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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生死에 관한 아주 유별난 보고서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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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生死에 관한 아주 유별난 보고서 <7>

영혼의 존재

계속 되풀이되는 질문이 되겠으나, 혼백 또는 영혼이란 존재는 사람들이 꾸며 만들어 온 존재에 불과한 것일까. 아니면 진정 우리 곁에 존재하는 것일까.

기성 종교들도 그렇고 세계 각국의 민속이나 심령술사 영매 등을 통한 영혼과의 이야기들을 믿는다면 영혼은 분명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럼 오늘의 한국에서 겪은 영혼 이야기부터 들어 보자.
‘만행, 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를 쓴 미국인 현각 스님은 이 책에서 지리산에서 경험했던 이 땅의 원혼에 관해 쓰고 있다.

“.....나는 전남 구례 천은사 위 상선암 옆 토굴에서 백일기도를 했다. 전기도 수도도 없고 나무를 때서 난방을 해야 하는 곳에서 1백일 동안 나는 솔잎가루와 약간의 과일을 먹으면서 매일 1천3백배를 드리며 신묘장구 대다라니 염불수행을 했다.

기도를 시작하고 이틀가량 지났을까. 마음은 점점 맑아지기 시작했는데 목탁을 두드리면서 염불에 몰두해 기도할 때 어느 순간 갑자기 어떤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저 환경이 바뀌어서 들리는 환청 같은 것으로만 생각했다.

물론 환청은 환청이었다. 소리에 놀라 방문을 열어보면 지나가는 바람소리 밖에 없었으니까. 날이 갈수록 소리는 계속되었을 뿐만 아니라 크게 들리기 시작했다.

이상한 것은 내가 목탁을 치고 염불할 때만, 특히 한밤중 염불 때면 유난히 소리가 크게 들렸다. 사흘 나흘이 지나자 그 소리들은 점점 명확해졌다. 울음소리 비명소리들이었다.

나는 그 소리들이 들릴 때마다 목탁 치는 것을 멈추고 바깥에 귀를 기울였다. 그러면 그저 나무를 스치는 바람소리만 휘잉 지나갔다. 그리고 다시 염불을 하면 여지없이 그 비명소리, 외침, 울음소리들이 들려왔다.

일단 어둠이 내리면 방안에 촛불 하나 켜 놓고 일체 바깥출입을 하지 않았다. 화장실도 가지 않았다. 들리는 소리 때문에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르고 머리가 쭈뼛쭈뼛 곤두섰다.

그렇게 정확하게 3주일이 지나 기도 22일째 되는 날이었다. 한순간에 그 소리들이 사라졌다. 그리고 내 마음도 평화로워졌다. 참으로 신비한 경험이었다..... ”

그 뒤 현각 스님은 화엄사 스님으로부터 지리산에서 있었던 6.25의 동족상잔의 역사를 들었고 ‘억울한 죽음을 당한 사람은 누군가 열심히 염불해 주면 그들의 영혼이 자유로워진다’는 소리도 들었다. 말하자면 현각 스님은 자신도 모른 채 지리산 원혼들의 영가천도를 해준 셈이었다고나 할까.

영가(靈駕)란 불교에서 중음신(中陰神)의 상태로 있을 때의 영혼을 말하는데 이 생에서 명(命)을 마치고 떠난 영혼이 다음 생의 생명을 받기 이전까지의 상태로 이 기간에 영혼은 새 몸을 받기 위하여 여기저기 돌아다니기도 하고 새 몸을 받을 곳으로 가기도 한다.

대개는 죽은 사람의 명복을 빌어 영혼들로 하여금 좋은 세계로 가도록 재를 올려주는 49재 등이 이에 속하지만 억울한 원혼들은 오랫동안 중음 속을 헤매기도 하는데 현각님의 경우 바로 그 원혼들의 영가를 천도 해 준 것이다.

이 땅의 원혼들이 어디 지리산에만 있을까. 조선조 말이나 일제시대, 전염병 등으로 어려서 죽은 영혼들도 많다. 시골에서는 산.계곡 등에 죽은 아이들을 하나씩 버리고 그 위에 돌 하나씩 얹어두는 식으로 만든 묘지가 더러 있다.

이런 묘지들은 도깨비불로도 유명하다. 20여 년 전 해인사 수좌로 있던 영진스님(詠眞. 현 지리산 죽림원 원주)은 수도정진겸 도깨비불을 확인해 보려고 산청의 어느 조산(어린이들이 집단으로 묻힌 곳)이 있는 곳에 가서 며칠 밤을 혼자 산속에서 보냈다.

비가 부슬부슬 오던 날 밤 드디어 도깨비불들의 현란한 춤을 보게 되었는데 크기가 손톱마디만 하기도 하고 계란만 하기도 한 것들이 한데 섞여 춤추듯 휙휙 날아다니는 것이 아닌가.

가만히 보고 있노라니 뭐라고 소곤거리는 소리까지 들렸다.
‘불쌍하고 가엾은 것들.’

당연히 천도를 해 주어야 할 어린 영가들이었다고 스님은 말한다.

가난하고 불행한 역사를 많이 겪었던 이 땅에는 죽어 제대로의 수습을 받지 못한 이 같은 영가들이 수없이 많다. 이 땅에서 밝고 새로운 미래를 맞으려면 그런 영가들을 모두 찾아 천도해 주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모른다.

영가천도에 얽힌 이야기는 뒤에 다시 한번 더 쓰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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