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문제의 해결을 위한 남ㆍ북한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6자회담이 8월 27-29일에 베이징에서 열릴 예정이다. 현재 6자회담을 앞두고 한반도는 가히 외교전쟁이라 할 수 있을 만큼 치열한 합종연횡과 정책대결이 전개되고 있다.
특히 회담의 핵심적인 당사자인 미국과 북한은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미 국무부는 18일 사실상 북한과 이란을 겨냥한 대량살상무기(WMD) 확산방지구상(PSI)의 실현을 위한 서태평양 군사훈련을 발표하였으며 북한은 18일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통해 미국에 대해 대북 적대시 정책포기와 법적 구속력이 있는 불가침 조약의 체결을 주장하며 '핵억제력'을 거론했다.
***한반도 외교전쟁은 군사주의와 경제주의의 대결**
현재 북핵 문제의 해결을 위한 해법을 둘러싸고 형성되어 있는 이견의 흐름에 대해 일반적으로 강경파와 온건파의 대립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사실 그내용을 본질적으로 분석해보면 군사주의와 경제주의의 대립임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강경파 즉 군사주의를 대표하고 있는 세력은 미국에서는 군산복합체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MD 체제'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 소위 럼스펠드그룹을 들 수 있다. 다음으로 일본에서는 북핵문제를 핑계로 하여 '평화헌법의 개정' '군사대국화'의 길로 나가고자 하는 신보수주의의 주창자인 아베 신조 관방부장관으로 대표되는 세력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여전히 잔존해 있는 냉전반공세력을 들 수 있으며, 이들은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군사적 수단도 강구해야 한다는 입장이며 궁극적으로 북한의 체제전환을 강제적으로라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온건파 즉 경제주의를 대표하고 있는 세력은 미국에서는 90년대 IT산업의 부흥을 통해 미국경제의 새로운 전성기를 열었던 클린턴을 중심으로 하는 민주당세력과 이에 부분적으로 동조하는 파월그룹을 들 수 있다. 다음으로 일본에서는 북일수교를 일본경제의 구조개혁을 위한 돌파구로 삼고 나아가 북한, 중국의 동북3성, 러시아의 시베리아 개발을 연계하는 '환일본해 경제권'구상의 실현을 적극 추진하였던 외무성의 다나까 히토시 심의관 등의 세력이 있다. 이들과 한국의 대다수 국민들은 북핵문제는 반드시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며 북한체제에 대해서는 문제점은 인식하고 있지만 그 해법은 중국이나 베트남처럼 시장경제의 도입과 확산과정을 통해 점진적으로 변화될 수 있다고 보는 입장이다.
한편 중국은 장쩌민을 중심으로 하는 3세대 지도부와 후진타오를 중심으로 하는 4세대 지도부간의 부분적인 이견은 있지만 북핵, 북한문제의 평화적 해결에는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있어서 한반도 외교전쟁에서 경제주의적 해법에 근접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러시아는 바자노프 러시아 외교대학원 부원장이 밝힌 바대로 과거와 같은 이념적ㆍ군사적 차원의 북한과의 동맹은 해체되었다라고 할 수 있다. 반면에 한반도철도(TKR)와 시베리아철도(TSR)의 연결을 통한 동북아시아와 유럽간의 물류혁명의 실현과 사할린 가스전 개발을 통한 동북아에너지개발프로젝트의 추진 등과 연관해서 강력한 경제적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러시아는 한반도 주변 4대강국중에 북핵, 북한문제의 경제주의적 해결에 가장 적극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와같은 환경에서 미국의 파월 국무장관은 부시정부가 이라크전 이후 전후 수습에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고, 국내경제의 침체라는 문제에 부닥친 상황에서 상대적인 정책주도권을 잡고 6자회담의 성사와 일괄타결안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북핵문제를 평화적, 경제주의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회담의 주역들이 성패를 좌우한다**
현재 한반도 외교전쟁중의 군사주의와 경제주의의 대결은 6자회담의 대표들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한국의 이수혁 외교부 차관보, 중국의 다이방궈 외교부 부부장, 러시아의 알렉산드로 로슈코프 외무차관은 결정된 것으로 보이며 문제는 미국, 일본, 북한의 인물 선정이 관심사가 됐었다.
미국에서는 파월그룹이라 할 수 있는 리처드 아미티지 부장관과 럼스펠드그룹이라 할 수 있는 존 볼튼 차관, 그리고 절충형, 실무형인 제임스 켈리 차관보 중에서 결국 켈리 차관보로 결정됐는데 이는 6자회담에 임하는 미국의 정책방향과 의지를 가늠해 보게 한다.
일본에서는 지난해 북일수교 추진의 주역이었던 다나까 히토시 외무성 심의관과 대북정책에 깊숙이 관여해온 강경파 아베 신조 관방부장관, 또는 절충형, 실무형 인사를 고민하다 야부나까 미토지 아주국장, 즉 실무형으로 결정됐는데 이 역시 일본의 6자회담에 대한 태도가 절충적이며, 고민과정에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북한에서는 이번 6자회담에서 문제해결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자 한다면 외교분야의 실세인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이 나설 것이며, 조만간에 핵보유를 공식선언하고 더욱 벼랑끝전술로 가고자 한다면 외무성 이근 부국장이 나설 가능성이 많다고 할 수 있는데 결국 김영일 부상이 대표, 이근 부국장이 부대표로 결정되었다. 이는 북한이 6자회담에 대해 일정한 기대반, 우려반의 상태임을 알 수 있게 한다.
그런데 문제는 위와 같이 각국의 대표선정이 절충형에 머무른 데다가 이번 6자회담의 핵심주체이며 북핵, 북한문제의 경제주의적, 평화접 해법을 상대적으로 선호하고 있는 파월 국무장관의 입지가 강고하지 못하고, 북한 역시 경제난의 심화 속에서 '핵무기 카드'를 매개로 한 일괄타결식의 해법을 추구하는 군부강경파가 득세하고 있기 때문에 협상타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이번 6자회담이 결렬되면 미국에서는 군사주의자들인 럼스펠드그룹이 전면에 나서는 등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주의 강경파들이 목소리를 높일 것이고 북한 역시 더욱 군부강경파 중심의 정책결정이 이루어짐으로써 한반도의 위기는 한층 고조될 것이다.
따라서 한국정부는 비상한 각오와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으로 난국을 타개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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