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대전 중 독일의 지배를 받았던 네덜란드는 독일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다. 네덜란드 사람들은 축구 경기에서도 독일에 패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토털 축구' 사령관 요한 크루이프가 이끄는 네덜란드와 '카이저' 베켄바워가 지휘하는 서독 간의 1974년 월드컵 결승에서부터 본격화된 두 국가 간의 축구 라이벌 전은 숱한 얘기거리를 만들어 냈다. 오죽하면 두 팀의 경기를 두고 '축구 전쟁'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났을까.
하지만 독일 사람들은 네덜란드 축구를 높게 평가한다. 특히 지도력이 뛰어난 네덜란드 출신 감독들에 대한 평가는 높은 편이다. 실제로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네덜란드 출신 감독들은 허를 찌르는 공격적인 용인술로 상대 팀을 당황시켰다.
10일(한국시간) 펼쳐진 스웨덴과의 경기에서 트리니다드 토바고는 0-0의 무승부를 기록했다. 트리니다드 토바고의 무승부 뒤에는 네덜란드 출신의 레오 베인하커 감독의 용인술이 적지 않게 작용했다. 베인하커 감독은 후반 8분 수비수가 퇴장을 당해 어려움을 겪는 듯 했다. 모두가 다른 수비수가 들어 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베인하커는 스트라이커를 집어 넣었다. 수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교체 투입된지 4분만에 스트라이커 글렌 코넬은 골대를 맞추는 슛을 때려 스웨덴 벤치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글렌은 빠른 발을 활용해 스웨덴의 수비진을 흔들었다.
베인하커 감독은 경기 뒤 "상대가 5명의 수비를 내세워 우리 2명의 선수를 막도록 하는 게 목표였다"고 말했다. 트리니다드 토바고는 비록 10명이 뛰었지만 소극적인 수비가 아닌 공격적인 성격을 보이며 귀중한 무승부를 이끌어 낸 셈이다.
12일 베인하커 감독의 공격적 용인술은 같은 네덜란드 출신의 후스 히딩크 감독에 의해 업그레이드 됐다. 히딩크 감독은 일본 전에서 선제골을 내줘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후반전 공격이 제대로 풀리지 않자 득점력이 뛰어난 팀 케이힐을 시작으로 스트라이커들인 조슈아 케네디, 존 알로이시를 차례로 투입했다.
"평가전들을 보면 후반전에 일본은 다소 문제를 일으켰다"고 밝힌 히딩크의 신통한 용인술은 결국 적중했다. 케이힐은 동점골과 역전골을 넣었으며 알로이시는 세번째 쐐기골을 터뜨렸다. 골을 넣지는 못했지만 장신 공격수 케네디는 자신의 공중볼 처리 능력을 십분 활용하며 일본 수비진을 교란시켰다.
한국의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13일 투톱을 쓰는 토고와의 경기에 대비해 3-4-3 시스템에 무게를 두고 있다. 최전방 스리톱은 박지성, 조재진, 이천수가 선발 출장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미드필드에는 이을용, 이호(김남일), 송종국, 이영표가 나설 전망이다. 기존에 대표팀이 사용하던 4-3-3에 비해 3-4-3은 공격수가 고립되는 현상을 줄일 수 있고, 중원 압박이 더 용이하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토고 전에 초전박살 전법을 사용할 예정이다. 월드컵에 처음 출전했고, 최근 감독 문제로 내홍을 겪고 있는 토고가 채 전열을 정비하기 전에 선제골을 넣는 게 그 핵심. 하지만 만약 이 전략이 성공을 거두지 못한다면 후반에 박주영, 정경호, 설기현 등 다른 공격수를 연속적으로 투입시킬 것으로 보인다.
네덜란드인들은 전통적으로 모험을 즐긴다. 이미 네덜란드 출신의 베인하커와 히딩크 감독은 과감한 승부수로 첫 경기에서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제는 또다른 네덜란드 출신인 아드보카트 감독의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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