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남북경협과 한반도평화의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던 정몽헌 현대아산회장이 결국 비극적인 자살로 안타까운 생을 마감하였다.
한반도라는 공간에 함께 살아왔던 우리는 이 같은 비극적 사태를 거치면서 역사, 민족, 이념, 원칙, 정의 등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이 땅의 진정한 보수란 무엇이고 원칙이란 무엇인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기업인이라 할 수 있는, 소위 이윤추구를 가장 중요한 목표로 생활한다는 기업인들인 정주영, 정몽헌 회장은 단순한 기업이익의 차원을 넘어서서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 한반도의 평화실현이라는 역사적 대의를 고민하면서 남북경협을 추진해 왔다고 할 수 있다. 인간적으로는 자신의 태를 묻은 고향사람들의 빈곤의 고통을 덜어주고자 하는 심정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항상 역사, 민족, 이념 등의 대의를 앞세우면서 기업인들을 웬만하면 ‘장사꾼’으로 폄하해버리는 정치인들의 행동은 어떠했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자살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하였다고 할 수 있는 ‘대북송금 특검’은 소위 보수임을 자처하는 냉전수구세력의 햇볕정책 공격과 전임 DJ정권과의 차별화 차원에서 원칙적인 대북관계의 정립을 내세운 노무현정부의 합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 땅의 보수임을 자처하는 냉전수구세력들은 자신들이 국가의 이익을 위해 무엇을 기여하였는지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한 것이 무엇이 있는지 자문해 보아야 한다. 필자는 이 땅의 보수세력들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일구어놓은 경제개발의 성과를 20여년동안 거의 ‘무위도식’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세계적으로 80년대 이후 탈냉전, 민주화, 정보화, 무한경쟁의 시대로 변화되는 과정에서 어떤 고민을 했으며 국가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 자문해보고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97년 김대중정권으로의 정권교체, 올해 노무현정부의 등장의 배경에 대해 이해할 수 없으며 이는 이 땅의 보수세력들이 영원히 비주류로 전락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이 같은 자성의 과정을 거쳐야 보수세력들은 왜 남북경협이 중요한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가 관철되는 통일은 어떻게 가능한지, 향후 우리 민족이 번영으로 나갈 수 있는 한반도외교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이해하게 될 것이다. 그래야 작은 정략적인 계산만 한 채 햇볕정책에 ‘특검’이라는 칼날이나 대는 차원을 넘어서서 국가경영의 새로운 비전을 국민들에게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전임 DJ정권과의 차별화 차원에서 보다 원칙적이고 투명한 대북관계의 재정립을 내세워 특검을 수용한 노무현 정부는 다음의 두가지 말을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정몽헌 회장의 부인은 “우리가 부시 뒷다리만 잡고 가면 패망할텐데, 남북이 서로 이해하고 화합하고 자주적으로 문제를 풀어야 할텐데... 핵포기의 해법은 경협밖에 없다고... 그런 말씀을 마지막 자리에서도 한두마디 하셨어요” 라고 했다고 하며 김윤규 사장은 대북송금에 대해 “그때의 정황으로는 정상적인 절차로 이루어질 수 없었다” 라고 했다고 한다.
북한문제, 한반도 문제는 산수가 아니라 고등수학차원에서 해결해 나가야 한다. 대북송금문제 역시 소수세력의 집권상황, 대북관계, 대미관계등이 복잡하게 얽혀서 진행된 것인데 현상적인 문제만 놓고 실정법적인 작은 원칙만을 내세운다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꼬이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다. 작고 현상적인 원칙이 아닌 크고 본질적인 원칙에 대해 더 고민이 필요한 것이다.
***올바른 일을 정당하게 평가해주는 정의를 세워야**
정몽헌 회장은 사실 자본가적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대북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였고, 그결과 신정부 등장 이후 상대적으로 위축된 남북경협의 명맥을 이어왔으며 민족경제 공동체의 발전이라는 과제에도 기여하였다. 그런데 이에 대해 상은 주지 못할망정 특검이라는 칼날을 들이댄 것이다. 우리나라 재벌들의 자본축적의 역사성을 고려하면 재벌들은 당연히 남북경협에 적극 참여하여 민족경제 공동체의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 이에 적극 나선 이는 피해를 당하고 수익성만을 앞세운 다른 재벌들은 잘 나간다면 사회정의 차원에서도 온당치 못한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누가 앞으로 남북경협에 적극 나서게 될 것인가?
또한 필자가 남북 통신협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부관계자들을 접촉하여보면 소위‘특검’이후 남북경협에 대해 눈에 띄게 소극적으로 바뀌었음을 느끼게 된다. 남북경협의 특성상 정부관계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그들은 자신이 동의해줬다가 혹시나 사후에 책임을 져야 되는 것은 아닌가 우려하는 것이다.
기업인이든 공무원이든 정치인이든 국익과 민족의 미래를 위해서 소신껏 일할 수 있게 하고 그에 대해 정당하게 평가해 주어야 사회정의가 바로 서고 나라가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못다 이룬 꿈을 가슴에 품은 채 떠나간 정몽헌 회장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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