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에 우리나라를 다녀간 서양인이 저술한 책이 놀랍게도 100여 권에 이른다. 그 모든 책은 조선의 지도층이 부패하고 무능해 백성의 지지를 잃었을 뿐만 아니라 결국 주변 열강들 특히 일본, 러시아 등에 의해 지배될 것이라고 예언하였다.
그 중 영국 여성 여행가인 이사벨라 비숍은 <코리아와 그의 이웃 나라들>이라는 1897년에 발간된 베스트셀러에서 "조선인은 너무 게으르고 더러워서 희망이 없는 나라"라고 조선의 첫인상을 소개하였다. 당시 한성을 비롯한 도시의 좁은 길과 개천에는 오물이 널려있고 너무나 역한 냄새가 났다고 한다. 그러한 곳에 짚으로 지붕을 엮고 진흙으로 벽을 쌓아올렸으며 창문이라고는 없는 낮은 오두막들이 있을 뿐인데 집들 사이에서 더러운 개들과 거의 벌거벗은 어린이들이 흙을 뒤집어쓴 채 뛰어논다고 그녀는 덧붙였다.
비숍은 그 후 연해주의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하였는데 여기서 조선인의 새로운 면모를 보고 크게 놀랐다. 조선에서 이주해 정착한 사람들은 대체로 크고 넓은 집을 짓고 위생적인 환경에서 살았으며 옷을 제대로 잘 입고 잘 살고 있었다. 사람들의 성격에도 변화가 뒤따라서 남을 의심하고 게으르며 윗사람에 대해서는 굴종하는 성격이 자주적이면서도 남자다운 성격으로 바뀐 것이다.
그래서 비숍이 얻은 통찰은 원래 조선인은 근면과 성실한 품행의 훌륭한 성격을 지닌 능력 있는 민족인데, 한반도에서는 당시 위정자를 위시한 기득권층의 수탈이 너무 혹심하여 국민들이 자포자기해 일도 안 하고 더럽게 살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이러한 성격의 코리언들이 정직한 정부를 갖게 되고 자신들이 일한 대가를 받는다는 보장을 확신하게 되면 크게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우리나라는 해방 후 근대 세계사에서 유례가 없는 국력 성장을 하였다. 그 원동력은 우리 국민의 근면성, 학구열 그리고 우수한 잠재 능력이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도약한 것은 근본적으로 우리 부모님들이 몸을 돌보지 않고 밤새워 일하고 절약하며 부를 축적한 덕분이다.
물론 그 동안 국가 발전에 기여한 훌륭한 정책과 기업의 노력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대통령 박정희 대통령은 경제 개발 5개년 계획으로 무에서 유를 창조한 국가 발전의 인프라를 마련하였고, 전두환 대통령은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전 국민 의료 보험 제도의 기초를 마련하였다.
잘 알다시피 김대중 대통령은 외환 위기를 벗어났고 한반도 평화의 초석을 닦았다. 노무현 대통령은 어떤가? 주택 담보 대출의 상한선을 40퍼센트로 한정하여 2008년 미국의 부동산 불량 담보 대출이 도화선이 된 세계 금융 위기에서 우리나라가 굳건히 버틸 수 있게 하였다.
또 삼성, 현대, LG 등 기업들의 국제 경쟁력 제고 노력이 국가 성장 동력이 되었다. 이 기업들의 제품은 전쟁과 같은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세계적인 명품으로 이미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여기에 수반되는 고용 창출은 국내 총생산(GDP) 증가와 국민소득 향상의 견인차였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의 빈부 격차는 사상 최고 수준이다. 이명박 정부는 서민 생계를 희생하는 물가 상승을 감수하며 고환율 정책을 시행하여 재벌들의 수익성을 증가시켰다. 재벌들은 대기업 감세 혜택까지 받으며 사상 최대의 현금을 축적한 반면 서민들의 가계 부채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날로 증가하고 있다.
대기업들은 수익금으로 세계 초일류의 전문성 제고와 고용 창출 노력 대신 출자총액제한 폐지에 따라 업종을 불문하고 중소기업 적합 업종에 진출하여 하루세끼 밥 먹는 것도 재벌 계열사에 가서 장을 보고 영화도 재벌 계열사에 가서 본다. 요즘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려서 인플레가 되므로 금리 인상을 해야 한다는데 경제 사정이 어려워서 가계 부채를 짊어지고 극도의 절약 내핍 생활을 하고 있는 서민에게는 딴 나라 이야기고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다. 우리나라는 지금 시장 수요 감소와 인플레라는 소위 스태그플레이션의 목전에 있다. 정부의 친 재벌 정책은 수출과 경기 부양을 위한 고육지책이었으나 재벌들의 천민근성(賤民根性)과 이기심으로 실패로 끝났다.
기업가 정신에는 두 가지 요소가 있다. 이윤 창출과 사회적 책임이다. 재벌들은 이윤 창출로서 국가적 생산성과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고 있으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이 결여되어 이익을 독식하려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어느 한 부분이 과대 포장되어 반 기업 정서로 이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나 결과적으로 사상 최고의 양극화가 초래되어서 서민과 중소기업은 갈수록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빈부 격차와 양극화는 현재 세계적인 현상으로서 1980년대부터 금융 자본가들이 주도한 신자유주의의 결과이다. 시장의 자유를 강조하면서 정부 역할을 줄이고 규제를 풀면서 세계 금융 시장도 통합시켜 나갔는데 2008년 세계 금융 위기를 겪고 금융 자본가들의 탐욕과 도덕적 해이의 실상이 드러나면서 파국을 맞고 있다.
우리나라의 정치 시스템은 이 위기를 극복하는데 능력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재벌들은 경제 활성화를 위하여 같이 노력하기보다는 외환 위기 때의 학습 효과를 바탕으로 경제가 더 나빠지기를 기다리며 쌓아 놓은 현금으로 재화들을 싼 값에 쓸어 담을 기회를 엿보고 있는 듯이 보인다.
이 과정에서 한나라당은 재벌의 전위부대로서 전국경제인연합의 대국민 로비스트 역할도 한다. 요즘은 그래도 반재벌 구호는 외치고 있다. 야당은 모든 정책적 이슈에 대한 대안 없는 맹목적인 반대와 일관성의 결여로 정치철학과 정책적 목표의 지향점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정책이 없는 정당은 정당이 아니다. 국회의원들이 전경련 멤버들을 데려다가 청문회에서 야단을 쳤다는데 국회의원의 업무가 입법위원으로서 정책과 제도를 만드는 것이므로 국회 연출 특집 쇼프로그램을 만들기보다 정책을 만들면 된다. 국민들은 열심히 일하면 잘 사는 사회에서 살고 싶다. 열심히 일하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누구는 엄청나게 부를 축적하였고 나는 상대적인 빈곤감이 더욱 심해지는 그런 사회는 아니다.
사실 현재 우리 사회가 불만족스럽다면 일차적인 책임은 국가를 운영할 사람을 잘 못 선출한 우리 국민에게 있다. 정치인은 공복으로서 모든 국민이 잘 살도록 나라 살림을 하는 집사 같은 것인데 일부 정치인들은 국민의 세금을 자신의 개인적인 랜드 마크를 위하여 쓴다.
국민이 주인인 민주주의 국가에서 모든 공직은 기본적으로 국민의 것이고 이 자리를 맡길 사람은 능력과 인품을 평가하여 임명해야 한다. 회사의 CEO 선정 과정과 같다. 늘 보고 듣던 당의 추천인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고정관념이나 TV에서 많이 보던 인물에 대한 감성적인 선택, 심지어는 근거가 모호한 좌우파 논쟁을 탈피해야 한다.
좌, 우파는 원래 경제 체제 운용 원리로서 좌파는 분배를 중시하는 사회주의이고 우파는 시장을 중시하는 자본주의이나 우리나라에서는 자신의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이나 합리적인 논리를 펴는 사람도 좌파라고 한다. 똑 같이 빨간색 깃발을 들고서도 상대방의 깃발이 빨간색이라고 비난하며 싸운다.
스탠더드 앤 푸어스가 미국의 신용 등급을 사상 최초로 강등하여 AAA에서 AA+가 되었다. 우리나라의 신용 등급은 아직 A이다. 정치만 후진성을 벗어나도 신용 등급이 조금 올라가지 않을까? 미래 대한민국의 경영을 위하여 미래적인 패러다임과 사회 연결망을 구축해야 한다.
공익을 위한 헌신과 진정성, 소통을 키워드로 하는 새로운 정치가 현재 한국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국가 경쟁력 제고와 일자리 창출, 양극화 해소와 사회 통합, 교육 문제 등에 대한 처방을 제시하여야 한다. 정치인은 상호 비방의 악순환에서 정책 대결의 선순환으로 정책을 제시하고 국민은 생계와 안전을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을 선출해야 한다.
그 동안은 나라 살림을 맡길 사람이 드물었는데 이번 선거에는 좋은 정책과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전문성, 경륜, 창의력을 갖춘 분들이 많이 나오셔서 나도 투표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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