할 수 있는 민주화 요구에 대한 대응과정에서 89년 발생한 ‘천안문 사태’로 인해 중대한 고비에 놓이게 된다. 89년 ‘천안문 사태’ 이후 좌경적 성향이 득세를 하면서 경제 개혁의 속도는 둔해지고 정치개혁은 거의 중단되었던 것이다. 뿐만아니라 세계의 중국을 보는 눈도 중국의 개혁개방정책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는 견해가 확대되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덩샤오핑은 92년 개혁개방의 상징적인 지역이었던 선전, 샹하이 등을 방문하여 소위 ‘남순강화’를 발표하였다. 이때 그 유명한 ‘흑묘백묘론’을 설파하였는데 ‘검은고양이든 흰고양이든 쥐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으로 중국이 경제개혁의 행보를 가속하여 시장경제화에 매진하는 길만이 중국경제를 살리고 중국의 미래를 열어갈 수 있다고 주장하였던 것이다.

또한 덩샤오핑은 장쩌민을 내세워 시장경제로 가는 개혁을 채찍질 하였을 뿐만아니라 당과 정부의 세대교체를 단행, 당에는 후진타오 정부에는 주룽지라는 신진 인물들을 발탁하여 개혁개방의 선봉장 역할을 하도록 하였다. 이같은 과정을 통해 중국은 천안문사태 이후 확산된 좌경적 경향을 제압하고 개혁개방으로 가는 정책을 성공적으로 추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천안문사태와 북한의 ‘핵카드’**

북한은 지난해 개혁개방으로 정책방향을 세우고 ‘신의주 특구’의 발표, 시장경제요소를 도입한 ‘7.1경제관리개선조치’의 도입, 일본인 납치자 인정까지 하면서 추진한 ‘북일수교’등을 통해 개혁개방의 정책을 잇달아 내놓았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미국 켈리특사의 방북 이후 제기된 소위 ‘핵문제’ 때문에 위의 개혁개방정책들은 좌초위기에 빠지고 말았다.

중국이 개혁개방과정에서 내부로부터 문제가 발생한 ‘천안문 사태’ 때문에 개혁개방정책이 위기에 빠졌었다면 북한의 개혁개방정책은 외부로부터 제기된 소위 ‘핵문제’ 때문에 위기에 봉착하게 됐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위기의 원인은 다르지만 90년대 이후 세계정세를 고려할 때 그 타개책은 동일하게 개혁개방의 강력한 추진만이 해결책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북한지도부는 92년 덩샤오핑이 ‘남순강화’를 하고, 시장경제를 가속화하면서 세대교체를 단행했던 것처럼 좀더 적극적인 개혁개방정책의 추진이 필요함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한국의 대북포용정책과 남북경협을 지지하는 흐름, 일본의 군사대국화가 아닌 동북아 경제공동체의 번영을 추진하는 온건파의 흐름, 군사적 수단보다는 평화적으로 한반도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미국내의 온건파, 그리고 중국ㆍ러시아등의 보다 전향적인 지지를 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좀더 대담한 개혁개방정책의 카드가 필요할 때**

북한은 지난 2000년 남북정상의 ‘6.15 공동선언’, 그해 10월 조명록의 미국방문과 울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의 북한방문에 따른 ‘북미공동코뮤니케’의 발표 등의 분위기를 살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제의로 추진된 클린턴 미대통령의 방북추진을 좌고우면하다 한반도 문제 해결에 있어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쳐버린 우를 범한 바 있다.

필자는 지난해 가을 DJ햇볕정책에 깊숙이 관여했으며 미국에 지인이 많은 한 교수와 함께 북핵문제, 북한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정자로서 현 미국 대통령의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의 방북을 추진한 바 있다. 이때 역시 양측의 신중한 접근 때문에 성사되지 못한 바 있다.

최근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우상숭배의 상징처럼 되어왔으며 전인민이 달고 다니다시피 하는 ‘자신의 초상 배지’를 달지 말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수령숭배라는 북한사회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대단히 파격적인 변화라 할 수 있는 사건이다. 이같은 정신을 개혁개방정책의 구체적인 추진과 세대교체에도 적용시켜 좀더 과감하고 대담한 카드를 내놓길 바란다. 그렇게해서 한ㆍ미ㆍ일 온건파의 발언권이 강화된다면 북핵문제, 북한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중요한 동력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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