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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정 표류, 장관 불신임…코너 몰린 네덜란드 우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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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정 표류, 장관 불신임…코너 몰린 네덜란드 우파

좌파 주도 의회, '우파 마스코트' 장관 불신임 결의

우파 성향의 네덜란드 기독민주당이 총선에서 제1당이 된 지 한 달이 가깝도록 연정 파트너를 구하지 못해 정부 구성에 골머리를 썩고 있는 가운데, 12일(현지시각)에는 우파의 상징 역할을 해 오던 리타 페르동크 외국인업무담당 장관이 의회에서 불신임을 당하는 사건까지 발생해 우파 그룹 전체를 쇼크로 몰아넣고 있다.

'외국인 적대정책' 구사해 온 페르동크 '아웃'

네덜란드 의회는 이날 밤 자정을 넘기는 토론과 표결을 거쳐 지난달 30일 의회에서 통과시킨 외국인 난민 추방 중단 결의안의 이행을 거부하는 페르동크 장관에 대한 불신임을 결의했다.

페르동크 장관은 현 우파 정부가 '개혁'이란 미명 아래 추진해 온 외국인 정책을 주도한 '우파의 핵심'으로 꼽힌다.

지난 3년간 다민족 국가인 네덜란드에서 가장 큰 현안이라 할 수 있는 난민문제의 주무로서 '인정사정 보지 않는' 난민 추방 정책을 밀어붙였고 외국인 이민자들에 대해서도 초강경 정책을 구사해 우파 그룹 사이에서는 최고의 인기를 누려 온 것이다. 그가 지난 3년 간 네덜란드 주요 일간신문의 1면을 장식한 횟수를 따지자면 수상의 곱절은 될 정도다.

그 덕분에 유럽에서 가장 똘레랑스가 많은 나라로 분류됐던 네덜란드는 3년 만에 외국인에 대해 가장 적대적인 정책을 펴는 나라로 돌변했다. 물론 그 혼자서 그 모든 정책을 추진한 것은 아니지만 외국인을 적대시하는 모든 정책 가운데 그가 빠지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네덜란드 사회의 변화에 우파 그룹은 찬사를 아끼지 않았지만 중도, 좌파 층에서는 비난과 야유를 보내 왔던 만큼 지난달 22일 총선으로 의회 권력이 바뀐 직후 가장 먼저 그가 추진해 온 난민정책이 도마에 올랐고, 난민추방정책을 중단하라는 의회와 극한 대립을 선택했던 그녀는 결국 불신임을 받기에 이른 것이다.
발단이 된 난민추방중단 결의안은?

이번 사태의 발단은 난민심사에서 탈락해 네덜란드를 떠나야 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떠나지 않고 있던 난민 2만6000명의 처리문제를 둘러싼 좌우간 갈등이었다.

페르동크 장관은 3년 전 취임 당시부터 '법대로' 이들을 모두 추방하겠다고 선언했고 사회 각계의 반대와 저항 속에서도 이를 밀어붙였다.
▲ 불신임 당한 외국인담당장관 리타 페르동크 ⓒ최현주

그러나 정부의 추방조치에 불복한 난민 신청자들이 단식 농성에 돌입하고 추방당할 것을 두려워 한 난민들의 자살이 이어졌으며 이들의 사정을 딱하게 여긴 교회와 이웃들이 이들을 숨겨주고 심지어는 일부 지방정부들까지 중앙 정부의 정책에 불복 운동을 벌이면서 정부의 강경 대응은 큰 사회적 논란을 불러 왔다.

2차대전 당시 나치가 유태인들을 잡아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보낸 것처럼 우파정권이 외국인들을 잡아 추방하고 있다는 비난에도 정책기조를 바꾸지 않던 페르동크 장관과 우파 정권은, 지난 11월 총선에서 좌파 정당이 의석의 과반수를 차지하게 되자 시련에 직면했다.

정확하게 의회 절반을 차지한 좌파 성향의 6개 정당들은 지난달 30일 의회가 개원하자마자 전격적으로 '난민 추방을 잠정 중단하라'는 결의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이에 페르동크 장관은 10여 일이 넘도록 의회 결의안 이행을 거부해 왔고, 12일 의회가 다시 결의한 2차 결의안에도 불복을 선언했다. 이에 의회는 자정을 넘긴 회의를 통해 페르동크에 대한 불신임을 결의한 것이다.

연정구성, 한 달째 표류

이날 다수의 네덜란드 TV 채널들은 페르동크 장관에 대한 불신임을 결의하는 의회의 토론 과정을 생중계하며 사태 전개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페르동크 장관은 기독민주당과 함께 연정을 구성하고 있는 자유당 소속인데, 자유당 총수가 "의회가 페르동크를 불신임할 경우 다른 장관들도 동반사퇴하겠다"고 배수의 진을 치고 나섰지만 난민 추방에 반대해 온 중도, 좌파 성향의 6개 정당은 요지부동이었다.

이처럼 새 의회 개원 직후 채택된 난민추방중단 결의안이 구 정부의 몸통에 대한 불신임 사태로까지 번진 것을 보면 현재 네덜란드 사회의 좌우 분열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가를 알 수 있다.
▲ 2004년의 유명한 악수거부 사건, 외국인담당장관으로서 회교 사제와의 면담에서 악수를 요청했지만, 회교 율법 상 여성과는 악수할 수 없다는 말을 듣고 실망을 표했다. ⓒ최현주

우파와 좌파 간의 팽팽한 줄다리기는 연정 구성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제1당인 기독민주당과 2,3당인 노동당과 사회당은 지난 11일 연정교섭에 나섰지만 접점을 찾지 못하고 결렬됐다.

우파성향의 제1당과 좌파성향의 제2,3당 간의 화학적 결합이 쉽지 않았을 것이란 일반적 관측에 더불어 연정을 구성해도 각료직 배분에 난항을 겪게 될 것을 우려한 기독민주당 측에서 교섭에 성의를 보이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이에 사회당은 기독민주당이 기존 노선을 바꾸지 않는 이상 연정에 참여해봐야 의미가 없다며 교섭 중단을 선언해 버려 기독민주당이 정부를 꾸리는 일이 더 어려워 졌다.

여기에 페르동크 장관 불신임 사태까지 일어나 좌우 균열이 더욱 심해졌으니 네덜란드 정국은 점점 더 소용돌이의 중심으로 빠져드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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