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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구제금융 위기 또 겪고 싶지 않다면…

[기고] 한국형 토빈세 도입, 더는 미룰 수 없다

지난 14일(현지 시각)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토빈세(금융거래세) 도입의 세부 방안을 발표했다. 여기에 동참한 나라들은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11개 국가다. 이 시기를 전후해 한국에서도 토빈세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에 '한국형 토빈세법'을 대표 발의한 당사자로서, 유럽형 토빈세의 내용과 한국적 상황에서 적절한 토빈세는 무엇인지를 정리해보는 것은 매우 유의미한 작업이 되리라 생각한다.

IMF 구제금융 15년, '한국형 토빈세법'을 발의하다

▲ 지난해 11월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외환시장-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토빈세법(외환위기 방지세법) 발의' 공동 기자회견 모습. ⓒ민병두 민주통합당 의원실 제공

지난해 11월 21일은 한국이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은 지 15년이 되는 날이었다. 이 시기에 본인을 포함하여 민주통합당과 진보정의당 국회의원 26명은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외국환 거래세법'(한국형 토빈세법)을 발의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기도 한 제임스 토빈(James Tobin) 교수는 1972년 '핫머니'에 저율의 세금을 부과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핫머니란 국제금융시장을 돌아다니는 투기성 단기 자본으로, 주로 국제 간 금리 차이나 환시세 변동을 예측해 환차익 투기를 목적으로 이동한다. 토빈 교수가 이 아이디어를 낸 이후 토빈세는 외환-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질 때마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거론되곤 했다.

우리는 1997년 외환위기가 한국 사회에 얼마나 깊은 상처를 남겼는지 잘 알고 있다. 외환-금융시장이 과도하게 불안정해짐에 따라 경기 변동이 심화했고, 장기적 혁신 투자가 가로막혔다. 또 투자율이 저조해졌고 성장률이 침체했으며, 이는 일자리 불안으로 이어졌다. 극심한 양극화와 내수 침체도 이 연장선에 있다.

그런 점에서 외환-금융시장의 안정은 거시경제의 안정적 발전과 일자리 안정을 위한 전제 조건이다. 토빈세법(외국환 거래세법)이 그 자체로 매우 중요한 '민생 정책'인 이유다. 또한, 최근 박근혜 인수위와 기획재정부에서 흘러나온 '한국형 토빈세법'에 대한 전향적인 입장들이 감회가 새로운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형 토빈세'에 대한 박근혜 내정자와 인수위의 전향적인 입장

지난 20일 박근혜 당시 당선인은 환율 안정을 위해 "선제적이고 효과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튿날인 21일에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140개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34번째로 "대외 위험요인에 대한 경제의 안전판 강화"를 제시했다.

국정과제가 발표된 후 강석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국정기획조정분과 인수위원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토빈세와 관련해 '하겠다'라는 내용이 계획서(국정과제 보고서)에 포함된 바는 없지만, 우리 경제 안정성 측면에서 검토해볼 수 있는 대안 중의 하나"라고 밝히기도 했다.

또한, 박근혜 정부의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 내정자는 조세연구원 원장 시절에 본인을 포함한 26명의 국회의원이 지난해에 발의한 '2단계 토빈세법'(한국형 토빈세법)을 지지하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한 적도 있다. 이런 일련의 맥락들을 보면 '한국형 토빈세'가 도입될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형 토빈세'와 '한국형 토빈세'의 공통점과 차이점

최근 언론에 나오는 토빈세는 유럽형 토빈세와는 조금 다른 '한국형 토빈세'다. 그렇다면, '유럽형 토빈세'와 '한국형 토빈세'는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를까? 본인이 대표 발의한 외국환 거래세법을 중심으로 정리해보면 <표1>과 같다.

유럽형 토빈세와 한국형 토빈세의 가장 중요한 공통점은 '과도한 금융 자유화'의 폐해를 바로잡기 위해 '적절한 금융 규제'를 도입한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외환-금융시장의 안정을 정책적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양자는 동일하다.

▲ <표1> 유럽형 토빈세와 한국형 토빈세의 공통점과 차이점(자료 : 민병두 의원실). ⓒ프레시안

한편 한국형 토빈세는 유럽형 토빈세와 5가지 차이점을 갖고 있다.

첫째, 유럽형 토빈세는 '세수 확보'(증세)도 외환-금융시장 안정화와 함께 중심적인 목표로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한국형 토빈세는 외환-금융시장 안정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하고, 세수 확보는 부차적 목표다.

둘째, 유럽형 토빈세는 주식-채권-파생금융상품에 대해, 국내외를 불문한다. 이와 달리 한국형 토빈세는 외환거래'만'을 대상으로 한다.

셋째, 유럽형은 '상시' 세율이 동일하다. 반면, 한국형은 평시에는 저율을, 위기 때에는 고율을 부과하는 '2단계 토빈세'이다.

넷째, 적용세율 면에서 보면 유럽형은 주식-채권에는 0.1%, 파생금융상품에는 0.01%를 적용한다. 반면, 한국형은 평시에는 0.02%를 적용하고, 위기 때에는 10~30%를 적용한다(시행령으로 규정).

다섯째, 유럽형은 거래 쌍방 중 한쪽이 국내에 연고가 있으면 거래지역을 불문하고 과세한다. 반면, 한국형은 원화 매입자에게만 부과한다.

세수 효과 - '한국형 토빈세'는 8029억 원, '유럽형 토빈세'는 4조4484억 원

한국형 토빈세법은 유럽처럼 세수 확보에 비중을 두고 있지는 않지만, 결국 외환거래에 대한 '세금'을 통해 정책 목표를 실현한다는 점에서 세수 확보는 관심 대상일 수밖에 없다. 그럼 한국형 토빈세를 도입할 경우 예상 세수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그 내용은 <표2>와 같다.

▲ <표2> '한국형 토빈세' 적용 시 세수 효과 추정치(자료 : 민병두 의원실). ⓒ프레시안

<표2>에 나온 '한국형 토빈세'의 세수 효과를 살펴보면, 지난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간 연평균 외환거래금액은 무려 '1경2562조 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현물환거래금액은 5035조 원, 은행 간 현물환거래금액은 4015조 원이다. 한국형 토빈세는 수출입 실물 거래와 개인 거래는 최대한 제외되도록 설계되었다. 따라서 은행 간 현물환거래 4015조 원에 0.02%의 낮은 세율을 적용하면 세수 효과는 약 8029억 원 규모로 추산된다.

반면, '유럽형 토빈세'의 세수 효과는 <표3>에 정리되어 있다. '유럽형 토빈세'를 한국에 적용할 경우 예상되는 세수 효과는 4조4484억 원이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 평균, '전체 거래금액'은 무려 2경3783조 원이다. 전체 거래금액 중 주식 거래량은 2300조 원, 파생금융상품은 1경4713조 원, 채권은 6771조 원이다.

그리고 '외국인 거래량' 중 주식 비율은 8.2%, 파생금융상품은 89.1%, 채권은 2.5%를 차지한다. 여기서, 외국인 거래 가운데 채권거래의 비중이 2.5%에 불과하다는 점은 기획재정부 일각에서 도입을 논의하고 있는 '채권거래세'의 정책적 효과가 미미할 것임을 보여준다.

▲ <표3> '유럽형 토빈세'를 한국에 적용할 경우, 세수 효과 추정치(*3년 평균 기준, 자료 : 민병두 의원실) ⓒ프레시안

'한국형 토빈세' 도입의 배경 – '환율전쟁'과 '금융 자유화 시대'의 종언

'한국형 토빈세'(2단계 토빈세)에 대한 논의가 정치권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본인이 지난해 8월에 토빈세 도입을 위한 국회 토론회를 열면서부터였다. 2단계 토빈세의 가장 큰 특징은 "평시에는 저율의 세금을, 위기 시에는 고율의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그러나 당시 기획재정부 반응은 냉소적이었다. 기재부의 논리는 "우리만 하면 고립당한다"라는 '국제적 고립론'이었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대선 후보 시절에 유사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주요 통화 절상률 (자료 : 민병두 의원실) ⓒ프레시안
그런데 불과 몇 개월 만에 국면이 '확' 바뀌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두 가지 중요한 변화가 있었다. 첫 번째는 아베 정권이 들어선 이후 진행되고 있는 일본의 강력한 양적 완화 정책이다. 이로 인해 '엔저-원고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8월 31일부터 올해 1월 31일까지 다섯 달 동안 원화가치는 4.2% 절상된 반면, 엔화가치는 무려 14.5%가 절하되었다. 두 번째는 유럽연합 11개국이 지난 1월, 2월에 걸쳐 매우 강력한 토빈세를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정리하면 미국과 일본은 양적 완화를 진행해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려 하고 있고, 유럽은 강력한 금융거래세(토빈세)를 도입해 세수 확대 등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있다.

'먼저 하면 고립'에서 '안 하면 손해 보는' 상황으로 '반전'

이러한 상황들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한마디로 (과도한) '금융 자유화 시대'의 종언을 의미한다. 이제 상황은 반전됐다. 국민국가 단위에서 적절한 금융 규제를 각국이 도입함으로써 자국의 이익을 도모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 자유화 이데올로기'는 이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그런 점에서 지난 1월 30일 한국금융연구원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최종구 기획재정부 차관보가 "(선진국들의 양적 완화는) 전례가 없는 것으로 대응 조치를 하려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며 (중략) 미국과 일본이 '자기들의 숙제'를 하고 있다면, 이제 우리도 '우리의 숙제'를 해야 할 시기"라고 발언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했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모든 당사자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국제 통화협력체제'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현재처럼 경쟁적으로 자국의 이익만을 도모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그럼에도 최종구 차관보가 적절하게 지적했듯, 한국은 '한국의 숙제'를 해야 한다. 불과 얼마 전까지는 '국제적 고립'을 우려했지만, 이제는 한국형 토빈세 도입을 '안 하면 손해' 볼 것을 각오해야 할 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외환-금융시장 안정은 거시 경제적 안정과 일자리 안정과 직결되는 그 자체로 '민생 정책'의 성격을 가진다. 또한, 박근혜 정부가 표방한 복지국가와 경제 민주화를 위한 국제 금융 차원의 전제 조건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한국형 토빈세' 도입은 더는 미룰 수 없는 여당-야당-정부를 불문한 '우리의' 과제다.

□ 한국형 토빈세법(=외국환 거래세법) 공동 발의 의원 명단(총 26명)
김기준 / 김영주 / 김현미 / 남인순 / 문병호 / 민병두 / 박영선 / 박홍근 / 유승희 / 유은혜 / 은수미 / 이목희 / 이상직 / 이인영 / 인재근 / 장하나 / 전병헌 / 전순옥 / 정성호 / 조정식 / 진성준 / 최원식 / 한명숙 / 홍종학 (*이상 민주당 24명)
노회찬 / 박원석 (*이상 진보정의당 2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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