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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에 빠진 ‘태양의 신’ 아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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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에 빠진 ‘태양의 신’ 아폴론

이향순의 '우주 읽어주는 엄마' <8>

“빗질이라도 하였다면 얼마나 아름다웠을까?”

다프네의 양 어깨로 아무렇게나 늘어진 머리카락은 햇빛을 받아 더욱 빛나고 있었다. 그녀의 두 눈은 별 빛처럼 반짝였으며 붉은 입술은 사랑을 노래했다.

아폴론은 어깨가 깊숙이 드러난 드레스를 입은 다프네를 보며 보이지 않는 속살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하고 상상하며 한숨지었다.

첫사랑에 취한 아폴론은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서 다프네를 뒤쫓았다. 그러나 다프네는 번개같이 사라져 버릴 뿐 잠시도 아폴론에게 틈을 주지 안았다.

“잠깐만 기다려 주오, 페네이오스의 공주여, 내게서 도망치지 말아 주어요.”

아폴론은 젖 먹은 힘까지 다해 다프네를 뒤쫓으며 말을 뱉는다.

"당신은 어린 양이 늑대에게서 도망치듯, 비둘기가 매를 피해 도망치듯 내게서 달아나고 있군요. 내가 그대를 쫓아가는 것은 그대를 사랑하기 때문이오.”

그러나 다프네는 듣는 척도 하지 않고 달아났다. 그의 말은 절반도 들리지 안았다. 그래도 아폴론은 또다시 애원하였다.

“제발, 천천히~ 천천히~. 그렇게 달아나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까 정말 걱정이라오.” 그 뒤 말은 아폴론의 거친 숨소리에 가려 희미하게 들렸다가 다시 또렷해졌다가 하였다. “나의 화살보다도 치명적인 화살이 나의 가슴을 뚫었소...나는 지금 어떤 약으로도 고칠 수 없는 병에 걸려 괴로워하고 있소.”

다프네의 옷자락이 바람에 날리자 아름다운 다리의 곡선미가 힐끗힐끗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카락은 은빛 갈대처럼 반짝였다. 이를 바라다 본 아폴론의 심장은 붉디붉은 색으로 물들었다.

아폴론의 첫사랑 다프네는 페네이오스 강가에 살고 있는 강의 요정이다. 강의 신 페네이오스의 딸이다. 그녀는 연애 따위엔 아무런 관심도 없이 숲 속을 뛰어다니며 사냥하는 데 온갖 정신을 쏟고 있었다.

그리고 강의 요정 다프네를 뒤쫓으며 사랑을 구걸하고 있는 아폴론은 델포이와 테네도스의 군주로 올림포스 산 꼭대기에 있는 신들의 세계에서도 명성이 드높은 신 가운데 하나이다. 그는 음악ㆍ궁술ㆍ예언ㆍ의술의 신이며 헤르메스가 발명해 선물로 준 현악기 리라를 다루는 솜씨가 일품인 리라 연주의 명인이다.

그리고 그는 신과 인간의 세계를 모두 제패한 ‘신중의 신’ ‘왕중의 왕’ 제우스의 아들로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와 쌍둥이 남매지간이다. 두 남매의 고향은 델로스 섬으로 이곳은 원래 바다 위에 떠 있었다.

다프네에게 반한 아폴론은 올림포스 신전 최고의 명사수로 명성을 날리고 있었다. 그는 오랫동안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한 파르나소스산 동굴에 살고 있는 무시무시하게 큰 뱀 ‘피톤’을 화살로 쏘아 죽인 지 며칠이 안되었다.

‘피톤’은 머리를 하늘로 쳐들더니만 금방 떨구고 피를 토했다. 아폴론의 화살은 ‘피톤’을 맞추는 정도가 아니라 ‘피톤’의 몸통 한가운데를 관통했다.

넓은 들판에 괴물 ‘피톤’을 쓰러뜨린 아폴론의 콧대가 ‘피톤’이 마지막 숨을 거둘 때의 모습처럼 하늘을 찔렀다.

그러던 어느 날 아폴론은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아들인 소년 에로스가 활을 가지고 노는 것을 보았다. ‘피톤’ 사건 이래 모든 일에 자신감이 넘친 그가 에로스에게 간섭했다.

“이봐, 장난꾸러기 꼬마야. 꼬마가 그런 무기를 가지고 놀면 쓰나.” 끝이 올라간 말투는 불쾌했다.

“아폴론 아저씨, 그러면 안 되나요.” 따지고 드는 에로스도 만만치 않았다.

“그런 무기는 나 같은 무사의 어깨에나 어울리는 법이야. 소문 들었지. 이 사람으로 말할 것 같으면, 화살로 사람들이 모두 무서워 벌벌 떠는 괴물 같은 뱀 ‘피톤’을 단번에 떼려 눕힌 적이 있지. 너처럼 그렇게 장난이나 하고 다니는 게 아니란다.” 훈계조의 목소리는 빈정대고 있었다.

“아폴론 아저씨, 아저씨의 화살은 무엇이든 명중시킬 수 있다고 했지요. 아저씨는 자기 자신을 명중시킬 수 있어요? 없지요? 내 화살은 아저씨도 명중시킬 수 있어요. 어디 한 번 해볼까요?”

아폴론은 꼬마 에로스의 무례한 말을 듣고 주춤했다. 꼬마의 말이긴 해도 신경이 전혀 안 쓰인 것은 아니었다.

순간이다. 꼬마 에로스는 이 말을 남기고 바람처럼 사라졌다. 꼬마는 파르나소스산 그의 어머니 아프로디테 신전 앞의 바위 위에 걸터앉아서 화살을 담아둔 통에서 두 개의 화살을 끄집어냈다. 금화살과 납화살 두 개가 뽑혔다.

그 가운데 금촉 끝이 뾰쪽한 금화살은 사랑을 목마르게 하는 상사병 화살이요, 촉 모양이 뭉툭한 납화살은 상대를 혐오하게 하는 화살이었다.

꼬마 에로스는 먼저 아폴론을 향해 금화살의 시위를 당겼다. 곧게 뻗어나간 금화살은 아폴론의 가슴 한가운데에 꽂혔다. 그러자 아폴론의 가슴은 여성이 눈에 띄기만 하면 홀딱 반해 버리는 열정으로 이글거리기 시작했다. 아폴론의 가슴을 파고든 상사병은 용광로의 불길처럼 무섭게 타올랐다.

에로스가 뽑은 두 번째 납화살은 다프네의 어깨를 겨냥했다. 화살을 맞자마자 다프네의 머리는 처음 보는 남성 앞에서 혐오감으로 몸부림치는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요정 다프네의 사랑을 정복하려는 젊은 아폴론의 욕망은 끝이 없었다. 상사병을 전염시킨 금화살을 맞은 아폴론은 오로지 다프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갖은 궁리를 하며 전속력을 내어 도망치는 다프네를 추격했다.

드디어 아폴론이 다프네의 뒤를 바싹 뒤쫓았다. 신과 처녀의 숨바꼭질은 마치 사냥개가 토끼를 추격한 꼴이었다.

힘없이 주저앉은 다프네의 어깨는 심하게 떨고 있었다. 더 이상 도망칠 수 없다는 사실을 안 그녀의 얼굴은 창백해졌다. 작은 두 손을 가슴에 가지런히 모두고 기도를 올렸다.

“아버지, 저를 도와주세요. 아버지의 강물에 정말 신통력이 있다면 기적을 베푸시어 땅을 열어 제 몸을 숨겨주시거나 바꿀 수 있는 은혜를 베풀어주세요. 저를 괴롭히는 이 아름다움을 저에게서 거두어 주세요.”

기도가 채 끝나기도 전에 다프네의 가슴 위로 부드러운 나무 껍질이 덮이더니만 머리카락은 나뭇잎이 되고 팔은 가지가 되기 시작했다. 그녀의 다리는 뿌리가 되어 땅 속으로 뻗어 내렸다. 다프네의 모습은 순간 월계수로 변했다. 얼굴은 가시 끝이 되어 모습은 달라졌지만 아름다움만은 여전했다.

아폴론은 깜짝 놀라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월계수 나무를 와락 끌어안고 나무에 입술을 갖다 대며 미친 듯이 입맞춤을 하였다. 나무 껍질 아래에서 다프네가 떨고 있었다.

아폴론은 울부짖었다. 죽도록 보고 싶은 사랑이다.

“내 아내가 될 수 없게 된 그대여, 나는 대신 그대를 나의 나무로 삼겠소. 내 머리에는 왕관 대신에 그대를 쓰겠소. 나는 그대를 가지고 나의 리라와 화살 통을 만들어 항상 나의 곁에 있게 하겠오.” 그리고 또 말했다.

“기나긴 개선 행렬이 지나갈 때, 백성들이 소리 높여 개선의 노래를 부를 때 그대는 승리자들과 함께 할 것이오. 그대는 항상 푸르며, 잎은 영원히 시들지 않도록 해 주리라.”

아폴론은 올림포스산 정상으로 올라갔다. 거기에서는 우주로 나가는 구름문이 아폴론을 기다리고 있었다. 숨이 끊어질 것만 같은 실연의 고통을 안고 오랫동안 비워둔 태양으로 돌아갔다. 태양은 슬픈 전설을 안고 지친 모습으로 돌아온 아폴론을 위로했다.

아폴론이 다스린 태양은 아주 오랜 고대 시대부터 신성시되어 왔다. 옛날 사람들은 태양을 ‘커다란 우주의 불덩이’라고 생각하며 때로는 두려워하고, 때로는 숭배하였다.

기원전 1379년 이집트 파라오 이크나톤 왕은 자신이 다스린 백성들에게 태양신을 섬기도록 명령했다.

‘아폴론의 고향’ 태양은 태양계에 있는 모든 생명체의 어머니이다.

태양은 태양계의 생명체의 용광로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아홉 개의 행성을 비롯해 수십 개의 달들, 1천억 개 이상 되는 소행성 그리고 헤아릴 수 없는 혜성 따위 태양계의 전 가족은 태양의 에너지 보급 창고에서 나눠준 빛 에너지를 받아 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태양의 무게는 아홉 개의 행성들을 모두 합쳐 놓은 것의 7백배 이상이나 된다. 즉 태양계 전체 질량의 99.86%를 차지한다.

인류 역사상 지구에서 태양까지의 거리를 최초로 측정한 사람은 그리스의 아리스타르코스이다. 그는 기원전 310년에 태어나 기원전 210년까지 살았다.

아리스타르코스는 기원전 270년 에게해 동쪽에 있는 사모스 섬에서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이용해 지구ㆍ태양ㆍ달의 거리 비율을 계산해냈다.

그러나 아리스타르코스의 태양 거리 측정법은 그 당시로선 천재적인 발상이었지만 달 표면에 울퉁불퉁 튀어나온 산이 있어 실제 크기와의 큰 오차를 남겼다.

이탈리아 출신 카시니는 지구와 가까이 있는 화성을 이용해 태양까지의 거리를 정리하는 작업을 했다.

영국 그리니치 천문대 2대 대장 에드먼드 핼리도 금성이 태양 면을 지나는 때를 택해 태양의 거리를 정확히 재는 방법을 시도했다. 핼리는 유명한 핼리혜성의 정체와 주기를 밝힌 천문학자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핼리는 1761년과 1769년, 금성이 태양면을 지날 때 유럽의 각지에 있는 천문대는 물론 케이프타운, 인도, 세인트 헬레나 등에도 관측단을 보냈다. 이 관측에는 미국과 러시아도 참가해 국제적인 대규모 관측을 실시했다.

태양과 지구의 거리측정은 20세기까지 계속되었다.

1976년 국제천문학연합회(IAU)는 태양과 지구의 평균 거리인 1천문 단위를 1억4천9백59만7천6백70㎞)로 확정 발표했다. 이를 1AU라고 말한다.

오늘날 천문학자들은 달과 화성의 표면에 레이저 반사경을 설치해 조그마한 수고도 하지 않고 지구촌의 연구실에 앉아서 필요할 때마다 정확한 태양의 거리를 측정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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