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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의 패인은 '어정쩡한' 정책…美 민주당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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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의 패인은 '어정쩡한' 정책…美 민주당의 한계

[중간선거 분석] '급진화'하는 공화당, 오래 갈 수 있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민주당의 참패로 끝난 중간선거 이튿날인 3일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지난 2일 임기의 반환점을 돈 오바마 대통령은 "국민의 최대 관심사는 경제 문제였다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게 됐다"면서 "국민은 우리 행정부가 경제와 관련해 충분한 진전을 이뤄내지 못한데 대해 깊은 좌절감을 표출한 것"이라고 민주당의 패인을 분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과는 협력의 정치를 벌이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지금까지 민주당과 공화당을 갈라놓게 만들었던 이슈에 관해 공통분모를 찾아가는 노력을 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도 신실한 태도로 협상에 임해야 하며, 정치성을 배제해야 한다"며 "유권자들이 이번 선거에서 보인 메시지는 양당이 상호 비방을 하지 말고 상생협력하라는 뜻"이라고 주문했다.


하원을 가져간 공화당은 건강보험 개혁 등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이 지난 2년간 추진했던 정책의 상당수를 폐지하거나 수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차기 하원의장으로 유력한 존 베이너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건보 개혁 관련법을 폐지하고, 이를 건강보험 비용을 줄이기 위한 상식적인 개혁으로 대체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재정적자 감축을 위해 예산 삭감 방침을 밝히면서 우선 2008년 수준으로 정부의 지출을 줄이겠다고 말했다.

베이너 원내대표는 이어 "좀 더 작고, 비용이 적게 들며, 좀 더 책임 있는 정부를 미국 국민이 원한다는 것은 명확하다"면서 "미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는 것이 우리의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연장을 거부하던 부시 전 행정부 시절 시행된 감세 조치의 연장 추진 방침도 확인했다.

<뉴욕타임스> 집계에 따르면 3일 저녁(현지시간)을 기준으로 공화당은 하원에서 60석을 추가해 239석(과반 기준은 218석)을 차지했고, 민주당은 60석을 잃어 186석이 됐으며, 10개 지역구에서는 당선자가 결정되지 않았다. 상원에서는 민주당이 이번에 6석을 잃었어도 총 52석으로 과반 정당 지위를 유지했고, 공화당은 6석을 추가해 46석이 됐다. 2개 주에서는 상원의원 당선자가 결정되지 않았다.

다음은 이충훈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의 미국 중간선거 분석이다. 이충훈 연구원은 오바마와 민주당의 중간선거 패인을 민주당의 속성과 당내 역학관계에 초점을 두고 분석하고 있다. 이 연구원은 미국 뉴욕 소재 뉴스쿨에서 정치학 박사과정을 이수했다. <편집자>


▲ 오바마 대통령 3일 백악관 기자회견 ⓒ프레시안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일까? 2010년 미국 중간선거가 끝나고 <뉴욕타임스> 홈페이지의 미국 지도는 공화당을 상징하는 빨간색과 민주당의 파란색으로 채워지고 있다.

만일 지도로 현대 미국 정치의 정치적 대표성을 얘기한다면 누구도 공화당의 정치적 대표성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심지어 공화당이 선거에서 패배할 경우라도 미국의 정치적 지도는 시뻘건 색으로 도배된다. 지도상으로만 보면 공화당은 언제나 미국을 대표한다.

흔히 미국의 정당체제는 공화당과 민주당의 양당체제로 일컬어진다. 그 기본 전제는 오직 두 당만이 전국정당이라는 데 있다. 대통령 선거나 상원의원 선거, 그리고 주지사 선거의 경우 이는 사실이다.

그러나 가장 국민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고 자부하는 하원의원 선거의 경우 약간의 차이가 있다. 공화당은 하원 지역구 거의 모든 곳에서 후보자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확실히 전국정당이다. 반면 텍사스, 루이지애나, 조지아, 플로리다, 앨라배마, 심지어 심지어 캘리포니아 등에서 민주당 후보자가 없는 하원 지역구를 찾아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런 지역구에서는 예외 없이 공화당 후보들이 당선된다.

'대공황'의 루스벨트와 '9.11'의 부시만 가능했던 중간선거 승리

중간선거 전에 발표되었던 '신뢰할만한' 여론조사들은 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패배할 것이라는 점을 반복적으로 시사해왔다. 차이점이 있다면 어느 정도 패배할 것이냐에 있었다. 몇몇 민주당계 선거분석가들은 패배를 막을 수 있는 선거 전술을 제안하기도 했다. 민주당 전국위원회와 상원 선거 대책본부는 '혹시나'하는 기대를 지속적으로 전파해왔다.

상원의 경우 '혹시나'하는 기대는 초라하게 달성됐다.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인 해리 리드, 캘리포니아 중진 상원의원 바버라 박서 등 '예상외의' 도전을 받았던 민주당 후보들은 생환했다. 또한 델라웨어에서 티파티 운동의 상징중의 한 명인 크리스틴 오도넬과 경합했던 크리스토퍼 쿤스 역시 당선되었다.

반면, 위스콘신의 중진 상원의원 러스 페인골드는 티파티 운동의 강력한 지원을 받았던 론 존슨에게 자리를 내주게 되었고, 오바마 대통령의 자리였던 일리노이주 연방 상원의원 선거의 경우 공화당의 마크 커크가 당선되었다. 또한 박빙의 승부를 펼쳤던 펜실베이니아의 경우 공화당의 팻 투미가 민주당의 조 세스텍에 간발의 차이로 승리했으며, 심지어 플로리다의 경우 민주당 상원의원 후보 캔드릭 미크는 공화당 후보인 마르코 루비오뿐만 아니라 무소속 후보인 챨리 크리스트에도 뒤져 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물론 주지사 선거나 하원의원 선거의 경우, '혹시나' 보다는 '역시나'를 확실히 확인해 줬다.

미국 정치사의 관점에서도 이번 중간선거는 '역시나'를 확인시켜주고 있다. 실제로 20세기와 21세기 미국 정치사를 통해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이 중간선거에서 하원을 차지한 경우는 단 두 차례에 지나지 않는다. 1934년과 2002년의 중간선거가 그러했다. 전자의 경우 대공황이라는 경제적 상황 속에서 당시 민주당 대통령이었던 프랭클린 루스벨트에 의해 뉴딜정책이 시행되고 있었던 시기였고, 후자의 경우는 2001년 9월 11일 테러 후 조지 부시 대통령이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이라크 침공을 준비하던 시기였다. 이런 점에서 심각한 경제 위기에 따른 '재건'과 전쟁 선포를 통한 국가 안보의 동원은 미국 정치사에서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이 하원에서 승리하는데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계급 타협적' 민주당, 오바마 '어정쩡한' 정책의 기반

오바마에게는 이 두 가지 요인이 중첩적으로 걸려 있었다. 월스트리트발 경제 위기는 루스벨트 시대의 대공황과 비교될 정도로 강력한 처방이 필요했다. 부시에 의해 시작된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종결하라는 요구 역시 강력하게 대두됐다. 그러나 오바마는 경제 위기에 대한 대응으로 루스벨트의 '재건'이나, 전쟁을 종료하는데 있어서의 부시의 '단호함' 보다는 어정쩡한 절충을 선택했다. 연방정부 재정 적자의 증대, 조세, 의료보험, 높은 실업률 등의 문제와 맞물리면서 오바마의 '어정쩡함'은 정책 효과에서도 그렇게 나타났고, 결국 중간선거에서 '역시나'를 확인하는데 기여했다.

오바마가 어정쩡한 절충이라는 선택을 한 것은 다른 어떤 요인보다도 민주당의 '계급 타협적' 지지 기반과 보다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실제로 민주당의 지지기반은 월스트리트로부터 실리콘 밸리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전통적인 노동조합(AFL-CIO)에서부터 새로운 노동조합('Change to Win')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계급 타협'에 기초하고 있다.

이러한 계급 타협적인 정당이란 특성은 금융개혁, 월스트리트에 대한 공적 통제, 경제 활성화를 위한 공적 자금 투여, 의료보험 개혁 등에서 어정쩡한 절충이 나오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이러한 계급 타협적 요소는 민주당 내의 소위 '운동 민주당원'(action democrats)들에게 깊은 실망을 안겨주었을 뿐만 아니라, 그 결과로 나타난 전국민 의료보험 개혁의 사실상의 실패(퍼블릭 옵션이 없는 의료보험 개혁)와 특히 20대 초반 젊은 층에서의 높은 실업률은 민주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거나 유보하는데 공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시나'를 기대했던 몇몇 민주당계 선거분석가들은 민주당의 이러한 '계급 타협적' 한계보다는 공화당에 대한 민주당 경제 정책의 상대적 우위 속에서 반전 가능성을 점치기도 했다. 민주당내의 소위 '정책 민주당원'(policy democrats)의 입장을 대변했던 이러한 선거분석가들은 공화당의 경우 현재 미국이 처한 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아무런 대안이나 정책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을 정확하게 지적하고, 이런 의미에서 많은 유권자들이 민주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거나 유보했음에도 불구하고 공화당과의 정책 대결을 통해 마지막 반전을 이룰 수 있다는 기대를 표명하기도 했다.

실제로 공화당의 경우, 경제 위기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적 대안을 내놓기 보다는 정부재정 적자의 축소와 감세로 요약되는 추상적인 작은정부론만을 강변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하게 되었다는 사실은 역설적으로 보이거나, 민주당의 선거 전략의 실패로 보일 수도 있다. 이러한 '착시'는 공화당의 근본적인 성격과 그 장점, 그리고 최근의 내적 변화의 동학을 이해하기 어렵게 한다.

'정체성' 정당 공화당, 오바마의 정체성을 공격하다

민주당이 미국식 계급 정당, 즉 계급 타협에 기초한 정당으로 발전해 온 반면에, 공화당은 일종의 미국주의에 기반한 '정체성' 정당, 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무엇을 미국적으로 규정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정체성들간의 타협과 비(非)미국적인 것에 대한 배제를 통해 발전해왔다.

인간의 권리보다는 영국인의 권리를 옹호했던 에드먼드 버크의 현대 미국판본(인간의 권리보다는 미국인의 권리를 옹호하는)으로 이해할 수 있는 이러한 정체성에 기반한 공화당의 정치 노선은 자유주의적인 문화적·권리적 코드를 거부할 뿐만 아니라, 이러한 문화적·권리적 코드들이 미국적이지 않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테러와의 전쟁, 복음주의자들의 정치적 성장, 그리고 미국 대법원의 보수화와 더불어 공화당이 강조해왔던 강력한 정치적 아젠다는 단지 오바마와 민주당, 그리고 그 정책들이 미국적이지 않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정체성'의 정치는 미국의 건국운동을 상징하는 '티파티 운동'의 성장과 중간선거를 통한 제도권의 진입을 통해 한층 가속화되어왔고 전면화할 것으로 보인다. 티파티 운동의 성장과 제도권의 진입은 특히 2가지 점에서 중요하다. 첫째로는 티파티 운동이 공화당이라는 '정체성' 정당의 노선을 급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오바마와 민주당은 미국적이지 않다는 것을 넘어서 '반미적'으로 규정되어 왔다는 것이다. 둘째로, 기존의 공화당의 조직화 방식과는 다르게 새로운 '운동 공화당원'(action republicans)이 전면에 출현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처럼 2010년 미국 중간선거는 '계급 타협적' 정당으로서의 민주당 및 오바마 정권의 한계와 '정체성' 정당으로서의 공화당의 성공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러한 비대칭적인 정치 지형 속에서 오바마의 정치적 옵션은 지극히 제한적인 것처럼 보인다. 초선 대통령 후보자로서의 정치적 구호였던 '그래요, 우리는 할 수 있어요'(Yes, We Can)는 재선 후보자로서의 정치적 구호로는 더 이상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무언가 우리가 해냈다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민주당의 한계 및 공화당의 하원 장악과 티파티의 오바마의 정체성에 대한 공격은 이것마저 힘들어 보이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바마에게 정치적 기회가 완전히 닫혀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혹시나'를 기대했던 민주당 지도부와 선거분석가들의 '희망'은 공화당의 하원 장악을 통해 좀 더 분명해 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이러한 과제는 그간 오바마의 '개혁', 즉 민주당의 계급 타협식 정책들에 실망했던 운동 민주당원과 유권자들을 모아낼 수 있는 정치적 연대의 재구성을 요구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는 민주당의 계급타협적 정치를 넘어서 오바마의 정책 노선이 좀 더 민주적 방향으로 전환해야 함을 의미한다. 동시에 오직 이러한 방식만이 공화당이 내거는 '미국의 정체성'에 맞서 오마바와 민주당이 민주적 정체성을 구성할 수 있는 가장 최상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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