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김성수 | 출연 권상우, 유지태, 손병호 | 제작 팝콘필름 | 배급 쇼박스 | 등급 18세이상 관람가 | 시간 124분 | 2005년
오토바이를 뒤쫓는 남자. 격해진 감정을 폭발하며 도로 역주행도 마다하지 않는 첫 장면은 〈야수〉의 거친 숨소리를 대변한다. 제목의 강한 어감에서 알 수 있듯이 형사와 검사, 조폭이 등장하는 이 영화는 걷잡을 수 없는 비장한 감정을 폭발시키며 처절한 상황으로 관객들을 내몬다.
다혈질 형사 장도영(권상우)은 눈 앞에서 폭력조직에 의해 죽임을 당한 이복동생의 사건을 수사하다 검사 오진우(유지태)와 맞부딪친다. 두 사람이 노리는 공공의 적은 최근 출소해 정계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구룡파 두목 유강진(손병호). 한 팀이 돼 유강진의 살인사건과 비리를 재수사하기 시작한 두 사람은 목표를 향해 맹목적인 질주를 시작한다. 그들의 움직임에 눈치 챈 유강진은 막강한 자금력과 정계 로비를 통해 두 야수의 협공에 대비한다. 둘은 점점 포위망을 좁혀가지만 유강진의 방어막을 뚫기엔 역부족이다. 장도영과 오진우는 유강진을 잡았다고 하는 순간 오히려 그가 쳐놓은 덫에 걸리고 만다. 오히려 이 둘은 공권력 남용으로 체포되고 유강진은 증거부족으로 풀려나게 된다.
〈야수〉는 그동안 지켜왔던 소신이나 원칙들을 더 이상 지킬 수 없는 사람들이 깨지고 달라지는 모습을 그린다. 이들의 마지막 선택은 무엇인가. 영화 속 두 주인공은 극한의 상황으로 스스로를 몰아가며 비극적 상황을 연출한다. 악에 받쳐 조직폭력배를 상대하는 장도영은 죽어가는 어머니를 지켜드리지 못하고 냉철한 검사 오진우도 아내에게서 이혼을 요구 받았을 만큼 개인생활은 이미 끝장난 지 오래다. 그들이 인생에서 가장 원하는 것은 법과 질서가 지켜지는, 악당이 득세하지 않는, 세상다운 세상의 모습이다. 하지만 세상은 결코 이 둘의 뜻대로 운행되지 않는 법이다. 그들은 법과 질서를 대변하고 싶어하지만 정작 법과 질서는 그들을 옹호해 주지 않는다.
〈야수〉는 제목이 주는 이미지대로 영화 속 두 주인공의 캐릭터를 최대한 부각시키는데 주력한다. 형사 장도영은 시커멓게 그을린 피부와 덥수룩한 머리, 상처가 없어지지 않는 얼굴로 시종일관 거친 대사를 외쳐댄다. 차갑고 냉철한 이미지의 검사 오진우 역시 금테안경 너머로 이글거리는 분노를 내뿜는다. 1980년대 홍콩 느와르를 연상케 하는 두 주인공의 캐릭터는 리얼한 액션, 총격 신 등을 배경으로 마초적 매력을 발산한다. 비극적인 결말은 전형적인 느와르가 갖는 예정된 코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수〉는 아무래도 부족하고 설익었다는 인상을 지우기가 어렵다. 80억 원의 제작비가 들어가는 대규모급 영화와 신인감독 자체가 어울리지 않는 한 쌍이었을 수 있다. 액션 신 등 공들인 장면은 한둘이 아니지만 느와르형 비극을 끌어내는 것은 신인감독의 작품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진부하다는 느낌을 준다. 감독이 홍콩 느와르를 봐도 너무 봤다는 생각이 든다. 어디 홍콩 느와르 뿐이겠는가. 영화를 만드는데 모방이 문제될 것은 없다. 어떻게 모방하느냐가 문제다. 〈야수〉가 안쓰러운 건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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