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대표팀의 일원으로 독일 월드컵 최종 예선에 출전하느라 피로가 쌓인 탓도 있었지만 동기부여가 되지 않았던 게 주요인이었다. 대부분의 축구 전문가들은 성인 대표팀에서 결정적인 골로 월드컵 본선 진출에 큰 공헌을 한 박주영이 불과 며칠만에 한 단계 아래인 청소년 대표팀에서 다시 집중력을 발휘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어쨋든 박주영은 세계 무대에 자신의 이름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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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월드컵을 앞두고도 박주영에 대한 논란은 계속됐다. 그가 대표팀의 윙 포워드로서 제 몫을 못했기 때문이다. 윙 포워드의 기본인 측면 돌파에 이은 크로스가 거의 나오지 않았고, 수비가담 부분에서도 적극성이 많이 결여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박주영이 소속 팀 FC 서울에서 날카로운 스루패스만을 기다리며 최전방을 어슬렁거리던 버릇이 대표팀에까지 전달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박주영은 독일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뽑혔다.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원샷 원킬'로 불리는 그의 탁월한 득점 감각이 아드보카트호에 꼭 필요했기 때문이다.
결정적인 순간 '해결사'로 투입될 가능성이 높은 박주영은 지난 19일 펼쳐진 프랑스와의 경기에서 아쉽게 출전기회를 놓쳤다. 후반전 벤치에서 나와 몸을 풀었지만 수비형 미드필더 이호가 뜻하지 않게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교체 투입은 수포로 돌아갔다.
박주영은 한국의 16강 진출 여부를 결정짓게 될 스위스 전에 다시 한번 출전 기회를 엿보게 된다. 그로서는 월드컵 데뷔 무대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분위기도 박주영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아드보카트 감독이 토고와의 경기부터 4-3-3과 함께 4-4-2 전형을 병행했기 때문이다. 4-3-3에서의 윙 포워드보다 4-4-2에서의 섀도우 스트라이커가 박주영에게는 적격이다. 청구고 시절 박주영을 지도했던 변병주 감독은 독일 월드컵이 시작되기 전 "박주영은 섀도우 스트라이커 자리에 서야 제 기량을 십분 발휘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박주영을 위해 대표팀의 전술을 바꿀 수는 없다. 이 부분이 아쉽다"고 했을 정도다.
섀도우 스트라이커는 비교적 넓은 공간에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다. 특히 박주영은 중앙에서 상대 수비의 위치를 감지한 뒤 동물적으로 움직여 패스를 받는 데 익숙해 있다.
무뚝뚝함의 대명사로 알려진 박주영은 요즘 많이 웃는다. 연습 때 동료들과도 즐겁게 얘기를 나누는 장면이 자주 목격된다. 그는 월드컵 이전에 "처음 나가는 월드컵이라 많이 기대된다. 한국이 16강에 진출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박주영은 세계청소년대회 첫 경기에서 스위스에 패했던 경험을 갖고 있다. 당시 청소년 팀의 핵심전력이던 박주영은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무대는 바뀌었지만 24일 박주영이 상대해야 할 팀도 스위스다. 스위스 전에서 아드보카트 감독의 족집게 용인술이 박주영의 화려한 부활과 멋진 '2중주'를 이룰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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