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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게 뮤직의 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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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게 뮤직의 원조

[이무영의 MY OST] 〈하더 데이 컴〉의 OST

'태양의 나라'로 알려진 자메이카는 결코 서방세계 관광객들의 눈에 비친 '카리브 해안의 낙원'이 아니다. 시골은 황량하고 킹스턴을 비롯한 도시들은 가난과 폭력이 난무하는 지옥이다.

아프리카의 노예들이 일군 나라 자메이카는 1959년까지 영국의 식민지로 신음했다. 영연방 내의 독립국이 된 후에도 이 '상처투성이의 낙원'은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들과 백인 일색의 정부에 의해 문화적으로, 또 경제적으로 계속 시달림을 당해왔다.

백인들의 탄압에 시달리면서도 언젠가는 고향 아프리카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 때문에 하루하루를 견뎠던 자메이카 흑인들의 아픔은 지난 1960년대 레게(reggae)라는 독특한 장르의 음악으로 꽃을 피웠다. 지난 1920년대 마커스 가비가 주장한 '흑인들의 아프리카 복귀'와 '신흥왕국의 건설'을 '라스타파리아니즘(rastafarianism)이라고 하는데, 밥 말리 등 레게 뮤지션 대부분은 이 사상을 추종하는 라스타파리안들이었다.

백인 감독 페리 헨젤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한 영화 〈하더 데이 컴〉은 성공하기 위해 몸부림치지만, 자메이카의 현실 속에서 결코 그 꿈을 이룰 수 없는 한 흑인 뮤지션의 슬픈 사연을 말해 준다.

가수가 되고 싶은 이반(지미 클리프), 하지만 가난한 흑인으로서의 배경이 그의 성공에 걸림돌이 된다. 꿈을 이루기 위해 시골에서 대도시 킹스턴으로 올라오는 이반은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리화나를 판매한다. 뛰어난 음악적 재능 덕에 음반을 만들 기회를 얻게 되는 이반, 하지만 판을 내기 위해서는 자신의 지분을 모두 포기해야만 한다.

사회의 부조리에 맞서려는 이반, 하지만 그는 절대로 이 싸움에서 이길 수 없다. 자신을 배신한 마약밀매업자를 쫓던 중 부패한 경찰관을 살해하는 이반. 경찰에 쫓기는 가운데 그의 음악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고, 짧은 순간이나마 그는 핍박당하는 자메이카 흑인들의 영웅으로 떠오른다.

초저예산 영화로 모든 장면을 로케이션 촬영으로 완성한 〈하더 데이 컴〉은1950년대 자메이카 정치항쟁의 신화적 존재로 경찰과의 총격전에서 사망한 무법자 리긴(Rhygin)의 이야기를 소재로 삼고 있다. 몇 가지 기술적인 허점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마치 한 편의 강렬한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과 같이 깊은 인상을 남긴다.
헨젤이 의도적으로 자메이카 내의 어둡고 추한 곳만을 골라 촬영한 이 영화는 주인공 이반 역을 연기한 클리프를 가수로서, 그리고 배우로서 세계적 스타덤에 올려놓았다. 전 세계 컬트영화 팬들에게 소중한 작품으로 기억되는 이 영화는 음악적으로 더 많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클리프 를 비롯한 여섯 아티스트들이 선사하는 총10곡의 노래들로 구성된 〈하더 데이 컴〉의 사운드트랙은 레게 역사상 가장 뛰어난 편집앨범으로 평가된다. 클리프가 부르는 'You Can Get It If You Really Want'와 'The Harder They Come', 'Many Rivers To Cross', 'Sitting In Limbo'는 레게의 고전인 동시에 이 영화를 대표하는 곡들이다. "우리를 강하게 핍박할수록, 그들은 더 강하게 무너질 거야"라 고 외치는 'The Harder They Come'은 전형적인 프로테스트송이고, 차분하게 전개되는 'Many Rivers To Cross'와 'Sitting In Limbo'는 마치 찬송가처럼 거룩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건너야 할 강이 수없이 많은데, 난 넘을 힘이 없네. 건너야 할 강이 수없이 많은데, 오 직 나의 의지만이 나를 지키네." ('Many Rivers To Cross' 중에서) 우리나라에 보니 엠의 노래로 알려져 있는 'Rivers of Babylon'은 이 사운드트랙에 실린 멜로디언스(Melodians)의 곡이 오리지널로, 북미대륙에 노예로 끌려온 아프리카 흑인들의 처지를 바빌론의 포로가 된 구약시대 이스라엘 백성들에 비교하고 있다. 보니 엠의 버전이 단순히 경쾌한 댄스로 일관하는 데 반해 멜로디언스의 오리지널은 강한 종교적 색채가 묻어난다.

"우리는 바빌론 강가에 앉아 눈물을 흘렸지요. 두고 온 시온 땅을 그리워하며. 교활한 자들이 우릴 포로로 끌고 와 노래를 부르라고 요구했지요. 하지만 이 낯선 땅에서 어떻게 주님의 노래를 부를 수 있겠습니까?"

클래시를 비롯한 여러 후배들이 리메이크 했던 투츠와 메이탈스(Toots & the Maytals)의 'Pressure Drop'과 'Sweet and Dandy', UB40의 버전으로 더 많이 알려진 슬리커스의 'Johnny Too Bad', 자메이카 빈민가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데스몬드 데커의 'Shanty Town', 스카티의 'Draw Your Brakes'도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여전히 추앙 받는 레게의 고전들이다.

불행히도 〈하더 데이 컴〉은 아직까지 영화나 사운드트랙으로 단 한 차례도 국내에 소개 되지 않았다. 특히 롤링스톤을 비롯한 대부분의 음악전문지가 역사상 최고 앨범 중의 하나로 꼽는 이 영화의 사운드트랙이 단 한 번도 우리나라에서 발매되지 않았다는 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차라리 무덤 속에서 자유인으로 살지, 너희들의 꼭두각시나 노예는 되지 않겠어."(' The Harder They Come' 중에서) 이런 멋진 노랫말이 등장하는 음악을 한 번도 듣지 못한 채 세월을 흘려보낸다는 건 참으로 슬픈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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