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태양과 달의 탄생신화를 이야기하는 <해님 달님>을 대표하는 문장이다.
어린이들은 전래 동화 <해님 달님>을 읽으며 배은망덕한 호랑이에게는 벌 대신 썩은 동아줄을 내려 주고, 마음씨 착한 두 오누이에게는 든든한 동아줄을 내려 주어 죽음의 위기에서 구출된 해피엔딩 장면에 열렬히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삯바느질과 허드렛일로 어린 두 남매의 생계를 겨우 꾸리는 홀어머니가 하루 삯일의 대가로 받은 떡과 누더기 옷마저 빼앗기고도 거짓말쟁이 호랑이의 먹이가 된 대목은 어린이들을 슬프게 한다.
<해님 달님>의 악역 스타 호랑이는 요즘 코드로 말하면 힘 자랑만 일삼는 빅브라더요 홀어머니와 두 오누이는 평화와 질서를 사랑하는 보통 사람일 것이다.
<해님 달님>은 해와 달의 탄생에 얽힌 전설을 재미있게 들려줄 뿐 아니라 나쁜 일을 하면 반드시 벌을 받는다는 권선징악의 교훈이 들어 있다. 우리 조상들의 자녀교육의 길을 제시한 교육용 이야기 프로그램인 셈이다.
아무튼 전래 동화 <해님과 달님>을 현대판으로 고치면 <이야기로 읽은 태양과 달의 탄생 신화>가 적당할 것 같다.
우리들의 착한 오빠 복남이가 살고 있는 ‘해님’ 태양은 커다란 불덩어리이다. 지구를 포함한 태양계 우주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으며 우주를 비추는 등불이나 다름없다. 태양계의 황제 태양은 수성ㆍ금성ㆍ지구ㆍ화성ㆍ목성ㆍ토성ㆍ천왕성ㆍ해왕성ㆍ명왕성 등 9개의 행성, 지구의 달을 비롯해 목성의 아들 이오ㆍ에우로파ㆍ가니메데ㆍ칼리스토, 화성의 아들 포보스와 데이모스 등 수십 개의 위성, 수많은 소행성, 혜성 그리고 유성 등 대식구를 거느리고 있다.
어떤 천문학자는 복남이의 ‘해님’ 태양을 하늘에 걸린 시계탑이라고 비유할 정도로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맨 눈으로 볼 때 커다란 원반형으로 비친 태양은 지구에서 약 1억 5천만 ㎞ 떨어져 있다.
‘해님’ 태양의 크기는 지구의 109배 정도로 반지름으로 따지면 69만 6천 ㎞에 이르는 거대한 천체이다. 질량은 지구의 5.977×10의 24승 ㎏보다 무려 30만 배나 더 나간다.
태양은 지구에서 가장 가까이 있지만 초고온ㆍ초고압 등의 이유로 그 안을 속 시원히 들여다 볼 수 없어 물리법칙과 이론적인 모형에 바탕을 둔 추측들이 난무할 따름이다.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을 빌려 입증한 바에 따르면 태양은 거대한 몸집을 지탱하기 위해서 내부의 압력과 온도가 매우 큰 값을 유지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태양의 세계에는 고체나 액체가 존재할 수 없고 가스로 이루어져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해님’ 태양의 한가운데 온도는 섭씨 1천 5백만 도, 기압은 4천억 기압 정도 될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태양의 표면에서는 여러 가지 현상들이 아름다운 용모를 뽐낸다. 가스가 1만 ㎞ 이상의 높이까지 치솟기도 하고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는 가스의 흐름이 숲처럼 늘어서기도 하는데 이것이 태양의 일부인 채층이다.
채층 바깥쪽에는 엷고 넓은 코로나란 대기층이 퍼져 있다. 코로나는 일식 때 태양의 가장자리로부터 멀리까지 분홍빛 양탄자를 깐 햇무리가 되어 절경을 이룬다.
한편 달나라에는 복남이 오빠보다 꾀가 많지 않은 소녀 복순이가 행복하게 살고 있다.
과학이 밝힌 달 달 탄생설은 네 가지가 유력하다. 분리설, 포획설, 형제설 그리고 충돌설 따위가 있다.
이 가운데 정설은 없지만, 분리설에 따르면 지구와 달은 원래 하나의 기체 덩어리에서 탄생했다는 것이다. 분리설대로라면 달은 지구의 태평양 지역에 해당된다. 태평양은 달이 떨어져 나간 자리에 바닷물이 고인 곳이라는 재미있는 가설이 된다.
포획설은 지구와 달은 원래 전혀 무관한 독립된 천체였는데 우연한 기회에 지구의 인력권에 달이 이끌려 들어 왔다는 학설이다. 즉 지구가 지나가는 달을 잡아당겨서 지금의 궤도에 묶어 두었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아폴로 우주선이 채집해 온 달의 암석과 월면 지진계를 통해 얻어낸 자료를 분석해 본 결과 이 학설은 설득력을 잃었다.
마지막 형제설이 있는데 얼마 전까지 만해도 정설로 받아 들여졌다. 이 설은 46억 년 전 태양계가 탄생할 때 태양의 초기 코로나가 응집돼 지구와 달이 되었다는 이론이다.
현재 달 탄생설로 유력시되고 있는 설은 충돌설이다. 이 설은 지구가 굳어지기 전인 약 46억 년 전 화성만한 크기의 천체가 지구와 충돌했을 때 튕겨 나가 달이 되었다는 주장이다.
<해님 달님>을 만든 우리 조상들은 요즘 현대과학으로 해석하면 큰 실수를 저지른 셈이다. 태양이 불타는 세상인 줄은 미처 모르고 맨 눈으로 보아 밝은 기운이 넘치는 아주 좋은 양택 명당이라고 오판한 것이다. 거기에 남아선호 사상까지 한 몫 해 우주 명당에 오빠 복남이가 살도록 주문을 외운 것이다.
만약이다. 우리 조상들이 <해님 달님>을 지어낸 시대에 이미 천체망원경이 발명되었다면 <해님 달님>의 전설이 뒤바뀌지 않았을까 하고 추측해보는 일도 하나의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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