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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피아의 땅'에서 인생역전 프로젝트? 비밀은…

[협동조합의 도시, 볼로냐를 찾아서·8]

리베라 테라

영화 <대부> 시리즈가 워낙 유명해서인지 이탈리아를 연상할 때 떠오르는 것 중 하나는 분명히 마피아다. 요즘엔 뜸하지만 한동안 마피아를 상대로 전쟁 아닌 전쟁을 벌이던 검사·경찰·정치인이 마피아 조직원에 의해 피살당했다는 뉴스는 비록 먼 나라 이야기지만 우리를 경악시키곤 했다.

실제로 마피아 문제는 이탈리아 내에서 골칫거리를 넘어선 국가적인 문제다. 마피아는 매춘부터 시작해 핵물질 매매에 이르기까지 지하 경제를 장악하고 있어서, 국가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수치로 환산하면 상상을 초월할 지경이다. 이탈리아 정부는 이러한 마피아 문제 해결 방법의 하나로 유기 농업 육성을 생각해냈다.

체포한 마피아 조직으로부터 몰수한 땅을 이용해 유기 농업을 장려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리베라 테라(Libera Terra) 프로젝트다. '해방된 땅'이라는 뜻의 리베라 테라는 여러 농업 관련 협동조합이 몰수된 마피아 땅을 정부로부터 임대받아 유기 농업을 하고, 그 생산물에 'Libera Terra'라는 브랜드를 붙여서 시장에서 판매하는 프로젝트 사업을 말한다.

2001년에 이 사업이 시작되었는데, 이 사업을 추진하는 협동조합들이 모여 '코프 콘소르지오 메디테'를 만들었다. 이 컨소시엄이 다른 협동조합을 관리하고 사업을 주관한다.

원한다면 마피아 땅을 가질 수 있다

현재 마피아로부터 몰수한 땅은 100㏊에 이른다. 이탈리아 정부는 이 땅을 유기 농업을 원하는 농부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을 만들었다. 정부로부터 마피아의 땅을 임대 받은 협동조합은 20~40대의 젊은이들에게 그 땅에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원한다고 무조건 기회를 주는 것은 아니다. 프로젝트 운영 단위가 유기 농업에 대한 지식과 경험, 의지와 계획을 사전에 심사하여 소수의 인원을 선발한다. 2001년에 100명의 지원자로 시작해 2008년에는 300여 명이나 지원했다. 하지만 2008년에 최종 선정된 사람은 12명뿐이라는 게 리베라 테라 프로젝트의 코디네이터 시모네 파브리 씨의 설명이다.

신청자들이 땅을 받아 농사를 짓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신청하는 과정도 복잡하고, 심지어 생산자에게 땅이 갈 때까지 10년이 걸리기도 한다. 10년 가까이 세월이 흐르면서 몰수한 마피아의 땅이 거의 배분되어 얼마 남지 않은 상태다.

앞으로는 마피아로부터 몰수한 땅이 아니더라도 유기 농업을 확대할 계획을 갖고 있다.

▲ 리베라 테라에서 유기 농업으로 생산한 와인은 맛과 품질이 좋기로 유명하다. ⓒ한살림

협동조합 간의 협동을 통한 판로 확보

젊은 농부들이 엄격한 기준을 통과하여 유기 농업을 시작하지만, 유기 농업의 경험이 없기 때문에 실패할 확률이 높다. 그 점을 고려하여 유기 농업을 먼저 해온 선배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전달받을 수 있도록 조정한다. 농업 관련 협동조합을 통한 협동이 있기에 가능하다.

리베라 테라 프로젝트를 통한 생산물은 주로 지역 특산물이 많다. 시칠리아에서 많이 나는 것은 올리브, 파스타이고, 캄파냐 지역은 모차렐라 치즈, 그 외 지역은 와인 생산량이 많다. 특히 유기농 와인을 생산해 수출까지 계획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유기 농산물은 화학 비료와 농약 사용이 전혀 없어야 하고 인증을 받아야 한다. 유기 농산물과 가공품은 생산자 협동조합의 모임인 알체 네로(Alce Nero)의 유기농 직거래 매장과 공정 무역 판매점, 소비자 협동조합인 '코프 아드리아티카' 등에서 판매된다.

이 판매처들은 모두 협동조합들로, 협동조합 간의 협동을 잘 보여주는 단면이다. 또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것이 아니라 '리베라 테라'의 윤리적이고 사회적인 의미를 생산물을 통해 소비자들과 대화를 시도함으로써 알리는 것이다.

불모지가 해방되면 일자리가 솟아오르다

파브리 씨는 리베라 테라 프로젝트의 가치에 대해서 세 가지 측면에서 설명해주었다.

첫째, 사회적 상징성이 있다. 과거에 마피아가 지배하던 땅에는 일자리가 없었다. 범죄와 불법적인 착취가 있었다. 그런 곳에서는 정당한 노동을 제공하는 일자리가 부족했고, 일자리가 없는 젊은이들이 마피아에 가담하거나 공조하게 되는 악순환이 존재했다.

하지만 그곳에 여러 협동조합이 젊은이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해방된 땅'에서 토마토와 와인을 생산한다. 마피아로부터 착취당하던 땅이 이제는 지역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준다는 것은 사회 경제적으로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둘째, 품질 좋은 유기 농산물과 가공품을 생산하는 점이다. 유기 농산물에 대한 이탈리아 자국 내 수요는 많지 않았지만, 점차 늘고 있는 추세이며, 유럽연합 내 인근 국가에 생산물을 수출도 한다. 이탈리아 지역에서 '로컬'에 대한 개념은 한국과 조금 다르다. 국경이라는 개념이 많이 사라졌기 때문에, 로컬이란 자국을 포함하여 유럽연합의 인근 국가들을 포함한다.

셋째, 유기 농산물 생산 장려 활동뿐 아니라 '책임 있는 관광'이라는 이름으로 마피아가 살던 집을 숙소로 제공하는 관광 상품을 만들어 시민에게 제공하고 있다. 시칠리아에 가서 영화 '대부'에 나오는 꼬를레오네의 저택에 묵으며 유기농 먹을거리(슬로푸드)를 먹을 수 있고, 지역 주민들이 마피아에게 당했던 경험을 듣는 등 다양한 경험을 하는 관광 서비스이다.

공공선을 위한 협동조합

서구의 생활협동조합운동은 산업혁명 시기 노동자들의 소비에 대한 권익을 위한 것이 그 기원이다. 민중의 삶이 워낙 처참했던 시기였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 태생적인 한계라면 협동의 관점이 소비자의 권익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탈리아의 협동조합은 소비자 권익 보호에서 벗어나, 범죄 문제 해결에도 대안적인 관점을 제공하고 있다. 물론 공공 영역과 협동조합 영역 간의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협동조합의 영역이 사회의 여러 문제와도 얽히며 풀어나가도록 확장되어 가고 있는 모습은 고무적이었다.

알체 네로(Alce Nero)

▲ 알체 네로 매장. 소박한 입구가 인상적이다. ⓒ한살림
알체 네로는 '인디언 무당'이라는 뜻이다. 인디언 무당의 역할이었던 사람과 자연,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중요시하는 의미를 갖는다. 1970년, 직접 농사를 짓는 생산자 협동조합과 가공 생산자 협동조합, 꿀 생산자 협동조합이 협동조합 정신에 의거해 함께 만들었다.

알체 네로의 생산물은 직영 매장이나 소비자 협동조합 매장에 주로 나가는데 품목은 300여 개다. 2009년 9월에 볼로냐 첸트로에 처음 문을 연 직영 매장은 알체 네로가 생산하는 유기 농산물과 가공품, 리베라 테라를 포함하여 다른 협동조합의 유기 농산물을 판매한다.

알체 네로는 유기 농산물을 다루는 협동조합으로, 도농 직거래 방식으로는 이탈리아 최초이다. 알체 네로의 중요한 철학은 유기농이다. 유기농을 연구하는 곳을 별도로 운영할 정도로 유기농업에 대한 신념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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