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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아레스신의 복수

이향순의 '우주 읽어주는 엄마' <11> 화성

“나는 악타이온이야. 네놈들의 주인이란 말이다!”

제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말이 입 밖으로 터져 나오질 않았다. 허공은 개 짖는 소리로 요란했다.

한 마리가 등에 올라타고 또 한 마리는 어깨를 물어뜯었다. 두 마리의 개가 사정없이 달려들어 주인에게 늘어붙어 있는 동안에 다른 개들이 달려와 주인의 목을 맹렬히 공격했다.

비명을 지르지만,

“희으악^^ 의악^^”

하고 사람의 소리도, 사슴의 소리도 아니었다. 악타이온은 무릎을 꿇고 고개를 들었다. 팔이 있다면 팔을 들어 애원이라도 하고 싶었다.

‘악타이온, 빨리 와서 사슴 사냥에 끼지 뭣 하는 거야. 악타이온, 악타이온.“

옆에선 영문을 모르는 친구들과 몰이꾼들이 개들을 응원하며 악타이온을 부르며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개들의 으르렁거리는 아가리를 통해 비친 햇빛사이로 자기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순간이다. 개들은 악타이온의 머리통, 팔, 다리 할 것 없이 맹렬히 살점을 갈기갈기 찢어 승리자가 전리품을 챙기듯이 앞다리 밑에 깔고 있었다. 개들의 거친 숨소리는 펌푸질 하듯 할딱거렸다.

해가 중천에 걸려 있던 대낮에 피비린내 나는 개들의 살인극이 벌어졌다. 카드모스왕의 아들인 청년 악타이온이 사슴사냥에 나갔다가 비참하게 죽음을 당한 현장이다.

산에서 사슴사냥을 마치고 잠깐 동안 쉬고 있던 터에 악타이온 일행은 근처에 있는 삼나무와 소나무가 울창한 골짜기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악타이온은 보이지 않은 힘의 조정에 의해 이곳으로 오게 되었다.

이 골짜기는 수렵의 여신 아르테미스의 땅이다. 숲속의 공주 아르테미스가 사냥에 지칠 때면 이 골짜기 아래에 있는 천연동굴에 들어와 요정들을 데리고 목욕을 즐기는 명소가 있다.

그 날도 아르테미스가 들고 다닌 투창과 전통과 활을 한 요정에게 맡기고 입고 있던 옷과 신발 따위를 차례대로 벗어 놓고 목욕을 하려든 참이었다. 이상한 발자국소리가 들려왔다.

“이 깊은 산골짜기에 침법자가 있다. 샅샅이 뒤지도록 하라.”

남성의 그림자가 태양 빛을 등지고 동굴 입구를 가리자 요정들은 비명을 지르며 아르테미스에게 달려갔다. 자기네 몸으로 여신의 벗은 몸을 가렸으나 여신은 요정들보다 키가 훨씬 컸기 때문에 상반신이 밖으로 튀어 나왔다. 순간 아르테미스는 화살을 더듬었다. 그러나 화살이 얼른 손끝에 잡히지 않았다. 여신은 침입자의 얼굴에 물을 끼얹으며 외쳤다.

“그래, 아르테미스의 알몸을 보았다고 말할 수 있으면 해보아라.”

이 말이 끝나자 마자 두 갈래로 갈라진 사슴의 뿔이 악타이온의 머리에서 돋아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목은 쑥 길어지고 귀가 뾰족하게 솟았으며 손은 사슴의 발이 되고 팔은 긴 다리가 되었다. 온몸엔 사슴무늬의 털로 덮였다. 물불을 가리지 않았던 용기는 사라지고 악타이온의 가슴은 두려움으로 가득 찼다.

그리고 물 위에 비친 머리의 뿔을 보고,

“아, 이 처참한 꼴이란!”

하고 외치려고 하는데 말이 나오지 않았다. 사슴의 얼굴로 변한 그의 얼굴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러나 의식만은 남아 있어,

“어떻게 해야 좋을까? 궁전으로 돌아가야 하나, 숲속에 이대로 남아 하나?”

하고 망설이고 있던 터에 사냥개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는 그를 발견했다. 맨 먼저 스파르타의 개 멜람프스가 머리를 쳐들고 길게 짖어 신호를 보내자 팜파고스, 도르케우스, 렐랍스, 테른, 나페, 티그리스를 비롯해 맹견들이 날쌔게 악타이온의 뒤를 쫓았던 것이다.

이 슬픈 소식을 전해들은 카드모스왕가는 비통에 젖었다.

카드모스왕가의 비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얼마 전 악타이온의 누이 세멜레와 이노가 비참하게 죽음을 맞이했다.

카드모스왕가의 저주는 조상이 저지른 죄값이었다.

황소로 둔갑한 제우스가 페니키아왕 아게노르의 딸 에우로페를 납치하는 사건이 일어나자 아게노르는 아들 카드모스에게 누이를 찾아오라고 명했다. 아게노르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네 누이를 찾지 못하거든 궁으로 들어올 생각일랑은 아예 엄두도 내지 마라!”

카드모스는 페니키아의 방방곡곡을 떠돌며 찾아다녔지만 누이의 그림자도 찾지 못했다. 빈손으로 돌아갈 처지도 안 돼 아폴론의 신탁에 상의했다.

“들에서 암소 한 마리를 만날 것인데 암소가 걸음을 멈춘 곳에 도시를 세워 테베라고 불러라.”

카스탈리아 동굴에서 신탁을 받고 나온 카드모스는 자기 앞을 천천히 걸어가는 어린 암송아지 한 마리를 발견하고 아폴론 신에게 감사의 기도를 올렸다. 은총에 감사드리며 무릎을 꿇고 낯선 땅에 입맞춤했다. 고개를 들어 주위의 산에게도 인사하고 제우스신에게 올릴 제주로 사용할 물을 구해오도록 부하들을 시켰다.

근처에는 신성한 태초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숲 속에 동굴이 하나 있었는데 거기에서는 맑은 샘물이 솟아나고 있었다. 이 동굴에는 무서운 뱀 한 마리가 살고 있었다. 볏이 돋친 머리와 황금빛 비늘로 치장하였으며 눈은 불길처럼 타오르고 몸은 독액으로 부풀고 세 갈래 혀를 한 시도 놓치지 않고 날름거리며 입안에는 세 줄로 난 이빨이 독기를 품고 있었다.

카드모스의 부하들이 샘에 물병을 담그자 병 속으로 물이 들어가는 소리가 났다. 온몸이 황금빛으로 빛나는 뱀이 동굴 속에서 머리를 내밀고 두려운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뱀은 비늘 돋친 몸뚱이를 잔뜩 사렸다가 샘 주변에서 가장 키가 큰 나무보다 더 높이 고개를 쳐들었다.

뱀은 카드모스의 부하들을 사정없이 공격했다. 어떤 부하는 독이빨로 물어 죽이고, 어떤 부하는 몸으로 감아 질식시키고, 어떤 부하는 독기를 내품어 죽여버렸다. 아수라장이 되었다.

“물 길러 간 시간이 서너 시간은 지난 것 같은데.”

혼자 남은 카드모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한 나절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은 부하들을 찾기 위해 사자 가죽 점퍼만을 입고 한 손에는 투창, 한 손에는 긴 창만을 부여잡고 어두운 숲 속으로 향했다.

숲 속에선 부하들의 시체가 즐비하고 뱀은 턱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오 나의 충신들, 그대들의 원수를 갚고야 말겠다. 그럴 수 없다면 나 그대들 뒤를 따라 함께 죽으리라.”

성난 카드모스의 투창이 뱀의 비늘을 뚫고 몸 속 깊숙이 파고들었다. 창에 찔린 괴물의 몸은 독기로 터질 듯이 부풀고 피거품이 턱을 덮고 콧구멍에서 내뿜는 독기가 공중에 흩어졌다. 괴물은 몸을 사리기도 하고 자빠진 나무둥치 마냥 사지를 땅에 퍼덕거리곤 했다. 뱀이 카드모스를 노리고 다가오자 그는 뒷걸음질을 치는 척하다가 괴물이 나무 둥치 앞에서 머리를 드는 순간 괴물의 입 속으로 긴 창을 날렸다. 카드모스의 창은 뱀의 몸뚱이를 꿰여 나무에 매달았다. 뱀이 요동을 쳐대자 나무 밑둥이 휘청거렸다. 얼마 안 있어 뱀은 숨을 멈췄다.

그리고 뱀의 이빨을 뿌려서 나온 병사들을 얻어 테베라는 도시를 건설했다.

이러한 모든 사실을 ‘전쟁의 신’ 아레스가 지켜보고 있었다. 복수심에 불탄 그는 유혈 사태에 가까운 폭력을 주도하여 신들 사이에서 야만적이란 평판을 받고 있는 신이다.

“나에게 봉헌된 나의 애장품을 쓰러뜨린 놈이 누구야.”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소리 소리 지르면서,

“카드모스, 네 자손들도 나의 애장품의 최후처럼 그러하리라.”

하고 돌아섰다.

아레스의 저주는 카드모스가 하르모니아와 결혼해 낳은 딸 세멜레를 비롯해 이노 그리고 손자 악타이온을 차례로 저승길로 데려갔다.

카드모스 왕가는 전쟁의 신 아레스가 대를 이어 내린 저주에 몸서리를 쳐야 했다. 남은 펜테우스가 걱정이었지만 그도 얼마 가지 못했다.

테베 국민들은 부덕한 카드모스 왕 일가를 몰아냈다. 그래서 카드모스 왕은 식솔들을 데리고 엔켈레이스인들이 살고 있는 나라로 망명했지만 아레스의 계속된 저주로 자손들이 당한 불행을 괴로워하다가 끝내 뱀이 되어 숲 속으로 돌아갔다. 왕비도 카드모스 왕을 따라 뱀이 되었다.

무시무시한 ‘전쟁의 신’ 아레스가 화성을 통치하게 된 데는 사연이 있다. 화성의 붉은 얼굴은 바라만 보아도 전쟁의 불길 또는 사람들이 흘린 핏방울을 연상케 한 것 때문이다.

피를 보는 일을 예사로 여긴 아레스가 지배한 화성은 태양에서 약 2억 2천 8백만 ㎞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화성은 태양계에서 지구 바로 바깥쪽을 돌고 있어 지구인들에게는 반가운 우주의 이웃 사촌이다.

타원형 궤도를 가진 화상과 지구 사이의 거리가 약 4천 8백만 ㎞ 밖에 되지 않을 때도 있다. 이러한 대접근은 32년에 한 번 꼴로 일어난다.

올림포스 신전의 무법자 아레스가 지배한 화성은 이상행동을 하고 있다. 화성은 우주의 서쪽에서 동쪽으로 운동하는데 어느 시점에 가면 화성의 행동이 갑자기 느려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일단 정지한 뒤 다시 반대로 동쪽에서 서쪽으로 움직인다. 이를 화성의 ‘역행운동’이라고 한다.

화성의 역행 운동 시간은 순행 시간보다 길지는 않지만 태양계 행성 가운데 가장 긴 편에 속한다.

이러한 역행현상은 지구와 화성, 태양이 일직선에 있을 때 화성보다 공전 궤도가 작은 지구가 화성을 앞지르기 때문에 일어나는 가시 현상이다. 이 때 화성이 마치 뒷걸음질치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화성은 외계인의 고향 또는 태양계 최대의 사화산 명승지로 손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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