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까지 원시적 생활을 해왔던 호주 원주민만이 아니라 아주 오랜 옛날부터 찬란한 문화를 가꾸어 왔던 옛 이집트인들도 혼을 두개로 나누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카(Ka)라는 생명력과 바(Ba)라는 영혼이 그것이다. 사람이 죽으면 카는 죽은 사람의 살아있을적 모습을 지니고 있지만 바는 죽은 다음 저승세계로 가는 이른바‘진짜 영혼’으로 사람 머리를 한 새로 그려진다.
이집트인들은 참 영혼을 나는 새로 보았던 모양이다. 때로는 이 땅에 남아 묘지 근처를 서성거리는 것은 카다. 이럴 경우 카는 호주원주민들이 말하는 ‘그림자 혼’에 해당할 것이다.
영혼을 두개로 나누어 보는 곳은 보다 광범위하다. 한국을 비롯한 중국 일본 등 동북아 지역에서도 예부터 사람이 죽은 다음 혼(魂)과 백(魄), 둘로 나누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정신은 혼, 육체는 백으로 사람 자체가 혼백 두 가지로 인하여 이루어져 있으며 혼은 천기(天氣)에 양기(陽氣)이고, 백은 지기(地氣)에 음기(陰氣)다.
사람이 죽어 혼과 백이 고향으로 돌아간다면 혼은 하늘로 백은 땅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예기(禮記)에도 그렇게 나온다. 이를 혼백이 근본으로
돌아간다고 하며 그래서 죽음을 돌아간다(歸)라고 하지 않는가.
우리들이 흔히 쓰는 귀신이라는 말도 혼백처럼 양(陽)의 부분을 신(神)이라
하고 음(陰)의 부분을 귀(鬼)라 불러 양분하고 있다. 하늘로 돌아가는 혼은 그래서 혼신(魂神)이라 부르며 이를 진짜 영혼으로 보는 것이다.
불교에서의 윤회전생 주체도 어쩌면 이 혼신일 것이며 유식(唯識)불교의 제8
식 아뢰야식(阿賴耶識)이 여기에 해당될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사람 육체에 깃든 혼백이 각기 나뉘어 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간은 신기능의 요소인 혼이며 폐는 육체기능인 백이라는 것이다. 간과 폐 이 두개가 합쳐져 혼백이 되는데 그래서 간이 튼튼한 사람은 투혼(鬪魂)이 강해 간 큰 사람이 된다.
폐가 튼튼한 사람은 기백(氣魄)이 좋다 소리를 듣는다. 여기서 좀 헷갈리는
것은 심장을 영(靈)으로 본다는 것인데 크게 헷갈릴 것도 없는 것이 간과 심장을 합해 영혼이라 불러 혼, 백으로 2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신 심장과 폐가 하나가 되는 영백(靈魄)이라는 말을 우리는 쓰지 않는다. 백은 영과 결합이 잘되지 않는 모양이다. 호주 원주민 식으로 말하면 혼은 진짜영혼이고 백은 그림자 영혼에 해당한다고 할까.
혼의 부분이 강한 사람들은 신령한 경지에 들기 쉽고 백이 강한 사람들은
육체의 오관이 발달해 듣고 보고 맛보는 등의 오감이 예민하다고 하는 것인데 무당이나 심령술사 점술가 등이 간이 튼튼한 사람들인지는 아직 밝혀진바 없다.
한편 폐결핵을 앓는 등 폐가 약한 사람들 가운데 오감이 예민한 이들이
많아 예술적 성과들이 많은걸 보면 이 역시 반반 정도만 믿을만해 보인다.
죽은 후 혼은 하늘로 백은 땅으로 복귀를 한다지만 이 ‘돌아가는 길’에도
‘돌아가기를 거부’하거나 길을 잘못 드는 등의 사고가 있는 모양이다. 이런 과정에서 원귀(寃鬼)나 유령 잡귀 객귀 등의 이야기들이 대량 생산돼 나온다.
예를 들면 혼은 하늘로 돌아갔는데 백이 땅으로 돌아가지 않고 시체에 그냥
남아 말썽을 피우는 경우도 있고 마귀나 악마 등 저승의 나쁜 세력에 잡혀
이용당하든가 혼이 길을 잃고 하늘로 못간 경우 등 등이다.
중국에서는 죽은 후 땅으로 고이 돌아가야 할 백이 이 땅위에 머물며 시체를 움직여 난동을 부리고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는 ‘강시’라는 것이 있다고 본다. 정신세계와 인간의 이성을 움직여 왔던 혼이 하늘로 올라가 버렸으니 강시에게 이성이나 뭐 그 비슷한 것이 있을 리 없어 포악한 존재가 될 수밖에 없다.
엄청난 힘을 지녀 어지간한 사람의 힘으로는 대적하기도 어렵다.
사람을 납치하기도하고 죽이고 잡아먹고, 산 사람들에게는 그야말로 대책 없는 존재들이다. 오직 높은 도력(道力)이나 부적만이 강시를 물리치거나 그 힘을 약화 시킬 수 있다고 본다.
홍콩영화에도 자주 등장하는 강시 퇴치법을 보면 강시들의 이마에 부적을 철썩 붙이기만 하면 강시가 먼지처럼 사라지는 장면을 더러 볼 수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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