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녹의 비밀의 책’은 1세기경에 쓰인 유대교 비경전으로 예언자 에녹이 일곱층의 하늘을 여행하고 하느님을 직접 만나 하느님이 들려주신 말씀을 하느님의 명령에 따라 기록한 것이다.
에녹에게 천지창조의 과정부터 설명해 주는 하느님의 얼굴은 ‘불에 달아서
이글거리는 쇠처럼 불꽃을 튀기며 타 올랐다’고 묘사된다. 또 ‘눈은 태양처
럼 빛나고 오른손은 온 하늘을 채운다’고 나와 있다.
첫 번째 하늘 : 별의 궤도와 운행, 지상의 바다보다 더 넓은 바다, 날개를 달고 날아다니는 천사, 구름의 창고를 보게 되고, 그리고 ‘천사들의 옷은 지상의 모든 꽃과 같다’고 묘사한다.
두 번째 하늘 : 지상의 암흑보다 더 넓은 암흑, 그곳엔 심판을 기다리며 울고 있는 죄수들이 있다.
세 번째 하늘 : 향기로운 꽃과 생명의 나무, 감미로운 열매들, 여러 물들이 꿀과 젖과 기름과 포도주를 에덴의 낙원으로 흘려보내고…….무엇보다 아름다운 노래가 있다. 그런데 그 북쪽에는 잔혹한 암흑과 캄캄한 우울, 하늘의 고문이 있다.
네 번째 하늘 : 태양과 달 그리고 태양이 거느린 8천개의 별, 그리고 이를 관리하는 수많은 천사들, 불사조와 날개달린 용을 본다.
다섯 번째 하늘 : 거인족 보다 큰 거인들이 주님의 위대한 날의 처벌을 기다리며 여기서 우울한 나날을 보낸다.
여섯 번째 하늘 : 찬란한 대천사들. 그들은 세상의 올바른 정치를 감시하고 있다. 모든 생명을 장악하고 계절과 세월을 다스리며 강과 바다, 땅의 열매를 관장하고 사람들의 영혼과 행위를 기록한다.
일곱 번째 하늘 : 대천사들, 저 멀리 높은 옥좌에 앉은 하느님. 무한한 빛 등. 여기서는 대천사 가브리엘의 안내로 여덟 번째 하늘, 아홉 번째 하늘을 본다.
열 번째 하늘 : 대천사 미카엘이 에녹을 하느님 얼굴 앞으로 데려갔다. 불처럼 이글거리는 타오르는 얼굴을 여기서 본다. 그 얼굴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했다.
에녹이 본 천국에는 천국과 지옥이 마치 무지개떡 색깔 섞이듯 하늘에 층층
이 섞여있다. 하늘에도 그렇게 지옥이 있다는 것이 아닌가.
7세기 이슬람교를 일으킨 예언자 무함마드의 ‘천국 르포’도 있다. 이슬람이란 말은 순종 또는 복종이란 뜻으로 유일신 ‘알라’에 대한 절대적 복종을 의미한다. 그 알라신이 계시는 곳의 르포다.
무함마드의 언행록 하디스(hadith)에 나오는 ‘밤의 여행 장’은 전언 형식으로 쓰여 있으며 여기서는 에녹의 하늘처럼 하늘나라에 지옥은 없다. 다만 최하층 하늘에 심판의 자리가 있을 뿐이다. 이슬람의 지옥은 당연히 땅 아래에 있다.
“내가 메카에 있을 때 갑자기 지붕이 열리며 가브리엘 천사가 들어왔다. 그
는 나의 가슴을 열고 잠잠의 성수로 나를 씻은 다음 신앙과 지혜를 가득 담은 금대야로 이를 내 가슴에 쏟아 부었다. 그리고는 내 손을 끌고 하늘의 최하층으로 데리고 갔다”로 시작되는 이 여행기는 첫째 하늘에서 아담을 만나고, 둘째 하늘에서 요한과 예수, 셋째 하늘에서 요셉, 넷째 하늘에서 죽음의 신 이브리스, 다섯째 하늘에서 아브라함을 만난다.
이후의 하늘은 가브리엘 천사에게도 열리지 않은 곳이었으나 그는 일곱 번째 하늘까지 가서 하느님을 만나고 이슬람교도가 하루에 다섯 번 예배 드리는 것을 허락 받는다.
지금도 이슬람교도들이 지키는 하루 다섯 번의 예배. 무함마드는 하느님과 만났을 때 하느님이 규정하신 하루 50번의 예배를 5번으로 줄이게 되는데, 여기에는 모세가 개입돼 있다.
그가 하루 50번의 예배를 규정 받고 돌아 올 때 모세를 만나게 되었는데 모세가 다시 돌아가 ‘백성이 감당하기 너무 벅차다’고 이르라 한다. 하느님 은 그 횟수를 반으로 줄여 주고, 다시 모세를 만나 또 한번 반복, 그렇게 세 번을 반복한 후 결국 하루 다섯 번 예배로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현대의 이슬람 지도자였던 이란의 호메이니로부터 사형선고까지 받아 오랫동안 숨어 지날 수밖에 없었던 작가 살만 루시디의 소설 ‘악마의 시’에는 대천사 가브리엘 역을 현대 인도의 전설적 스타 지브릴 파리슈타에게 맡긴다.
지브릴(Gibreel)은 페르시아어로 대천사 가브리엘이라는 의미인데 그가 꿈인
듯 환상인 듯 과거와 현재의 시공을 오가며 무함마드에게, 호메이니에게 예언을 도와준다는 것인데(물론 그 예언에는 지브릴 말고도 신비한 무언가의 조종이 끼어 있는 듯 보인다)…….
현상계와 상상계로, 그리고 이성(理性)과 기적으로 종횡무진 독자들을 끌어당기는 ‘악마의 시’의 작가는 그래도 신 ‘알라’는 물론 신비의 세계도 단단히 믿고 있다.
이밖에도 천국은 많다. ‘세계의 천국편’을 뒤에 다시 한번 엮을 참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