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책 이외에도 많은 책을 저술한 픽오버가, 이번에는 가장 단순한 형태로 매우 복잡한 차원 여행까지 할 수 있는 뫼비우스의 띠에 관하여 소개한 책을 냈다. 그 간단한 뫼비우스의 띠에 관해 이렇게 할 말이 많았다는 것이 나로서는 새삼 놀라울 따름이었다. 즉, 단순히 종이 띠를 한 번 꼬아 붙인 뫼비우스의 띠에 관하여 참고 문헌을 포함하여 400쪽이 넘는 책을 썼다는 것 자체가 책의 내용을 떠나 신기한 일이었다.
<뫼비우스의 띠>(노태복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는 모두 8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여행을 시작하며'라는 서문은 뫼비우스의 띠에 관해 독자들이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어지는 1장에서는 뫼비우스의 띠에 관해 간단히 소개하고 있다. 2장은 매듭과 문명에 대하여 이야기하는데, 뫼비우스의 띠가 매듭이라는 것에서부터 오늘날 수학의 중요한 일부분이 된 위상 수학의 매듭 이론을 소개하고 있다.
▲ <뫼비우스의 띠>(클리퍼드 픽오버 지음, 노태복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 ⓒ사이언스북스 |
뫼비우스의 띠에 관해 8개의 중심적인 장이 끝나고 나면 이 책을 정리하는 마지막 이야기인 '여행을 마치며'가 있다. 흥미롭지만 수학적인 내용이 많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다소 어려웠던 앞의 내용을 생각하면 가볍게 마무리하려고 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으나, 저자인 픽오버는 끝까지 뫼비우스의 띠와 관련하여 소개하며, 현대 수학에서 가장 아름다운 형태를 만들어내고 있는 프랙털을 소개하고 있다.
뫼비우스의 띠는 몇 가지 흥미로운 성질을 가지고 있다. 가장 특징적인 것은 어느 지점에서나 띠의 중심을 따라 이동하면 출발한 곳과 정반대 면에 도달할 수 있고, 계속 나아가 두 바퀴를 돌면 처음 위치로 돌아오게 된다는 점. 이러한 연속성 때문에 저자는 미국에서 재활용 마크로 뫼비우스 띠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소개한다.
뫼비우스 띠는 수학의 기하학과 물리학의 역학이 관련된 곡면으로, 경계가 하나밖에 없는 2차원 도형이다. 즉, 안과 밖의 구별이 없다. 이 띠는 1858년에 아우구스트 페르디난트 뫼비우스와 요한 베네딕트 리스팅이 서로 독립적으로 발견했다. 그러나 한 번 꼬인 이 띠에서 리스팅의 이름은 사라지고 뫼비우스의 이름만이 살아남았다.
뫼비우스는 대중적인 천문학 논문인 '핼리혜성과 천문학의 원리'뿐만 아니라 정역학, 천체역학과 많은 수학 논문을 발표한 천문학 교수였는데, 오늘날엔 이 띠 이름으로 더 유명하다. 종이를 길게 잘라서 띠를 만든 후 종이 띠의 양 끝을 그냥 풀로 붙이면 도넛 모양의 토러스가 되는데, 한번 꼬아 붙이면 뫼비우스 띠가 된다. 이 꼬임으로 띠는 특별한 성질을 가지게 된다.
뫼비우스의 띠는 우리에게 수학뿐만 아니라 재미도 선사한다. 이 책 <뫼비우스의 띠>가 즐거운 이유도 거기서 나온다. 다양한 수학적 성질을 알려주기도 하지만 수학을 어려워하는 독자를 위해 재미있는 흥밋거리를 많이 제공하고 있다.
뫼비우스의 띠를 만든 다음 그 띠의 가운데를 따라 자르면, 둘로 나누어질 것 같지만 여러 번 꼬인 하나의 띠가 된다. 이것은 뫼비우스의 띠의 경계가 하나뿐이기 때문이고, 자르면 두 번째 경계가 생기기 때문이다. 또 띠의 폭을 3등분하여 평행한 두 줄로 자르면 두 개의 띠로 분리되는데, 하나는 동일한 길이의 뫼비우스의 띠가 되고, 다른 하나는 두 배로 긴, 두 번 꼬인 띠가 된다.
뫼비우스 띠의 또 다른 흥미로운 사실은 유클리드 공간에서 어느 쪽으로 꼬느냐에 따라 두 종류의 뫼비우스 띠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뫼비우스 띠는 실제상과 거울상이 겹치지 않는 구조이다. <뫼비우스의 띠>엔 이에 관해 쉽고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어서 수학에 어려움을 겪는 독자들이라 하더라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그래도 이해하기 힘들다면? 간단한 실험으로 꼬는 방향에 따라 서로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것을 다음과 같이 두 가지 경우로 확인할 수 있다.
① 같은 방향으로 꼬아서 만든 뫼비우스 띠 두 개
② 서로 반대 방향으로 꼬아서 만든 뫼비우스 띠 두 개
②에서 서로 반대 방향이란, 이를테면 한 개는 위로 꼬고, 다른 하나는 아래로 꼬아서 만드는 것이다. ①과 ②에서 준비한 뫼비우스의 띠의 가운데에 점선을 긋고, 그 줄이 서로 수직이 되게 붙인다. 그리고 두 개의 띠를 그림에서와 같이 가운데에 그린 점선을 따라 자른다. 그러면 ①의 경우는 커다란 하나의 둥근 띠가 되는 반면 ②의 경우는 마치 영원한 사랑의 맹세를 하는 것과 같이 서로 결합된 두 개의 하트가 된다. 이것으로부터 방향을 바꾸어 만든 띠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뫼비우스의 띠는 원상태로 돌아가 힘의 평형 상태를 유지하는 독특한 형태의 꼬인 부분이 있다. 직선이 운동할 때 생기는 곡면인 '가전면(可展面, developable surface)'이라고 하는 이 부분이 뫼비우스의 띠의 모습을 예측하는 핵심이다. 이와 관련된 연구가 1930년에 처음 있었으나 그 규칙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알려져 있지 않았다.
그로부터 77년이 지난 2007년 영국의 과학자들이 뫼비우스의 띠를 만들 때 직사각형 모양의 띠의 가로와 세로의 길이 비율에 따라 가전면과 띠의 에너지 밀도가 달라지며, 띠의 모양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뫼비우스의 띠를 역학적으로 연구한 것은 이것이 처음이다. 에너지 밀도는 띠를 접었을 때 재질 전체에 생기는 탄력에너지로 접힘이 심한 곳에서 가장 높고 평평하게 펴진 곳에서 가장 낮게 나타난다고 한다. 결국 연구팀은 자연계에서 뫼비우스의 띠가 실제로 나타나는 모양의 비밀을 수학으로 풀어낸 것이다. 그리고 이 결과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꼬인 물체의 잘 찢기는 부분을 예측하거나 화학, 양자물리학과 나노테크놀로지를 이용해 새로운 약이나 구조를 만드는 분야에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었다.
<뫼비우스의 띠>는 우리가 쉽고 단순하게 생각하여 수학적인 흥밋거리로만 생각하고 있던 것으로부터 우주의 신비와 거대한 수학의 바다를 헤엄치게 만들어 준다. 이 책을 읽다보면 단순한 흥밋거리로만 알고 있었던 뫼비우스의 띠가 매우 복잡한 수학을 이용해서야 그 비밀이 풀렸단 사실을 알 수 있으며, 이를 첨단 산업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것에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여러분도 이 책을 시작으로 아무리 단순하고 사소한 것이라도 그 속에는 미래를 이끌 첨단 과학이 숨어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놀라운 수학의 세계임은 두말할 나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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