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이 사는 거기에는 폭풍도 불지 않고
비도 내리지 않고 눈도 오지 않지만
맑은 햇빛이 청순한 낮과 더불어 평온하다.
신들은 여기서 영원한 기쁨을 즐기고 있다.‘
(기원전 10세기경 그리스 시인 호머의 <오딧세이>에서)
기원전 7세기 경 탈레스가 등장하기 전까지 신화시대의 연장이었다. 신화와 과학은 탈레스 이후에도 오랫동안 함께 공존하였다. ‘학문의 시조’ 탈레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스승 플라톤이 틈만 나면 존경과 찬사를 아끼지 않았던 인물로 별 관측에 몰두해 하늘만 보고 걷다가 그만 개천에 빠졌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우주 탄생 배경을 장황하게 이야기하는 그리스 신화는 태초의 우주를 ‘카오스’라고 부른다. 즉 우주 창조주 카오스는 ‘혼란’이란 뜻이다. 그리스 신화의 우주관에 따르면 태초에 형상도 질서도 없는 혼란의 덩어리 카오스는 생명의 씨앗을 비롯해 땅과 바다와 공기가 함께 뒤범벅이 되어 있었다.
카오스는 어둠의 신 에레보스와 밤의 여신 뉙스 남매를 낳는다. 남매는 결혼하여 낮의 신 헤메라와 대기의 여신 아이테르를 잉태했다.
밤의 여신 뉙스는 검은 날개를 펄럭이며 일으킨 바람의 정기를 받아 커다란 알 하나를 낳았는데 이 알에서 태어난 신이 ‘생산하는 여신’ 에로스이다. 이외에도 ‘노쇠’의 신 게라스, ‘비난’의 신 모모스, ‘고뇌’의 신 오이튀스, ‘애욕’의 신 필로테스, ‘불화’의 여신 에리스, ‘거짓말’의 신 아바테를 낳았다. ‘베를 짜는 여신’ 클로토, ‘나누어주는 여신’ 라케시스, ‘거역할 수 없는 여신’ 하트로포스 등 운명의 여신 3자매도 이들의 자손이다.
카오스의 시대 어느 날 ‘자연’ 신이 출연해 지상을 정돈하기 시작했다. ‘자연’은 하늘과 땅과 물을 떼어놓고 자리를 주었다. 그 뒤 다시 창조는 계속돼 지상의 공기는 맑아지고 하늘에선 별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바다에선 물고기가, 하늘에선 새들이, 육지에선 네 발 달린 짐승들이 생활의 터전을 마련하고 둥지를 틀었다.
땅은 생명을 얻어 여신 가이아(지구)가 되었고. 하늘은 ‘하늘의 신’ 우라노스(천왕성)가 되었다.
‘대지의 여신’ 가이아와 ‘하늘의 신’ 우라노스가 결혼하여 아들 여섯과 딸 여섯, 12남매를 낳았다. 12남매를 거대한 신들의 족속 ‘티탄 족’이라고 부른다. ‘대양의 신’ 오케아노스, ‘하늘 덮개’ 코이오스, ‘높은 곳을 달리는 자’ 휘페리온, 넷째 크리오스, 다섯째 이아테토스, 여섯째로 ‘시간’을 관장하는 크로노스가 여섯 아들이다. 이들 가운데 크로노스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한 12신으로 유명한 올림포스의 신들의 아버지이다. 그리고 테이아, 레아, 므네모쉬네, 프이베, 테튀스 그리고 테미스가 여섯 딸들의 이름이다.
가이아와 우라노스는 티탄 12남매 이외에도 천둥, 번개, 벼락 등 거대한 외눈박이들인 퀴클롭스 3형제, 팔이 100개나 달린 백수거인 헤카톤케이레스 3형제 등 이름만 들어도 무시무시한 망나니들도 낳았는데 얼핏 하면 형과 누나들에게 행패를 부려 부모의 애간장을 태우기도 했다.
가이아는 원하지도 않은 복수의 여신 에리뉘에스, 괴상한 짓만 골라서 하는 기간테스 따위도 낳았다.
그리고 티탄 12남매의 결혼과 출산의 역사는 계속되었다. ‘하늘 덮개’ 코이오스는 누이 포이베와 혼인하여 아스테리아와 레토 두 딸과 태양의 신 아폴론과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의 어머니가 된다.
휘페이온은 누이 테이아를 아내로 맞아 태양과 달 그리고 새벽의 신 헬리오스, 셀레네, 에오스 3남매를 낳았다. 헬리오스와 셀레네는 사촌 아폴론과 아르테미스가 탄생하기 전까지 태양과 달을 관장했었다.
넷째 아들 크리오스는 여신 에우뤼비아와 짝을 이루어 별들의 신 아스트라이토스와 지혜의 신 팔라스를 낳았다.
다섯째 아들 이아페토스는 이치의 여신 테미스와 결혼하여 ‘먼저 아는 자’ 첫 아들 프로메테우스를 낳았다.
프로메테우스는 대지에서 한 줌의 흙을 떼어 돌로 반죽하여 인간의 형상을 만들었다. 그리고 신들의 불을 훔쳐 와 인간에게 주었다는 설도 있다.
그리고 프로메테우스의 아우 에피테우스가 인간과 모든 동물에게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고 생활할 수 있도록 하였다.
우라노스의 여섯 째 아들 크로노스(토성)는 누이 레아와 부부가 되어 하데스, 포세이돈, 헤스티아, 테메테르, 헤라를 낳았는데 그는 다섯 아이를 낳는 대로 삼켜버렸다. 레아는 제우스를 잉태하고 있을 때 대지의 여신 가이아를 찾아가 고민을 말하고 크로노스의 행패를 막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레아는 제우스가 태어나자 가이아가 알려준 대로 아기만한 바윗덩어리 하나를 강보에 싸 가지고 와서 이 바윗덩어리와 아기를 바꿔치기 한 뒤 제우스를 안고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천신만고 끝에 목숨을 건진 제우스는 가이아의 팔에 안겨 산으로 가서 동굴에 살고 있던 요정 아말테이아에게 맡겨졌다. 울음소리가 우렁찬 사내 아이 제우스는 청년이 되어 자기의 내력을 알게 된 뒤 테미스 여신을 찾아가 아버지 크로노스가 삼킨 5남매를 되살려내는 비법을 받아 그들을 구출하는 데 성공했다.
'이치’를 주관하는 테미스의 등장으로 혼돈의 카오스 시대가 종말을 내리고 ‘질서’ 코스모스 시대가 열린다. 그리고 신들의 세계에 세대교체가 진행되면서 신이 인간의 세상으로 드디어 하산한다.
제우스(목성)는 그의 형들인 포세이돈(해왕성), 하데스(명왕성)와 반란을 일으켜 아버지 크로노스를 권좌에서 추방하고 크로노스의 영토를 나눠가졌다. 제우스는 하늘을 차지하고, 포세이돈은 바다를 차지하고, 하데스는 사자국을 차지하였다.
신화제국의 왕중왕 제우스는 첫 번째 부인 헤라를 비롯해 수많은 여인들을 아내로 맞이하고 많은 자손을 두었다. 전쟁의 신 아레스(화성), 사랑과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금성), 헤르메스(수성) 등을 낳았다.
인류의 역사에서 우주만큼 풍부한 상상력이 동원되는 영역도 드물다. 세계 각국의 나라별로 태양과 달의 탄생신화를 비롯해 우주 탄생 신화가 재미난 이야기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옛날 인도 사람들은 지구를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드넓은 거북이의 등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거북이는 코끼리 네 마리가 네 귀퉁이에서 바치고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고대 그리스와 유라시아 사람들은 지구를 우주의 넓은 바다 한가운데 떠있는 커다란 섬쯤으로 짐작했다. 그로부터 얼마 뒤 사람들은 하늘이란 둥근 천장이 지구를 덮고 있으며 천장에는 ‘불타는 별’이 붙박이처럼 달라붙어 있다고 추측했다.
천문학자들은 약 200억 년 전 슈퍼원자의 거대한 폭발 빅뱅에 의해 우주가 시작되었다는 우주 탄생 시나리오를 지지한다. 그 순간에 시간과 공간이 태어났다.
초기의 우주는 칠흙같이 어두운 공간에 수소와 헬륨으로 구성된 초고밀도의 응축된 불덩이였다고 한다. 이 불덩어리가 대폭발을 일으킨 뒤 몇 초안에 태양의 약 1천 배만큼 확장되었다.
공상과학소설을 능가하는 우주 시나리오에 따르면 대 폭발 의식이 있은 지 약 10억 년 뒤에는 수소와 헬륨 성분의 구름덩어리가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그리고 100억 년이 지나 이 구름들이 은하의 씨앗이 되고 은하를 잉태하기에는 힘이 부친 작은 구름 알갱이들이 행성을 비롯해 우주의 별들의 모태가 되었다는 설이다.
그리고 출산능력이 왕성한 우주는 계속 새로운 별을 탄생시키면서 고무풍선처럼 팽창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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