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무소불위라는 표현이 적당하겠다. 개봉 3주째를 지나면서 〈왕의 남자〉는 점점 더 관객들이 몰리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주말까지 거의 5백만 관객을 모았으며 배급사인 시네마서비스는 이런 추세대로라면 23일에는 6백만 관객을 모으고, 또 그 여세를 몰아 설날 연휴 기간에는 가뿐히 7백만 관객을 모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혹시 이러다가 천만 관객을 모으는 것은 아닌지 시네마서비스조차 긴장에 긴장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그게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닌 것이 현재 예매 상황을 보면 개봉 날이 지날수록 4,50대 장년층 관객들의 예매 비율이 증가하고 있는데 현재 예매 티켓의 35~50%를 아줌마 아저씨 부대가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왕의 남자〉가 천만 관객을 모으면 시네마서비스는 〈실미도〉 이후 또 한번의 기회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충무로에서는 '영화판 사업'이란 역시 예측을 불허하는 것이라는 얘기가 다시 한번 돌게 될 것이다.
우연찮게도 전국 스크린 수가 같았음에도 불구하고 기대를 모았던 유지태 권상우 주연의 〈야수〉는 〈왕의 남자〉에 비해 서울 주말 관객수 면에서 딱 반타작을 했다. 전국적으로는 61만여 관객을 모았다. 나쁘지 않은 수치지만 기대에는 못 미친다. 이는 기대만큼 영화가 잘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고 그 점을 관객들이 누구보다 가장 먼저 알아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나마 체면치레라도 톡톡이 한 것은 두 젊은 배우의 티켓파워가 만만치 않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흥행여부는 좀더 두고 볼 일이다. 다음 주중 관객수가 얼마나 떨어질지, 그 감소 속도가 최종 스코어에 대한 판단을 좌우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싸움의 기술〉은 어쨌든 백만 관객을 넘기며 선전하는 모양새를 취하며 내려갈 준비를 하고 있다. 〈나니아 연대기〉는 첫 주 선전에 비해 계속해서 하락세다. 다분히 운이 없는 케이스라고 할 수 있는데 하필이면 〈왕의 남자〉와 붙은 것이 재수가 없었던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나니아 연대기〉를 비롯해서 그 뒤의 순위로 10위권 내에 포진해 있는 〈킹콩〉 〈작업의 정석〉 〈태풍〉 〈해리 포터〉 모두 꽤 괜찮은 성적들로 마무리를 짓고 있다. 〈킹콩〉과 〈태풍〉 모두 4백만을 넘겼으며 〈해리포터〉 역시 4백만 가까운 관객을 모았고 〈작업의 정석〉은 배급과정에서의 불협화음에도 불구하고 2백30만에 가까운 관객을 모았다. 〈태풍〉을 제외하고 모두들 알차게, 그리고 사이좋게 돈을 번 셈이다. 〈태풍〉 역시 어쩌느니 저쩌느니 해도 4백만 관객을 넘긴 것은 불행 중 다행으로 여겨진다.
안타까운 것은 커티스 핸슨 감독의 수작 〈당신이 그녀라면〉이 전국적으로 불과 4만 명 정도의 관객만을 모았다는 것이다. 이런 영화가 국내에서 잘 안 된다는 점에 대해서는 왠지 부끄러운 생각이 든다. 이 영화의 배급사인 20세기 폭스는 막바지에 열심히 마케팅을 하려 했던 것으로 보이지만 이미 때가 늦은 감이 있었다. 초반에 좀더 의지를 가지고 확대 시사회를 가져 갔으면 더 나은 성적을 얻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당신이 그녀라면〉같은 영화에 대해서는 마케팅도 사명감을 가지고 성공시킬 필요가 있다. 20세기 폭스는 바로 그 점에서 다소 우유부단하게 망설였던 것으로 보인다. 참으로 아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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