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가운데 수도 도쿄(東京)의 한 비영리단체(NPO, Non-Profit Organization) 작지만 독특한 아이디어의 지진 피해자를 돕는 프로그램을 시도하고 있다. 피해 지역이 어느 정도 복구될 때까지 피난민 가족을 다른 가족과 함께 살 수 있게 하는 '피난민 홈스테이'가 그것이다.
도쿄 시부야(渋谷)를 기반으로 10년째 지역화폐를 운용하고 있는 사단법인 NPO '어스데이 머니(Earthday money)'는 최근 긴급 아이디어로 "지진 피해자들의 피난 생활에 따뜻한 가정을 제공하자"는 캠페인을 시작해 협력을 호소하고 있다.
▲ 일본 도쿄 NPO '어스데이 머니'의 '피난민 홈스테이' 배너 ⓒ어스데이 머니 |
이 피난민 홈스테이는 일반 가정이 집을 잃은 지진 피해자 가족들을 1~3개월 정도 일시적으로 수용해 임시 주택이나 다음 거주지를 찾을 때까지의 편안한 환경을 제공해 주는 자원봉사 활동이다.
특히 이 캠페인에 동참하는 가정은 시부야 일대의 어스데이 머니 가맹점에서 사용 가능한 지역화폐 1만알(r)을 매월 선물로 받게 된다. '알'이란 어스데이 머니의 화폐 단위로 일본의 법정통화인 엔과의 비율은 1대 1로 같다.
사회 참여에 관심이 있는 개인이면 누구나 어스데이 머니와 협력하는 시민단체나 NPO에서 자원봉사를 하면 이 알을 받을 수 있으며, 어스데이 머니와 협력 관계에 있는 카페나 잡화점, 네일숍 등에서 사용할 수 있다. 즉 자원봉사가 필요한 곳과 자원봉사자, 기부 활동에 관심이 있는 가게들을 이어주는 시스템이다.
즉 '돕고 싶은 사람'과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이어주는 어스데이 머니 본래의 취지를 이번 대지진 사태에 접목한 것이다.
▲ 일본 동북부 미야기현 히가시마츠시마 대피소 전경 ⓒ프레시안(최형락) |
피난민 홈스테이는 보호할 가정을 모집한지 나흘만인 18일 현재 193개 가정의 신청이 들어왔을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하루 전까지 50~60개 가정이었던 것이 이날 <NHK>에 소개되면서 급격히 늘었다. <아사히신문> 역시 이날 사무국을 방문했다.
어스데이 머니의 대표이사인 사가 이쿠마 씨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NHK> 등 재난 피해를 보도하는 언론에 엄청난 수의 의뢰가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면서 "'도와주고 싶다', '도움을 받고 싶다'는 목소리는 쌓이는데, 이어주는 프로그램이 이 '피난민 홈스테이' 한 곳 뿐이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홈스테이 거처를 제공할 수 있는 의지와 여력을 갖춘 이라면 국내외 누구나 신청할 수 있지만, △가족의 프라이버시를 지킬 수 있는 숙박 공간 제공, △침구 및 생활 용품 제공, △식사 제공과 가사 분담, △홈스테이 가족과 피난민 가족과의 원활한 의사소통, △중간 단계인 NPO 사무국에 주 1회 정기적인 연락 보고 등을 그 조건 및 유의사항으로 권고하고 있다.
'도와주고 싶은 가정'의 신청을 받은 뒤에는 도움이 필요한 가정을 찾아, 적절한 짝을 맞춰주는 과정으로 넘어간다.
일본 동북 5개현 피해 지역을 통틀어 피난민이 38만 명 이상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도움을 받고 싶은 가정의 수는 폭발적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집이 완전히 파괴되어 갈 곳이 없는 이들과 단순 공포감 때문에 고향을 떠나려는 이들을 구분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긍정적인 반응이 우세하다.
▲ 미야기현청 대피소 ⓒ프레시안(최형락) |
이처럼 피난민 홈스테이는 국경을 넘어 피해자들을 좀 더 직접적으로 지원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하나의 방법을 제공한다. 일본에서 가장 가까운 외국 중 하나이자, 무비자로 3개월 체류할 수 있는 한국 역시 피난민 홈스테이의 좋은 파트너일 수 있다는 게 사가 씨의 설명이다. 어스데이 머니에서는 외국인들을 위해 영어 페이지도 마련해두었다. (☞어스데이 머니의 '피난민 홈스테이' 영문 설명 페이지 바로 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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