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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왕성의 성주’ 포세이돈의 구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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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왕성의 성주’ 포세이돈의 구혼

이향순의 '우주 읽어주는 엄마' <17>

포세이돈은 티탄족과 한판 싸움 ‘티타노마키아’ 전투에서 이긴 전리품으로 바다를 챙겼다. 크로노스를 왕위에서 쫓아낸 제우스는 포세이돈과 하데스 등 두 형과 함께 아버지의 영토를 분할했는데 제우스 자신은 하늘과 지상을, 포세이돈에겐 바다를, 하데스에겐 저승의 세계를 각각 나눠줬다.

신들의 권력이양도 착착 진행됐다. 즉 크로노스는 제우스에게, 오케아노스는 포세이돈에게, 휘페리온은 아폴론에게 지배권을 넘겨주어야 했다. 포세이돈은 티탄족의 맏이 오케아노스가 지배하던 바다를 송두리째 무력으로 접수하다시피 했다.

새로 등장한 ‘해신’ 포세이돈은 커다란 삼지창으로 바다를 휘둘러 파도와 지진을 주무르고, 황금빛 이륜마차를 타고 달리며 폭풍과 천둥과 비를 뿌리기도 하였다. 샘물을 솟아나게도 하고 호수까지 통치하였다. 그러나 하천만은 그의 지배를 받지 않았다.

‘티타노마키아’ 승리를 기념하는 축하연이 있은 후 오랫동안 별 일없이 조용히 지낸 올림포스 신전이 시끌벅적 했다. 포세이돈의 신부감이 간택된 기쁜 날이다.

포세이돈은 원래 테티스를 사랑했으나 그녀와의 사이에서 아들이 태어나면 그 아들에게 쫓겨날 운세라는 신탁을 받고 그녀의 언니인 암피트리테에게 눈을 돌렸다. 그러나 암피트리테는 포세이돈의 청혼을 받고 몸을 숨겨버렸다. 그녀는 평소 그의 품행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암피트리테 신전에는 혼사의 거간꾼으로 보낸 돌고래가 이제 막 도착하였다. 포세이돈은 돌고래를 향해 손짓했다.

“가까이 오너라. 그래 어떻게 되었느냐?”

배고픈 어린아이가 어미의 젖을 반기듯 다그쳤다.

“암피트리테 아가씨는 완강히 거부하셨습니다.”

“그래. 그것이 전부이더냐?”

“아닙니다.”

“이놈아, 결론부터 말하여라. 빨리빨리.”

포세이돈은 다급하게 소리쳤다.

“제가 도착한 지 서너 시간이 되었는데도 암피트리테 아가씨 식구들이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어떻단 말이냐?” 몸이 단 포세이돈이 성화를 부렸다.

“반나절이 지나려니까 암피트리테 아가씨 아버님의 인기척 소리가 들리더라구요. 그래서 체면불고하고 매달렸습니다. 그리고 자초지종을 설명해 드렸습니다. 그러자 아가씨를 불러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시자 아가씨는 체념하듯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아버님의 뜻이라면....”

‘휴우’하고 한숨을 토해낸 포세이돈은 돌고래의 공적을 높이 사 하늘의 별자리를 약속했다. 그리고 돌고래를 앞장세우고 암피트리테에게 단숨에 달려갔다.

신부의 아버지 네레우스가 포세이돈을 맞이하였다. 소문대로 그는 지혜가 뛰어나 보였다. 그 옆에는 부인 도리스도 다소곳이 무릎 위에 손을 모으고 앉아 있었다.

“그래, 자네가 포세이돈인가?”

“예, 아버님. 암피트리테를 평생 행복하게 할 자신이 있습니다.”

“어떻게 말인가?”

“저기 보이지 않습니까?”

허풍 당당한 포세이돈은 바다를 양팔로 가리키며,

“제 신부가 될 암피트리테에게도 이 바다를 함께 다스릴 수 있는 권리를 주겠습니다.”

하고, 그는 큰소리쳤다.

며칠 뒤, 올림포스 신전으로 돌아온 포세이돈과 암피트리테가 부부가 되는 성대한 결혼식이 있었다. 앞으로 바다를 함께 지배하게 될 바다의 신과 요정의 결혼식에는 남성들의 전유물인 강의 신과 물의 요정 따위의 물의 신들이 모두 참석했다. 물의 요정들은 모두 제우스의 딸들로 빼어난 미모를 자랑하고 있었다. 피로연 한켠에는 바람의 신들도 점잖을 빼고 앉아 있었다. 바로 그 옆에 ‘북풍’ 보레아스, ‘서풍’ 제퓌로스도 눈에 띄었다. 보레아스가 좌중을 둘러보고선 옆의 강의 요정들을 바라보며 큰 소리로 떠들어댔다.

“저것 봐. 안에서 샌 바가지 어디 간들 안 새겠어? 황량한 성격은 여전해.” 물의 요정 가운데 누군가 볼멘 소리를 했다.

“그래, 맞아. 같은 형제인데 제퓌로스를 봐. 어쩌면 저렇게 점잖을까? 미소도 부드러워.” 옆에 있던 다른 요정이 맞장구를 쳤다.

‘바다의 용왕’ 포세이돈과 ‘바다의 요정’ 암피트리테의 성대한 결혼식이 막을 내리자 올림포스 신전에 모인 신들은 각자의 처소로 돌아갔다.

그리고 새 신랑 포세이돈은 첫날밤 신부 암피트리테를 대동하고 바다를 순시하러 나왔다. 신랑과 신부는 황금 갈기와 청동 발굽으로 단장한 애마가 모는 이륜마차에 올라탔다. 애마가 이끈 이륜마차가 바다에 내리자 바다는 잔잔해지고 깊은 바다 속 괴물들까지 숨을 죽이고 이들 부부의 행차를 바라보았다.

혼인잔치가 있은 지 며칠 지나지 않았다. 혼삿 날부터 신랑을 마음에 썩 들어 하지 않던 암피트리테가 신경을 곤두세우기 시작했다. 그녀는 시아주버니 제우스와 같은 핏줄이 아니랄까봐 결혼에 충실하지 못한 지아비 포세이돈에게 아우성치는 날의 숫자가 점점 늘어갔다.

암피트리테의 귀에는 포세이돈이 다른 여신들과 눈이 맞아 놀아나고 있다는 이야기가 끊이지 않고 들려왔다. 당연히 소생들도 여기 저기 밝혀졌다. 그러나 하나같이 성질이 포악한 것은 물론 일부는 괴물이나 말 모습을 가진 추남들이 대부분이어서 가문의 망신이었다.

토오사와는 사랑을 하여 괴물 폴류페모스를 낳았고, 고르곤족 메두사와 관계를 맺고 거인 크류사오르와 날개 달린 천마 페가소스 따위를 낳았다. 이피메데이아와의 사이에서는 거인 알로아다이를 두었고, 테세우스에게 처형당한 악당 케르큐온과 스키론, 라모스 및 오린 따위가 있다. 또한 할리와의 사이에서 낳은 이아들도 갖은 악독한 짓을 저지른 뒤 희생자 모두를 땅 속에 파묻어 범죄를 숨기고 법망을 요리조리 피해 다닌 악동들이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아우인 제우스의 아내 데메테르와의 염문이다. 제수인 그녀와의 사이에 태어난 딸의 이름은 언급하는 것조차 금기였는데 바로 공포의 여신 데스포이나이다.

말의 조상을 직접 조각하였을 뿐 아니라 애마를 항상 곁에 두기를 좋아한 포세이돈에게는 경마의 수호신이란 호칭이 하나 더 붙어 있다.

암피트리테의 바가지가 시작되는 날이면 올림포스 신전을 출발해 태양계 일주를 나선 포세이돈은 푸른빛이 감돈 태양계의 푸른 진주 해왕성을 방문하고 둥지를 틀고 휴식을 갖곤 했다.

포세이돈이 지배하는 해왕성은 지구에서 관찰하기 곤란할 정도로 먼 거리에 있다. 태양과는 약 44억 9천 7백만 ㎞ 떨어져 있다.

해왕성은 하마터면 영영 놓칠 뻔한 태양계의 식구다. 지구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형체를 구분하기 어려웠던 해왕성은 지름이 4만 5백㎞ 가량 되며 무게는 지구의 약 17배다. 그래서 순위를 매기자면 태양계에선 네 번 째 가는 거인 행성이다.

해왕성이 태양을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은 지구 시간으로 따져 약 165년이다. 해왕성의 하루는 지구 시간으로 환산하면 17시간 50분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해왕성은 태양에서 여덟 번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줄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명왕성이 여덟 번째 자리를 차지해 해왕성이 아홉 번째로 밀릴 때도 있다.

초속 5.4㎞로 태양계를 주행하는 해왕성은 너비 1~10㎞에 이른 다섯 개의 고리로 치장돼 있어 천문학자들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가운데 두 가닥의 고리는 선명하게 나타나 해왕성 고리 연구에 좋은 자료가 되고 있다.

태양계의 여덟째 해왕성이 지구인들의 눈에 띄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1781년 음악가 허셜이 토성 궤도 밖에서 천왕성을 발견한 뒤 얼마 안 있어 많은 천문학자들은 태양계 어디엔가 또 다른 행성이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음악가에게 천왕성 발견의 명예를 빼앗긴 천문학자들은 우주에서 또 다른 거인을 찾는 일에 몰두했다.

그러나 천왕성에 이어 해왕성도 엉뚱한 인물에 의해 발견되었다. 해왕성도 천문학 전문가가 아닌 22세의 청년 수학도의 눈에 띄었다.

캠브리지대 수학과에 재학중인 애덤스는 도서관에서 빌린 논문 속에서 65년 전에 발견된 천왕성의 이상한 궤도 운동에 관한 대목을 읽다말고 무릎을 쳤다.

대학생 애덤스는 천문학자들이 천왕성의 실제 궤도와 이론적으로 계산한 값이 얼토당토않게 맞지 않는 것을 놓고 이러쿵저러쿵 하는지 궁금했다. 호기심이 많은 그는 천문학자들의 말대로 천왕성이 왜 앞으로 갔다 뒤로 물러섰다 하는지 연구해보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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