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계를 점령한 신들은 2세와 연인들을 각 위성에 전진 배치하여 신화왕국을 이루고 있다. 목성가족의 일원인 이오, 에우로파, 가니메데, 칼리스토는 제우스의 애첩들이다. 즉 제우스의 조강지처, 헤라의 연적들이다. 바다를 주름잡는 포세이돈의 2세 트리톤과 네레이드는 해왕성의 두 위성이다. 그리고 전쟁의 신 화성도 공포감과 걱정거리를 주도하는 포보스와 데이모스를 거느리고 있다.
목성을 에워싼 이오, 에우로파, 가니메데, 칼리스토 따위의 달은 목성의 통치자 제우스와 사랑을 속삭인 우주의 연인들로 유명한 이야기의 주인공들이다.
원래 이오는 헤라 여신을 흠숭하는 아가씨였다. 제우스가 그녀의 미모에 반해 사랑에 빠지던 날, 남편의 잦은 외도로 마음을 졸이며 살아야 했던 헤라가 상대가 자신의 여사제라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제우스는 헤라의 눈을 피해 구름과 짙은 안개로 둘러싸인 컴컴한 속에서 사랑을 나누고 이오를 어린 암송아지로 살짝 바꿔치기 해놓았다. 그러나 평소 남편의 속임수를 훤히 꿰뚫고 있던 헤라가 속을 리 없다. 그녀는 제우스에게 어린 암송아지를 선물로 달라고 졸라댔다. 그리고 눈이 1백개나 달린 ‘백안 거인’ 아르고스를 불러 암송아지를 감시하도록 하였다.
이오는 ‘강의 신’ 이나코스 왕과 요정 멜리아 사이에 태어난 공주로 남자 형제는 지상의 첫 인간으로서 펠라스기아의 시조가 된 프로네오스 따위가 있다.
거인 아르고스는 잠을 잘 때도 한 번에 두 개씩 밖에 눈을 감지 않아 한시도 쉬지 않고 암송아지를 감시했다. 암송아지가 된 이오는 밤에는 보기에도 흉한 쇠사슬로 목을 묶인 채 지냈다.
꽁꽁 묶인 이오는 공주를 찾아 우주 구석구석을 헤메던 이나코스왕과 다른 공주들을 만나게 되었다. 그녀는 아버지와 언니들을 보자마자 너무 반가워 다가갔지만 그들은 이오의 등을 토닥거리며 잘 생긴 송아지라고 칭찬만 해 줄뿐이었다.
아버지가 풀을 집어 먹여 주자 이오는 아버지의 손바닥을 핥았다. 그녀는 어떻게 하든지 자기가 당한 일을 아버지에게 알리고 싶었지만 말이 터져 나오지 않았다.
이오는 짧은 이름을 발굽으로 모래 바닥 위에 써야겠다는 생각이 퍼뜩 떠올랐다. 아버지 이나코스는 대뜸 글자를 알아보고 목을 끌어 안고 통곡했다.
“내 사랑하는 공주, 너를 차라리 아주 잃어 버렸더라면 슬프지나 말 것을!”
이나코스가 탄식하고 있는 것을 아르고스가 보고 달려왔다. 무정한 아르고스는 이오를 끌고 가버렸다. 그리고는 사방팔방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높은 언덕 위에 앉아 이오를 더욱 철저히 감시했다.
제우스는 헤라가 잠이 든 것을 확인하고 헤르메스를 몰래 불렀다.
“헤르메스, 나의 부탁을 들어다오.”
“말씀하소서.”
“저 아르고스를 무찔러버리면 좋겠는데 말이야.”
“저에게 비상한 꾀가 있긴 한대요.”
“믿어도 되겠지?”
헤르메스는 발에는 날개 달린 신발을 신고, 머리에는 비행모자를 쓰고, 손에는 마술지팡이를 들고는 천상의 탑에서 지상으로 내려왔다. 지상에 내려선 그는 날개를 걷어치워 버리고 지팡이만을 든 채 양치기로 둔갑했다. 그리고 피리를 불었다. 아르고스는 그만 피리 소리에 반하고 말았다.
“이것 보게 젊은이. 이리 와서 여기 이 바위에 좀 앉게나. 이곳에는 양떼가 뜯을 풀이 얼마든지 있다네. 어디 그뿐인가? 목동들 마음에 쏙 들만한 시원한 나무 그늘도 얼마든지 있지.”
헤르메스는 이런 저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며 날이 어두워지기를 기다렸다. 부드러운 곡조만 불러 아르고스를 잠재워 보려는 속셈이었으나 다 헛일이었다.
이 궁리 저 궁리를 하던 헤르메스는 자기의 갈대 피리의 전설도 들려주었다.
아르고스의 눈꺼풀이 하나 둘씩 스르르 감기었다. 헤르메스는 아르고스가 졸음에 못이겨 머리를 쳐박던 순간, 단칼에 목을 잘라 바위산 아래로 발길질했다. 그리고 쇠사슬에 묶인 채 잠들어 있는 가엾은 이오에게 달려갔다.
“이오, 이오, 이오.”
“누구신데요?”
“제우스 신이 보낸 헤르메스요. 빨리빨리 서둘라구!”
“평생 이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제우스 신도 안녕하시지요?”
“헤라가 눈치채기 전에 탈출해야 돼.”
“그럼 안녕히…….”
뒷날 헤라는 이오가 탈출한 사실을 알고 몸을 떨었다.
“일단 아르고스의 눈을 걷어 공작의 깃털에 박아놓아라.”
다시, “이오에게 등에를 보내어 온몸을 성가시게 하여라.”
이오는 지긋지긋한 등에의 등살을 피해 이오니아바다를 헤엄쳐 건너고, 일리리아 평원을 헤매어서, 하이모스산을 올라가, 트라키아 해협을 건넜다. 또 스키티아를 지나고, 킴메리오스인들이 사는 나라를 거쳐 나일강까지 도망쳤다.
이오는 제우스와 헤라의 거래로 간신히 도망자 신세를 면하고 아버지와 언니들이 살고 있는 궁전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나중에 제우스와 다시 만나 몰래 사랑을 나누고 아들 에파포스를 낳았다.
또 한 여인 칼리스토도 헤라의 질투심에 불을 지른 여신 가운데 한 명이다. 헤라는 칼리스토를 아예 곰으로 만들어 버렸다.
헤라가 이르기를,
“내 남편을 홀렸으니 네 아름다움이란 아름다움을 송두리째 빼앗아 버리리라.”라고 했다.
헤라의 말이 끝나자마자 칼리스토는 두 팔에는 검은 털이 돋아나고, 손 모양은 둥글게 변하고, 낫을 닮은 손톱이 삐쭉 돋아나 영낙없이 곰의 앞발 꼴이 되어 버렸다.
그녀를 곁에 두고 사랑하던 제우스가 입이 닳도록 자랑하던 입술은 볼쌍 사나운 곰의 것으로 변하고, 영혼을 송두리째 뒤흔들던 목소리는 곰의 포효로 돌변했다.
어느 날, 청년으로 성장한 칼리스토의 아들 아르카스가 사냥을 나왔다. 어두운 숲속에서 칼리스토는 꿈에도 그리던 아들을 보고 반가워 달려들었다. 아르카스가 깜짝 놀라 창을 들어 곰을 찌르려는 순간, 제우스의 저지로 다행히도 불행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또한 연인 에우로파는 페니키아의 아게노르왕의 딸로 카드모스, 포이닉스 그리고 칼릭스 남자 형제들과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제우스는 아름다운 에우로파 공주를 짝사랑하였다.
제우스는 흰 소로 변신해 아게노르 목장의 소 떼 무리에 섞여 있다가 들판에서 시녀들과 함께 꽃을 따고 있던 에루로파 공주 곁으로 다가갔다.
에우로파는 흰 소가 다가가자 쓰다듬다가 용기를 내 등에 올라타 보았다. 에우로파 공주를 등에 태운 흰 소는 해안 쪽으로 걸어가더니만 그대로 바다를 건너 크레타로 가버렸다.
다시 신이 된 제우스는 에우로파 공주와 고르친 샘터 근처에서 사랑을 속삭이고 사이에 아들 미노스, 사르페돈, 라다만토스를 낳았다.
애첩 이오를 구출하기까지 눈물겨운 사연을 맛본 제우스는 그녀에게 해안을 지키는 청동거인 탈로스와 공격력이 뛰어난 사냥개 그리고 백발백중할 수 있는 투창을 주었다.
한편 아게노르왕은 실종된 에우로파공주를 애타게 찾고 있었다. 하루는 병이 난 왕이 아들들을 불렀다.
“너희 셋 중에 카드모스가 가는 것이 낫겠구나. 네 누이 에우로파를 찾아오너라.”
카드모스는 말이 없었다.
“공주를 데려오지 못할 바엔 궁전으로 돌아올 생락일랑 아예 하지 말고…….”
궁전을 나온 카드모스의 귓가에선 아버지의 격앙된 목소가 맴돌았다.
카드모스는 아폴론의 신탁을 받고 간 곳에 나라를 세우고 궁전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해왕성의 두 위성은 포세이돈의 아들 트리톤과 네레이드 몫이다. 삼지창을 들고 바위를 부수고 폭풍을 부르고 바다를 잠재우며 해안을 뒤흔들어대는 포세이돈은 암피트리테와의 사이에 난 트리톤을 총애했다.
몸통의 절반은 남자, 절반은 물고기의 형상을 가진 트리톤은 아버지 포세이돈의 소라 고등 나팔수로서 노래를 곧잘 했다. 그는 외할아버지 네레우스를 이어 슬기롭고 예언 능력이 놀라운 바다의 장로로 불리기도 했다. 그는 또 모습을 마음먹은 대로 바꾸는 놀라운 신통력도 가지고 있다. 포세이돈에 이어 ‘바다의 작은 신’으로 대접받은 그는 팔라스와 트리테이아를 낳았다.
화성의 통치자로서 용감할 뿐만 아니라 잘 생긴 전쟁의 신 아레스는 두 아들을 항상 부하로 거느리고 다녔다. 포보스와 데이모스가 바로 두 아들이다.
아들 포보스는 ‘공포’란 뜻을 지니고 있다. 또 한 아들 데이모스는 ‘걱정’이란 뜻을 지니고 있다.
지구의 절반만한 크기의 화성이 욕심꾸러기마냥 아들을 둘씩이나 거느리고 있다는 것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지구보다 작은 화성에 딸린 식구가 둘씩이나 되는 이유는 소행성대에 가까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화성의 두 달인 포보스와 데이모스를 아예 소행성 족보에 넣어버린 과학자도 있다.
화성에 두 개의 달이 있을 것이라는 상상은 18세기 초 영국의 스위프트가 쓴 <걸리버 여행기>에 나타난다. 그의 뛰어난 예언은 그가 죽은 지 130여 년만에 사실로 드러났다.
1783년 허셜과 코펜하겐 천문대 대장 다레스트가 화성의 달을 찾으려고 갖은 노력을 다했건만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그래서 18세기까지의 천문학 교과서에는 ‘화성에는 달이 없다’고 기록돼 있다.
1877년 화성이 지구에 대접근하고 있을 때였다. 미국의 워싱턴 해군 천문대 연구원 홀이 화성의 이산가족 찾기 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홀은 해군 천문대의 구경 65㎝의 굴절 망원경을 이용했다. 이 망원경은 그 당시 최대의 망원경이었다.
그러나 화성의 달 탐사는 많은 인내를 요구했다. 하루도 쉬지 않고 몇 달 동안 달 관측을 계속했건만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절망에 빠진 홀은 아내 스트크니의 위로를 받으며 다시 망원경의 핸들을 잡았다. 마지막을 외친 홀은 8월 1일 밤이 깊었을 때 화성 궤도 바깥쪽에서 한 개의 작은 달이 희미하게 반짝이는 모습을 발견했다.
“오, 하느님!”
그리고 며칠 동안 구름이 잔득 끼어 관측을 하지 못하다가 8월 17일 밤, 또 안쪽 궤도를 돌고 있는 또 하나의 천체를 발견했다. 홀은 그들에게 화성의 지배자 아레스의 두 아들의 이름을 따 포보스와 데이모스라 이름지었다.
제우스의 연인들이 통치하는 목성의 달을 맨 처음 찾아낸 사람은 갈릴레이다. 1610년 1월 7일 갈릴레이는 자신이 만든 엉성한 망원경을 통해 목성 근처에서 세 개의 빛줄기를 발견했다.
목성의 달들은 네덜란드 천문학자 마리우스에 의해 각각의 이름들이 붙여졌다. 목성의 첫 번째 위성 이오는 목성 중심에서 42만㎞ 정도 떨어져 있다. 이 거리는 지구 중심에서 달까지의 거리와 거의 같다. 이오는 약 1.8일 만에 목성 주위를 한 바퀴씩 돌고 있다. 빨강ㆍ노랑ㆍ초록색으로 물든 이오는 태양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달로 손꼽힌다. 그리고 이오에서는 활화산이 세차게 자맥질 하고 있다.
목성의 위성 가니메데는 우주 속을 뒹구는 빨간 고구마이다. 가니메데는 실제로 태양계에서 가장 큰 달이며 달의 질량의 2.5배나 된다. 가니메데는 수성보다 크며 지름은 5,262㎞ 가량 된다. 가니메데는 목성에서 107만 ㎞ 떨어져 있으며 공전 주기는 약 7일이다.
목성의 또 다른 위성 칼리스토는 목성에서 180만 ㎞ 거리에 있으며 공전주기는 약 17일이다. 지름은 4천 8백만 ㎞이다.
목성과 네 개의 갈릴레이 달들은 마치 태양계의 축소판과 같다. 갈릴레이의 달들은 목성의 적도를 중심으로 원형 궤도를 그리며 돌고 있다.
토성은 태양계에서 출산율 1위를 자랑하는 행성이다. 최근 자료에 따르면 토성의 2세는 무려 22개나 된다. 토성의 달들은 수도 많지만 토성 주위를 자동차 경주하듯 정신없이 질주해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또 한쪽에서는 끈에 매달린 채 반주에 맞춰 춤사위를 펼치는 등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어 매우 인상적이다.
로마의 신 새턴과 친인척 관계인 타이탄은 태양계에서 대기를 가진 유일한 달로 공인되고 있다. 타이탄은 질량이 클 뿐 아니라 부피도 웬만한 행성 이상 가는 달이다. 타이탄은 목성의 아들 가니메데에 이어 태양계의 2세 가운데 두 번째로 큰 편에 속한다.
타이탄은 태양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온도가 낮다. 타이탄의 표면 온도는 섭씨 영하 185도를 기록한다.
타이탄의 지름은 2,880 ㎞에 이른다. 또한 중력은 달의 약 두 배 가량 된다. 타이탄은 그 강한 중력으로 대기의 분자들을 붙들어 대기층을 형성하게 되었다.
과학자들은 이 타이탄이야말로 약 46억년 전의 원시 지구의 모습을 쏙 빼 닮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태양계 변방의 부족장 천왕성은 15개의 달을 거느리고 있는데 미란다, 아리엘, 엄브리엘, 티타니아, 오베론 따위의 위성은 문학 작품 속에 등장한 인물들이다. 이들 다섯 개의 달은 천왕성을 에워싸고 맴돌 뿐 아니라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가까운 곳에서 원형 궤도로 돌면서 마치 천왕성을 호위하기라도 한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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