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에, 우주가 처음 열리던 날, 우주는 카오스 즉 ‘혼란’ 상태였다. 그리고 얼마 뒤 ‘자연’이란 이름을 가진 신이 출현해 혼란스러운 카오스를 질서 있게 정리했다.
카오스는 어둠의 신 에레보스와 밤의 여신 뉙스를 낳았다. 에레보스와 뉙스는 혼인하여 낮의 신 헤메라와 대기의 여신 아이테르를 낳았다.
자연은 하늘에서 땅을 갈라놓고, 땅에서는 물을 갈라놓았다. 또 아직 덜 단단한 대지에선 맑은 하늘을 갈라놓았다.
대지의 여신 가이아에게는 배필이 필요했다. 그래서 하늘의 신 우라노스를 만들었다.
우라노스는 대지의 여신 가이아와 결혼해 맏아들 오케아노스를 비롯해 코이오스, 휘페리온, 크리오스, 이아페토스 그리고 크로노스 등 여섯 아들을 낳았다. 그리고 첫째 딸 테이아, 둘째 레아, 셋째 므네모쉬네, 넷째 포이베, 다섯째 테튀스 그리고 여섯째 테미스를 낳았다.
12남매는 각자 맡은 일을 충실히 해내고 후손들도 번성하였다. 이름하여 12남매를 거대한 신들의 족속인 ‘티탄족’이라고 부른다.
대양을 떠맡은 큰아들 오케아노스는 누이 테튀스와 짝을 맺어 강의 신 3천 형제와 강의 요정 3천 자매를 낳았고 지혜의 여신 메티스와 행운의 여신 튀케도 낳았다.
훗날 밀턴은 가면극 <코무스>에서 오케아노스의 강을 이렇게 찬양하였다.
‘지금도 금빛 수레는
그 작열하는 수레의 굴대를
드넓은 바다 빠른 물살에 담그고,
지는 태양으로 그 빛을
흐린 북극의 하늘로 쏘면서
동방에 있는 거처로
서둘러 가고 있다.’
하늘덮개인 둘째 아들 코이오스는 누이 포이베와 결혼하여 ‘별이 빛나는 하늘’ 아스테리아와 태양의 신 아폴론과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의 어머니가 되는 레토 따위의 두 딸을 낳았다.
셋째 아들 휘페리온은 태양의 신 헬리오스와 달의 여신 셀레네, 새벽의 여신 에오스 등 3남매를 얻었다. 그래서 휘페리온은 태양과 달과 새벽의 아버지로 항상 빛을 발하며 아름답게 치장되었다.
넷째 아들 크리오스는 여신 에우뤼비아와 짝을 지어 별들의 신 아스트라이토스와 지혜의 신 팔라스를 낳았다.
다섯째 아들 이아페토스는 이치의 여신 테미스와 짝을 지어 세 아들을 낳았는데 맏이가 프로메테우스로 진흙으로 최초의 인간을 만들었으며 신들만이 사용한 불을 훔쳐 와 인간에게 건네준 신이다. 그리고 판도라를 아내로 맞이한 에피메테우스와 제우스에게 저항했다가 하늘의 축을 짊어지고 있는 끔찍한 형벌을 받는 아틀라스가 있다.
우라노스의 여섯째 아들 크로노스는 누이인 레아를 아내로 맞이해 하데스, 포세이돈, 헤스티아, 데메테르, 헤라, 그리고 제우스를 낳았다. 그러나 자식을 낳는 족족 삼켜버린 비정의 아버지 크로노스는 제우스, 포세이돈, 하데스 아들 3 형제의 쿠테타로 천상에서 지구로 쫓겨난 신세가 되었다.
여섯 딸 가운데 셋째 므네모쉬네는 영리해 기억을 도맡았으며, 여섯째 테미스는 ‘이치’를 주관해 어떤 사물이나 사태를 접할 때마다 이치에 합당한 것인지를 따지고 재판하는 일을 하는 매우 중요한 여신이다.
티탄족의 족장 우라노스가 지배한 천왕성은 태양계에선 서열 일곱 번째이다. 2천년 동안 지구에선 토성 밖에 다른 행성이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몰랐다.
천왕성은 태양과 약 29억 ㎞ 떨어져 있다. 우주 한쪽에서 파랗게 빛나는 천왕성을 여행하려면 토성까지 간 거리만큼 더 나아가면 된다. 우라노스가 통치한 그곳에는 토성ㆍ목성과 같이 거대한 가스로 이루어져 있다. 즉 메탄ㆍ암모니아ㆍ헬륨 등을 동반한 수소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천문학자들은 천왕성의 내부는 몹시 뜨겁고 물ㆍ수소ㆍ암모니아의 액체 그리고 태양 표면보다 훨씬 뜨거운 용암층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천왕성의 질량은 목성이나 토성보다는 작긴 하지만 지구의 약 15배에 이른다
천왕성의 상공 대기는 밀도가 높고 구름 꼭대기의 온도가 섭씨 영하 215도 가량 된다.
천왕성에는 11개의 가느다란 고리가 우아함을 뽐내고 있으며 15개의 달들이 사이좋게 모여 있다. 그래서 천왕성은 ‘태양계 변방의 부족장’이란 별명을 하나 더 갖게 되었다.
15개의 달은 천왕성의 공전 궤도면에 벌렁 드러누워 있다. 그리고 이 달들은 천왕성의 적도 부위에 나란히 줄지어 서서 사다리를 타고 오르락내리락 하며 곡예를 부린다.
그래서 천왕성을 버릇없는 족속으로 취급하기도 한다. 그러나 천왕성은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있을 뿐이다. 이는 단지 천왕성의 궤도면이 적도와 98도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생긴 현상일 뿐이다.
지구촌에서 파견한 인공위성에 의해 정체가 드러나기 전까지 만해도 ‘변방의 부족장’ 천왕성에는 미란다, 아리엘, 엄브리엘, 타타니아, 오베론 등 다섯 개의 달들만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출신의 음악가 윌리엄 허셜이 최초로 발견해 우리들에게 알려진 지 겨우 200여 년이 된 천왕성의 영토는 지름 5만 1천 8백 ㎞짜리 구형이다.
천왕성의 하루는 지구 시간으로 따져 13시간 24분 정도 걸리며 사계가 한 번 지나가려면 84.01년이나 걸린다.
천왕성에도 지구와 마찬가지로 양극이 있다. 천왕성의 양극은 약 42년 동안은 어두운 밤이 계속되고 나머지 42년은 낮이 이어진다.
뒷걸음치기의 명수로도 잘 알려진 천왕성의 중력은 지구와 거의 비슷한 편이다. 지구촌에서 몸무게 85㎏ 짜리 성인 남자가 천왕성에 가 저울질해 보면 79㎏으로 약간 줄어들 뿐 커다란 변화는 없을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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