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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生死에 관한 아주 유별난 보고서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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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生死에 관한 아주 유별난 보고서 <8>

심리학자 융의 경험

서양 영가(靈駕)들 이야기를 들어 보자. 스위스 심리학자 칼 구스타프 융(1875~1961)은 사후 세계에 관심이 깊었을 뿐만 아니라 이런 저런 경험도 많이 가졌던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영혼이 불멸하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가졌지만 이승과 저승, 산 자와 죽은 자간의 통신, 그 텔레파시가 가능하다고 믿었다. 그는 자서전에서 이러한 믿음을 뒷받침하는 이상한 개인적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다.

어느날 한 친구의 장례식에 다녀온 그는 잠자리에 들면서 그날 있었던 장례식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비몽사몽간에 그의 죽은 친구가 침대 곁에 서서 그를 내려다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놀라 쳐다보고 있자니 그 친구는 문쪽으로 가서 융에게 따라 오라는 손짓을 했다. 환영에 불과한 것이라 생각하면서도 융은 그 환영 속에서 친구를 따라 집밖의 거리로 나갔고 그 친구 집까지 따라 갔다.

죽은 친구는 그를 자신의 서재로 안내한 후 의자위에 올라서더니 맨 꼭대기에서 두 번째 서가에 있는 책 한권을 특별히 가리켰다. 그것은 붉은 가죽으로 장정된 5권의 책 가운데 두 번째 책이었다. 그 순간 환영은 끝났다.

이상한 느낌을 받은 융은 다음날 아침 친구의 집을 찾아가 친구의 아내를 만나 서재를 좀 보여 달라고 부탁했다. 융은 이전에 그 친구의 서재에 한번도 들어가 본적이 없었다.

서재로 들어서니 그 안의 모습은 그가 전날 밤 환영에서 보았던 그대로였다. 서가 옆에는 바로 그 의자가 있었다. 의자위에 올라서서 책들의 제목을 읽어가노라니 죽은 친구가 가리킨 책은 바로 에밀 졸라가 쓴 ‘죽음의 유산’번역판이었다는 것이다.

죽은 친구와 융 사이에 그 책이 무엇을 의미하는 건지에 대해서는 설명이 나와 있지 않다. 다만 죽은 자의 환영이 보여주었던 장면을 현실에서 확인 할 수 있었다는 것인데 어쩌면 죽은 자와 산자간의 의사소통 가능성을 보여주려 했던 것인지 모르겠다.

이밖에도 융은 생전에 이와 비슷한 경험을 많이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자서전에는 18세기 레눠드 시세트(Rennward Cysat)가 쓴 ‘루체른시(市)의 연대기’가 소개되었는데 그 책에 유령 때문에 유명해진 필라투스산의 보탄(Wotan)이 나온다.

보탄은 마술사로 오늘날까지 그 산에서 마술을 부리고 있다는 것이다. 시세트는 어느 날 밤 그 산에 올라 산장에 머물고 있었는데 밤사이 산장 밖에서 음악을 연주하고 노래 부르는 무리 때문에 잠을 설쳤다는 것이다.

다음 날 산장 주인에게 지난밤 겪었던 이야기를 했더니 산장 주인은 그들이 ‘죽은 사람들’, 즉 보탄에 의해 이끌려 다니는 죽은 이들의 넋이라고 설명 해 주었다.

이 연대기를 읽은 융은 자신이 그 이전에 경험했던 스위스 어느 산정 성탑에서 있었던 일과 다름없음을 알고 새삼 보탄의 실체를 인정하게 되었다 한다.

‘좀비’를 조종하는 악마적인 아이티 부두교 마법사들에 비해 역시 죽은 자들의 넋을 이끌고 다니는 스위스 마법사 보탄은 한결 로맨틱 해 보이지 않는가.

하지만 융은 보탄을 단순한 마법사로 보지 않는다. 그는 보탄을 엑스타시의 신(神)으로 보며 인간의 미래예지 능력을 여기서 찾기도 한다. 아니 조상신으로도 보고 있다.

영혼에 대한 융의 경험은 그밖에도 많다. 그래서 그는 ‘죽은 자를 위한 일곱 설교’를 쓰기도 했다. 죽은 자들의 부탁을 받고 썼다는 이 글은 설교자의 이름으로 융 자신의 이름이 아닌 기원전 2세기에 살았던 영지주의자 바실리데스의 이름을 빌려 쓰고 있다.

죽은 자에게 설교하려면 자신이 아닌, 적어도 영지(靈智)에 밝은 신비에 싸인 인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을 런지 모른다. 융은 이 글에서 ‘죽은 이’라 해서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니며 누구나 이승에서 죽기 전 그가 가졌던 앎 정도의 수준이상이 될 수 없으므로 죽은 자도 지혜로운 산자의 설교를 들으려 한다는 것인데.....

‘수준 낮은 귀신’ ‘수준 높은 귀신’이 이승에서의 생이 그대로 반영되는 것이라면, 글쎄 이승과 저승의 다른 점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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