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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은 산업이 아니라 삶의 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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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은 산업이 아니라 삶의 근본"

<인터뷰> ‘친환경농업’ 선언 박준영 전라남도지사

제3회 농업박람회 개막을 앞두고 주최자이자 초청자인 박준영 전라남도지사를 전남농업기술원에서 만났다. 취임 이래 줄곧 '우리 남도의 살길은 친환경농업으로의 혁명적 전환'이라고 소리 높여온 박 지사는 이번 행사를 통해 최근 마무리된 '전남 친환경농업 5개년 계획'을 공식 천명할 계획이다.

전남 농림부 농촌진흥청 주최인 농업박람회(www.farmshow.or.kr)는 오는 27일부터 31일까지 5일간 전남 나주 산포의 전남농업기술원 일원에서 열린다. 이 행사는 농업의 최근 모습과 첨단 기술, 연구 성과 등 산업과 학문으로서의 농업과 함께 올 가을 오진 결실을 직접 농민이 소비자에게 선보이는 자리다. 필자

***"친환경농업, 그 선택의 이유를 이제 농민이 대답합니다"**

강상헌 : 이전보다, 또 다른 시, 도보다 훨씬 강도 높은 새 농업 프로젝트로 이 계획은 평가되고 있습니다. 어떤 뜻을 담고 있는지요.

박준영 지사 : 이제 안전성과 함께, 땅의 신령스런 기운이 깃든 농산물이 아니면 바로 소비자에게 외면당합니다. 일본은 소비자 선택의 이런 경향이 유럽과 미국처럼 자리 잡았고, 중국은 엄청난 규모의 친환경농산물을 이미 내놓고 있지요. 싫든 좋든 식탁도, 농사도 세계화로 진행 중입니다. '천혜의 농도(農道)'라는 자부심만으로 될 일이 없다는 다급한 공감(共感)의 반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저와 함께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손에 들고, '시장의 중심'으로 거침없이 나가자는 것이지요.

<사진 1> 박준영 지사(오른쪽)가 전남농업기술원의 가장 내밀한 공간인 난(蘭) 종묘배양실에 들러 농업박람회 준비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생명시대'

강 : '정면 돌파' 밖에 다른 수가 없다는 얘기로 들립니다. 사실 쌀과 관련한 국제통상협상의 결과가 어떻게 되든지 간에 우리 농업과 농촌, 나아가 나라 전체에 미칠 파장은 상상을 초월할 터입니다. 이 계획이 우리 농촌을 피폐와 불임(不姙)의 나락으로부터 건져줄 것으로 생각하시는지요.

박 지사 :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러나 멍하니 바라볼 수만은 없지요. 또 농업을 2, 3차 산업과 견주는 '산업'으로만 파악하는 관점에서는 더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지성을 갖춘 대부분 시민들은 쌀과 남새를 공급하는 일 말고도, 농업이 우리 삶의 터전인 국토의 환경과 전통문화를 보존하는 활력을 만드는 기능도 맡고 있다는 사실을 압니다. 이런 인식은 농심(農心)이 의무감과 함께 긍지를 가질 수 있게 하는 언덕입니다. 이번 '농심과 소비자의 만남'은 장중한 남도농업 부활을 기리는 첫 무대지요.

강 : 우문(愚問)입니다. 친환경농업이 어떻게 이 상황을 해결해줄 것인지요.

박 지사 : 땅, 물, 공기가 살아납니다. 농사짓는 이들이 살아납니다. 농산물을 먹는 이들도 살아나지요. 본디의 생명력이 회복되는 것입니다.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지 않기 위해 농민들은 최소한 서너 배의 노력으로 지력(地力)을 살립니다. 좌절에 가까운 시련이 따릅니다. 이런 노력은 사랑이며 또 먼저 깨달은 이의 지혜지요. 선(善)순환의 이런 고리는 '인간성의 회복'을 부릅니다. 최선을 다한 농심에 소비자는 반드시 손을 내밉니다. 최근의 변화는 이런 흐름의 거울이며, 농업의 근본이 바뀌어야 한다는 신호지요. 소비구조가 바뀌고 있는 것이며, 이에 부응하지 못하면 도태된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사진 2> 화가 한희원 씨가 제작한 제3회 농업박람회 공식포스터. @생명시대

강 : 계획이 세워지기까지 전 농림부 장관인 김성훈 중앙대 교수, 전남대 전태갑 교수, 강대인 정농회 회장, 정진영 한국유기농협회 회장 등 국내 최고의 전문가 그룹과 농민 등을 초치(招致)하여 자문하는 등 많은 연구가 있었던 것으로 압니다. 어떤 경과를 거쳤고, 어떤 소득이 있었는지요.

박 지사 : 우리가 처한 농업의 문제가 생각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이라는 점을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특히 김성훈 교수님은 "농업을 산업으로만 보지 말고, 세상을 바룰 대본(大本) 즉 큰 본디로 섬기자."는 철학적인 명제를 주시며 힘껏 격려해 주셨습니다. 또 방향은 바른데 목표치를 너무 낮게 설정했다는 지적도 주셨지요. 우리 도의 담당자들이 석 달 가량 잠을 줄여가며 만들었지만 현장에 적용하자면 오차가 없지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바쁘지만 서둘지는 않겠습니다. 차츰 자세히 보고 드리지요.

강 : 농민과 소비자가 마음을 열고 만나는 큰 멍석과도 같은 농업박람회는 참 귀한 자리입니다. 지사께서 겨냥하는 친환경농업의 '녹색혁명'과 이번 제3회 농업박람회의 관계는 무엇입니까?

박 지사 : 요즘 말로 '가장 도달률이 높은' 마케팅의 장(場)이지요. 그러나 원래 이런 '영리한 의도'가 아니었던 것으로 압니다. 전임 지사 시절, 농민들의 기(氣)를 살릴 방안으로 담당 부서가 고안한 자연발생에 가까운 행사였는데 농민도, 소비자도 함께 쌍수(雙手)를 들어 반겨주었다는 겁니다. 친환경농업이 우리의 치열한 생존 방안이기도 하고, 우리가 인류에 기여할 수단이기도 하다는 제 마음을 농업박람회를 통해 힘껏 나눠드릴 참입니다.

<사진 3> 지난해 농업박람회에서 가장 인기를 모았던 체험 공간 중 하나인 원예치료실의 모습. @'생명시대'

강 : 농촌 살림이 빈빈(彬彬)하지 않으면 인심이 절벽(絶壁)이 됩니다. 남도에 인심이 없다면 누가 이곳을 '푸근한 마음의 고향'으로 여기겠습니까? 인심과 함께 우리 지역의 자랑인 남도음식도 실은 넉넉한 살림이 보장해주는 것이지요. 인구가 2백만 명 아래로 줄고, 어린 아이가 없어 학교가 거의 문을 닫을 처지입니다. 농업박람회나 친환경농업이 이 같은 처지에 어떤 소용이 됩니까?

박 지사 : 고운 말 많이 늘어놓았지만 결론은 우리 도민의 살림이고, 특히 어려움에 직면한 농가의 소득 증대입니다. 좋은 농산물을 만들면 당연히 지사도 나서서 팔아드립니다. 특히 용기 있는 젊은 분들이 농촌에 들어와 도전해 주시기를 기대합니다. 가공과 판매, 수출에까지 새로운 농심과 상상력을 불어넣어 주십시오. 나락 몇 섬을 내는 대신 '왕건이 반한 쌀'을 만드니 소득이 서너 배 이상 늘지 않습디까?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1.5차 산업, 2.5차 산업이라고 하더군요. 도시 직장인보다 더 멋지게 일하고 성공하는 사례가 수도 없이 많지요. 친환경농업은 새 농업 교과서이고, 농업박람회는 새 농업의 첨단 진열장인 셈입니다.

강 : 해남의 관광지 개발 얘기에 서울 등 타 지역 복덕방들이 난리랍니다. 사실 이문이야 농사보다 관광이 낫지 않습니까? 여러 해 전부터 그린투어리즘이라며 농촌 관광 얘기도 많습니다. 골프장도, 호텔도 생각해야겠지만 농촌이 관광의 대상이 된다면 좋지 않겠습니까?

박 지사 : 농촌은 생명의 원리를 가까이서 체험할 수 있는 관광, 특히 교육 목적 관광의 보물창고입니다. 단 농가가 스스로 도시 손님을 맞을 수 있도록 어느 정도는 눈높이를 맞추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우리 전남에서도 연구를 많이 하고 있고 이미 시골의 다양한 시설에 놀러 오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박람회가 이런 관광을 촉진하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서울 등 대도시의 어린 친구들이 부모님과 함께 오시도록 많이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저도 시간 나는 대로 박람회에 나가 부지런히 인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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