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외신은 ‘빈민들의 어머니’라 불리며 노벨평화상까지 받았던 가톨릭의 테레사 수녀가 1997년 선종(善終)하기 전 ‘악령을 쫓는 의식’을 받았었다고 전했다. 인도의 앙리 드수자 대주교는 “테레사 수녀가 의학적 원인을 알 수 없는 불면증에 시달렸기 때문에 악마의 공격일 수 있다는 판단 아래, 교회의 이름으로 악령을 쫓는 기도(exorcism prayer)를 하게 되었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극히 드물기는 하나 사탄의 괴롭힘을 당하기 쉬운 옛 성인들 가운데서도 이
같은 악령 쫓는 기도를 받은 사람들이 있다 한다. 가톨릭 성인들이라면 사람이 죽은 원귀나 잡귀 수준의 괴롭힘을 당하지야 않겠지만 타락한 대천사 수준의 사탄이나 마귀의 괴롭힘을 받을 가능성은 있지 않겠는가.
20세기의 70년대에 나온 ‘엑소시스트(exorcist)’란 영화도 마귀 든 한 소녀의 이야기로 결국은 가톨릭 신부의 악령 쫓는 기도로 병을 치유하는 내용이었다.
엑소시스트를 넓게 해석하면 ‘귀신 쫓는 무당’이다. 가톨릭뿐만 아니라 세계의 거의 모든 종교, 거의 모든 민속에서 ‘귀신 쫓는 의식‘이나 ’귀신 쫓는 무당‘은 있다.
앞서 나왔던 호주 원주민의 민속 가운데 사람이 ‘그림자 혼’인 메렐 때문
에 병이 든 것으로 판명나면 의사(무당에 가깝다)가 그 환자의 앞가슴이나 어깨 등을 주무르거나 입으로 빨아 메렐을 환자의 몸에서 쫓아 내 준다. 이 방법이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다고 전한다.
환자의 몸을 주무르거나 신체부위를 입으로 빨아 몸속의 악귀를 쫒아내는
방법은 이곳 말고도 시베리아 샤먼, 남북미 인디언 등 그 분포율이 높다. 때
로 이들은 피부를 입으로 빨아낸 후 돌이나 뼛조각 등을 입에서 뱉어 내기도 하는데 대부분 미리 몰래 준비해 둔 것들이다. 이른바 악귀의 상징을 환자에게 보여주며 ‘이제 악귀는 없다’는 믿음을 주는 것이다.
‘믿는 곳에 기적 있다’고 하지 않는가. 환자가 이 같은 치유과정을 믿기만
한다면 심리적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한국에는 전문적 무당 말고도 떠돌이 잡귀를 쫒는 전통적 퇴치법이 있다.
20세기의 50년대까지만 해도 무당 없이 할머니나 어머니가 직접 집안에서 주제했던 잡귀퇴치법은 처음 날콩을 먹는 것으로 시작한다.
잡귀 또는 객귀가 들면 백약이 무효에다 운신도 어렵게 된다. 일단 날콩을 씹어보면 잡귀의 존재여부를 알 수 있는데 잡귀가 들어있을 때 환자는 날콩의 비린내를 감지하지 못한다.
잡귀든 것이 확인되면 바가지에 찬물을 담고 물에 밥을 만 다음 부엌칼을
가지고 환자 곁에 앉아 ‘이놈 객귀야 들어봐라........이 물만밥 먹고 썩 나가
거라…….’그런 사설을 한참 한 후 부엌칼로 환자의 머리 위를 썩썩 세 번 문지른 후 마당에 나와 칼날이 대문 쪽을 향하도록 칼을 마당에 던져 꽂고 바가지를 엎는다.
이때도 ‘썩 안 나가면......’등의 사설을 한바탕 해 댄다. 칼을 뽑아 바가지 위에 걸쳐두고 주제자가 집밖에 나갔다가 들어오는 것으로 퇴치극은 끝난다.
드라마틱한 원귀퇴치법이 아닐 수 없다. 또 신기하게도 이만한 ‘객귀 물리기’로도 병이 깨끗이 낫는 경험을 가진 이들이 많다는 것이 신통하지 않은가. 이밖에도 우리는 복숭아나무, 갈대이삭, 오색실, 오색헝겊, 바늘 등의 부적으로 귀신을 막을 수 있다고 믿었다.
이색적인 고치법(叩齒法)은 도교의 악귀퇴치법이다. 악귀는 사람의 이빨 부딪치는 소리를 무서워한다. 밤길을 걸을 때 이빨을 딱딱거리면 악귀가 얼씬도 못한다고 믿는다. 이빨 맞부딪치는 방법도 여러 가지다. 왼쪽 이빨을 부딪치는 타천종, 오른쪽 이빨 부딪치는 추천경, 앞니를 부딪치는 명천고 등등. 악귀의 종류에 따른 대처법이라 한다.
앞서 나온 좀비 퇴치방법은 뇌를 파괴하는 것이 유일한 수단으로 알려져 있다. 불사신이 아닌 좀비는 천천히 썩어가며 죽게 되는데 마지막까지 남는 것이 뇌이므로 죽음을 앞당기게 하려면 뇌를 파괴해야 된다는 설명이다.
앞에서 지적했듯 강시에게는 부적이, 드라큘라에게는 마늘과 십자가가 효과
가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밖에도 퇴치법은 많다. 강시는 도교든 불교든 법력 높은 도인이나 스님 앞에서는 힘을 쓰지 못한다.
뱀파이어의 경우 마늘과 십자가는 소극적인 대처 방법이다. 물푸레나무, 들
장미, 산사나무 등으로 말뚝을 만들어 낮에 잠들어 있는 뱀파이어의 무덤을
찾아가 심장에 그 말뚝을 박는 것이 확실한 퇴치법으로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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